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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ssage (the light:외전)
Written by Joy 조이(조반유리)
Publication date : 2016.06.23
Book spec: 1권 완결 | 371p | 국판
■Character  | 이안 소로 (攻), 세인 워커 (=스카,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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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사건 후 친구보다 가깝지만, 연인인지는 확실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안과의 관계에 희미한 불안감을 느끼는 스카. 이안과 사랑을 나누거나 주위 사람들의 증언에 그나마 불안감을 누르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옆집의 에리카가 초대하면 크리스마스 파티에 간다며 동료에게 이야기하는 이안을 보고 다시금 이안과의 관계를 고민한다. 게다가 이안은 자신의 직장동료에게 스카를 [아는 사람]이라고 지칭하기까지. 자신과의 관계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한 이안에게 실망한 스카는 이안을 피하기 시작한다.

한편, 갑자기 거리를 두는 스카를 보며 이유를 몰라 초조해하는 이안은 듀커 키스가 개인적인 복수를 겸하여 [이안소로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오로지 스카를 중심] 으로 했던 행동들을 세세하게 기록한 보고서를 올리는 바람에 자신의 연애 행각이 여기저기 알려져 곤란을 겪는다. 

보고서를 받은 마스터 맥스는 규칙을 어긴 이안에 대한 징계 겸 휴가로 스카와 함께 요크셔 지방으로 출장을 가서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라고 지시한다. 서먹해진 사이에 사건해결을 위해 떠난 이안과 스카. 

도착하자마자 이안은 혼령 '제이든 스콜'의 농간으로 자신의 몸을 그에게 빼앗기고 '리암 코너'라는 대학생의 몸에 들어가게 된다. 

제이든은 몸을 되찾고 싶으면 랭위스 대학의 연극 무대에 스카를 올리고 무사히 무대를 마치게 할 것과 스카에게 절대 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말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의 내기를 건다. 그 사이 제이든은 이안의 얼굴로 쓰레기였던 명성에 걸맞은 언행으로 스카에게 상처 되는 말을 하고, 그도 모자라 리암의 친구이자 연극의 각본가인 에반에게 치근덕거린다. 안 그래도 거리감을 두는 스카때문에 안달 난 이안은 그 모습을 보며 분노하지만, 타인이 되어 솔직하지 못했던 자신과 극심한 외로움을 겪고 있는 스카를 3자 눈으로 보며 둘 사이의 문제를 깨닫고 반성을 거듭하며 모든 것을 되돌려 스카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더 라이트의 외전으로 이제 잘 통했거니 하고 안주하다가 상대방의 불안함을 눈치 못 채서 고생하는 이안과 겁이 많아 여전히 짝사랑하듯 불안함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하는 스카의 이야기. 본편에서는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라는 것이 주제였다면 이 외전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 늘 사랑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라는 것이랄까?

 

[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각주:1]

이야기의 도입부와 이안이 마스터 맥스에게 받은 샤를 페로의 책의 서문으로 나오는 이 문장처럼 이야기는 '외로움' 과 '귀신'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안과 감정적 관계가 되자 전보다 더 사소한 부분이 신경 쓰이지만 정작 말로 할 수 없어 이안의 곁에서도 외로운 기분을 느끼는 스카. 나이젤의 말처럼 무심하고 도도해 보이지만 사실은 겁이 많았을 뿐, 스카의 외로움과 두려움이 본편 보다 더 자세히 나온다. 스카가 왜 이안에 대해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지, 체념은 왜 그렇게 빠른지, 어째서 저렇게 무심한 척 하는지 등등 충분히 이해가 되고. 어린 시절이나 다 큰 성인이 되어서나 스카의 이런 모습들을 보면 확실히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스카가 품은 외로움을 전혀 몰랐던 이안이 고생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안이 직접 잘못한 것은 없어서 안타깝다. 그런데도 오해가 만들어진 상황이나 관계는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게 아이러니. 이안이 느끼는 답답함에 공감하면서도 또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렇게 사건이 시작되자마자 혼이 뒤바뀐 이안이 리암의 몸으로 스카에게 하는 행동들은 전에 없을 정도로 솔직하고 달큼하다. 그래서 이안이 막상 잘못한 일은 없었지만, 스카랑 잘 된 후 진작 이렇게 행동했으면 좋았잖아?! 하는 생각은 들 수 밖에 없었음. 어찌나 열렬한지.... 

스카가 리암(의 몸을 한 이안) 에게 끌리는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졌고, 둘 사이에 오가는 그 촉촉한 느낌을 주는 묘사나 리암이 또 연하니까 그 모습에 충실한 이안이 스카에게 존댓말을 쓰면서 낯 뜨겁게 구는 그런 장면들이 몹시 취향이었다.

 


"그럼 내가 키스하지 않게 두 가지만 약속해 줘요."
"...뭐?"
"나에게 반하지 마요."

예상 외의 폭투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슬쩍 스카를 돌아봤다.
스카는 그의 얼굴에 엇말려 올라간 입술 끝을 노려봤다.
그가 요사스런 웃음을 흘리며 뇌까렸다.

"나도 당신에게 굳이 키스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안은 스카와 닿고 싶어 안달 난 상태라 야한 말을 잔뜩 하는데, 육체는 리암이니까 이 몸으로는 스카의 몸에는 손가락 하나 스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점이라든가,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본능처럼 유혹해대며 스카에겐 절대 이 몸(리암)한테 반하지 말라고 으름장 놓는 그런 모습들이 흐뭇했다. 그 때문에 말로라도 욕구를 풀겠다는 듯 상당한 수위로 내뱉지마는.

그러다 또 못 참겠다고 그냥 해버릴까 오락가락 바뀌는 거나, 자신의 진짜 육체를 차지한 제이든이 혹시라도 자기 몸 함부로 굴릴까봐 확인하는 유난스러움 같은 게 또 이안 본인다운 투정 같아서 귀엽고 좋았다.

몸이고 마음이고 스카 외에는 안 된다고 못 박는 게, 얘가 정말 런던의 쓰레기가 맞는지 싶기도 하고 ㅋㅋ

확실히 본편에서 부족하다 느낄 수 있었던 이안의 순정적인 면을 여기에서는 넘칠 정도로 보여줘서 이안에 대한 애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마스 캐롤의 스크루지처럼 제이든을 통해 스카의 과거와 현재를 보게 된 이안이 자신의 사소한 행동에 스카가 상처받고 뒤돌아서는 걸 보고 가슴 아파하며 과거와 현재의 이안 소로를 때려 죽여야 한다고 발광하는 것도 귀엽지만, 속상한 마음도 몹시 잘 느껴져서 뭉클했다. 

 

이안의 잘못이라면 왕년에 좀 놀았다는 점과 그만큼 둔했다는 거 정도가 아닐까. 따지고 보면 현재는 성실해졌으니 둔한 것만 문제일 뿐, 저렇게나 스카를 좋아하는데....

게다가 스카가 이안의 몸이 바뀐 사실을 알자마자 이안의 5분, 그 기억의 주마등을 보며 오열할 때는 결국 나도 울컥했다.T^T

이안은 스카를 만난 이후로 오로지 스카 하나밖에 모르는 진성 바보에 얘 인생에 빛나는 순간들이 전부 스카밖에 없었다는 걸 보여주는 그 장면들은 하나하나가 정말 보석 같았다.


그는 '세인' 이라고 제대로 적으면서도 셰인 이라고 발음했다. 
몇 번이나 그렇게 적으며 즐거운 듯 이름을 되뇌었다. 

'셰인, 셰인 맥시밀리언 킴 워커...'

창밖으로 혼자 걸어가는 어린 스카의 뒷모습이 보였다.
소년 이안은 여전히 턱을 괸 채로 그 모습을 응시했다.

스카가 회상하던 예전 일들과 맞물리며 그걸 이안 시점으로 보여주는 것들도 너무 좋았음. 

어린 시절 학습 발표 때, 스카의 존재를 잊고 발표를 마무리하려던 선생에게 누군가 [세인 워커가 남았다]고 말하는 부분. 스카의 회상에서도 예상은 했지만, 말한 것이 역시 이안이라는 것과 그것도 손 번쩍 들고 했다는 게 너무 좋았다.

 

학업에 관심도 없는 소위 노는 녀석이나 다름없는 이안이, 조용히 자신의 풀네임을 말하는 스카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귀담아 듣고 노트 귀퉁이에 [세인 맥시밀리언 킴 워커] 라고 받아 적으며 세인 발음도 똑바로 못하고 셰인이라고 중얼거리는 거 너무너무 사랑스러웠음..탄광에 갇힌 스카를 꺼내 주려고 돌 파헤치던 것도 그렇고. 

 

자신을 흐릿하게 생각하는 스카에게 [반짝하고 확실하게 너 거기 있다]고 알려주는 게 늘 이안이었다는 느낌인데, 이렇게 이안이 어릴 때부터 새초롬한 순정을 가지고 있던 거나 에스퍼 일을 하며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는 스카의 곁에서 그의 감정에 공감하고 늘 지켜봐 준 것까지. 이안이 생각보다 더 괜찮은 녀석이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너무 멋있는 거 아니냐고.....ಥ_ಥ

 

사실 이안도 어린 시절 과거 보면 부모나 환경 모두 너무 암울하게 자라서 불쌍하기 짝이 없다. 이런 애가 스카를 보고 까맣고 하얗고 예뻐서 심창이 철렁했다는데, 본인도 사랑받고 자란 게 아니라 한눈에 반했어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라 그냥 쌓이는 채로 내버려 둔 느낌. 그러니 본인도 제 마음에 대한 정의를 최근에 깨달은 건데 그러는 동안 스카의 오해는 밑도 끝도 없이 깊어져 있는 대로 고생하게 된 것. 

순정남인 건 알았지만 이렇게 맹목적이었다는 것은 새삼 또 좋아지는 설정이었다.

 

그렇게 보는 내내 이안이 스카의 마음 몰라주는 게 안타까웠는데 이런 부분들을 보면 스카도 이안 마음 모르는 건 매한가지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안에게 인생에 유일하게 좋은 게 스카라면, 스카에게도 자신을 뚜렷하게 보는 존재가 이안이라는 느낌으로 서로에게 빛 같은 존재라는 게 본편과 이어지는 것 같아 자연스럽기도 했고.

 

사건 배경이 되는 이야기의 중심인 랭위스 대학생들과 5명의 혼령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작가님이 또 이런 배경 요소가 되는 이야기나 조연들, 정말 이름만 나오는 등장 인물에게도 사연과 이유를 세세히 그리는 타입이라 그런지 혼령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다 짠해서 대충 넘기지도 못하는 그런 게 있다. 외전의 해피 얘기는 정말 눈물 날 뻔... 또 스카처럼 잊지 않았던 이안한테는 또 치이고.

여튼 처음 이안과 내기하며 이안의 몸을 강탈한 제이든 역시 그렇게 악령처럼 굴더니.. 반전 직업에 사연은 또 짠하고 안타까워서 나중에는 떠나는 게 아쉬웠을 정도였다. 마지막까지 친구들 생각이라니 세상 좋은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T⌓T)... 제이든 5분의 빛 주마등은 찡해가지고..... 

 

사건이 마무리된 후, 이안과의 관계를 확신하게 된 스카가 이젠 속내를 참지 않고 [너 내가 가장 좋지?] 라며 말하는 장면은 몹시 사랑스러웠다. 스카가 소심해서 그렇지 은근히 귀여운 타입이었는데, 이안이 일하는 도서관 창밖에서 이안을 훔쳐보다 걸렸을 때도 부끄러우니까 유리창 닦은 거라며 변명하다가 창문을 전부 닦고 가는 그런 귀여움이 있었다.

 

스카가 이렇게 귀엽게 굴며 치우고 정리할 때마다 나로 더럽히고 싶었다는 둥, 넌 [가장]이 아니라 [유일하게] 좋아하는 존재라고 하는 이안도 좋았다. 

이안이 혼령에게 몸을 빼앗긴 이유가 스카에게 도둑 키스를 하던 버릇 때문인데 스카가 이유를 물으니 말 돌리는 식으로 빠져나가는 걸 보면 이안도 의외의 면에서 스카처럼 귀엽다.

듀커가 이안 엿 먹이려고 작성한 보고서 내용만 봐도 그렇고, 스카 한정이지만 이안의 팔불출 같은 사소한 부분들을 보다보면 참 가지가지 한다 싶다. 

 

씬에서 갭도 너무 좋은데, 많지 않아도 한 번 시작하면 몇 페이지에 걸치는 것 또한 장점. 작가님의 개성 있는 묘사와 더티 토크가 꽤 하드한 느낌이 들지만 이안이나 스카에겐 꽤 어울린다.

리암의 몸으로는 어떻게든 스카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게 언제냐는 듯, 이안이 제 몸으로 돌아오자마자 시간을 멈추고 길에서 밀어붙인 장면은 훔쳐보는 기분이 들어서 부끄러웠음... 

이안 녀석 많이 참았다지만 어떻게 거기서 그렇게.....(*´ლ`*) 물론 받아주는 스카도 보통이 아니었고. 

 

아무튼, 이 시리즈 중에 제일 꽁냥대는 느낌의 연애가 아닐까 싶을 만큼 이안과 스카 커플이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외전.

 

그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구나. 그때 처음으로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한동안 제 말대로 변했죠. 더 좋고 멋진 사람이 됐어요.
그건 그 따위 사람이 자기 인생을 걸어도 좋을 만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 거예요. 
그 사람이 가진 모든 것 중에 유일하게 좋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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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그의 머리 위로 쏟아진 외등의 빛 때문에, 거인처럼 길쭉한 그림자가 스카를 덮쳤다. 그의 입가에는 장난스런 미소와 초조한 진동이 같이 공존했다. 그는 쏘는 시선을 보내며 느닷없이 졸라댔다.

"그러지 말고 말해 줘요, 스카."
"...."
"당신과 이안의 사이가 정말 개인적이고, 농염하고, 미친 듯이 섹시한 관계라고요."

농담처럼 수작을 걸지만 필사적인 눈빛이다.

"말해줘요. .. 응? 제발, 스카..."
"..."
"나에게 그냥 미친 듯이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해 주세요."

02
그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런 장면을 무수하게 겪었다. 이 숨소리, 이 감각이 뜻하는 의미를 알고 있다. 그는 이제 검은 터널을 갈지 모른다.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

"이안!" 스카는 울컥하여 외쳤다.

"거기 아냐, 돌아와, 당장!"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인생에 한 번은 내 말 좀 들어라!"

 


  1. 고대시인의 침연의 시문 인용 [드라이아스] 중 -시 [김경주 작] 이안이 받은 샤를 페로 책의 첫 글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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