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COCONUT

Contact, 1997

SF장르, 우주를 배경이나 소재로 둔 영화들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 중 손에 꼽는 내 안의 명작 콘택트 (Contact).

1985년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 원작 작품으로 며칠 전 오랜만에 재 감상하고 새삼스레 빠져들어 한주 동안 여운에 취했다.

어렸을 때 영화 매니아인 어머니 덕에 멋도 모른 채 옆에 붙어 본 영화들이 꽤 많았다.

어린 나이에 봐서 장면만 기억하던 것들을 조금 더 크고 나서 제대로 보고 이해하니, 그 영화들이 얼마나 좋은 작품이었는지 깨닫는 경우도 많았는데, 내게 있어 콘택트도 그런 영화 중 하나.

처음 개봉 하고 얼마 후, 동네 비디오 가게에 나온 신작을 바로 대여해 온 어머니 옆에서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난 이 영화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기에 그저 조디포스터가 예쁘고 남주가 멋진 판타지 오락영화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성인이 된 후 영화 채널을 통해 다시 본 이 영화는 내 기억과는 전혀 달랐다.

배우들의 외모는 다시봐도 좋았지만, 그 때는 몰랐던 연기력과 탄탄한 서사와 배경. CG의 발전이 막 시작되던 때지만 지금 봐도 자연스러운 효과들.. 이런 것들을 보며 감탄만 했다.

또 시간이 지나 다시 보았을 때는 그 시각적 효과에 더해 우주, 외계인, 과학과 종교, 이상과 현실의 넓은 주제를 포함하면서 인간애와 정체성에 대해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의미를 더 강하게느끼고 이 영화의 여운에 취하며 [나] 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과 성찰도 해보고.

이번에 다시 보면서 고스란히 또 느꼈다. 그리고 지금보니 근래 명작이었던 인ㅌ스텔라가 생각나는게.. 인ㅌ스텔라를 볼 때 느꼈던 데자뷰들이 아마도 콘택트 때문이었나보다. 의외로 두 작품 속에 기본 설정이나 개념들이 묘하게 맞물리는 게 생각보다 꽤 있음.

추가로 놀랐던 건, 처음 봤던 꼬꼬마 시절 잘생긴 남자로만 기억했던 남주가 인ㅌ스텔라 그분. 매튜 맥커너히였다니.. 나참 이걸 이제 알다니.

사실 이 영화는 조디포스터의 존재감이 강해서 남주의 임팩트가 약하긴했는데 여튼 이런식으로도 두 영화가 엮이니 신기했다. 물론 콘택트가 상당한 명작이다보니 모티브가 되었던게 아닐까 싶긴하지만.

종교적 믿음 같은 증거없는 논리에 비판적이던 여주인공 앨리가 결국 스스로도 감정적인 설명을 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을 때의 장면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고 완벽한 설득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사람의 믿음이나 감정을 중시하는 팔머와 제대로 관계를 정립하지 못하는 것도 앨리의 과학에 대한 맹신 때문으로 보였는데, 앨리가 믿음이라는 개념을 인정하고 자신의 벽을 넘는 것도 단순히 감정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 흐름 내내 보여주었던 과학적인 설득, 즉 앨리가 납득할 수밖에 없는 방향과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그려졌기에 완벽하다고 느꼈다.

팔머가 앨리의 아버지가 했던 말을 똑같이 했을 때, 처음 베가 성의 존재를 알게되는 헤드폰 소리 장면, 완벽히 해석 된 메세지, 그리고 앨리가 지나간 웜홀과 18시간 녹음 보고서 등은 언제봐도 짜릿하고 벅찬 느낌들이라 좋은 요소들. :)

세상에는 모르기에 파고드는 일과 알아냈기에 다시 덮는 일이 실제로도 얼마나 많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영화 속 주인공 앨리(=조디 포스터)와 팔머(=매튜 맥커너히)의 대사들도 좋고, 기억에 남는 장면도 많고, 언제봐도 명작이라고 느끼는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