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량] 타르고의 거울 (2011)

타르고의 거울 (알로샤의 꽃 외전)
Written by 장량
Publication date : 2011.11.27
Book spec: 1권 완결 | 344p | 국판
■Character  | 지그릴 아이리어 C 라이너 (攻), 케일 로그리얼 (受)

결혼 후 3년,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케이는 지그릴을 피해 잠시 숨어든 장소에서 슈만이 반란음모를 꾸미는 이들과 모종의 거래를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슈만이 케이에게도 [너도 황제가 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 않느냐 오히려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며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한다. 난처한 상황의 케이에게 지그릴은 비치기만 하면 그 사람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을 보여 준다는 [타르고의 거울]을 찾으러 드래곤의 둥지로 가자고 한다. 그렇게 세 명은 3년 전과 마찬가지로 타르고의 거울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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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샤의 꽃의 외전으로 지그릴과 케이가 결혼하고 오즈를 낳은 3년 뒤의 이야기.

외전이라기엔 본편을 상회하는 탄탄한 구성과 재미 때문에 많이 아끼고, 내 기준 작가님이 쓰신 주인공들 중에 최고는 지그릴입니다! 하는 도장을 찍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타르고를 보고 나서 한동안은 지그릴 앓이를 심하게 했을 정도.

 

본편에선 지그릴에게 휘둘려 졸지에 애 낳고 황후가 되어버린 케이가 오즈의 마법사에 잠시 나왔을 땐 지그릴 곁에서 어딘가 편안했던 느낌이 있다. 바로 그렇게 되기까지의 첫 걸음이 바로 이 타르고의 거울이 아닐까 함.

언급한대로 본편에서는 지그릴의 강함과 행동력에 휘둘려 얼떨결에 황후가 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지그릴의 사랑만 강하게 느껴졌을 뿐, 케이는 사랑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늘 적당한 다정함만 가지고 깊은 관계를 묘하게 거부하는 케이의 진정한 속 마음을 알고 싶어하는 지그릴.

그리고 그런 지그릴에게 속 내를 비추고 싶어 하지 않는 케이.

단 한 번 사랑한다 말했던 지그릴이지만, 그 후 그런 말을 꺼낸 적이 없는 지그릴을 보며 케이는 그의 흥미가 시들해지면 언젠간 버림받을거란 생각에 늘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다. 자신은 지그릴을 결코 사랑하지는 않는다 생각하면서.

지그릴 역시 케이의 생각이야 어쨌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를 곁에 두고 있으니 충분하다 생각하지만, 가끔 자신에게 보이는 케이의 묘한 행동들에 케이의 속마음을알고 싶어한다.

 

케이는 좀 무념무상, 물 흐르는 대로 가는 도인 같은 마인드의 무심수 타입으로, 그 초연한 모습에 날파리가 꼬이고, 그에 적당히 다정다감하게 구는데 그런 행동이 지그릴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때문에 지그릴만큼의 강한 애정이 보이지 않아서 취향을 타게 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 아쉬움이 이 외전에서 정말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그래서 외전이라기보다 본편의 연장선 같다.

둘 사이의 감정 흐름이 높은 개연성과 함께 조각조각 맞추어져가는데 다 읽고 나면 드디어!!!ㅠㅠ하는 감동과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달달한 사랑 타령은 안 어울릴 것 같은 캐릭터들이 놀라우리만치 애틋한 모습을 보여주니 이제야 제대로 소통하고 연애하는 것이 느껴져서 좋았다. 서로 사랑한다고 난리인 지그릴과 케이를 볼 수 있어서 충족되는 기분.

본편보다 높은 에로도는 물론 지그릴이 진정한 먼치킨에 벤츠공처럼 온갖 멋짐을 휘두르고 나오는 것에 점수를 후하게 주게 됨.

 

여전히 양념처럼 나와 깐족거리는 슈만도 유쾌하고, 그런 슈만을 친구마냥 붙들고 연애상담하듯 수다 떠는 케이도 귀여웠고. 살짝 나온 어린 오즈의 잔망도 사랑스러웠다.

그나저나 둘째 어쩔…. 이렇게 허당같은 케이라서 지그릴이 헤어나오질 못하는구나 확실히 깨닫게 되기도 했음.

얘네도 결국 첫사랑끼리의 연애나 다름없는 것이...이 집안 내력인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지그릴이 미친놈이긴 해도 이렇게나 순정남이고, 케이가 무심해 보여도 이렇게나 애틋하다는 것을 잘 느낄 수 있는 외전. 시리즈 중에 가장 재미있다.

 

나는 평생 네게 다가갈 테니, 너는 지금 단 한 걸음만 걸어오라고.

 

01
이게 어떻게 내 착각일까.
네가 이런 표정을 하는데.네가 이런 눈을 하는데, 날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게 어떻게 착각일까.
말해봐. 저 안에 있는 멍청한 거울이 비추기 전에, 네 입으로.

02
"...지그릴님은 달큼한 말이 영 안 어울리시네요."

케이는 손으로 입술을 가린 채로 말했다.
지그릴은 그 손등 위에 키스를 하며 웃었다.

"제법 달큼하다고 느낀 주제에, 이 얄미운 입은 늘 거짓말만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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