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COCONUT

표면장력 (SURFACE TENSION)
몽십야 (외전-TEN NIGHTS OF DREAM)
Written by 이젠 IJEN
Publication date : 2008.09.07 (본편 초판) | 2012.01.13 (2판/외전 초판) | 2014.05.18 (3판/2판)
Book spec: 각 1권 완결 | 366p / 307p(외전) | 국판
■Character | 권정욱 (攻), 김이경 (受)

좋은 학벌과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잘나가는 다큐멘터리 PD였지만 선배였던 직장 상사와의 불미스러운 일로 방송국에서 쫓겨나 B급 페이크 다큐멘터리 외주사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는 주인수 김이경.

일본 전통미술인 스미나가시(墨流し)의 장인으로 인정받고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유명한 마블링 아티스트이자 국내 기업의 후계자인 권정욱.

어느 날, 바에서 자신을 정수기 판매원이라고 밝힌 잘생긴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김이경은 며칠 뒤 친한 선배로부터 마블링 아티스트 권정욱의 다큐멘터리를 찍어오면 복직시켜주겠다는 제의를 받게 되고, 그렇게 찾아간 권정욱이 바로 그 날 밤의 남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와 모종의 거래로 석 달 동안 다큐멘터리를 찍게 되는데..

어느 정도 과거의 상처도 있고 그로 인해 사랑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두 사람이 서로 얽히면서 연애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이 작품이 좋은 건,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은 드물다는 점, 일상에서 실제로 연애하게 될 때의 과정과 감정선이 잘 나타나 있어서 좋았다는 점이다. 주인공수 시점이 번갈아 서술되는 것도 그에 한 몫 하는데, 그 때문인지 복잡하게 꼬이는 부분은 찾기 힘들다.

서술되는 둘의 감정선은 썸을 타는 이들이 그러하듯 밀당을 하는데, 행동이나 과정은 시원하게 진행된다.

적당히 진지하고, 적당히 야하고, 적당히 애잔하면서도 삽질이 없어서 좋았다.

뭐 연애하기까지 사랑에 부정적인 권정욱 때문에 먼저 사랑을 깨달은 김이경이 좀 속 앓이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래 끌지는 않고 그렇게 썸타다 잘되는 분위기로 이어지니 좋다.

[물이 섞이지 않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려 튕겨내는 성질이 표면장력]이라고 하는 권정욱.

하지만 섞이지 않으려는 성질이 아니라 본래 [물과 먹물은 서로 아끼기 때문에 섞이지 않고 서로 본연의 모습을 돋보이도록 띄워주는 것이 표면장력]이라며 다르게 정의하는 권정욱의 스승.

결국, 권정욱과 김이경, 두 사람이야말로 물과 먹물 같은 존재다라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 본 편인 표면장력이다.

본 편인 표면장력이 서로 사랑을 깨닫고 연애하기 전까지의 과정이라면, 나츠메 소세키의 동명 소설을 주제로 한 외전 몽십야(夢十夜)는 연애가 시작되면 갖게 되는 감정들이 나온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것 같다는 기분이라던가, 눈치라던가.. 그리고 그에 또 익숙 해 지면 찾아오는 질투라던가..연애에 소모되는 이런 감정선들이 정말 잘 표현되어있다. 정말 사랑하는 상대와 연애를 하는 것은 권정욱과 김이경 모두 처음이기 때문에 이런 보통의 연애 과정들이 쉽지 않다.

사랑에 부정적이었지만 사랑을 깨닫고 이해하게 되고 결국 남들처럼 유치해지는 권정욱.

사랑에 소극적이었고 안 그런 척 노력하지만, 정이 많아 사랑에 빠지고 적극적이 된 김이경.

주인 공,수 둘 다 나름 취향에 맞아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 둘 다 빼는 것 없이 솔직한 데다가 주인공이 말로 능욕도 잘하고 주인수도 엄청 잘 맞춰준다. 서로 존댓말을 쓰지만, 권정욱이 가끔 반말을 섞는다거나 화난 주인수에게 달래주면서 '이경아, 나 좀 봐' 하는 것도 심장 어택.

거기에 김이경이 '친한 척 하지 말아요' 하는 데선 또 웃음 나고. 확실히 이런 게 취향이구나 싶다.^^;;

분위기나 쫄깃한 감 때문에 표면장력 쪽이 더 취향이고, 몽십야 쪽은 상당히 달달한 편.

스토리 라인이 탄탄한 건 표면장력 쪽이 더 강한 편이다. 외전은 역시 외전답게 서비스 같은 느낌.

다큐멘터리 PD라던가, 마블링 아티스트 라는 직업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고 지나가는 장면에서도 굉장히 전문적으로 잘 나와 있어서 감탄했다. 작가님이 조사를 참 잘하신 듯한데, 성실한 직업물이라는 말이 딱인 듯.

소설이라고 해서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점도 이 작품의 장점이다.

이젠 님 작품 중 가장 취향이고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책. 책 표지도 아주 예쁘고 군더더기 없이 정말 깔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라 흡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