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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3월의 보름을 조심하라 외전 1)
Written by 스탠 Stan
Publication date : 2007.02.04 (초판) | 2009.07.19 (2판) | 2013.06.22 (3판) | 2016.12.29 (4판)
Book spec: 1권 완결 | 229p | 신국판
■Character  | 김낙원 (攻), 박목화 (受)

3월의 보름을 조심하라의 첫 번째 외전으로, [겨울]과 [여름] 2가지 챕터로 되어있다.

 

[겨울] 편은 본 편의 일이 있고 약 반년 가량의 시간이 지난 크리스마스 무렵의 에피소드.

여기서는 김낙원의 본격적인 애정공세가 주를 이루는데, 김낙원의 절절한 고백이 압권이라 무척 좋아한다.

 

김낙원은 크리스마스에 어떻게든 단둘이 보내려고 이런저런 계획도 짜고 했는데, 누님의 요청이 있으니 크리스마스는 물론 이브까지 가게 일을 해야 한다며 약속을 취소한 박목화 때문에 토라지고, 그렇게 삐져서 예약했던 가게에 가서 혼자 죽치고 청승 떨던 김낙원이 재수 없게도 칼침을 맞게 된 이야기로,

병원에 있는 동안 연락도 없고, 제 딴에는 밀당 좀 해봤는데 상대가 워낙 목석 같으니 통하지도 않으니까 그냥 팔에 붕대 감고 초췌한 모습으로 찾아가서 동정심이나 유발해서 목화가 걱정해 주는 말 한마디 들어보겠다고 머리 굴리는 김낙원이 귀엽다.

 

바란 건 걱정스러운 말 한마디 정도였는데 예상을 넘어 김낙원이 묻지 마 칼침 맞은 것에 화를 내며 위험하니 자기 집에 와있으라는 박목화 덕분에 둘은 잠깐 쁘띠 동거를 하게 된다.

 

비록 호화로운 자기 집은 아니지만, 박목화와 같이 지낸다는 거에 감동해서 텐션이 잔뜩 올라간 김낙원.

휑한 목화의 반지하 방에 별별 살림살이를 사다 놓는 김낙원과 그걸 보고 당황하면서도 다 받아주는 박목화.

 

둘이 나란히 앉아 티비를 보며 김낙원이 연예인 뒷담을 까는 등 수다스럽게 구는 거나 목화가 차린 밥상을 보고 교도소 밥이냐고 구박하면서도 꾸역꾸역 먹는 것도 유쾌하다. 은근 열 받아 하면서도 말없이 받아주고 있는 박목화의 모습도 귀엽고. 이런 소소한 모습들은 정말 크나큰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처음으로 칼침을 맞아 본 김낙원이 솔직하게 [무서웠다]며 박목화에게 [너도 용케 살았다]고 하는 장면은 어쩐 지 둘 사이가 묘하게 따뜻해지는 느낌이라 좋았다.

그 와중에 목화가 잘 때마다 몰래 훔쳐보는 김낙원을 보면 어째 점점 더 소녀 같은 느낌이..

 

「그날 내가 예약했던 디너만 갔어도 내가 찔렸겠냐?」
너는 여자에게만 약하지.

「지금 이렇게 정신이 있냐 없냐 소리를 할 정도면 그때 그 꽃 좀 말고 나 좀 챙기지 그랬냐? 응?」
「…무슨 말도 안 되는……」

 

목화가 정신 차리라고 하자 발끈해서 시비를 걸기 시작한 김낙원이 결국 크리스마스에 약속 취소했던 걸 여태 담아 둔 속내를 드러내고 [꽃 말고 나나 좀 챙겨라] 해가며 여고생 식 말싸움으로 박목화를 달달 들볶는 부분에서는 정말 혀를 찼다. 어이구ㅋㅋ

이렇게 말다툼에 익숙지 않은 박목화가 얼떨떨해하며 말없이 담배 피우러 나가는 것도 어쩐지 즐겁게 읽힌 부분이다. 

둘의 상반된 성향이 확 느껴짐. 딱히 화해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풀리는 것도 어울리고.

 

정말 연애의 시작 같은 분위기가 마구 풍기는데, 물론 김낙원 입장에서는 롤러코스터처럼 오락가락 정신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고, 박목화는 이제서야 [아니 얘가 왜 이러지] 하며 김낙원에 대해 막 고민을 시작하는 단계라 서로 조금 어긋나는 것 뿐.

 

결국, 목화가 자는 모습을 훔쳐보다 걸린 김낙원이 자신의 몰아치는 감정을 주체 못 하고, 어차피 미친놈 취급받을 거 이판사판이다 하고 떨면서 고백해 버릴 때는 얘가 본 편에서 악당처럼 목화를 능욕하던 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 순정스럽다.

혼자 땅 파고 후회도 많이 하는데 목화는 무심하기 짝이 없으니, 절절히 고백하는 부분에선 김낙원이 되레 애잔할 정도. 

그리고 이런 류의 감정을 저돌적으로 부딪혀 오는 상대가 처음인 박목화는 애절한 김낙원의 마음을 내치지 못하고 얼떨결에 받아주는 모양새가 되는데, 그렇게 잘 넘어간 다음날, 김낙원이 밥상 차린 거도 웃겼다.

그리고 밥상머리에서 김낙원이 그냥 앞으로 같이 살자고 수줍게 고백하는 건 개인적으로 참 귀여웠다.

 

이렇게 연애의 시작으로 가득한  [겨울] 파트.

 

그리고 [여름] 파트는 겨울 파트 이전으로 본 편 직후, 목화가 병원에서 퇴원하고 김낙원도 징계 중인데 휴가 명목으로 목화를 자기 별장에 데려가는 내용. 가는 길에 목화 똘마니들도 데려가고.

몸이 다 낫지 않아 힘들어하는 박목화에게 고기도 구워서 얹어주고 잠자리도 돌봐주고. 꽤 지극정성인 김낙원을 볼 수 있다. 

목화의 꿈 시점으로 나오는 과거 이야기도 살짝.

자면서 열 때문에 비몽사몽 한 목화를 돌보던 김낙원이 도둑 키스하는 귀여움도. 이 녀석 상습범이네? 하게 되었지만.

 

아무튼, 그 목석 같은 박목화가 고민을 시작했으니…. 김낙원의 노력이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 가는 주인공수의 자연스러운 감정이 느껴져서 좋은 작품이다. 작가님의 문장 묘사들도 정말 좋고.

본 편의 부족한 연애도를 꽤 채워주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애쓰는 김낙원에게 '너 이 녀석 파이팅ㅠㅠ'을 외치게 되는 외전.

 

이봐, 사랑해...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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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흔히 말하는 연애의 시작이 이런 건가.

바로 자신의 턱 아래에서 셔츠 단추를 잠그고 있는 놈을 내려다보면서 김낙원이 잠시 생각했다.
이 덩치 큰 놈이 자기 옷인데도 불구하고 단추를 몇 번 놓쳐가며 하나씩 껴주고 있는 게 지나치게 사랑스러워서였다. 오죽 타인에게 옷을 입혀준 적도 없으면 저렇게 못 하냐 그래.

빌어먹을, 그 점까지 사랑스러웠다.
비꼬고 싶었던 김낙원이 어떻게 해도 빈정대게 되지가 않아서, 웃으면서 귀엽다는 의미로 한마디 했다.

「곰손이다, 너.」

02
「여기 앉아. 다 익는 대로 접시에 올려주지.」
그러자 박목화가 기묘한 얼굴을 했다. 무어라 말하고는 싶어하는데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얼굴이었다. 집게로 고기를 뒤집으면서 김낙원이 태연하게 물었다.
「뭐, 널 지나치게 신경 써주는 거 아니냐고?」
「……. 그래.」

「내가 언제 네 먹을 걸 안 챙겨준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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