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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 문화생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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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에 비가 내리면
Written by 유우지  Yuuji
Publication date : 2003.09.15(초판) / 2005.05.29 (2판) / 2009.07.16 (3판)
Book spec: 1권 완결 /343p /신국판
■Character  | 권정무 (攻), 김재영 (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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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김재영은 시골에서 우연히 어떤 소년을 만나게 되고 나름 마음을 열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소년을 볼 수 없게 된다. 

그 후,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온 김재영은 지인의 손에 맡겨져 평범한 학생으로서 밝고 평범한 학창 생활을 보낸다. 그리고 중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추억 속의 소년인 권정무를 우연히 알아본다. 고등학생인 권정무는 일대에서 꽤 유명했고, 김재영은 일부러 권정무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약간의 해프닝으로 인연을 맺고 같은 학교 안에서 선후배가 된 두 사람. 넉살 좋은 성격의 김재영과 그런 김재영을 알게 모르게 챙기는 권정무. 

둘의 친분은 점점 깊어져 가고 비록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린 시절 만났던 권정무에 대한 호감이 사랑이 되어버린 김재영. 

권정무 역시 어린 시절 만난 소년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 아이가 겪었던 고통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후회하고 있지만 그게 김재영인지 모른 채, 그냥 어린 시절 예쁘장했던 아이의 모습으로만 아련히 추억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린 시절의 예쁘장했던 아이와 닮은 김재영의 친구 신준희에게 관심을 두게 된 권정무. 하지만 신준희는 이미 자신을 구해주었던 김재영을 좋아하고 있었다. 졸지에 짝사랑 상대와 연적이 되어버린 김재영은 단 한 번 신준희의 부탁을 들어준 것으로 권정무의 분노를 사고, 그렇게 짧았던 둘의 인연은 또다시 끝나버린다. 

그리고 십수 년 후, 사귀던 애인의 보증을 섰다가 사채를 떠안게 된 김재영은 우연히 알게 된 어린 소녀의 아버지이자 채권자인 대부업체 사장 권정무와 다시 재회하게 되는데..


같은 공기 마시기의 첫 번째 외전이자 스핀오프로, 본편 윤해신의 친구 김재영의 이야기. 

본편에서 살짝 언급 식으로 나온 김재영의 사정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서브 커플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본편의 인기를 웃돌았던 작품. 

 

선배. 어떻게 하면 날 미워하지 않을 거예요? 

주인수 김재영은 늘 밝고 일대에서 알아주는 마당발로 사교성이 매우 좋아 학창시절부터 주위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 타입으로 성향에 대해 주변인이 다 알고 있어도 웃으며 받아 줄 정도로 대인관계가 좋다. 

다소 불편하고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지만, 그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항상 누군가를 사귀고 사귈 때만큼은 최선을 다해 사랑을 퍼주지만 어쩐지 늘 차이는 쪽이다. 

 

예전부터 난 뭐를 하건 네게 이긴 적이 없었잖아. 앞으로도 죽 그럴 테지만. 

주인공 권정무는 학창시절 싸움을 비롯해서 좀 거칠게 굴긴 하지만, 주위에 좋은 친구가 많은 걸 보면 대인관계는 좋은 편. 무뚝뚝하지만 친해지면 장난도 치고 다정한 면도 곧잘 보여주는 소년이었다. 그 후 십수 년간 겪은 일들로 된 과묵하고 건조하게만 변한 현재는, 젊은 날의 실수로 애가 있는 미혼부로서 가업인 사업체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본편과 달리 신파적이고 조금은 피폐한 면도 있다. 꽉 닫힌 해피엔딩이긴해도 일단 김재영의 어린 시절부터가 너무 마음 아픈 것.. (ಥ_ಥ)

거기다 말수 적었던 아이 김재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던 아이였던 권정무도 애틋해서 그랬는지, 어린 시절 헤어지는 장면은 꽤 찡하다.

 

고교 시절은 그와 달리 어릴 때와 달리 넉살 좋고 밝아진 김재영과 살짝 거칠어진 권정무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현재의 사장 권정무에 비하면 고교시절 권정무는 참 귀여운 편이다. 

고교 시절은 학원물다운 재미도 있고, 자취하는 권정무네 집에 자주 놀러 다니다가 결국 옆집으로 들어간 김재영의 소소한 일상과, 호감에서 애정으로 넘어가는 감정선들이 좋았다. 분위기도 부드러웠고. 이렇게 차곡차곡 감정이 잘 쌓이다가 갑자기 인연의 끝이 와서 더 안타깝다.

크게 비중은 없다 해도 헤어짐의 원인이자 둘이 다시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게 한 존재인 신준희. 얘 사정이야 어찌 되었건 내 기준 이물질 그 이상이하도 아니었음.너만 아니었어도...ಠ∩ಠ...뭐랄까 캐릭터 성격도 싫은 타입이고 그냥 언급 자체만으로도 싫어서 이 부분이 좀 개인적으로 장벽이긴 했다. 

 

재회 후엔 사채업계의 큰손이 되어 많이 건조해진 권정무가 어릴 때와 성격이 많이 달라져서 당황스럽긴하지만, 이야기가 흐를수록 다시 재영에게만 보이는 다정한 행동들이 과거와 비슷해져 가는 게 좋다. 권정무 딸이 김재영을 곧잘 따르는 거나 김재영이 애 돌보는 모습도 과하지 않아서 괜찮았음.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김재영은 비록 손해 보는 일이 많기는 해도, 불행한 일을 겪어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굴하지 않고 웃어넘기려 하고 사랑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초반에는 사실 미련해보였는데 나중에는 너 이녀석 화이팅.. 하는 마음이 된다. 애가 캔디같은 구석이있음. 

그렇다고 막 착한 것도 아니고 적당히 놀면서 적당히 약아빠진 행동들도 잘하고, 쾌활하고 그런데도 근본적인 외로움 때문인지 안쓰러운 면이 있다. 

그래서 사실 권정무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오해하고 매몰차게 내칠 때는 솔직히 짜증 나긴 했다. 

못 알아보는 것도 모자라서 재영이 마음도 몰라주는 바보공 같으니. 

고교 시절 화가 난 것도 신준희가 아니라 그냥 재영이가 다른 사람 만나는 게 싫었던 거고 현재도 마찬가지인 거 보면. 재영이 마음은 커녕 그냥 자기 마음도 몰랐던 진성 바보였던 권정무. 제 사람 못알아 보고 오랜 시간 땅판 건 자승자박이긴 한데, 그 사이에 재영이가 고생한 게 안타까워서 휴...

 

재영이 떠난 후에야 그때의 아이가 재영이라는 것과,학창시절에도 지금도 자신은 재영을 계속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은 권정무가 후회하고 찾아다닐 때는 후련하긴 하지만 너무 빨리 찾아내서 살짝 아쉽긴 했다. 좀 더 고생해도 됐을 텐데 하는 그런 심술이 생기긴 했음. 

 

아무튼, 처음은 어린 시절, 두 번 째는 고교시절. 운명 같았던 인연은 늘 오해로 끊기고 세 번 째에야 겨우 마음이 통하게 되기까지, 김재영의 행복 찾기 같은 이야기. 대체로 공편애인 내가 유독 수편애가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난 행복해질 거예요. 
아주 어릴 적부터 그게 내 인생의 목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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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나도 행복해져야겠어. ... 설령 그것 때문에 나만 행복하고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드는 한이 있어도,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나는 행복해질 거야. 내 집착 때문에 다른 사람이 불행해지더라도, 그래도 난 반드시 원하는 걸 손에 넣을 거다."

김재영은 묘하게 찌푸린 얼굴로 웃었다.

"그렇게 해서 선배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래도 괜찮을 테지요"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문득 권정무는 희미하게 웃었다. 손을 뻗어 김재영의 목 뒤에 걸친 그는, 그 손을 당겼다. 어, 하고 조금 당황해서 끌려온 김재영은, 귓가에 바싹 붙은 숨결이 속삭이는 걸 들었다.

"불행해질지도 모르는 건,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