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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번의 키스보다 (More than a Million Kisses)
Written by JIG (JENNIE)
Publication date : 2008.01.14 (1,2권) | 2008.03.25 (3권) | 2008.04.21 (4권) | 2010.07.18 (2판)
Book spec: 1~4권 완결 | 311p / 303p / 296p / 312p | 신국판
■Character  | 안드레아스 카리스테아스(攻), 지영후 (=지이,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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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실패의 아픔을 잊고자 한국을 떠난 지영후는 일하던 곳의 추천으로 그리스 고급 호텔의 바텐더로 취직하게 되고 그 곳에서 호텔의 오너이자 카리스테아스 가문의 차남 안드레아스와 만나게 된다.

그리스에서 가장 유명한 그에 대해 알지 못하고 그저 돈 많은 한량으로만 대하는 지이에게 흥미를 느낀 안드레아스는 주변의 부추김으로 친우인 니코스와 내기를 하여 그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반복할 때마다 안드레아스는 영후에게 점점 진심이 되어간다. 과거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지영후는 그의 관심이 부담스럽지만, 거침없이 다가오는 그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되면서 둘은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한편, 안드레아스는 집안사업에 대한 욕심이 없었지만, 후계자 선정일이 다가오자 자신과 달리 능력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그에게 위기감을 느낀 장남 페리스. 그는 사랑은 물론 모든 일에 냉소적인 안드레아스가 일개 바텐더에게 열렬한 구애를 한다는 것을 알고 영후를 건드린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안드레아스는 결국 페리스를 위협하고, 그로 인해 카리스테아스 가문은 장남을 지지하는 친부와 차남을 지지하는 고모의 세력 싸움으로 번지지만, 안드레아스는 카리스테아스 가문을 버리겠다고 선언하고 영후와 함께 이탈리아로 떠나기로한다.

 

그러나 안드레아스에게 복수하려는 페리스가 그들을 따라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페리스와 안드레아스는 큰 부상으로 생명의 위기를 맞지만 가문의 명으로 의사들은 치료를 중단한다.

자신을 감싸는 바람에 위험에 처한 안드레아스를 보고 절망하는 영후의 앞에 안드레아스의 고모인 알렉산드라가 나타나 그를 살리고 싶다면 영후에게 그를 버리고 떠날 것을 요구받고 받아들인다.

영후는 약속대로 진실을 감춘 채 정신을 차린 안드레아스에게 모진 말로 헤어짐을 고하고 떠난다. 안드레아스는 그런 그의 모습에 겉잡을 수 없는 배신감과 증오에 휩싸이는데..

 

5년 후, 대회 참가를 위해 다시 그리스를 찾은 영후는 아테네 공항에서 안드레아스와 다시 만나게 된다.


지그님의 대표적인 할리킹인 키스 시리즈의 4번째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재탕하며 계속 갖고 있어야지 하게 되는 책. 연재도 그렇고 초판때는 상당한 인기로 구하기 힘들었었다. 어찌어찌 지인찬스로 보고나서 꼭 갖고 싶어 하던 차에 작가님이 전 시리즈를 재판하셔서 아주 신났던 기억이 남. 그렇게 재판 때 예약. 참고로 지그님은 할리킹 작품은 필명을 Jennie로 내신다.

 

정석같은 할리킹물로 고전적인 신파 요소가 다 들어가 있고, 캐릭터 역시 외국인 재벌 미남공에 동양인 마성의 미인수로 진부하게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클래식한 느낌 때문에 좋아하는데 일반 할리퀸 로맨스 같은 분위기를 내는 문체로 쓰신 것도 아주 장점.

재탕할 때마다 느끼지만, 지그님도 이 동네 가독성의 최강자라 그런지 지겨울 수도 있는데 볼 때마다 끝까지 다 읽게 된다. 이전 시리즈들도 그렇지만, 할리킹의 정점 같은 이 4번째 키스시리즈 작품은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금방 읽게 된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안드레이스가 내 기준, 예나 지금이나 애정 공에서 벗어나질 않음. 그냥 좋다. 느끼하지만 어쩐지 중후하게 멋있는 느낌을 머리 속에 그리기 편하달까. 볼 때마다 괜히 좋음.

그리스 최대 선박왕 재벌 카리스테아스 가문의 차남으로 페로몬 과다의 섹시한 외모와 어마무시한 재력 등 모든 걸 다 가진 안드레아스. 그에 걸맞게 카사노바로 유명하지만 영후를 만난 후로는 눈길 한번 돌리지 않는데다가, 통합 10년 동안 수를 기다리는 순정파에 그것도 모자라 뭐든 못 해줘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랑꾼이다.

너무 과하게 멋진공 타입인 것도, 말도 안 되는 절륜함도, 다소 이상할 수 있는 외국어를 넣어 쓰는 말투도…. 느끼한데 매력적이다.

 

"하나 더 궁금한 게 있는데."
"뭡니까."
"너, 불감증이야?"
"… 네?"

"나하고 단둘이 있는데 전혀 동요가 없는 걸 보면 불감증 아니면 일부러 모른 척 시치미를 떼는 거야. 안 그래?"

 

본인이 스스로의 과한 매력을 잘 알고 있어서, 일부러 페로몬을 뿌리고 다니는 듯한 분위기도 좋다. 안 넘어오는 상대를 이상하게 보는자신감까지.

처음 나왔을 무렵부터 한 동안은 이 동네에서 꽤 인기가 많았던 캐릭이었는데 이젠 연식 있는 작품이 되어버려서 주인공의 인기가 많이 내려가 아쉽다. 난 읽을 때마다 좋더라.^^;

수 한정 팔불출이라도 민망할 정도로 어화둥둥하는 것과 달리 정말 꾸준히 사랑해주는 느낌도 좋고.

클래식한 고전 미남 분위기도 나고, 기름칠이 과한 느낌이지만 어쩐지 관능적이고, 사랑꾼이지만 안달복달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절제된 분위기가 있어서 좋다. 하지만 그만큼 현실성이 없어 역시 할리킹 공은 이래야지! 하게 되는 캐릭터.

 

주인수인 지영후가 살짝 미묘한데, 마성의 바텐더에다가 한 번 본 레시피나 주문리스트는 메모는커녕 엄청난 암기력으로 외워버린다는 천재성까지. 그런데 산수를 못한다는 설정이다. 사귀기 전, 계산 못 해서 안드레아스가 답답해하며 대신 계산 해주는 장면은 괜히 좋긴 했다.

뭐 내용상 그렇다 쳐도 민폐는 아닌데 묘하게 짜증 나는 구석이 있긴 하다. 마성의 수 답게 여기저기 날파리가 꼬여들지만, 말하는 거나 행동은 안드레아스 외에는 파워 철벽이다.하지만 결벽증 수준으로 독립심이 강해서 그 부분이 좀 답답하다.

공에게 뭐 제대로 말 한 번 안꺼내고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해서 일이 더 꼬이는 식의 삽질을 꽤 함. 안드레아스에게 애정 넘치게 굴고 밀당도 잘하고 똑순이처럼 하는 건 장점이지만, 정작 중요할 때 착한 아이 병이 도져서 헛똑똑이가 되는 점이 문제. 외강내유한 스타일이지만 예쁘게 굴 때와 짜증 날 때를 극과 극으로 오가는 캐릭터이다.

치근덕거리는 애들에게 칼같이 구는 점은 좋은데 서브공 같은 니코스에게는 너무 부탁을 많이해서 이런 부분들이 감점. 그러면서도 다른 감정은 다 쳐내고 빼먹을 것만 다 빼먹는게 은근 속에 여우 하나 키우고 있는 듯 하지만 안드레아스한테는 또 곰같이 구니까.

 

초반 부에 우연히 만나고 나서 먼저 들이대 놓고는, [난 사랑 따윈 믿지 않아] 라고 냉소적으로 구는 공에게 진실한 사랑을 모른다며 외모와 다른 청순미로 받아치는 수가 살짝 투닥거리면서 밀당하고, 결국 사랑에 빠져드는 그런 뻔한 연애의 달큼한 분위기가 좋다. 적당히 에로에로하게 지내는 것도 좋고.

게다가 수가 사실은 동정남인데 이쪽에서는 묘한 분위기라서 닳고 닳았을 거라고 오해한 공이 이렇게 색기를 흘리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이 없었냐고 놀라는 부분도 클리셰지만 좋아하는 요소이다.

수의 한국 이름 발음이 어려워 다들 성만 따서 [지이] 라고 부르는 데 공만 정확하게 [영후]라고 발음하는데, 수의 한국 이름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공뿐이라는 설정. 남들이 수의 이름을 어려워하고 잘 못 부를 때마다 안드레아스가 [난 네 이름이 정말 마음에 들어]라고 흐뭇해하는 게 은근 귀엽다.

처음 사랑을 나눌 때까지도 수가 공 집안이나 정체를 모르는 것도 뻔하지만, 꽤 즐거운 요소이고. 사랑 나눌 때마다 툭하면 침대를 부셔 먹는 것도 즐겁다. 

 

이렇게 초중반에는 썸타고 밀당하고 연애하고 달달하다가 방해의 기운이 물씬 풍겨오고 점점 심각해지면서 이런저런 일로 결국, 자의든 타의든 헤어지게 되었다가 재회하는 흐름이다.

이 부분은 전형적인 계략 및 후회 키워드와 청승미 넘치는 신파 루트로 진행되어 꽤 흥미진진하다. 딱 그려진 듯한 흐름도 장점이라는 생각.

 

영후가 자신을 떠난 게 다른 남자와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평생 저주하겠다]며 증오를 불태운 안드레아스가 그를 다시 그리스로 오도록 덫을 놓고, 그렇게 5년 만에 만나서는 모욕을 주고, 그가 뻔히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와 약혼하고 계약으로 묶어두는 등, 이런저런 복수를 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더 괴롭고, 말과 행동은 다르게 나오고, 되레 수에게 갈수록 더 집착하는 등, 양념 같은 소재는 다 들어있다.

거기다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고스란히 그의 거친 말과 행동을 참고 버티는 수까지.거기다,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되어 시한부라는 점. 그래서 죽기 전에 공에게 마지막 선물을 하기 위해 돌아왔다는 점도 또 뻔한 신파 요소인데 청승 맞아 보여도 확실히 찡하고 그런 멜랑콜리한 기분이 든다.

예쁘게 사랑하던 모습들과 재회 후에는 막 거칠게 구는 공과 감내하는 수. 못되게 굴다가도 자꾸 수에게 이것저것 해주게 되는 공. 이런 거 또 좋아해서….

 

…5년이야.
자그마치 5년 동안 난 너를 저주하고 증오했어.
그동안 내가 어떤 지옥을 살아왔는지 네가 알아…?
넌 날 살린 게 아냐.
끝까지 말하지 않을 생각인가 본데.
그럼 좋아. 말하지 마.영원히.
평생 입 다물고 있으라고.
나 역시 들어줄 생각 따위 없으니까.
대신 살아, 어떻게 해서든 살려낼 테니까 평생 내 옆에 있어.
다시 내게서 떠나거나 달아난다면.

그때는 내 손으로 널 죽일거야.

 

여차여차해서 수가 죽음을 앞두었다는 사실과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된 공이 폭풍 분노하고 후회하지만…,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또 고구마 답답이처럼 구는 수 때문에 숨이 턱 막혀 오기 시작할 무렵, 둘은 다시 사랑도 확인하고 어떻게든 수를 곁에 두려는 공의 하드캐리로 둘 만의 결혼식도 올리지만.. 약혼녀와 파혼하고 이런저런 집안 문제에 휘말려 고군분투하는 안드레아스를 보고 또 다시 자신 때문에 모든 것을 잃게 될까 봐 떠나버리는 지영후.(이 땐 좀 때려주고 싶다.)

아주 신파도 이런 신파가 없다. 처음과 달리 두 번째는 사랑과 애한만을 가지고 언제 올지 모르는 연인을 기다리는 안드레아스. 그렇게 또 5년여가 흐르고 점점 기약 없는 기다림에 무감각해져 가는 주인공 앞에 마치 꿈처럼 수가 멋지게 짠하고 나타나며 좋은 결말로 마무리되는데 뻔하지만, 재밌음….

 

안드레아스의 푸른 눈동자를 자신의 블루라며 지영후가 안드레아스만을 위해 헌정으로 만든 것이 [백만 번의 키스보다] 라는 칵테일로,외전들도 그렇고 제목들은 다 이렇게 사연 있는 칵테일의 이름들이다.

아주 뻔한 공수가 뻔하게 운명적으로 만나 뻔히 보이는 사랑을 하고 뻔한 위기를 겪고 다시 사랑하고. 정말 뻔할 뻔자 뿐이지만 그래서 정말 뻔하게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정석적인 느낌이 장점인 작품. 생각보다 애틋한 장면과 대사들이 많은데 살짝 오글거리는 느끼함이 있지만 이게 또 그 재미에 보게 된다.

 

아무튼 전형적인 클리셰로 재미가 보장 된 할리킹 신파를 보고 싶을 때 추천. 마냥 달달하게 사랑하진 않고 적당한 위기도 있고 적당히 파이트한 거친 분위기도 있고 적당히 찡한 부분도 있다.

본편은 살짝 단조롭게 재회하며 끝나서, 여전히 산재한 둘 사이의 깊은 트라우마 같은 문제들 때문에라도 이후 나온 외전들까지 봐야 속이 시원하다.

 

너를 만난 것도, 사랑하게 된 것도, 
이렇게 다시 마주서게 된 것도 내겐 모두가 기적이었어. 

...그러니까 내게 한번 더 기적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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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날 사랑해. 그녀를 떠올리지도 못할 만큼 사랑해줄게.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주겠어. 네가 원한다면 세상 전부를 줄 수도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널 버리지 않고 지켜줄테니까."

영후의 크게 흔들리는눈동자를 바라보며 안드레아스가 낮은 음성으로, 그러나 강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날 사랑해."

02
사실이잖아. 넌 날 버렸잖아. 날 비웃고 내 사랑을 조롱했지. 그렇게 웃으며 떠났던 주제에. 날 사랑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으면서. 그랬으면서 왜 그런 표정으로 날 보는거야.

....왜 아직도 날 이렇게 상처 입히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