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코코넛 @whitecoconut
T: / 문화생활기록
A A

가면무
Written by 그웬돌린
Publication date : 2009.01.18 (1권) | 2009.05.24 (2권)
Book spec: 1~2권 완결| 331p / 346p | 국판
■Character  | 아이브리 잉그램 이그나치오 (26세,攻), 라파엘 에반스=라파엘 라 쇼어(=안네마리)(23세,受)
더보기

왕후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헤수스에서 자살이란 살인 같은 것보다도 더한 중죄로 처리되고 자살한 시체에 닿는 자는 죄로 오염된다고 하기에 아무도 왕후의 시체에 닿으려고 하지 않아 왕후의 친정인 쇼어 가에서 그 뒤처리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렇게 한 달여가 흐르고, 남색 가로 유명한 왕 때문에 왕후는 명분만 좋은 허수아비 같은 존재일 뿐.

그렇다해도 빈자리로 둘 수는 없기에 새 왕후를 들여야 하는 왕을 피해 귀족들은 딸들을 결혼시키거나 해외로 피신시켜버려 왕비가 될 만한 여성이 남아있질 않는다.

이 때문에 왕(아이브리)은 자살로 중죄를 짊어진 쇼어 가에 관대하게 봐주는 셈 칠 테니 왕비에 앉힐 여자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그렇지 못하면 책임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인데….

한편, 헤수스의 살인 기계라고 불리는 살수 라파엘 에반스는 임무를 끝내고 들른 길드사무소에서 왕후의 소식을 듣는다. 단 한 번 자신을 찾아왔던 쌍둥이 여동생이었던 왕후가 죽었고, 그 시체 또한 방치되어있다는 말에 본인도 모르게 그 뒤처리를 자처하게 되고, 입궁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버린 쇼어 가를 찾아간다.

아주 아름다웠던 자신의 쌍둥이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조사하고자 본가의 신분을 빌어 여장을 하고 새로운 왕비(=안네마리)로 위장하여 궁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왕과 왕비로 만나게 된 아이브리와 라파엘(안네마리)는 서로에게 처음부터 이상한 끌림을 느낀다.


왕비가 된 쌍둥이 여동생의 자살에 큰 충격을 받은 주인 수가 여장을 하고 왕과 결혼을 하여 의문을 풀고자 한다는 소재만 봐서는 음울하기도 한데 확실히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사건 흐름도 꽤 흥미롭다.

 

이 소설은 주인 수 캐릭터가 상당히 괜찮았다. 라파엘은 무심 수라면 무심 수인데도 아이브리한테는 엄청나게 순종적이다.

워낙에 암살자로 키워져서 감정이 거의 없는 타입이라 밀당같은건 못하지만 그만큼 감정을 속일 줄도 몰라서 좋아한다는 티를 숨기지도 않고 주인공에게만 해바라기 모드인 것이 아주 좋았다.

나름 유명한 살수(;)라는 엄청난 직업을 가졌고 감정적인 동요는 전혀 없이 살아온 라파엘이 주인공을 볼 때면 자신도 모르게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넋을 놓고 바라보고, 왕만 보면 묘하게 약해지고 온몸으로 호감을 표시하는 모습이 독자 입장에서도 상당히 사랑스러워서 아이브리의 기분을 알 것도 같았다.

 

왕인 아이브리는 왕세자 시절 궁중 암투로 괴로운 시절을 보내왔고 그 배후에는 자신의 친모를 내친 태후가 있다.

태후는 어린 왕세자에게 억지로 여자를 안을 것을 명령하고 휘둘러 왔는데 그 때문에 온몸으로 거부하게 되고 여자 대한 혐오와 증오가 가득 베어버린 아이브리는 왕이 되자마자 남색 가임을 숨기지 않고 이용해가며 폭군처럼 군다.

태후의 친정인 쇼어 가에 대한 증오도 상당해서 왕비 앞에서 남자를 취하며 모욕하는 것은 별일도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새 왕비인 안네마리(=라파엘)에게는 자꾸만 약해지고 다정해져만 간다.

 

초반에는 그렇게 밉살맞게 괴롭히더니 급기야는 건들면 날아갈까 연약한 작은 사슴 다루듯 안네마리를 애지중지하게 된 왕. 절대 여자는 안 되는데도 안네 마리에게 자꾸만 빠져들고 결국 사랑해버리는데, 여기서 웃긴 게 초중반까지 라파엘을 여자로 알고 있는 아이브리가 결국 마음을 인정하고 정부를 내치고 육욕을 버리고 플라토닉으로 참겠다고 하는 게 정말 좋았음. 여자는 안되는 몸이라는 걸 막 미안해하기까지 하고 몸은 결코 맺어질 수 없어서 주구장창 키스만 해대는데 의외로 키스씬들이 더 찐하기도 했다.

그리고 말로는 막 넌 이런 것도 못하냐, 내 걱정은 무슨 네 걱정이나 해라 이런 식으로 뭐라고 타박하는데 말투는 다정하고 내용은 걱정하는 것 같은 이상한 구박을 자주 하는데 이런 염장질 때문에 측근들이 속으로 욕하는 것도 되게 웃기다.

 

자신의 비가 라파엘 에반스라는 살수 인 것이 밝혀졌음에도 (밝혀지는 장면도 되게 좋았음) 불구하고, 라파엘을 계속 연약한 사슴이니 토끼니 해대는 것도 되게 웃겼다. 남들은 다 무서워하는데 혼자 옆에 끼고 완전 애지중지하는 데다가 사랑하는 비가 사실은 남자라고 밝혀지고 나니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정말 얼마나 좋았겠어…. 결국, 제대로 된 합방은 완전 후반에나 하지만.

 

작품의 사건 전개도 빠르고 흥미롭지만, 진짜 라 쇼어 가문, 라파엘의 혈육들은 진짜 짜증 나긴 했다. 그만큼 통쾌하기도 한 결말이라 다행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라파엘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인 1권 내용이 되게 좋았다.

아, 그리고 주인공인 아이브리가 사랑한다는 말을 엄청나게 잘하는 공인 것도 좋아하는 포인트.

 

그대를 모욕 주고자 한게 아니야. 
단지 내가... 내가 신의 불량품일 뿐이다.

 

더보기
저는 태어나서 처음 피가 더워졌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처음으로 웃었습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하..
저는 그래도 분명 전하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2015.05.10-리뷰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