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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짓
Written by MaRo (마륭옹)
Publication date : 2017.07.17
Book spec: 1권 완결 | 311p | 국판
■Character  | 장해준 (33세,攻), 윤수우 (20세,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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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실패 후, 아버지와의 관계 악화로 집안 분위기가 나빠지고 새롭게 입시 준비를 하기 위해 상경하게 된 윤수우 그런 윤수우를 보살피고자 하는 새어머니가 자신의 딸에게 거취를 부탁하게 되고, 그렇게 남이나 다름없는 누나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한 번도 본적 없던 누나의 남편 장해준과 처음 마주치게 된 윤수우는 강렬한 느낌을 받고, 그와 얽히며 충동적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림에 대한 슬럼프, 집안의 압박, 그리고 누나와 가족에게 들킬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죄책감에도 매형과의 관계를 끊지 못한 윤수우는, 누나와 계약 관계일 뿐이라고 하는 장해준에 대한 욕심이 점점 커져가는데..


마륭옹 님의 이번 신간인데, 예약하고 깜박하던 차에 온 택배라서 무슨 선물 같았다.

표지도 너무 예쁘고. 파본검사하려고 들춰보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서 순식간에 읽어버린 기념 리뷰. 

이런 식으로 금방 완독한게 오랜만이라 즐거웠고 순식간에 읽을만큼 짧은 편이지만 시간가는 줄 몰랐다.

 

―나한테 잘해주면 돼요.좋아해 주고 예뻐해 주고 아껴주고... 그러면 돼요 

주인수 윤수우, 그림을 전공하는 예술적인 감성이 강한 스무 살 청년. 입시 실패 후 아버지의 미움과 폭언으로 상당히 마음고생을 한다. 

새어머니의 부탁으로 서울에 왔지만,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은 누나의 집에 얹혀살게 되어 여전히 불편한 상태. 그림 외에는 다른 곳에 신경을 잘 쓰지않는 무심한 스타일로, 내성적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 말을 잘 하지 않고,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다가 행동하는 타입. 한 가지에 몰입하면 주위를 보지 않는 성격인데 이 때문에 답답한 면이 있다.

 

―너 같은 거 잘못 건드리면 골치 아파질 게 뻔한데...별로 놔주고 싶은 마음은 안 든단 말이지.

주인공 장해준. 사업가이자 윤수우 새 누나의 남편이지만 단순한 계약이기에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고, 누나와의 사이도 타인과 다를바 없다. 때문에 윤수우와의 관계에 전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음. 윤수우를 처음 마주했을 때 강한 끌림을 느낀 것은 마찬가지인지 상당한 집착을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타입의 나쁜 남자같은 느낌. 윤수우가 강하게 나오거나 반발하면 더 강하게 압박하고 무섭게 대하는데 윤수우가 약하게 나오면 당황스러워하고 다정해진다.

 

이야기는 윤수우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입시 실패로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은 부분이나 갓 스무살의 내적 고민이 조금 철없어 보이기도 하고, 이해가 가기도하고.. 아직은 어설픈 시기라 그런지 작은 일을 크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보인다.  

 

진로에 대해 세상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무색하게 누나의 남편을 만나자마자 너무 푹 빠져버린 윤수우. 

설정만 보면 배덕감이 가득해야하지만, 주인공과 새 누나 사이가 너무나도 형식적인 관계라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 되레 과하게 얽매이는 윤수우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정도. 장해준의 대사나 말투가 강해보이지만, 가만보면 더 휘둘리는 편이고 나중에는 수가 하는 행동을 다 받아주는 식이다.

 

손에서 피가 나는 윤수우를 장해준이 도와주는 초반부터 묘하게 야한데, 윤수우가 과하게 신경쓰며 실수하고 어쩔 줄 몰라하니까 건드려달라는 거냐며 대놓고 파고드는 이 첫 만남에서 주인공수의 레벨 차이가 극명하게 보인다.

위험한 어른 남자의 향을 풀풀 풍기는 장해준에 비하면 윤수우는 정말 겁먹은 토끼 수준..

술김에 은근하게 끼를 부리는 윤수우에게 수작은 맨 정신 일 때 하라는 식으로 치고 빠지는 장해준이 너무 훌륭해서...이러니 애가 정신을 못차리지 싶었음. 나쁜 남자임이 틀림없는데 묘하게 잘 해주고 멋있으니까.....(๑>◡<๑)

 

서재의 전구를 갈다가 장해준과 마주친 윤수우가 본의 아니게  몸이 동하던 장면도 좋았는데, 눈치챈 장해준이 나한테 발정하는거 안다며 몰아붙이긴해도, 장해준 입장에선 정말 윤수우가 자신을 열심히 홀리고 있다고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싶다. 윤수우도 묘한 면이 있어서..아무튼 이런 텐션들이 참 좋았음.

경계는 입으로만 하고 나머지는 지나치게 무방비해.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 할지 헷갈려.
어설프게 자극하지 말고 노선 똑바로 정해.
나 곤란하게 해봐야  너한테 좋을 게 없어.

끌리는 감정과 죄책감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하는 윤수우가 어설프지만 나름 선을 그으려고 '매형' 이라는 말을 꺼내는데, 마음에 들지않는다는 티를 내는 장해준의 대사들이 좋다. 

 

수 시점으로 진행되기에 윤수우의 고민이 잘 보이긴 하지만, 냉정히 말해 윤수우는 자신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상쇄해 줄 명분만 찾고자 하는 것 같기만해서 답답..

본인이 책임지기엔 무서우니 장해준이 뭔가 먼저 해주기를 바라며 뻔한 간보기를 하는 윤수우에게 장해준이 대놓고 조신한척 하지말고 적극적으로 굴라며 쎄게 말하는게 시원했다. 이후에도 이런 윤수우의 회피를 비난하며 강하게 몰아붙이는 장해준은 어른남자의 여유인지 안달인지, 겁이 많은 윤수우를 비꼬는 것 같으면서도 정말 너 때문에 돌겠다 식으로도 보이고. 뭐든 좋았지만.ᵔᴥᵔ

 

매형 운운하던 윤수우가 장해준에게 다른 색정의 분위기를 느끼고 누나랑 잤냐며 질투를 드러내는 것도 철부지같지만, 장해준과 누나의 관계에 대한 괴로움을 어필하며  그 계약관계를 정리하고 온전히 나만 좋아해달라는 속내를 점점 드러내는게..얘도 보통이 아닌 건 확실했음. 그러던 중에 나온 씬은 공격적이고 화끈해서 좋았다.....(*´ლ`*) 배덕감이 섞여있어 그런지 불타는 분위기라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음.

 

하지만 누나 캐릭터는 정말 이상했다. 윤수우가 친동생도 아니고, 장해준과의 사이도 생판 모르다가 장해준 친구에 대한 의리를 운운하며 말도 안되게 맺은 계약인데.. 날로 먹듯 횡재했으면 그냥 혼자 잘 놀지... 굳이 윤수우를 부추기는 듯이 행동하는 게 도통 이해가지 않고 별로였다. 장해준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면서 윤수우에게만 심술부린 것도. 물론 조금이나마 감정적 부분이 얽혀있었다면 공수 관계성에 호불호가 있었겠지만. 장해준도 윤수우가 도망가기 전에 대충 정리했으면 좋았을 걸. 어른의 여러 사정을 알기엔 윤수우가 너무 어렸음.

 

미수에 그치긴 했어도 떠난 윤수우를 잡아오려고 했던 장해준의 방식은 좀 별로였다. 

도망간게 괘씸해서 전 처럼 잘해주지 않을거라며 한 동안 차갑게 구는데, 그 동안 윤수우가 답답해서 나도 좀 별로였지만 막상 장해준이 냉정하게 구니까 이건 이거대로 좀 안타까웠다. 나이도 그렇고 본인보다 많이 어린데 좀 봐주지 하는 마음. 

 

이제 거리낄 거 없이 연애할 수 있겠다며 순수하게 기뻐하던 윤수우는 장해준이 조금 화난 줄 알고 금방 풀리겠거니하며 냉대를 견디던 중에 누나와 장해준의 거래를 알고 자신을 물건으로 본 거냐며 상처받는 부분은 좀 찡 했다. (。ŏ_ŏ) 정말 장해준이 너무 차갑고 무섭고. 내가 다 서운한 기분.

 

"왜 그렇게 나한테 못되게 굴었어요? 네가 진짜... 물건 같았어요? 내 몸만 필요했어요?" 
다시 눈시울이 달아올랐다. 그는 한숨을 쉬며 손가락으로 빠르게 고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차라리 그게 가능했다면 좋았겠군." 
그건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는 소리였다. 

"네가 갖고 싶었어." 
"..." 
"그래서 네 주변을 다 잘라내고 아무 생각도 못하게 망가트려 버리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요?" 
"잘 안 되더군." 
"왜요?" 

"자꾸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자신을 좋아하는 티를 안 내는 게 섭섭해서 다른 사람 만날거라고 또 다시 철 없이 구는 윤수우에게 제대로 열받은 장해준. 몸을 빌미로 같잖은 협박을 하는 윤수우의 버릇을 고치겠다며 진짜 업소에 데려가 겁 주는 장면도 괜찮았던게, 보통은 이건 좀 개새 짓이다 싶었겠지만 수가 철부지처럼 이상하게 애정을 떠보는 습관이 짜증나던차라 개인적으로는 시원하게 느꼈음. 정말이지 이런 식으로 떠보는거 너무 싫어해서.. 그래도 결국엔 져주는 공이기 때문에 이 장면이 괜찮게 보였다.

윤수우가 어떻게 한 번을 안 져주냐며 오열하는데, 잘해 줄 생각없다던 장해준이 여기서 폭풍 당황해가지고는ㅋㅋ윤수우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이렇게까지하려는거 아니었다며 달래주는게...아주 좋았다. ๑>◡<๑)..

 

애정을 확인하는 것도 거칠고 좋음. 몸으로 화해하던 윤수우가 장해준이란 같이 하고싶은 것들 작은 것까지 하나하나 다 말하는 것도 은근 귀여워서. 아무튼, 이 부분을 기점으로 윤수우에게 완벽한 우쭈쭈 모드로 넘어간 장해준은 스무살 예쁜 애인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많은 부자 형으로 거듭난다.

 

몸만 취할것처럼 굴 때도 차 사주고. 집에 작업실 만들어주고, 학교 보내 주고, 손에 물 묻히는거 싫어서 가정부 쓰게하려고 하질 않나. 직접 윤수우에게 요리까지해서 바치는 장해준.. 그렇게 자기를 예뻐하고 잘해주기만 하면 도망갈 일 없다는 윤수우의 말에는 세상 요망한것!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연애하자는 둥 꼬시는 윤수우야말로 고단수다 싶고, 당황해서 멍때리는 장해준도 웃겼고. 이런 류의 전세역전 너무 좋은 것. 

 

장해준 시점의 외전도 흐뭇하다. 심각한 회의 중에 윤수우가 술 취한채 연락오니까 바로 자리뜨는거며, 여행도 그렇고 일이 더 많아질까봐 높은 자리 받는 거도 싫어하고 윤수우 생각만으로 꽉 차서는.. 윤수우가 운전을 너무 험하게 하니까 차 사 주고도 걱정된다고 못하게 하는 게 팔불출이 따로 없다.

 

 [윤수우 말고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시간이 이렇게 또 늘어간다.] 라고까지 하는 장해준의 대사는 내 안의 명대사 인걸로. 나쁜 놈 같았는데 결국 멋진 공이었어!! 하는 흐뭇함에 굴러다니게 한 문장이다. 

 

따지고보면 처음부터 윤수우에게는 결국 늘 져주기만 했던 장해준.

나쁜 어른 남자같았지만, 마지막까지 다 윤수우가 내심 원하는대로 하나하나 다 해줬기에 세상 다정하게 느껴진 주인공이 아닐 수 없다. 주인수인 윤수우 캐릭터도 초반과 달리 후반 갈수록 귀여워지는데 이렇게 달달해질 무렵에 이야기가 끝나서 아쉽다. 열두살, 사이의 연희승이 윤수우의 후배로 등장하는데, 다 같이 나오는 이야기도 기대해보고 싶어지고.  

 

중심 키워드는 개인적으로 불호나 마찬가지인 불륜이지만, 생각보다 더 깔끔한 관계성 때문에 불호로 안 느껴진 것이 장점.

전체적인 내용 흐름도 괜찮았지만 그래도 서류정리가 좀 더 빨랐으면 좋았을거란 생각은 들었다. 불륜이라고 할 수 없는 누나와의 관계에 윤수우가 워낙 감정 소모를 많이해서, 제대로 연애하고 난 뒤의 달달함은 그에 비해 약간 정도만 볼 수 있던 점이 아쉬워서 뒷 이야기가 더 고프다. 

 

둘은 나쁜 짓을 하는 데 보는 사람은 흐뭇해 지는 이야기로, 전체적으로 짧은 분량에 비해 알찬 내용과 적당한 배덕감이 있는 야릇한 분위기가 좋았던 작품. 언젠가 함께 여행하는 후일담을 보고 싶다는 감상으로 마무리. ☻

그는 놓아줄 마음이 없고 나는 붙잡히길 원한다
..사실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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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놓아준 거 후회 중이야. 다 잡았는데 놔주는 짓거리 또 할 생각 없어. 다시 걸리면 그땐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할 작정이야."

그가 내 손가락에 깍지를 끼웠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니까 계속 수작 부려. 넘어가 줄게."

안 돼. 이건 아니야. 잘못된 거야. 정신 차려. 도망가. 거부해. 아니라고 말해. 싫다고 해.
"제발.."

02
"관심달라고 찌른 게 너 아니었어?"
"그런 적 없어요."
"난 그렇게 보였어."
"그래서 나만 나쁜거예요?"
"네가 나쁜 거면 나도 나쁜 거겠지."
"그런데 왜 나만 괴로운 건데요?"
"너 괴롭게 만드는 건 같잖은 양심 때문 아닌가. 이쪽은 거리낄 게 없어. 거기까지 장단 맞춰주길 원해?"
"도망치고 싶어져요. 그러길 원해요?"
"이제와서 가능할 거라 생각해?"
"..." (중략)

"원하는 게 있으면 지금처럼만 해. 그럼 다 들어줄 테니까. 미친놈 처럼." 


 

[마륭옹] 열두살, 사이 (2016)

열두살, 사이 Written by MaRO(마륭옹) Publication date : 2016.05.01 (초판) / 2018.10 (2판) Book spec: 1권 완결 + 소책자 1권 | 470p | 국판 ■Character  | 현태일 (攻,28→32세), 연희승 (受,16→2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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