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맨 - 홈 커밍 (2017)

 

 

Spider-Man: Homecoming, 2017

 

내한과 개봉 소식에 빨리 보고 싶어서 전전긍긍했던 홈커밍. 아이맥스로 보는 건  조금 미루고 평일에 퇴근하자마자 동네 극장에서 관람했다. 하루 먼저 보고 온 배우자 덕분에 조급증이 생겨서 부랴부랴 관람.

 

지난 번 시빌 워는 시리즈 최고 수준의 재미였지만 내용이 꽤 무거웠는데, 그 안에서 약간의 유쾌함과 반가움을 안겨 준 스파이디. 

어벤저스가 나오던 시기부터 과연 원 멤버인 스파이디가 계약의 벽을 넘어 합류가 가능할 지...판권을 가진 S니의 스파이디 영화들이 있는 상태라 불가능이란 의견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도 마블은 스파이더 맨이 최애지만 나 역시 안될거란 생각에 아쉬웠던 입장에서 시빌워 스파이디 등장은 정말 최고로 기쁜 일이었다.

이후 MCU 스파이디 단독이 나온다는 소식에  어깨 춤을 추고싶을 정도였는데 이렇게 벌써 개봉이 되니 벅찬 마음에 마블뽕이 차오르고....

게다가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재미에 내가 정말 이래서 MCU를 버릴 수가 없구나 다시금 깨달았다. 크흡..ಥ_ಥ

 

홈커밍은 상당히 어린 피터 파크를 채용했는데 기존 스파이더맨 작품들이 나와있는 상태라 이 점이 조금 불안 요소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열어보니 너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영화 보는 내내 오천번은 느낀 듯. 어린 피터 파커의 발랄함과 어린 스파이디의 저돌적인 면이 잘 그려져서 스파이더 맨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만 또 잔뜩 올라갔다.

 

기존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부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그리고 이번 홈커밍까지. 

이 세 버젼 모두 피터파커의 연령대가 다르다보니 영화의 분위기도 다르고 이야기도 각각 개성이 있어서 나같은 팬에게는 더 다양한 면면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고 싶다. 셋 모두 보고나니 더 그렇게 느꼈음.

 

아무튼 홈커밍에서의 어린 거미는 너무 귀엽고 귀엽고 또 귀엽고 귀여움..........의 연속이라서 보는 내내 엄마미소를 지었다.

외모며 목소리며 성격이며 스파이디 특유의 발랄함이 몇 배가 되어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히어로라니! 어벤져스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열혈 소년. 마음이 너무 앞선 나머지 과한 행동들 때문에 작은 트러블이 있지만 전부 소소하고 귀엽다. 정말이지 [친절한 이웃] 콘셉트에 걸맞는 정의롭고 발랄한 히어로로 잘 그려내었다고 느낌.  

 

스파이더맨을 살짝 무겁게 만드는 원작의 고정된 몇몇 설정들은 과감하게 쳐내거나 새롭게 정의한 것들도 좋았다. 메이 숙모가 대표적이고. 

그웬과 메리제인을 떨치고 등장한 이번 편의 히로인은 일단 내용상 필요하긴 했지만 오리지널인가 싶어서 기존의 히로인은 등장시키지 않으려나보다 했으나 MJ는 너무 허를 찔러서 놀랐다. 와...

 

아이언 맨과의 관계성도 특별하게 그려져서 즐거웠는데 이건 뭐 정말 아빠와 아들 같은 그림. 

아이언 맨에게 인정받고 얼른 어벤저스의 1인이 되어 활약할 꿈을 꾸는 열혈 10대 피터와 '이렇게 어린애를 데리고 내가 뭘하는 거지?!' 하는 고민이 느껴지는 토니.

 

히어로는 정의로운 마음과 고성능 갑옷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어려움과 괴로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토니는 피터가 평범한 삶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길 바라는 듯 했다. 

그래서 피터에게 완고하게 굴고 피터는 피터대로 나를 못믿다니 내 능력을 보여줄테야! 하면서 통통 튀어가는 이런 관계성.

때문에 토니가 [내가 우리 아버지 같은 소릴하네] 하는 대사에선 웃음이 나왔다. 아버지를 오해하고 틀어졌던 토니스타크가 그런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살짝 보여주는데 그게 어린 거미 때문인 것도 웃기고. 뭐 본인이 데리고 왔으니 책임감이 상당하겠지만.

 

여담이지만 예고편에 나오는 이 짤 부분은 어디갔는지.... 내가 못 본 것인지...아이맥스로 재탕 하게되면 다시 찾아봐야겠다. 분명 트레일러엔 나오는데 극장에선 못 본 것 같은데..

 

여튼 그렇게 몰래 단독 돌출 행동을 한 어린 스파이디는 히어로 누구나 한 번쯤은 닥치는 시련이랄까 패배감 무력감을 몇 차례 겪는데, 멋진 수트만이 다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가는 일종의 성장 스토리같은 흐름이 괜찮았다. 딱 10대로서 느낄 법한 감정이나 깨달음으로 성숙해지는 그런 분위기라서. 겉으론 쎈 척하고 발랄하지만 속은 고민으로 똘똘뭉친 그런 것. 한계가 와서 누가 좀 도와주세요오.. 하는 약한 면이 나오는 그런 것도.

 

아 정말 피터가 건물에 깔려서 누구 없냐고 눈물 그렁그렁 목소리 벌벌 떨며 말할 때 너무 짠해가지고 내가 화면 안에 들어가서 손잡아 주고싶었음. 일단 배우 자체가 너무 도와주고 싶게 만드는 외모였고 말이다. 결국 스스로 다시 일어서며 히어로로서 성장하는 한 걸음에선 또 대견하고 그런 느낌.

 

그리고 이번 영화의 빌런은 도저히 빌런이라고 하기가 뭣했다. 벌처는 그저 생계형 도둑(...) 이었을 뿐. 

전후사정을 아무리 곱씹어봐도 이거 토니가 나빴잖아. 하는 생각만 들었음.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던 가장에게 토니 왜 그랬어...솔직히 너무했음.

근데 내가 정말 정보 없이 봐서 그런지 벌처 역이 마이클 키튼인거 보고는 또 놀랐다. 일단 내 안에서는 첫번 째 배트맨이신 분이라... 

어린 시절 브루스 웨인이 생계형 도둑이 되다니 하면서 보니까 여러 의미로 또 유쾌 했다. 여전히 분위기며 목소리며 멋있으셔서 감탄했음. 

 

발전한  CG 효과 덕분에 수트 장면이나 액션 장면도 눈이 몹시 즐거운데 거미 수트도 인공지능 달린 건 뻘하게 웃겼다. 

스파이디랑 대화 나눌 때마다 유쾌해가지고 ㅋㅋ 왕초보모드 해놓았던 거 해지하는 것도 웃겼고, 살수모드에 거미줄도 500여가지 버전이 있는 거나 수트 기능 엄청나던데 어째 토니가 아이언맨 수트보다 더 공들여 만든 것 같았다. 역시 아버지 마음..

 

깨알 같은 재미도 정말 많은데 종종 나오는 다른 어벤저스 멤버 이야기 같은 것들. 캡아가 최고 웃겼음 학생들 교육용 자료에 나오는데 이 시점에선 전범인것도 ㅋㅋ  

 

아무튼 홈 커밍은 기대 이상으로 잘 뽑혀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친절한 이웃, 어린 스파이디의 성장기로 새로운 어벤저스의 대한 기대감도 높여주고 아이언 맨과의 케미도 몹시 좋다. 아참, 그리고 마지막 쿠키 영상은 정말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