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날개]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

그럼에도 불구하고
Written by 쏘날개
Publication date : 2010.07.18 (초판) | 2012.01.29 (2판) | 2015.01.25 (3판)
Book spec: 1~2권 완결 | 333p / 306p | 신국판
■Character  | 권무진 (31세,攻), 여승재 (31세,受)

'얼굴로비'라는 말을 들을 만큼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는 매니저 여승재. 그는 데뷔 때부터 돌본 배우 전현준으로부터는 항상 대쉬를 받고 있지만 어린 시절 큰 상처로 그 마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승재가 소속 된 기획사에 사고를 치고 도망간 사장을 대신해 새로운 대표이사가 취임한다. 그런데 새로온 대표는 바로 열아홉 살 시절, 여승재에게 끔찍한 상처를 안겨주었고, 서로 증오하며 헤어졌던 기억을 남긴 첫 연인 권무진. 

다시 마주하기도 괴로운 상황에 권무진은 여승재가 키운 연예인들이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자, 무마시켜주는 조건으로 자신에게 몸 로비나 해보라는 요구를 한다. 그렇게 천천히 피를 말려 죽이겠다며 강압적으로 다가오는 권무진에게 기필코 약점을 잡아내서 복수하겠다고 이를 가는 여승재. 어린 시절 서로가 증오하며 헤어진 연인들은 재회 후, 해묽은 감정들이 깨어나며 다시금 서로를 할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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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날개님 작품 중에 자꾸 보게 되는 몇 가지 소설이 있는데 이 작품도 그중 하나. 너무 달달한 소설들만 보다가 갑자기 엄청 뜯고 싸우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찡-해지는 느낌을 받고 싶을 때 꺼내보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 오해 때문에 서로 증오하며 헤어졌던 연인이 12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에 재회하게 되고 풀리지 않은 애증의 감정 때문에 또 얽히고설키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내 기준 초반에는 주인수가 짜증 나서 읽으면서 매번 어휴 여승재 이 답답한 새키...... 라고 육성으로 짜증 내가며 봤다.

진짜 오해 풀리기 전까지는 수가 답답해서 몇 번을 숨 고르고 봐야 함. 멋대로 오해해서 권무진 아우팅 시켜놓고 반평생을 피해자 코스프레로 살아온 것까진 이해하겠는데... 주변 인물, 서브공이나 그 외 기타 등 등에게 감정 흘리고 다니는 게 내 기준 암 유발 행동이었다고나 할까. 본인도 권무진을 부추기기 위해 이용했다고 하기도 했고.

뭐 그래도 오해가 풀리는 후반에는 자신의 서투른 판단 때문에 불거진 일들에 대해 후회하고 권무진에게 미안해하고, 버려진 12년이란 세월에 대해 격하게 슬퍼하고 안타까워해서 또 애잔하기도 하다. 어떤 의미로 후회수라고도 볼 수도.

 

권무진은 삐뚤어진 순정의 소유자인데, 내 기준 볼수록 귀엽고 안타까운 주인공이다. 

자신을 그렇게 버려두고 간 여승재가 미우면서도 눈앞에 나타나니 결국에는 밥 사 먹이고 꽃 주고. 

그러면서도 성질머리는 참 더러워서 여승재가 말 못되게 하면 더 못되게 굴기도 하고. 

수가 떠날까 봐 조심스러운 게 아니라 되레 패악을 부리며 성질 내는 스타일. 

툭하면 하는 입버릇인 [죽을라고]는 나중에는 귀여움 포인트가 되기도. 아무튼 전형적인 초딩공.

그래서인지 오해가 풀리면서 여승재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를 알게 된 순간에 절절하게 울면서 미안하다고 할 때는 괜히 더 불쌍해 보이기도 했고. 으이구..

아무리 어렸어도 애인한테 잘 좀 해주지.. 좋아하는 애 괴롭히듯이 굴고, 놀리고 그러니까 애가 지레 겁먹고 사고치지. 아무튼 19살의 권무진과 여승재는 서로 좋아죽으면서도 참 불안했던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리워져도 절대 그럴 순 없다고 악착같이 상대를 나쁘게 추억하려고 노력했던 같다.

그래서 좋았던 기억은 깊숙이 묻어두었었는데 그게 김밥이라는 매개체로 줄줄 흘러나와 버린다.

전현준이 김밥을 싸달라고 하자 여승재는 싸본 적 없다면서 장을 보는데, 권무진이 나랑 있을 때 김밥 만든 적 있다고 하니까 그런 적 없다며 기억을 못 한다. 그리고 전현준과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는 만들 줄 몰라서 사 왔다며 김밥을 나눠주는 여승재.

그런 여승재를 보고 또 속이 비틀린 권무진 때문에 둘은 서로 긁어대며 싸우는데,

하나 남은 김밥을 집어 먹은 권무진이 [씨발새끼, 이거 네가 만든 거 맞아.] 라고 화내는 장면. 난 여기가 그렇게 좋았다.

억지로 좋은 기억을 묻으려고 김밥 만들 줄 모른다고 숨어버린 여승재와 기필코 찾아내는 권무진.

둘의 숨겨둔 감정이 참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함.

 

뒤통수쳤던 여승재 때문에 비틀려 있는 권무진이 좀 거칠고 유치하게 굴긴 하지만, 그 안에 충분히 사랑이 보이는 게 좋다. 질투 유발해보려고 괜히 도발해 보다가 반응 보고 시무룩하는 것도 귀엽고. 

여승재도 아무리 발버둥 쳐도 쟤가 좋으니까 그게 싫어서 괴로워 하는 게 보이고. 질투하기 싫은데도 그걸 누를 수 없어서 뒤에서는 폭발하는 것도 좋다.

이 소설이 좋은 건, 주인공수가 정말 둘 다 보통 사내들처럼 싸우는 점인데, 그래서 여승재가 징징거려도 괜찮은 느낌.

주인공이 수한테 주먹질하고 성질나면 뺨 때리는 거 보기 싫으면 아마 불편할지도 모르겠지만, 수도 똑같이 되돌려주는 데다 기실, 남자들끼리 저 정도는 해야 보통이 아닐까 함. 서로에게 그렇게 분노하는데.

오해가 풀리고 나서는 서투르게나마 여승재를 토닥여주고 성질 죽이겠다고 져주려고 하는 권무진과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후회에 어설프게나마 권무진에게 다정해지려고 하고 욕심내겠다고 하는 여승재도 기특하다. 

그래서 내가 초반에 고구마 백 개 먹은 심정으로 여승재를 욕하다가도 이 후반부 때문에 이 소설을 좋아함. 캐릭터가 호감으로 변하는 과정을 즐기게 되는 작품이다.

 

서브공 존재가 있어서 이것 때문에 좀 불호인 면도 있긴 하지만. 서브공이 내 기준 매력이 없어... 상큼한 분위기 좋기는 한데 어린 애가 들이댈 때는 아저씨같이 질척대는 분위기가 있어서 좀...

그리고 주인수가 너무 많이 받아줬다. 막판까지 너무 받아줘서 이 부분에서 점수를 좀 깎게 되기도 함.

권무진네 완전체 둘째 형은 계속 짜증 났는데 막판까지 시원한 감이 없어서 좀 찜찜할 무렵, 여승재가 마지막엔 기똥차게 한 방 먹여줘서 이 부분은 또 플러스.

 

첫머리부터 인용되는 구절들 덕분에 최승자 시인의 시집까지 찾아보게 만든 작가님.

작가님의 담백한 문체도 좋고, 담백함 속에 격렬한 감정이 잘 느껴지는 작품이다.

 

우리는 오전에는 새벽의 잎사귀처럼 싱싱했으며 
오후에는 신열처럼 들끓었다.
내 뜨거웠던, 그래서 아팠던 열아홉의 날들.....
그리고 우리는 사랑했다

 

01
죽겠어. ..네가 아픈 걸 어쩌라는 거야. 안 돼. 어차피 나는 개차반 같은 놈이잖아. 내가 죽게 생겼는데. 미쳤어? 네 사정을 봐주게?..안 되겠어. 죽겠어. 정말 콱 죽겠단 말이야. 씨발, 너 아니면 발기도 안돼....잡아... 네 앞에서 사람하나 죽어나가는 꼴 보고싶지 않음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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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너는 나를 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서 매번 이렇게..."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
"..."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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