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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포닉 심포니아 (Diaphonic Symphonia)
Written by 유우지 Yuuji
Publication date : 2007.08.26 (1,2권) | 2007.12.02 (3,4권) | 2008.01.20 (5권) | 2009.05.24 (2쇄) | 2013.06.02 (3쇄)
Book spec: 1~5권권 완결 | 321p / 321p / 320p / 320p / 420p | 신국판
■Character  | 일레이 리그로우 (攻), 정태의 (受) | 리하르트 타르텐 (攻), 크리스토프 타르텐 (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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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프롤로그

01. 떠나기 전, 베를린

02. 타르텐

03. 리그로우와 김영수

04. 리하르트와 크리스토프

보너스트랙 (카일)

 

2권

프롤로그

01. Fragile

02. 고백

03. 있어야할 자리

04. Bar 에서

보너스 트랙

 

3권

01. One summer night -2nd-

02.Have no choice but to

03.소문과 진실

보너스트랙

 

4권

프롤로그

01.Arabian business

02. Bugger

03. 결여된 자

외전-선물

 

5권

01. 평온한 저녁

02. 긴 하루

03. 찰나의 휴식

04. 시종始終의 밤


패션 Passion의 첫 번째 외전으로, 본편에 버금가는 분량을 자랑한다. 

개인적으로 본편보다 좀 더 좋아하는 작품.

제목은 역시 본편처럼 음악에서 따오셨다는데, 불협화음을 의미하는 듯하다.

일레이와 정태의의 감정이 본편에서는 오픈엔딩같은 마무리로 끝났는데, 여기서는 꽉 닫힌 감정을 보여준다.

둘의 감정이 제대로 통하게 되면서 애정이 갑자기 폭발하기 시작하는 분위기라 달큼하다.

내 기준 본 커플보다 더 좋아할 수 도 있는 서브 커플이자, 이 외전에서는 메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리하르트와 크리스토프 이야기 덕분에 좋아하기도 한다.

 

일단 내용은, 본편으로부터 대략 몇 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 본편 당시 사건 이후 여전히 국제 수배자의 신분인 일레이와 정태의가 일레이의 본가에서 몇 년째 동거를 하고 있던 어느 날, 리그로우 가문과 함께 군수 업체 T&R의 또 다른 한 축을 맡은 타르텐 가문의 후계자 선정 및 계승이 시작된다. 그 때문에 타르텐 가가 있는 드레스덴에 가게 된 일레이. 그리고 일레이의 소꿉(?)친구라는 크리스토프가 나타나 일레이의 형인 카일의 수집책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바람에, 정태의는 조용히 베를린에서 기다리라던 일레이의 말이 무색하게 카일의 책을 돌려받기 위해 크리스토프를 찾아 타르텐 가에 가게 되면서 시작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주된 내용.

 

일단 여기서는 본편과 다르게 태의에게 엄청나게 부드러워진 일레이를 볼 수 있다. 

여전히 냉혹하기 짝이 없는 단어들을 쓰지만 태의에게 말하는 대사만큼은 어딘가 굉장히 달콤해서 우리 일레이가 달라졌어요의 한 2단계쯤은 느끼게 된다. 여전히 무언가를 부수긴 하지만, 일단 태의를 안 때리는 게 어디야.. 싶다.

그리고 정태의는... 애가 오랫동안 일레이랑 동거(라 부르는 칩거) 생활을 하다보니 너무 심심해서 이리되었나 싶을 정도로 본편보다 더한 혼잣말과 오지랖을 보여준다. 

솔직히 다른 캐릭터라면 싫을 텐데 정태의는 왜 이렇게 웃긴지 모르겠음. 성격이 진짜 긍정적이고 유들유들해서 그런지. 어딘가 능글맞기까지 한 그 마인드 때문에 보는 내내 그냥 푸근했다. 

애가 감이 빨라서 상황 캐치 같은 걸 금방 하니까 삽질하는 것도 없고, 일레이랑 제대로 애정을 확인할 때도 참 좋았다. 물론 그때 상황이 엿듣다가 들킨 거라 웃기면서 민망했지만.

마음이야 어쨌든, 그렇다고 몸 고생을 안 하는 건 아니라 이건 또 다른 문젠데, 웃겼던 게 태의가 타르텐의 식사시간에 송이버섯구이만 보면 뭔가를 떠올리고 진저리치면서 요한한테 너 먹으라고 넘길 때마다 웃겼음 ㅋㅋ

 

일레이는 '특별하게' 정태의를 대하고 있었다.
가끔  그 특별함 때문에 정태의는 타인의 동정 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정태의 본인도 이런 의미의특별함은 싫다고 훌쩍일 때도 있었지만..
일레이 리그로우라는 남자의 상냥한 구석을 알고 있는 사람은 
분명히 정태의뿐일 터였다.

 

"네가 없으면, 태이. 맛이 없어."
...
"무미건조하단 말이야... 아무런 자극도 없이. 머릿속이 둔해지는 것 같이. 별로 느껴지는 감각이 없어.그럭저럭 즐겁고, 그럭저럭 유쾌하고, 그럭저럭 화가나고."

..(중략)

"...알았어. 책임질게. 인생의 3대 즐거움을 다 버린다는데 내가 책임 져야지.."

 

버섯 기피자가 된 것도 웃기지만, 3권 보너스 트랙에서 태의가 일레이와의 잠자리에서 아픔을 떨치고 처음으로 절정을 맛보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다음 날 일레이가 태의한테 보양식이며 뭐며 밥상 푸짐하게 차려서 먹일 때도 진짜 웃겼다. 일명 [...하면 다음 날 밥상이 달라져요] 에피소드. 뭐 이 보너스 트랙 뿐 아니라, 소설 중반부터 이 커플은 서로 좋아한다는 말도 잘하고 좋아 죽겠다는 어필도 무지하게 해댄다. 

태의가 반짝이지는 않아도 치명적이라는 둥, 태의가 없으면 인생의 맛이 없다, 술 담배 여자를 끊을 만큼 태의 하나만 있으면 인생이 즐겁다는 둥 일레이식 고백이라던가, 네가 항상 그 자리에 있다면 거기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둥, 너 잡혀가면 따라간다는 둥 정태의식 고백이 난무한다. 

얘네 은근 바퀴벌레 커플스러워졌다고나 할까. 염장농도가 짙어짐.

 

뭐 본 커플이 저렇게 닭털을 날리는 와중에, 새롭게 등장한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두 인물.

리하르트와 크리스토프.

타르텐 가문의 인재들로, 친척 간이지만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는 견원지간이다.

내가 또 만나기만 하면 죽을 것 같이 싸우다가 사랑에 빠지는 애증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해서. 얘네 이야기를 참 좋아함.

솔직히 코드와 흐름만 보면 이쪽이 더 내 취향.

 

왜 난 안되지? 왜 언제나 나는 안 되는지, 어째서 나로는 안 되는지, 왜 나만 안되는 건지...

일레이의 소꿉(?)친구이자 옛 동료로 나오는 크리스토프는 누가 봐도 넋을 잃을 만큼 완벽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성격에 문제가 있다. 감정이 많이 결핍되어있는데 특히 애정결핍이 극대화되어있어 감정에 대한 개념 자체를 모르고, 누군가 순수하게 호의로 다가오면 그게 뭔지를 몰라서 두려워한다. 남들과 닿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접촉기피 증에 결벽증에 아무튼 온갖 예민 요소도 다 가지고 있고. 통각에도 무뎌서 겉이든 속이든 아프다는 것 자체도 몰라서 티를 내지도 않는다. 자기 자신이 아픈 것도 모르니 남 아픈 것도 이해 못 하는 그런 타입이라 같은 감정결핍이라도 일레이와는 좀 다르다.

 

제대로 된 애정을 받아보지를 못하고 견고한 방어벽에 움츠러든 아이같아서 안쓰럽고 처연한 느낌에 괜히 보듬어주고 싶은 사랑스러움이 있다. 원인은 얘네 모친인 듯한데 진짜 크리스토프 엄마는 책에 들어가서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최악이다.

일레이에 못지않을 만큼 강하고 냉혹해서 남들의 두려움을 사지만, 그 속은 유리같이 투명한 데다가 동성 간의 사랑은 플라토닉만 있을 거라고 믿는 순진함까지. 상당한 갭모에가 있는 캐릭터.

그래서 순수한 호의를 가지고 친구처럼 가족처럼 걱정해주는 정태의를 만나 처음으로 사람이 좋다는 감정을 배우게 된다. 아가페적이라고 해야 하나. 가만 보면 정태의가 어미 닭 같고 크리스는 병아리 같다.

 

..오로지 너를 내 발아래에서 짓뭉개기 위해 나는 타르텐을 얻기로 했는데, 그렇게 달아나...?

리하르트는 타르텐의 후계자가 될 인물로, 남들에게는 인상 좋고 매너좋고 다정하고 능력 좋고 아무튼 좋은 이미지. 뒤에선 좀 음험함. 일레이가 작가님 특유의 광공 요소를 다 가지고 있다면, 리하르트는 작가님 특유의 개 아가+후회+집착공 요소를 다 가지고 있는 캐릭터 같다. 그래서 리하르트가 크리스토프한테 못되게 굴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후폭풍을 기대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리하르트가 유일하게 싫어하는 감정을 내비치는 상대가 크리스토프인데, 크리스토프 역시 태의를 만나기 전까지는 유일하게 리하르트에게만 감정을 내비쳤었다. 그게 증오라고 해도, 감정 자체를 드러내는 상대가 없었으니. 아무튼, 리하르트는 내 기준의 감상으로 보자면, 초딩도 이런 초딩이 없다 싶다. 그냥 단순하게 좋아하는 애 괴롭히기 스타일의 꼬마가 그대로 크면 딱 이렇지 않을까 싶음.

 


아름다운 사람은 넋을 빼앗기기 쉬워서 위험하거든.

지금도 그런 얼굴은 취향이 아니야. 
그런 얼굴이 울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별로 보고 싶지 않거든.
..그래, 그런 얼굴은 마음에 안 들어.

사람에게 반하면 실제보다 예뻐 보인다고 한다면..., 
애초에 완벽하게 생긴 인간이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더 예쁘게 보일 수는 없을 만큼 완벽한 인간이라면.

 

남들 눈에는 솜사탕같이 귀여운 스타일의 여자만 사귀면서 이런 게 내 타입이다 광고하지만, 알고 보면 진짜 좋아하는 걸 감추기 위한 수단 같은 느낌. 

리하르트가 뱉은 몇 가지 대사를 보면 그게 너무 잘 드러나서 안쓰러울 정도. 어이구…. 더 예쁘게 보기도 힘들 사람이 누구겠어. 아무튼, 이 정도면 예쁘고 아름다운 걸 병적으로 기피하는게 보이는데, 딱 봐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크리스 때문인지 아름다운 걸 두려워한다. 이 정도로 의식해서 피하는 걸 보면 그 이유가 뻔히 보인다.

자기애가 너무 강해서 자신 외에 다른 사람에게 넋을 빼앗긴다거나 이런 게 그 자존심에 용납이 안 돼서, 피하고 미워하려고 노력하고. 어떻게든 반한 것에 지지 않으려는 아이 같은 심리가 고스란히 보인다.

 

이렇게 마음이 꼬여있다 보니, 일단 크리스를 이겨 먹고 뭐든 시작하려고 했던 것 같은 리하르트는, 크리스를 곁에 두기 위해 타르텐을 승계하는 것으로 우위를 선점하려 했지만, 미련없이 포기하고 떠난 크리스 덕에, 그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거기에 정리되지도 않은 감정들이 더 꼬여 크리스에 대한 감정이 여러모로 격렬해지는데 그게 증오로 나타난다. 

그나마 호감은 아닐지언정 미움이라도 그 크리스가 감정이라는 것을 유일하게 내비치는 상대가 자신이라는 사실 하나로 억눌렀던 것 같은데, 크리스 옆에 태의가 나타나면서 그마저도 유일한 것이 아니게 되니까 결국 그 꼬인 감정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그런 감정을 처음 겪은 리하르트는 그것을 폭력, 폭언 등 거친 행동으로 표출하게 된다.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남의 것이 되어서도 안 돼! 하는 전형적인 유아마인드.

그래서 리하르트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이런 요소 때문에 리하르트도 크리스만큼 안타깝고 나름 귀여워서 좋아함.

(우리 리하르트가 좋아하는 방법도 모르는 바보라 그렇지, 나름 지고지순한 순정이 있어요..^.ㅠ)

 

말해.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어줍잖게 인간다운 척하지 말고, 아무도 좋아할 줄 모른다고.
인간적인 감정? 그런 게 네게 왜 필요하지? 넌 그저 날 싫어하기만 하면 돼.

그게, 네가 아는 유일한 감정이면 된다고.
증오만을 아는 인간이라니, 네게 딱 어울리지 않나?

 

이쯤 되면 그냥 애가 그냥 안쓰럽다. 비틀려도 저렇게 비틀리다니.... 나중에 어쩌려구. 하는 심정.

저렇게 도도하고 예쁜 애는 누구도 넘보기 힘들 거야. 난 안될 거야.. 쟤보다 더 능력 있어지면 혹시…. 하고 있었는데 그 전에 별거 아닌 놈한테 홀라당 넘어가는 거 보고 너 이렇게 쉬운 애였어?! 하고 분노하고 집착하는 찌질남 루트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리하르트. 

거기다 홧김에 건들지도 못하던 거 건드려보더니 신세계가 펼쳐지고, 거기다 크리스가 알고 보니 너무 순수한 걸 깨닫고는 점점 더 늪으로 빠져들어 허우적대는 게 보인다.

조금만 더 철이 들었더라면, 어릴 때부터 진작 잘해주고 사랑해줬으면 진짜 삽질 기간이 확 줄었을 텐데 ㅉㅉ

그런 주제에 끝까지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고백도 날려먹고. 제 감정을 어떻게든 미친 거라고 인정하지 못하고. 뭐 여차저차 나중에는 자존심 따위 버리지만. 하여튼 얘네는 둘 다 감정 흐름이 유아만도 못한 애들이라서 막판까지도 소화불량 걸릴 수준.

그나마 4권에 있는 외전 덕분에 살짝 소화는 된다.

 

이런 네 사람의 이야기가 작은 사건들과 함께 잘 섞여져서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별 지루함 없이 또 술술 읽힌다. 그나저나 역시 여기서도 정재의는 짜증 나는 요소. 얘는 진짜 정말 라만하고 메인되서 뭐 나와야 함. 여튼, 본 커플이야 닭살이지만 서브 애들 때문에 역시 또 다른 외전을 찾을 수밖에 없기도 한 작품.

 

농담이 아니었더라면, 너는 내게도 그렇게 말했을까.
네가 와. 그러면 나도, 알 수 있을지도 몰라...그러니까 네가 쫓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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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그렇게 여러 번 부르지 않아도 들려, 리하르트."
"흥... 뭘 그렇게 넋 놓고 보는가 했더니, 설마 수선화라도 될 작정은 아니겠지."
"난 나를 보고있었던 게 아냐. 그리고 나는 내 얼굴을 좋아하지 않아."
"그렇다면 내게 줘."
",,,,?"

의아하게 쳐다보는 크리스토프에게, 리하르트는 무표정한 얼굴로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했다.
"얼굴이든 몸이든, 네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모두 내게 줘. 어차피 너는 네게서 마음에 드는 거라곤 하나도 없겠지."

02
그런데도, 그와 자신은 이렇게나 다른데도, 앞으로도 계속 이럴 텐데도,
그런데도 정태의와 일레이 리그로우라는 남자는 계속 이렇게 평행선 위에서 함께 나아갈 터였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지도 모르는 이 관계가, 갑자기 그지없이 유쾌해졌다.


 

패션 시리즈 by 유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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