하얀코코넛 @whitecoconut
T: / 문화생활기록
READING/a Books

21 posts

  •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 위즈덤하우스 작사가 김이나님의 에세이. 글이 가진 여러가지 의미와 감정에 대해 정리해 주는 것 같았다. 어릴 때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뜻을 곱씹고는 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과정은 생략하고 그저 감으로, 상황에 맞추어 쓰다 보니 오용하는 것도 많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단어들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준다. 단어에 대한 생각이나 경험을 풀어주는 내용도 좋았고, 중간에 들어있는 라디오 사연 같은 것들도 공감이 많이 된다. 나도 '낭만'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는데, 이에 대한 오해나 얽힌 내용도 간단하지만 공감이 갔다. 그 외에도 살면서 겪는 여러 상황과 그에 어울리는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후반부에 나오는 노래 가사들도 참 좋은데,..
  • 질주 한강 / 이북이십일 달리고 싶다,라고 인규는 생각했다. 그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달릴 때뿐이었다, 짤막한 단편. 출근길에 읽다가 눈물 맺히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다. 초반엔 화자가 짜증스러운 남자라고 느껴졌는데 마지막엔 눈물이 나서 원.. 화자인 인규의 황망함이나 분노도 이해 가고 어딘가 이상했던 어머니도 안타깝다. 후반 어머니의 통화에서 흘러나온 대사에 확 이입되는 순간, 가슴이 울컥해졌다. 이렇게 짧은 단편에서 수많은 감정이 요동치고 먹먹한 감정이 들어서 그런지 여운이 많이 남는다. “다시 너를 낳고 싶구나, 돌아오겠느냐? 나에게 돌아오겠느냐?”

    질주

  •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 북닻 밀리의 서재 이용 시작을 하고 출퇴근 용으로 처음 고른 소설. 잠이 든 후, 무의식 속에서 꿈 가게를 들러 원하는 꿈을 골라 꾸는 것이 왠지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서도 인기 있는 꿈과 사람들이 찾지 않아 할인행사 신세가 된 꿈도 있고. 꿈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을 더한 설정이나 현실과 맞물리는 장치들이 흥미롭다. 꿈을 꾸면서 나오는 감정들의 일부가 꿈 거래를 위한 재화가 되어 꿈 값을 지불한다는 것도 재밌다. 같은 꿈을 반복하다 보면 감정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 꿈으로서의 가치를 잃게 된다면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해 준다던가 하는 여러 가지 기발한 요소들이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꿈이란 거 정말 재밌네요. 꿈과 꿈이 동음이의어인 것도 신기..
  • 시작의 기술 개리 비숍 / 웅진지식하우스 기본적이고 정형적인 자기 계발서라고 느낀 책. 읽다 보면 다 맞는 이야기뿐이라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새삼스러울 게 없는 이야기였다는 감상이 드는 책이었다. 번역이라 그런 건가 싶지만 뭔가 어조가 강해서 어쩐지 좀 혼나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뭘 이렇게까지? 싶을 만큼 과한 면도 있다. 일단,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게으름에 대한 고찰은 할 텐데 그러다 보면 뭐든 시작하는 게 제일 어렵고 중요하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때마다 생각했던 것을 공감이 갈 수밖에 없도록 글로 나열한 자기 계발서다 보니 형광펜 칠을 잔뜩 해놓고도 막상 덮고 나면 또 그렇게 곱씹게 되는 책은 아니었다. 게으른 거 핑계 대지 말고 뭘 하려면 당장 ..

    시작의 기술

  • 하루의 취향 김민철/ 북라이프 잔잔하고 소박한 느낌이 좋았던 에세이. 공감 되는 문장이 많아서 형광펜을 꽤 많이 체크한 책이다. 술 관련 에피소드들만 빼고. 술자리를 안 좋아해서 그런지 애주가의 철학 같은 부분들은 썩 읽히지 않아서 그냥 저냥 넘겼지만 그 외에는 확실히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 책. 개인적으로는 취향에 관한 것이나 비효율에 관한 정의도 좋았다. 평소 생각했던 부분과 매치 되는 것도 있고 해서. 그리고 세대가 비슷한 것인지 과거를 추억 하는 소재들이 꽤 익숙하기도 해서 더 많은 부분에 공감이 가지 않았나 싶다. 자신을 아끼는데 능숙하고 뛰어난 자존감이 느껴졌고, 굉장히 잘 쓴 남의 일기를 읽는 느낌의 책이었다는 감상. 취향’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마침내 생긴 것이다. 반갑게도, ..

    하루의 취향

  • 기분 벗고 주무시죠 저자: 박창선 / 웨일북 왜 그런 날 있잖아요.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주 현실적인 감각의 에세이.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는데 꽤 즐겁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가는 편이었는데, 아주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나의 선택에 따른 결과와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공감을 이끌어내는 비유와 문장이 좋았다. 특히 일이나 삶이나 [앞으로]의 나, 미래의 계획처럼 추상적인 이미지보다 [현재] 보이는 행동과 선택을 되짚어 보면서 현재의 나를 이루는 사소한 것들을 다시 탐구해 보는 것 자체가 꽤 의미 있다는 생각. 매일 먹는 음식, 물 한잔 조차 어떤 규칙이나 계기가 있다면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게 아닌, 다르고 특별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