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윗] 불건전 교제 (2014)

불건전 교제
Written by 김다윗
Publication date : 2014.03.10
Book spec: 1~2권 완결 | 357p / 382p | 국판
■Character  | 김 환 (攻), 윤재영 (受)

키우는 시베리안 허스키를 산책시키다가 우연히 주인 잃은 말라뮤트를 발견하고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준 윤재영. 그 앞에 나타난 말라뮤트의 주인은 외관만큼은 멋지지만, 사람보다 개에게 더 상냥한 어른 남자 김환. 신세를 갚겠다며 지인의 카페 개업파티에 윤재영을 초대하고,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추천한다. 그리고 하루가 멀다하고 카페에 놀러 오는 김환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윤재영을 볼 때마다 놀리고 짗궃게 구는데..

---

수능을 끝낸 갓 스물을 바라보는 소년과 띠동갑 연상남의 이야기.

김다윗 님 특유의 경쾌함이 잘 느껴지는 소설로 개인적으로 드레시리버스와 함께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수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진행되는데, 이제 소년을 막 벗어나 모든 게 서툰 주인수와 반대로 모든 것에 능수능란한 어른인 주인공이 은연중에 썸을 타고 알게 모르게 밀당을 하며 달큼하게 연애하는 과정을 즐겁게 볼 수 있다.

 

주인수 윤재영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감정을 많이 숨기고 다소 어른스러운 면이 느껴지는 캐릭터지만, 축구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그러면서 종종 또래 여자 아이들에게 고백도 받는 평범하면서도 순진한 소년이다. 사춘기에 들어서며 처음 겪은 묘한 꿈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하는데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터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에 숨겨왔던 내면이 김 환을 만나 팍- 터지고 이런저런 마음고생을 하는데, 짝사랑 아닌 짝사랑으로 심한 가슴 앓이를 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삽질이 심하거나 애가 너무 여리지도 않아서, 오히려 그 점이 찡하게 느껴지는 캐릭터. 내 기준 상당히 귀여운 편이라 중간에 나오는 약간의 삽질마저 커버가 되었음. 주인공이 윤순진, 순진이~라고 놀리듯 부를 때마다 쩔쩔매는 것도 귀엽고, 공을 매번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형이라고 하는 건 부끄러워하고. 그러다가 흥분하면 너너 거리면서 반말하는 것도 귀여움 포인트.

 

주인공 김환은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조금 사연이 있다. 얽매이는 것을 싫어해서 본인 회사를 차리고 아랫 사람에게 대충 맡기고 한량처럼 구는 캐릭터지만, 내 사람에게는 친절하고 좋아하는 아이에겐 짓궃게 구는 능글공 타입. 

무슨 나이가 많다고 본인을 자꾸 아저씨래... 하는 생각도 들었던 캐릭터. 내 기준엔 얘도 귀엽다. 

윤재영 눈에는 멋진 형인데 독자인 나의 시각에는 얘도 땅 파고 찌질대는게 웃김. 차도남 마냥 설레는 포인트와 능글대는 포인트가 오가는 것도 어딘가 매력적인 캐릭터.

본인 성향을 노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윤재영에게 가는 관심이나 잘해주는 행동은 그냥 귀여운 애들한테 우러나오는 정도일 뿐이라고 굳게 믿는 바보 같은 구석이 있어서 답답할 수 있다. 제 마음도 모르는 병ㅅ.. 타입인데, 애를 예뻐하다 못해 물고 빨고 챙겨주고 거기다 질투도 뻔질나게 하면서도 계속 귀여운 아이 보는 기분이라는 둥, 윤재영 같은 아들을 갖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라는 둥..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는 게 애처로울 지경이다.

애 혼란스럽게 별별 끈적한 짓은 다 해놓고 말이다. 본인 마음 깨닫는 게 어찌나 느린지..ㅉㅉ 물론 깨닫기 전까지 윤재영에게 하는 행동이나 대사 같은 건 설렘을 느낄 수 있는 달달한 모습들이라 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둘이 마음 통하고 제대로 사귀게 되고 나서가 또 고구마 폭탄인데,

윤재영에게 아무렇지 않게 스킨십을 하던 김환이 본인 마음을 자각한 후에는 오히려 선뜻 애인으로서의 스킨십을 못한다. 어린 애인의 순수함은 계속 지켜주고 싶다는 웃기지도 않는 애지중지 스킬을 보이는게 좀 우습고.

그냥 확 덮치라며 육성으로 외칠 지경이 될 때까지 징하게도 버틴다.  오히려 순진한큼 욕구에도 솔직한 나이의 윤재영이 들이대는 모양새가 되면서 이루어지는데, 이건 또 이거대로 좋음.

 

"아저씨 원래 그렇게 도덕적인 사람 아니잖아요."
"너한테만큼은 도덕적이고 싶다."

"난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평소 능글거리며 껴안고 뽀뽀하고 치근덕거리던 공은, 사랑이란 걸 깨닫고 나니 되레 건들지도 못한 채 더럽히는 걸 두려워 하며 안절부절하고, 공의 짓궂은 말이나 행동에 어쩔 줄 몰라하고 수줍어하며 도망치던 수는 사랑이 이루어지고 나니 못 닿아서 안달한다. 이런 전세역전도 나름 취향에 들어서 즐거웠다.

 

......그래도 그렇지.. 제대로 거사가 이루어지기까지가 정말 오래 걸렸다. 작가님이 심하게 뜸 들이신 듯. 스킨십이나 약간의 페팅 빈도는 종종 있었어도 해갈되지 못한 갈증이 참 오래 갔다. 김환도 인고의 시간이었겠지만 독자인 나도 인내의 시간이었음. 아무튼, 갈수록 수가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 난리인 공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다윗님 장점이 교차 시점 서술로 소설 속 캐릭터들의 심리를 너무 잘 알 수 있다는 점인데, 그래서 그런지 상황은 답답하지만 보는 사람은 술술 읽힌다. 제대로 마음이 통하는 건 한참 나중이어도 주인공수 시점으로 진행되니까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수 시점으로 보면 공이 되게 멋지고 수가 너무 땅 파는 것 같고, 공 시점으로 나오면 공은 공대로 생각하는 거 많고 찌질한데 수는 괜히 쿨해보이고. 이런 오가는 느낌들이 즐겁다.

물론 이런 점 때문에 안 맞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는 또 이런 속마음 나열하는 방식도 좋아하는 편이라 괜찮았음.

 

그리고 책은 표지와 특전 사진이 너무 좋다. 어린 윤재영의 풋풋한 소재로 느껴지는 흰 컨버스화와 더플코트. 어른인 김환의 구두와 장갑.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어울리는 아이템들은 소설 속 묘사에서도 좋았는데, 책 표지 사진과 특전의 침대 밑 나란히 놓인 장면의 사진은 더 마음에 들었다. 아무튼, 이 작품은  짝사랑 물을 가장한 어화둥둥 염장 물인 소설이라는 감상. :)

 

언제부터 였을까. 
 언제부터였고, 언제부터 나는 그걸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그녀석 옆에서 '마음 좋은 어른'행세를 해왔던 것일까.

 

01
"아.. 남자들한테 떡볶이를 자주 만들어주셨나 봐요."
"아저씨가 여자들한테 스파게티 만들어 준 것만큼은 아닐 거예요."
"만들어주긴 만들어 줬었나봐?"
"왜요, 그럼 안 돼요?"

"난 또 나한테 처음 만들어주는 건 줄 알고 좋아했지."

---

02
"만약에..내가 계속 무서우면요? 그럼 어떡해요?"
"절대 그럴 리 없어. 내가 약속할게. 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을 전부 바꿔서라도.."

"...미안해. 이런 생각밖에 못해서. 그래도, 지금 네 불안함이 나 때문이래도...너를 놔주진 못하겠다. 그래서 미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