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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살, 사이
Written by MaRO(마륭옹)
Publication date : 2016.05.01 (초판) / 2018.10 (2판)
Book spec: 1권 완결 + 소책자 1권 | 470p | 국판
■Character  | 현태일 (攻,28→32세), 연희승 (受,16→2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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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하지만 재능이 없어 번번이 고뇌하는 연희승은 미를 추구하는 만큼 상당한 얼굴 밝힘증. 남녀노소 불문하고 제 눈에 차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던 열여섯 살에 처음 만난 옆집의 잘생기고 멋진 어른 남자 현태일에게 한눈에 반해 마음고생하다가 자신만을 특별하게 대해주는 그와 사귀지는 않지만 연애하는 듯한 사이로 지내게 되고, 그렇게 3년. 이제 성인이 코앞인 열아홉 연희승은 드디어 옆집 남자와 연애를 시작할 수 있게 되는데..


올해 5월 신간으로 띠동갑 연상연하 커플의 이야기이자 주인 수의 성장물이다.

주인수인 연희승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후반 외전에 주인공 현태일의 시점이 잠깐 나온다. 그냥 연애하는 이야기인데 연애 과정이 참 길고 흥미롭다. 

소책자 한 권이 있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라 이건 따로 써야 할 듯. 그나저나 이번 5월 신간 중에 유일하게 파본 걸려서 간만에 교환도 한 책.

 

-나 진짜 꼬시려고 한 적 없어요. 

그런데도 아저씨가 자꾸 나보고 꼬신다고 하는 건 혹시 나한테 넘어오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

일단 주인수인 연희승이 귀엽다 상당히. 

화자인데다 어린 나이에 철부지 같은 면이 있으면 사실 불호이기 십상인 설정인데도 불구하고 성격이 너무 마음에 든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또래 남자애답고, 그림은 좋아하지만 없는 재능때문에 속상해서 살짝 반항도 해보고. 쓸데없는 오지랖도 부리다가 쎈척도 해보지만 결국 현실의 벽을 마주하기도 하고. 

미(美)적 감각이 유별나서 성별 상관 없이 눈에 차는 외모 때문에 남자한테 반해서 땅 파는 것 말고는 아주 평범한 남고생 느낌인 게 좋았음. 

또래들끼리 있을 때의 에피소드에서는 안 그런데 주인공인 현태일과 있을 때 그 차이 때문인지 행동이 귀여워 보인다. 

이 첫사랑을 어떻게 감당해야할 지 몰라서 갈팡질팡하는 질풍 노도의 모습을 보일 때마다 사랑스러워지는 듯.

10대와 20대를 걸쳐있는 청춘이라 상당히 저돌적이고 욕심이나 욕망같은 거센 감정들을 감추지 않고 밀어붙이는 게 장점. 특히 질투만큼은 숨기지 않는데 그게 그렇게 좋더라.

 

-흔히 개새끼 기질이라고들 하는데, 도망치면 일단 잡고 싶어지는 습성이 있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거슬리니까 잡아서 물어뜯는 거지. -내가 그래.

주인공인 현태일은 어찌 보면 클리셰적인 부분이 많이 있는 캐릭터. 하지만 보통 10살 차이 이상의 연상공이라면 키다리 아저씨적인 면모가 강할 수 있는데 현태일은 그런 부분은 적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연희승과 처음 만났을 때는 스물여덟. 솔직히 얘도 젊은 건데... 하면서 살짝 당황할 무렵, 화자가 주인수였기에 스물여덟의 현태일이 어른처럼 그려졌을 뿐, 막상 내용을 보면 현태일 역시 딱 그 나이다운 행동을 한다 싶었다. 

열두 살 이나 어린 남자애에게 끌리는 것에 당황스러워하고 그러면서도 놓지는 못하겠고 신경 쓰이고 보고 싶어 하고 어린애한테 휘둘리는 거 같아 싫기도하고 내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 하는 감정의 혼란이 주인수가 서술하는 그의 행동에서도 너무나도 잘 보였달까.  

오히려 연상의 어른 남자로서 무조건 수를 다 받아주는 식이었다면 좀 식상해질 수 있었을 듯. 

사실 공의 직업이나 라이프 스타일도 그렇고 전형적인 나쁜남자 클리셰였기에 걱정했는데 이 작품의 현태일은 연애감정에 대한 방황으로 아슬아슬하게 그런 느낌을 빗겨나가서 좋았다는 감상.

 

술, 작정하고 마시는 건 오랜만이라 조절이 안 됐어.
그래서 상태가 이따위지.
무슨 뜻인 줄 알아?
나쁜 짓 하기에 적절한 상태라는 소리야.
그리고 내가 이따위가 된 게 아무래도 너 때문인 것 같은데...
..
정말 나랑 얘기하기 싫어? 싫으면 안 될 텐데?
내가 개같이 굴면 어쩌려고.

 

평소에는 어린 연인에게 다정하고 넉넉하게 대해주지만 술에 취하면 그런 거 다 날려버리고 나이 차이고 뭐고 고약하게 굴거나 낮져밤이인 것도 좋았다. 연희승 말이라면 다 들어주지만 침대에서는 울고 애원해도 눈 하나 깜빡안하고 일단 하던 거 하고 나중에 다정하게 구는 부분도 좋았음. 다정한 척 제 하고픈 거 다 하는 능구렁이 같은 면은 장르 불문 역시 취향이 느껴지는 포인트.

 

"진짜 못돼 처먹었어! 치사해요! 아저씨처럼 애매하게 구는 사람이 제일 나쁘다고요!"
"...들어가."

나를 두고 가버리는 그의 뒷모습에 억울해져 나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쳤다.

"안 받아줄 거면 흘리지 말라고요! 이 씨발놈아!"

 

아직 무서울 게 없어 사랑하나에 불도저처럼 달려드는 연희승과 귀여워하고 아껴주다가도 막상 연희승이 달려들면 한 걸음 물러서는 현태일. 연희승이 안 받아줄 거면 흘리지 말라며 소리치는 장면은 은근 청량감이 느껴지는 대사이기도 했지만 연희승의 절절한 심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나도 나이가 있어선지 현태일의 갈팡질팡한 마음도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아 어쩐지 현실감이 느껴져서 찌잉했다 괜히. 

 

좋아하는 애가 달려들어도 막상 받아주기에는 애매한 상황.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설득하자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애매한 감정들. 

작가님이 이런 감정선을 잘 묘사해서 그런지 상황 시뮬레이션이 굉장히 잘 되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딱 연애하기 전까지의 썸 타는 과정과 들쑥날쑥한 감정 선들이 주가 되는 전개로, 전체적으로 특별한 사건이나 고비가 있지는 않다. 아, 연희승이 엄마 일 때문에 멀리 갈 뻔한 게 그나마 외부 장애 요소였지만 그마저도 너무 금방 해결되었고.

약간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키워드는 역시 공에게 과거부터 따라붙어있는 여자가 있단 점. 이것 역시 칼 같은 현태일의 성정으로 쉽게 해결된다. 개인적으로는 연희승이 마음을 자각하고 숨기지 못하는 질투를 발현시키는 키워드이기 때문에 난 좋았음.  

 

그러고 보니 주인수는 연애 전부터 질투의 화신이었는데 반해, 공은 그전까지는 담백한 냥 굴더니 연애를 시작하고나서는 숨길 필요 없다는 듯 아주 별거 아닌 거에도 집착하고 질투하고 난리도 아닌 것도 즐거운 포인트였다.

 

아무튼 연희승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성인이 될 때까지 3년이나 옆에서 가만히 인내한 현태일은 대단한 건지 미련한 건지 애매했지만,

정신력이 강인한 것만은 틀림없겠다 싶음. 연애 아닌 연애를 하다가 연희승의 생일이 지나 스물이 되자마자 제대로 연애하자는 말과 함께 바로 베드 인하는 시원스러운 전개는 확실히 좋았다. 역시 이런 취향.. 질질 끄는 것보다는 해야 할 때 밀어붙이는 게 좋다. 

 

에로 장면에서의 더티 토크는 적당하고 귀여운 수준. 내 기준 더 해도 좋았는데...... 이 부분 살짝 아쉽...(?) 

어린 연인과 제대로 연애를 시작했을 때 그가 어디 가서 당당하게 자기 직업을 말할 수 있도록 현태일이 하던 일들을 정리하고 합법적(?)인 일로 전환한 것도 멋졌다. 별로 없는 키다리 아저씨 포인트랄까 뭔가 뻔한데 멋있어...... 같은 느낌.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문체가 군더더기 없이 시원스레 넘어가는 것도 이런 느낌에 한 몫하는 것 같았다.

 

아쉬운 점은 단 하나.

단권에 470페이지나 되는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둘이 연애를 시작하고 에로해지는 것이 300페이지 다 되어서 나왔다는 점이... 크흡. 

아니 진도 왜 이렇게 느려?!!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읽을 때는 앞에 과정들이나 연희승 친구들의 잔망스러운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어서 사실 느린지도 몰랐었다. 친구들 찰진 대사들 하며 웃기고 귀여워서ㅋㅋㅋ 아무튼 후반 가서야 깨달았다. 분량에 비해 러브씬이 많지는 않았구나.......하고. 

그래도 후반에는 꽤 몰아치는 편이었지만. 연애한 뒤의 에피소드를 더 보고 싶긴하다. 썸 과정이 정말 길었던 커플이지만 그 과정이 무척 재미있던 커플이기도.

 

큰 기대 없이 펼쳤다가 생각보다 더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후다닥 읽어내렸다. 다른 덕질 하느라 원치 않게 잠시 소설 휴덕 모드였는데 다시 뽐뿌를 받았다. 

단권에 분량이 상당하지만 경쾌한 내용에 가볍게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이다. 

 

그럼 우리 연애할까.
하자,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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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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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한다는 건 그런 거였다.

교통사고 혹은 자연재해 같은 그런거. 그렇게 예고 없이 찾아와 몸과 정신을 뒤흔들고 나의 일상마저 파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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