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량] 알로샤의 꽃 (2007)

알로샤의 꽃
Written by 장량
Publication date : 2007.08.26 (초판) | 2011.11.27 (2판)
Book spec: 1권 완결 | 349p | 국판
■Character  | 지그릴 아이리어 C 라이너 (攻), 케일 로그리얼=케이 (受)

제국의 변방에 있는 작은 도시 라블렌의 경비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케일 로그리얼(=케이)은 경비 단장의 여자 문제로 살짝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잔잔하고 평화로운 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역시 여자 문제로 경비 단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제국의 수도에서 황제의 동생이자 차기 황제로 거론되는 아이리어 대공과 그의 보좌가 이 작은 도시에 방문하게 되고 경비 단장 대리로서 아이리어 대공을 접대하게 된다. 아이리어 대공 지그릴은 생사를 오락가락하는 황제를 위해 '알로샤의 꽃'을 찾기 위해 라블렌의 관할 지역인 에도르에 가야 한다며 케이에게 동행할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식사에 초대된 케이에게 지그릴은 묘하게 거리를 가까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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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탕한 기념리뷰. 연재 당시에도 챙겨보던 작품이라 소장본 첫 발행 때 구매하여 초판 소장 중인데, 고전이 되어가는 작품이라 재탕을 자주 하는 덕에 책이 낡아가고 있어 걱정이다.휴..

 

알로샤의 꽃은 남녀노소 누구나 임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식물로, 이미 충분한 권력과 재력을 가지고 있는 지그릴은 할 일만 많아질 뿐인 황제의 자리를 피하고자, 자식이 없는 현 왕에게 후계자를 만들게 하고자 꽃을 찾는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렇게 변방의 소도시에서 만난 주인공과 주인수가 동행하게 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결국 주인수가 회임을 하는 내용으로 임신수 소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도 재밌게 볼 수 있다..

 

주인수인 케이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스타일로, 부탁을 거절하거나 싫은 소리는 잘 못 하고 남의 외로움을 잘 품어주는 다정함을 지녔지만 깊게는 받아주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어, 근방 여성들에게 암암리에 인기가 좋은 훈남 캐릭터. 잔정에 약한 구석이 있어서 주인공인 지그릴도 거절하지 못하고 되려 끌려다니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주인공 조련을 꽤 하게 된다.

검은 머리에 약간 하얀 피부와 노란 눈동자. 조연들의 입장에선 지나가다 종종 보이는 훈남 스타일이라는데, 지그릴의 눈에는 세계 최고의 미인으로 보이는 듯.

 

주인공인 지그릴. 아주 좋아하는 공 캐릭터 중 하나로 마물도 피해 갈 만큼 강한 기운을 뿜는 광공. 여우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계략스타일. 살짝 긴 금발에 자색 눈동자를 지닌 아름다운 얼굴과 그에 반하는 피지컬 등등 역시 취향 요소로 둘둘 싸여있는 캐릭터.

왕이 되기 싫어서 알로샤의 꽃을 찾아다니는 것부터 심상치 않더니 케이에게 한눈에 반해 엄청나게 질척이면서도 [그냥 좀 데리고 노는 것 뿐]이라고 하는 모양새가 귀엽다.

광공 주제에 귀여운 행동을 꽤 하는데, 처음 느끼는 감정 때문에 케이 앞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돼서 살짝 고민하는 것이나, 그러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로 넘기는 거나.

사랑은 아니라는 둥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알로샤의 꽃으로 음식을 만들었을 때는 진짜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하는 짓이 귀엽네. 저 여자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냥 친구 사이라더니...나 참."
"....근데 왜, 화내시는 겁니까?"
"뭐?"
그가 조금 놀란 듯 되묻더니 잠시 입을 다물고 케이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곧 그 예쁜 눈을 깜빡이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무슨 화를 냈다고 그래?"
...아니, 아직도 눈에 붉은 기가 자욱 하신데요...

 

지그릴이 케이에게 치근덕거리는 장면들이 꽤 많은데, 어딘가 쿨한 미인일 것 같지만, 몹시 질척인다고 해야 하나. 살살 꼬시는 것 같으면서도 가만 보면 케이를 졸졸 따라다니는 느낌이다. 주인수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대사들도 찰지고.

중간중간 케이의 과거사를 알게 될 때마다 안 그런 척 하면서도 눈이 벌게질 정도로 질투하는 것도 웃기다. 제대로 맺어지고 나서도 케이에게 은근 여자들이 꼬이자, 이때부터는 대놓고 질투하는 것도 즐겁다.

 

안 그런 척 엄청나게 다정한 모습들도 좋다. 처음 읽었을 때는 지그릴이 엄청난 광공으로만 느껴졌는데, 반복할수록 상당한 다정공으로 느껴짐. 알로샤의 꽃을 찾으러 다닐 때 위험할 때마다 케이를 구해준 건 수 차례였던데다가, 케이의 임신 기간의 행동만 봐도 꿀범벅인 느낌. 출산 신호 왔을 때 말을 더듬는 지그릴은 참…. (절레절레)

 

주인공이 엄청난 사랑꾼인데 반해, 주인수는 거기에 좀 끌려다니다가 결국 포기하고 폴인럽해버리는 내용이라 살짝 취향을 탈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는 하다. (일단 임신 수인 것부터) 하지만 취향 요소 상관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품. 책 외전에는 부부가 되고 출산 후의 이야기와 보좌인 슈만의 이야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슈만 얘기도 유쾌하다.

 

여우의 탈을 쓴 사자 같은 주인공과 눈치는 빠른 듯한데 행동은 느릿한 주인수의 은근한 케미가 아주 좋은 작품으로 장량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설. 시리즈로 이어지는 책은 아들 이야기인 오즈의 마법사와 정식 외전인 타르고의 거울로 이어진다.

 

그래. 내 것이지

 

01
"-너 말야."
낮게 쉰 목소리가 부딪친 입술에서 들려왔다. 그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표정은 싫어하는 듯 해보여도 정작 스킨십은 거부하지 않는 것, 알고 있어?"
"원래 이렇게 무방비한 건 아니지?"

02
"-지그릴님, 지그릴님은요?"
케이가 놀라 묻자 지그릴이 사르르, 정말로 달콤하게 미소 지었다.
"날 걱정해 주는 거야?"

(중략)
"네, 걱정하는 겁니다."

케이는 지그릴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잠시 눈을 크게 뜬 지그릴이 곧 피식 웃었다. 슈만도 비웃던 것을 멈추었다. 케이는 자신이 왠지 부끄러운 말을 한 것 같은 기분에 시선을 돌리려고했지만 지그릴의손이 케이의 목을 잡아끌었다.

"정말 요부가 따로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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