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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에게 머물다
Written by 채팔이
Publication date : 2015.12.27
Book spec: 1권 완결 | 305p | 신국판
■Character  | 현공현(攻), 심청순 (受)

어쩌면 봄애 물들다의 외전. 

본편의 연장선 같으면서 현공현과 심청순이 이만큼이나 깨 볶으며 잘살고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외전다운 외전이다.

  

알콩달콩 농염한 커플로 연애한 지 시간도 어느 정도 흐른 모습들. 마냥 좋기만 하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 사내 연애하면서도 일은 여전히 열심히 하고 또 적당히 질투도 하고, 약간의 갈등도 생기는데 그걸 풀어가는 모습에 지루함은 없었다. 오히려 이 단권 안에 들어있는 에피소드들이 상당히 알차서 놀랐을 정도. 

무엇보다 청순에게 열렬히 구애하느라 바쁜 현공현과 공현의 애정 공세에 행복하면서도 당황하는 심청순. 이 커플 많이 달달하다. 

 

과거에 오해했던 부분이랄까, 도망치듯 멀어졌던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혼자 잘살고 있을거라고 남겨진 건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똑같았는데, 본편에서는 공현이 그게 아니라 청순이 사실은 혼자라는 걸 알게되는 것처럼, 여기서도 공현의 형과 가족에 대해 청순이 제대로 알게 되며,둘 모두 결코 잘 지냈던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청순이가 마음 아파하는데 보는 나도 괜시 시큰...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대학 시절 꿈 또는 회상 부분을 공현의 시점으로 보여주어서, 당시 애매한 행동을 보였던 현공현의 입장은 사실은 이랬더라 하는 것을 친절하게 알려준 것. 약간의 여지 없이 시원해지는 게 좋았다. 본편에서도 그렇겠거니 하긴 했지만 현공현이 생각보다 더 미련 덩어리였던 걸 도장 쾅쾅해준 느낌.

거기다 공현의 시점으로 보면 청순이가 더 냉정하달까, 얘 입장에서 보면 청순이도 너무 칼같이 뒤돌아선 데다 미련 한 톨 없어 보이긴 하니까. 시크하고 도도한 청순이..

 

..후라 조금 지친듯한 기색도 머물러 있었지만, 그게 또 예뻐서 사람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왜 그렇게 봐요." 
뺨이 따끔거렸는지 청순은 조금 누그러진 얼굴로 내게 물어왔다. 
"좋아서." 

잠잠해졌던 네 얼굴이 또다시 삽시간에 불타올랐다.

 

공의 시점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수의 매력이나 호감을 끌어내는 데 가장 편하고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여기서도 공현의 시각에서 묘사되는 심청순은 몹시 사랑스러웠다. 이 외전에선 본편보다 공현의 입장이 더 많이 나온 만큼 청순의 호감도도 더더욱 올라갔고.

 

또한, 현공현 카사노바 시절 머리 짧은 여자 취향이 원래 그런 게 아니었단 것도 놀랐음. 이렇게 본편에서 살짝 흐릿하게 넘어갔던 몇 가지의 소재들의 이 외전에서 빛을 발한다고 해야 하나. 앞서 말한 공현의 취향이나 청순의 일기장 같은. 비에 젖었다던 일기장을 공현이 회상하는 게 왜 이렇게 좋던지. 

본편에서도 늘 생각한 거지만, 청순이 왜 옥탑방 집 제대로 안 알려줬니..(T_T)... 집만 제대로 알려줬어도. 

그리고 점장님 그냥 일기장 버리지 말아주시지... 뭐 이런 것들. 뭐 청순이 말마따나 만약이란 가정은 소용없다지만. 

아무튼 우물쭈물 나 좀 잡아줬으면.....했던 공현을 우쭈쭈해주고 싶은 기분이 드는 부분들이 있다. 얘도 나름 얼마나 충격이었으면 아직도 악몽을 꾸나 싶었고. 

 

그나저나 현공현은 정말 청순이 되찾으려고 사장된 거였냐고...(T⌓T)....

청순이와 문제 없이 잘 살기 위한 방어막을 위해 무거운 직책에 짊어진 듯한 모습에 다 잃어도 둘이 소소히 살아갈 수만 있다면 정말로 만족할 것 같아서 내가 괜히 사서 걱정을 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편해지고 하면서 이제는 속으로 앓기보다 솔직하게 대화도 하고 적당히 반말도 많이 쓰고. 여기서는 공현 뿐 아니라 청순도 대학 시절 때처럼 '공현아' 라고 부르면서 말을 놓는 장면들이 꽤 나오는 데 그렇게 간질거릴 수가 없다. 

특히 술주정...까진 아니고 취해서 공현아라고 부르며 가감 없이 속내를 터놓을 때는 정말 귀여워서 그 부추김에 현공현이 돌겠다..하는 생각이 또 내 마음. 하는 행동이며 대사 하나하나가 모두 취향이었다. 덕분에 현공현은 집착 레벨 +1 한 것 같지만. 

 

이 외에 적당히 질투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그리고 청순의 가족사 부분이 아주 조금이지만 더 자세히 나오는데 이 에피소드에서 청순의 행동은 바보 같을 수 있지만 충분히 이해가 갔고, 역시나 속상해하는 공현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 그냥 내용도 전체적으로 울멍했던 느낌. 

여기에 한공현 모친의 재등장은 한 번쯤은 있을 거 같긴 했지만 사실, 본편에서는 좀 작위적인 느낌이 약간 있었다면, 이 외전에서는 조금 더 자연스럽고 어딘가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해서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청순의 행동이나, 나중에 공현과 대화할 때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청순이 속상해서 떠나버릴까봐 헐레벌떡 달려와서는 어딘가 약한 모습을 보이던 현공현도 애틋했다.

 

확실히 작가님의 글솜씨도 갈수록 좋아져서 그런지 본편보다 더 매끄럽게 읽히는 느낌. 

내용은 따뜻한 것이 분명한데도 특유의 감수성도 그대로라서 아스라한 그 분위기와 함께 달달한 게 좋았던 외전.

 

우리는 오래전부터 서로에게 머물러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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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현공현."
내 부름에 그가 눈을 크게 떴다.
"너는 내게 아무리 잘해줘도 부족해. 너한테만큼은 계속 욕심부릴거야."
그는 입술이 바짝 마르는지 혀로 아랫입술을 핥았다.

"일부러 그러는 거지?"

02
"아주머니께서 현공현을..."
"도련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이번엔 내가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 싶었다.

"좀 귀여워서요. 현공현 도련님."

순간 아래에서 열이 확 올랐다. 네 앞에서의 나는 사춘기 소년보다도 못한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