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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더 키스 Remember the Kiss (백만번의 키스보다 외전 1)
Written by 지그 (JENNIE)
Publication date : 2008.08.20 (1권) / 2008.10.20 (2,3권) / 2010.07.18 (2판)
Book spec: 1~3권 완결 | 312p / 312p / 310p | 신국판
■Character  | 안드레아스 카리스테아스 (攻), 지영후 (受)

백만 번의 키스보다의 첫 번째 외전. 3권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을 자랑한다. 단조롭게 끝난 본편 마지막에 재회 바로 그 후의 이야기로 본편의 연장선 같은 작품이다. 중심이 되는 키워드와 큰 흐름이 있고 그 안에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적당히 어우러진 외전에 충실한 내용들. 진행 구성은 꽤 잘 짜여있다고 생각된다.

 

5년 만에 다시 만난 안드레아스와 지영후는 공백 시간만큼 열심히 사랑을 확인하고 이제 안정된 나날을 보내는 듯하지만, 오랜 기간 곪고 곪아 여전히 풀리지 않은 둘의 고질적인 문제가 점점 드러난다.

생사도 모른 채, 기약 없이 무작정 지영후를 기다리던 안드레아스는 그가 살아 돌아오자 기뻐하고 괜찮아 보이지만 겉만 그럴 뿐, 사실 안드레아스는 지영후가 떠난 순간부터 하루 30분 겨우 수면을 취할 정도로 강한 불면증에 계속 시달려왔고 그건 영후가 돌아왔어도 나아지지 않는 상태. 

그만큼 신경이 많이 예민한 상태가 오랜시간 지속되어서 돌아왔어도 또 다시 자신의 곁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영후를 믿지 않는다.  ...나라도 그럴 듯.

그런 줄도 모르고 둔해 빠진 지영후는 또 혼자 이것저것 열심히 쓸데 없는 데 노력하더니 안드레아스를 위해 본인 힘으로 선물 해주겠다며 3개월간 유람선의 바에서 일하기로 덜컥 계약 하더니 안드레아스에게 3개월만 기다려달라는 또 고구마 답답이 짓을 하는데, 결국 넌 늘 그런 식이라며 폭발한 안드레아스가 출장을 빌미로 잠적해버린다. ..읽던 나도 폭발..

그로 인해 영후는 안드레아스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반성하고 다시 잘 풀리는 게 이야기의 흐름인데 개인적으로 초반의 이 내용들이 비록 수 때문에 속 터지긴 해도 나름 괜찮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고생 했는데 트라우마가 없는 게 이상하지. 안드레아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될 뿐 아니라 정말 안타까웠음. 

지영후는 진짜 본편보다 뭐 하나 달라진 것도 없고, 안드레아스의 말마따나 남들에겐 참 잘하는데 왜 안드레아스한테만 자존심을 세우고 박정하게 구는지. 자기 딴에는 그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하거나 부채를 지기 싫어서 그렇다지만 짜증나는 건 어쩔 수 없음.

 

"...내가 아무것도 받지 않으려고 했던 게 안드레아스 에게 상처를 준 걸까요?"
"상대에게는 끝없이 베풀면서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는 건, 다른 의미로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도 됩니다."

 

이 외전부터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집사 마놀리스의 날카로운 일침. 결국, 안드레아스가 잠적한 이유와 불면증의 이유가 자신이란 걸 알게 된 영후가 그제야 아차! 하며 자신의 실수와 호의를 무조건 거절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하고 반성한다. 

다른 곳에서는 여우같이 굴면서 안드레아스한테는 곰도 이런 곰이 없음. 입 밖으로 욕이 튀어나오긴 하지만, 결국 안드레아스를 찾아내고, 자신이 계획했던 것들을 다 취소하고 오로지 안드레아스만을 위해 그가 있는 섬에 가서 몇 날 며칠을 풀어주고 달래주는 부분들은 그나마 좀 예쁘게 굴어서 괜찮았음.

 

"넌 또 다시 날 버릴거야." 
"당신은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야?"

"네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혼자 죽을까 봐."

 

영후가 찾아오자 냉정하게 내치는 안드레아스를 보며 더 냉정해져라! 했지만, 역시 수 한정 쉬운 남자라서..금방 넘어감. 

그래도 바로 다정하게 굴진 않고 꽤 오래 버틴다. 그런데 영후가 자신과 떨어지는 것을 쉽게 생각하고 자신에게 의지하지 않아서 삐친 줄 알았더니, 정말 더 깊은 이유가..[나 없는 곳에서 네가 죽을까 봐]라고 하는 걸 보고 와…. 정말 이렇게 심한 사랑꾼이 있나 하는 생각에 혀를 찼다.ㅉㅉ.. 이유마저 오로지 수를 위한 것이라니. 안드레아스 너란 녀석..

 

이렇게 여러 가지를 깨닫고 조금 철이 든 지영후는 안드레아스의 소원대로 그에게 금전적인 부분이나 여러 일들을 의지하고 부탁한다.

이제야 영후가 자신 소유의 물건들을 쓰고, 부탁과 의지하는 행동을 해오는 것에 엄청나게 기뻐하는 안드레아스. 

 

[아무리 바다를 전부 다 메워도 남아돌 만큼 수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연인에게 셔츠 한 장 사줄 수 없는데] 라고 자조할 정도로 지영후가 자신의 돈을 써주지 않는 것에 내심 심각하게 불만이었던 안드레아스는 지영후가 [이러다 너 파산시키면 어쩌냐] 는 말에 뒤로 넘어갈 만큼 좋아한다. 비록 할리킹에서 주인공의 넉넉한 돈 자랑이 빠질 수 없는 요소라지만, 얘는 좀 심한 듯.

 

아무튼, 공의 불면증이 바로 나아지지는 않는다. 수가 떠날까 봐 하는 불안함에서 기인한 것이라 천천히 나아지는 데, 그 과정에서 하는 대응 방편이 수의 몸 위를 덮는 식으로 잠을 잔다는 점. 품에 가두고 못 벗어나게. 이 설정은 은근 좋았음. ^.^; 후반에는 확실히 믿음이 많이 생겨서 수면도 잘 취하게 되고 기특하다.

이런 식으로 섬에서 단둘이 며칠을 온몸으로 달래가며 푸는데 이런저런 대사나 장면들이 꽤 재미있고, 오래 떨어져 있다 재회한 연인이 그렇게 가볍게 붙는 건 아니라는 것을 잘 그려낸 듯해서 좋아하는 부분이다.

 

지영후가 그나마 덜 답답하게 굴기도 하고. 그렇게 쌍방으로 잘 통해서 이제 잘 지내려는 찰나, 갑자기 수가 납치를 당하고 수술 부작용까지 겹치는 등 또 위기가 찾아오는데 이 부분은 살짝 지루할 수 있다. 바로 뒤에 이어지는 사건의 급전개라서. 하지만 이전 내용과 개연성이 있기는 해서 개인적으로 나쁘지는 않았다.

본편에서 이 커플 때문에 억울하게 직장을 잃은 조연이 또 당할 뿐인 거지만. 인권 없는 동네라서…. 그리고 서브 공이었던 니코스나 안드레아스의 여동생과의 관계, 죽은 페리스에 대한 것들을 확실히 마무리 짓는 등 다소 빈약하게 끝났던 요소들에 대해 꽉 닫히게 매듭이 지어진다.

 

그나저나 두 번 째 심장 수술을 하고도 살아난 지영후야말로 은근히 무섭다. 

몇 번을 죽다 살아나고 몸도 안 좋은데 절륜한 주인공과 부지런히 사랑도 나누고. 가늘고 길게 가는 스타일인지...이 정도면 이 동네 수들 중에 최강체력 수준인데..

여튼 위기도 잘 넘기고 결국 3개월간 타기로 한 유람선에서 일은 하기로 하고 공에게 허락도 받았는데, 알고 보니 안드레아스가 선박회사 인수해서 본인도 따라오고. 수를 개인 바텐더로 두고 계속 붙어 지내는데 여기서부터는 짜증 날 정도로 달달하고 농도 짙은 장면이 많다. 

 

지영후가 안드레아스만을 위한 플레어텐딩 이벤트로 사랑을 나눈다거나, 다른 이들에게 유별나게 인기가 많은 공수라서 서로 열심히 질투해대면서 여기저기 티내고. 거기다 제대로 된 두 번 째 결혼식까지 올리는 등 아주 강한 할리킹의 면모를 보여주는 부분들이 배부를 정도로 넘쳐난다. 소소한 개그들도 있고.

이 큰 흐름이 끝나면 평범한 일상 같은 작은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수의 고향인 한국에 함께 방문하는 내용은 가볍게 재밌다.

 

그나저나 작가님 후기에 지영후를 양파라고 한 교정 도우미님 의견에 공감. 얘는 진짜 뭐 이렇게 말 안하고 숨기는 게 많은지. 안드레아스의 심정을 잔뜩 이해하며 보게 됨.

아무튼, 3권이나 되는 외전이지만, 본 편의 연장선으로 사랑과 부내가 넘쳐 즐겁게 볼 수 있다.

 

미치도록 사랑하지.하지만 믿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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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당신을 외롭게 만들어서 미안해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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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 건데, 식물을 상대로."
"그걸 볼 시간에 나를 한 번 더 보고 물을 줄 시간에 내게 한 번 더 키스하라고 말하겠지.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화분은 사라져 버릴거야."
"뭐야, 그게."

"나만 생각 할 수는 없어? 하다못해 나하고 있을 때만이라도 나에게 전념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