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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Passion)
Written by 유우지Yuuji
Publication date : 2006.10.29 (1,2권) | 2006.12.17 (3,4권) | 2007.02.04 (5,6권) | 2008.02.24 (2쇄) | 2010.07.18 (3쇄) | 2013.02.24 (4쇄)
Book spec: 1~6권 완결 | 328p / 325p / 334p / 324p / 310p / 306p | 신국판
■Character | 일레이 리그로우 (攻), 정태의 (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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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거물들이 노리는 희대의 천재인 쌍둥이 형과 다르게 매우 평범하게 살길 바라는 전역군인 정태의. 

어느 날 갑자기 형은 사라지고, 그사이에 나타난 숙부는 형을 대신하여 자신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그렇게 반강제로 가게 된 곳은 국제연합 인적 자원 양성기구 UNHRDO (United Nations Human Resource Development Organization)의 아시아 지부. 그곳의 부원으로 동료들과 훈련을 받으며 교관인 숙부의 일을 돕고 평화롭게 보내는 것을 원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아시아 지부와 견원지간인 유럽 지부와 합동훈련이 시작되고, 정태의는 우연히 겉보기에는 아주 멀쩡하고 책에 박식하며 대화가 잘 통하기까지 하는 유럽지부 소속의 남자 일레이를 만난다. 하지만 그는 멀쩡해 보이던 모습과 다르게 그 하얀 손에 피를 묻히고 사람을 죽이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UNHRDO의 모두가 두려워하고 증오하는 '미치광이 릭'이었다. 

되도록 엮이지 말라던 숙부의 충고가 무색하게 이미 일레이와 꼬일 대로 꼬여버린 정태의의 고난이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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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프롤로그

01.국제 연합 인적 양성기구 아시아지부

02.하얀 손

03.리그로우

2권

04.환이두용

05.어령

06.임관

07.길상천

히든트랙-주어진무게

3권

08.T&R Inc.

09.앓음

10.징조

11.비밀

4권

12.카일

13.모러

14.자작나무숲

15.실마리

히든트랙

5권

16.심장의충고

17.세링게

18.재회

One-act (유리게이블)

6권

19.천국에 가까운 곳

20.탈출

21.Not bad

히든트랙 1

히든트랙 2


유우지님의 대표작이자 내 무덤목록. 처음 나왔을 때 구매해서 초판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이 시리즈는 재판을 꽤 자주 해주셔서 갱신하다 보니 현재는 통합 외전이 나오면서 재판을 했던 4판으로 소장 중. 초판과 다른 것은 없다.

본편은 4판까지 나왔을 정도의 인기작으로, 외전까지 모든 시리즈가 총 17권이나 되는 분량이라 재탕할 때마다 기가 빨리긴하지만 맘잡고 보면 또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시리즈가 많다 보니 역시 리뷰는 나누어서 본편부터.

작가님 후기에 따르면 시리즈의 제목들은 노래 제목에서 영감을 받아 따오셨다고. 본편인 패션 (Passion)은 열정, 격정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수난극에도 쓰이는 걸 보면 이쪽 의미가 강한지도.

 

야, 나 혹시 너 좋아하는 거 아닐까.

주인수인 정태의는 성격이 진짜 유들유들하기 짝이 없다. 좋게 말하면 긍정적이고 다르게 보면 포기가 빠른 성격.

능력 좋고 평범한 외모이지만 가끔 은근한 매력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거기에 어딘가 편안하게 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주변에 사람들이 꼬이는 타입. 전 세계가 탐내는 능력자 형 정재의에 가려져서 그냥 평범하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런 형에게 행운을 준다는 길상천으로 소문이 암암리에 퍼져있다. 때문에 은근한 유명세도 가지고 있으나 역시 본인만 모르고 있다.

본래 성향이 게이이기에, 연애사업이 수월하지는 않다. 게다가 원래 포지션도 탑이었으나 결국...

그런 자신의 성향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간에 외형만은 예쁘기 그지없는 링신루에게 반해서 삽질하는 맹한 구석도 있다. 일레이는 이런 태의를 보고 감은 좋은데 눈치가 없다고 비웃기도. 제 팔자 제가 꼬는 스타일로 그만큼 또 금방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는데 도가 텄다.

 

위험하다, 딱 느낌이 왔어? 그러면 그 순간 바로 튀었어야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좋아하는 주인공 일레이. 하얗고 예쁜 손을 가지고 있는 독일인. 전형적인 광공으로 작가님 특유의 광공 요소가 집대성되어있는 캐릭터. 화가 나거나 흥분하면 눈에 뵈는 게 없지만, 평소에는 정말 멀쩡하다. 정말 대화도 그렇고 너무너무 멀쩡함. 하지만 그 안에서도 확실히 감정 결핍이 느껴진다. 남들에게 당연한 모럴이 없기도 하고.

아무튼, 외형을 제외하고는 그 속의 몸은 물론, 행동이나 외부의 평판 등은 전부 비인간적이기 짝이 없다.

자신의 이성대로만 행동하기 때문에, 사실 UNHRDO의 규칙 같은 것은 귀찮은 게 싫어서 맞춰준다 하는 식.

그런데 정태의를 만나고 나서는 이성과 행동이 자꾸 따로 놀게 되니까, 늘 거슬리는 이 부분이 싫어서 자꾸 태의를 죽일까 말까 고민한다. 막상 태의만 보면 시답잖은 대화를 하거나 조금 건드리거나 쳐다보기만 하게 될 뿐인 순정남 기질도 가지고 있다. 정태의를 만나 그 한정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회복하는 캐릭터.

 

본편 초중반까지는 워낙 일레이의 성정이 거칠다 보니 조금만 거슬려도 난리가 나고, 그걸 막거나 막으려고 하는 태의를 패기도 하고. 제 감정을 확실히 하지 못해서 태의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게 왜 싫은지도 모른다.

그게 거슬려서 크게 실수 한 번 하는데 이건 나중에 꽤 후회하는 듯 은근슬쩍 변명할 때 좀 귀엽다.

 

"태이. 틀렸다니까." 
일레이는 한숨처럼 웃었다.

"네가 내 거라고, 인식하는 게 아니야."
"뭐....?"
"내가, 인식하는 거지."

"왜 그런 얼굴을 하고있어. 넌 걱정할 것 없어. 네가 내 거라고 인식하는 건, 네가 아니라 나라니까."

 

교관이 된 일레이와 그의 교의가 된 정태의가 결국 함께 묶이고 관계가 급진전이 되는데, 둘이 일명 '땅따먹기' 라고 부르는 스킨십의 연속인 날들이 시작되면서 좀 더 재미있어진다. 

뭐 그 정도만 하다가 결국 눈 돌아간 일레이가 일을 치긴 하지만. 나중에 태의가 도망가기 전에 일레이를 묶어놓고 이에 대한 나름 복수를 하긴 하는데, 이때 일레이가 떠나는 태의를 보며 불안하고 초초해 할 땐 살짝 안쓰럽기도. 그리고 이 부분이 일레이의 태의에 대한 감정이 완전 폭발하고 미친 집착이 시작되는 터닝포인트라고 생각.

그전까지는 조금 무심하고 냉정하기도 했던 일레이가 태의 도주부터는 열혈남이 되는 거 같아서 좋다.

그리고 스스로가 미쳤다고까지 인지할 정도로 태의에 대한 감정이 요동치니까, 그 대응 방법으로 [네가 내 거여야 이 미친 감정이 수그러들겠다]하는 이상한 논리를 펼친다.

네가 아닌 내가 인식하겠다는 말에 결국 태의도 강하게 영향을 받기도 해서 저 대사 장면을 참 좋아함.

 

그리고 개인적으로 매번 즐겁고 아무튼 웃긴 부분들이 있는데, 혼잣말 쩌는 정태의. 

얘 진짜 혼잣말 하는 게 좀 웃기는데, 혼자 생각하는 걸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중얼거리다 보니 그때마다 일레이가 기똥차게 알아듣는 것도 유쾌 포인트.

"태이. 대답하라니까!...제길. 너 몸은 멀쩡한 거지. 네 멋대로 다치기라도 했으면 죽을 줄 알아라....대답 좀 해! 태이. 정태이!...정태의!"

아, 또다. 이놈은 가끔씩 발음이 좋아지더라.. 누구한테 음교정 개인교습이라도 받았나.

여기도 웃겼던 부분인데, [태의]라고 깨끗한 발음으로 부를 줄 알면서 평소에는 [태이] 라고 부르는 일레이도 살짝 귀엽고, 역시 혼잣말 쩌는 정태의도 웃김. 가만 보면 일레이는 미치고 집착하면서 츤데레같은 구석까지 있다.

그리고 요소요소 등장하는 태의를 바라보는 일레이 장면들이 좋다. 

유리 시점 외전도 그렇고. 태의가 깨어있을 때도 잘 때도 알게 모르게 매번 관찰하듯이 쳐다보고 있다는 장면들만으로도 일레이의 감정변화가 꽤 잘 느껴짐. 늘 생각하지만 유우지님은 공들의 감정변화 묘사를 별거 아닌 듯, 되게 잘 묘사하셔서 좋다.

그리고 유들 한 성격 탓에 누가 봐도 미친놈인데도 그의 인간적인 면이 자신 때문에 드러나는 것에 끌린 정태의가 그 비인간성을 채워주고 일레이의 약점이 되겠다고 하는 것도 되게 좋았음. 

정태의의 매력이 이런 부분. 자기감정에 대한 삽질도 없어서, 얘가 날 좋아하나…? 아니면 내가 얠 좋아하나? 하며 고민하다가도 결국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이 동네 최고 大물이라는 명예를 가지고 있는 일레이인만큼 다른 의미로도 태의를 엄청 고생시키기도 해서 정태의가 좀 애잔할 때가 많긴 하다.

 

아무튼, 어떻게 보면 좀 과격하고 거창하게 시작되는 연애 덕분에 주변인들이 참 많이 피해를 본다. 

모러라던가 카일이라던가..그리고 내 기준 이건 서브 공도, 서브수도 아니여…. 를 느끼게 해준 링신루까지. 

얘는 뭐 본편에서 고생한 만큼 따로 나온 외전 라가에서 나름 다 보답 받는 듯. (미인공은 미워할 수가) 일레이가 너무 넘사벽이었을 뿐. 매력 있는 캐릭터였음.

내가 패션에서 싫어하는 캐릭터는 역시 숙부와 정재의인데. 숙부는 몰라도 정재의는 나중에 라만 하고 진짜 주연 돼서 외전 나오지 않는 이상 비호감 도를 상쇄시키기 힘들 것 같다.

 

내용은 크게 사건·사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합동훈련 때의 일→일레이가 교관으로 돌아와서의 일들→태의 도망 후의 일들→재회 이런 순서인데 제대로 서로 엮이기까지의 파란만장한 과정으로 이루어진 정태의 고난기 같은 본편.

그래도 내 기준, 재탕할 수록 역시 일레이는 처음부터 순정남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책마다 살짝 들어있는 히든트랙들도 재미있는데, 2권의 일레이와 정태의의 어렸을 적 에피소드와 4권의 일레이 시점 이야기를 진짜 좋아함. 5권의 유리 시점도 좋다.

처음 나온 지 한참 되어서 이제 고전반열에 오르기 시작했지만, 언제봐도 재미있는 작품..

 

잘 기억해. 태이.
오늘부터.... 이제부터는 매일, 너는 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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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네가 그랬잖아. 날 좋아한다고.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 그때 분명하게 생각했어. 이건 내거다.

02
"그래, 너 다해...원래 내 꿈은 다정하고 상냥한 사람 만나서 잘 먹고 잘 사는 건데, ....에휴."

그러나 정태의는 한 가지를 간과했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몹시 귀가 좋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일레이는 문득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하아,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별반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듯, 픽 웃는다.

"온 세상 다정한 놈 다 죽여 놓을까.".
..

"다정한 놈을 어떻게 골라내려고."
"네가 알려줄테지."
"내가?"
"네가 만나서 잘 먹고 잘 살려고 덤비는 상대라면 다정하고 상냥한 인간이겠지."

"....다정한 사람을 가르는 기준이 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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