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바람] 비마중 + 청원 (2007,2010)

비마중 + 청원 (외전)
Written by 새벽바람
Publication date : 2007.09.16(초판) / 2010.7.18 (2판/외전초판) / 2013.02.24 (3판/2판) / 2015.01.25 (4판/3판)
Book spec: 각 1권 완결 | 460p / 외전 220p | 국판
■Character  | 장귀영 (=최경한,攻), 김덕희 (受)

마을 대지주의 장손으로 태어나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낸 김덕희. 청년이 되었을 무렵 조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재산을 탕진하고 실종되면서 집안이 망해버린다. 병든 어머니와 빚더미만 남자 부인마저 도망가버리고, 그런 그의 앞에 어린 시절 자신의 집에서 종살이했던 남자 장귀영이 나타난다. 

그는 덕희의 빚을 갚아주고 어려운 처지에서 구해주는 대가로 자신의 것이 될 것을 제안한다. 

부유한 양반 집안에서 자라 자존심 강한 김덕희에게 치욕스러운 제안이지만 생활고와 모친의 병시중에 지친 그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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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바람 님의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 애틋한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 읽기 좋다.

벌써 4판까지 나왔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근현대라고 해도 시대물은 쥐약이라 망설였는데 추천을 많이 받아 결국 3판이 나왔을 때 구입. 보고 난 후 감상은 매우 만족.

처음엔 비마중이 무슨 뜻인가 했는데, [비를 나가 맞이한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라는 듯.

 

지체 높은 양반 집안에서 부유한 도련님으로 자란 주인수 김덕희와 그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했던 주인공 장귀영. 어린 시절부터 김덕희의 곁을 돌보던 장귀영은 모종의 사건으로 김덕희의 집을 떠나고, 10년 후 몰락한 집안을 근근이 지탱하고 있는 김덕희 앞에 성공한 사업가가 된 장귀영이 나 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대 특유의 풍미가 느껴지는 문체와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있다. 챕터마다 현대 문학 시가 들어있는 것도 좋고.

1940년대 종로 한복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분위기와 고전적인 대화체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머슴공의 전세역전 하극상은 취향을 저격하는 키워드. 물론 마님이 아니라 도련님을 외치는 머슴이지만.

 

-한 송이 꽃조차 손에 쥐게 하지 않을 겁니다.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주인공 장귀영은 과거 몸종 출신이지만, 글도 배우고 책도 많이 읽어 지식이 출중하고 똑똑하다.

대외적으로 과묵하고 차가운 이미지로 과거 이야기만 봐도 머슴치고는 고고하고 건방지다.

하지만 제 도련님만큼은 죽어라 챙기고 도련님이 아프거나 다치면 안절부절못하는 김덕희 한정 본 투 머슴.

변신 후에는 김덕희에게 꽤 고압적으로 굴지만, 뼛속까지 도련님 바라기인지라 결국 얼마 못 가 다시 머슴 본연의 자세로 돌아온다. 중반까지는 강하게 나가길래 좋다 머슴! 더 몰아붙여라! 하는 마음으로 응원했지만, 결국….

도련님이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면 안절부절 못하고  애달복달하며 제 틀 안에서 세상 물정 모르고 눈닫고 귀 막고 편하게 살기만을 바라는 것이 그냥 김덕희 발닦개로 난 듯싶다. 그렇게 김덕희가 하는 행동은 다 받아주지만 속은 그렇다 쳐도 겉보기엔 팔불출 같지는 않다. 오히려 아주 무뚝뚝하게 구는데도 그런 분위기가 묻어나는 게 매력이다.

전형적인 낮져밤이 스타일로 한없이 자상하지만 거칠 때는 아주 거친 상남자.

 

-나를 좋아한다고 했잖아. 그러면 끝까지 놓지 말아야 되는 거잖아. 

-제발 ..옆에 있어달라고 말해.

주인수인 김덕희는 좋은 집안에서 어찌나 곱게 자랐는지, 그 시절의 도련님상 그 자체인 캐릭터.

태어날 때부터 병약해서 어린 시절부터 장귀영이 제 동생마냥 엄청 돌보고 장손이라고 누구에게 혼나지도, 나쁜 소리도 안 듣고 그렇게 어화둥둥 자란 데다가 집 밖에서 놀기보다 안에서 제 머슴이랑만 놀아서 그런지 전형적인 온실 속 화초이다.

이런 애가 집이 망하니 참….

있는 집에서 제대로 배우고 커서 지식도 많고 예의범절도 잘 지키고 반듯하지만 까칠하다. 문제는 다른 이들에게는 살짝 냉정하게 구는 정도이지만 장귀영에게는 엄청나게 신경질적임. 특히 장귀영 근처에 여자가 꼬일 때 은근 패악을 부린다.

장귀영에게는 애들이 떼쓰는 거 마냥 심술 맞게 말하고, 속내와 다르게 겉으로만 툴툴거리는 츤데레 도련님으로 말은 못되게 하면서도 행동은 막 애처롭게 매달리고, 신경질 내고 짜증 내면서도 내용은 걱정하고 이런 식. 타고난 밀당 스킬이 있다.

게다가 곱게 자란 병약 미인 이미지까지. 이러니 주인공이 애달아 하고 환장하나 싶기도.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흥미롭다. 일제 강점기의 극 후반에서 광복 직후 미 군정 시절을 배경으로, 밀려들어 오는 서구문물과 신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이념 싸움이 시작되던 그 시기. 계급제는 무의미해졌지만 무시할 수는 없던 그런 과도기.

외전인 청원은 그 직후인 전쟁 무렵이 배경이 된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심각할 듯싶지만, 내용은 잔잔하게 흐른다. 흐름 속에 그 시대상이 자연스레 잘 투영되어 있고, 격동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릴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본편인 비마중은 머슴이었던 장귀영과 도련님 김덕희의 과거 이야기들과 재회 후의 팽팽한 기 싸움이나 제 마음을 인정하게 된 김덕희와 심술은 부렸으나 결국 도련님 바라기인 장귀영의 감정이 맞물려 이어지는 흐름이 좋다.

주인공이 주인수의 집안에 증오를 가지는 게 당연한데 사랑 하나로 참아내는 것도 대단하고, 온실 속 화초인 덕에 그 사실을 모르는 수가 답답할 때도 있지만 결국 여차여차 서로 잘 이해하고 타협하는 흐름도 나쁘지 않다.

약간의 굴곡 있는 사건이 있어 위기가 오기도 하고, 사건에 얽힌 미군이 좀 짜증 나긴 하지만 마지막이 사이다라서 시원했음.

 

외전인 청원은 본편이 나오고 3년 후에 나와 오랜 텀이 있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희석되지 않고 그대로 잘 느껴진다. 몇 가지 에피소드로 되어있는 외전다운 외전. 분량에 비해 러브에로한 장면들이 꽤 있고 본편보다 더 세심한 묘사 덕에 아주 흡족하다. 거기다 주인공의 오랜 집념과 집착, 애정도 더 잘 나와 있고, 표현에 물꼬 트는 주인수의 변화도 좋았다. 김덕희에 대한 집착과 질투가 폭발한 장귀영의 거친 모습이 나온 에피는 취향이라 좋았음.

서로 마음이 통해 제대로 연애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난 전쟁 통 속에 잠시 떨어질 수밖에 없던 에피는 주인공수의 애틋함은 물론, 특히 김덕희의 애절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주인공인 장귀영이 김덕희를 부를 때는 위치가 뒤바뀌거나 말거나 내내 [도련님]이라 부르며 존칭을 쓰는데, 단 한 번 [김덕희]라고 부르며 반말로 강하게 나오는 장면이 있다. 이 부분은 정말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로 좋다. ㅠㅠb

이후에 덕희의 요청으로 한 번 더 [덕희야] 라고 부르며 절절한 연정을 쏟는 부분 때문에 외전인 청원을 정말 좋아한다. 또 본편의 마무리는 조금 여지가 있으므로, 외전인 청원까지 봐야 과거부터 이어진 모든 일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

 

절벽 위에 핀 꽃을 보듯,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도련님을 어떻게 해서든 제 품에 안고 싶어 하며 오랜 기간 집착을 해오고 나름대로 계략도 있었던 주인공과 내 머슴이 나 말고 다른 데 신경 쓰는 건 죽어도 싫을 만큼 좋으면서도 티 내기 싫어서 오만방자하게 굴던 주인수의 이야기로, 키워드는 스토커 머슴공, 새침한 도련님수, 계략공, 츤데레수, 다정공, 살짝병약수, 첫사랑, 짝사랑 등등

진정한 하극상이라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하는 것을 잘 느낄 수 있는 작품.

 

세상에 도련님과 저 뿐이라면 좋을 텐데요

 

01
잘들어. 나는 절대 너를 안 놓아줘. 나는 너를 얻기 위해서 온갖 더럽고 역겨운 짓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단 말이야. 그러니까 죽어도 놓아줄 수 없어. 네가 울면서 사정한다고 해도 안돼. 전쟁이 나서 나라가 뒤집혀도. 세상이 반쪽이 나든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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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부끄러운 생각이 아닙니다. 저는 한순간도 당신을 원하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당신을 욕보이고 있습니다. 감히 허락도 없이, 감히 입에 담기도 힘든 것을."

"다행이다. 같은 마음이로구나.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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