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코코넛 @whitecoco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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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ain Marvel ,2019 

 

노린 것은 아니었는데 극장 나간지 오래 되었길래 영화나 볼까하다가 예매했는데 마침 개봉일이었던 캡틴 마블. 당연히 자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동네 극장이라 그런지 퇴근 후 아슬아슬한 시간 대에 딱 괜찮은 자리가 있었다.

 

여러 이슈가 많은 것은 알고 있었으나, 현생이 바쁘다 보니 예고편 이외에는 단 하나의 정보도 없이 관람하게 되었는데 이게 꽤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정보나 기대, 편견 등이 없는 상태에서 보게 되니까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이 되어서 그런지 확실히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주인공이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영상 쪽이 몇배는 더 매력적이었는데, 수트도 좋았지만 자연스러운 복장 쪽이 왠지 더 멋지게 보일 때가 있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알게 된 배우인데 처음 내가 생각한 캡마 이미지와는 달랐어도 꽤 괜찮았다는 생각.

 

영화는 초반 주인공 캐롤댄버스가 인텔리전스를 통해 과거와 환상이 섞인 장면들을 보는데 이 부분을 현재와 교차되는 식으로 보여줘서 조금 헷갈리긴 했지만, 이야기가 흐를 수록 전체적으로 중요한 요소들이었다고 생각했다. 캐롤의 정체성을 의미있게 표현하는 연출이 아니었나 싶은데, 주인공의 어떤 면을 부각시키고 싶어했는지를 확실히 알것같은 느낌.

 

그러면서 기존 마블 영화 틀에서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느낀 점은, 왜소하고 약해서 무시당하기 일쑤였던 스티브 로저스가 끊임없이 노력해서 군대에 들어가고 자신만의 신념으로 인체실험 자원까지 하게 되면서 능력치를 얻은 캡.아와 비슷한 결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둘다 멀지 않은 냉전 시대 사람들이기도 하고, 당시 만연했던 차별에 굴하지 않고 신념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과 좌절을 반복하다 어떠한 계기를 통해 힘을 얻게 된다는 류의 히어로 패턴이라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캡틴 마블 또한 꽤 기본 서사에 충실하지 않았나 싶다.

 

 

별개로 약간의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다 싶었던 부분은 히어로 능력치 부분인데, 아무래도 MCU 후발주자 임에도 불구하고 전에 나온 다른 히어로들의 능력을 몇 배로 상회하는 거 아닌가 싶긴 해서 놀라긴했다. 

스칼렛 위치나 닥터 스트레인지 같은 마법사 쪽 말고 블래스트 계열에선 캡틴 마블이 최고가 아닐까 싶은데, 아이언맨이 캡틴 마블 만나면 좀 부러워할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음. 자체적으로 거의 무한의 에너지를 내는 것 같아서.

 

여담이지만, 몇년 째 하고 있는 게임 마블 퓨쳐파이트에서 초반부터 등장했던 캐릭터가 캡틴 마블인데, 게임에서도 이 캐릭의 포트 블래스트가 상당히 강했기 때문에 설정 상 엄청나게 센 캐릭은 맞는 것 같다만, MCU에서 이 밸런스는 좀...? 하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을 듯하다.

 

태서렉트 비하인드 같은 이야기도 그렇고, 어벤저스 결성 이전부터 우주급 서사가 상당히 있었다는 게 나오기도 하고.

원작을 보았다면 몰라도, 미즈마블이나 엑스맨 서사가 빠진 상태에서 캡.마가 독보적인 힘을 가지고 등장하면서 갑자기 전체적인 능력치가 확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 조금 무리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당장 전 시리즈인 인피니티워나 다음 나올 엔드게임을 생각하면, 이 정도 수준의 응급 구원자가 나타나는 것 또한 맞는 것 같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는 이런 밸런스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받아들이긴 했음. 

당장 가오갤 멤버나 토르 같은 외계 히어로들도 나가 떨어진 마당에 이런 우주급 능력자가 등장하는 것은 확실히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생각해도 로난네 전함을 혼자 쓸어버리는 장면은 너무 무시무시 한거 아닌가 했음 ㅋㅋ

 

Ronan : We'll be back for the weapon.

other : The core?

Ronan : The woman. 

그 때문인지 로난이 캡.마에게 당하고 나서 아주 넋을 놓고 꽂힌 것처럼 구는 장면이 나오는데, 뻘소리지만 도망가면서도 다시 찾으러 다시오겠다는 둥 하니까 순간 내 머릿 속엔 엄한 로맨스 하나 만들어져서 당황. 

아무리 생각해도 the woman이라고 콕 집어서 대사치는 거 넘나 집착남 클리셰 같았던 부분 아니냐고... 물론 나만 철렁했겠지만, 이 장면의 로난 대사는 감상문에 꼭 넣고 싶었다. 

크리 제국에서도 꽤 마주쳤던데 둘이 뭐 더 없나..( ͡° ͜ʖ ͡°)

 

닉 퓨리는 정말 놀라웠다. 젊었을 때 사무엘 잭슨 그대로던데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 내내 감탄했음. 전 시리즈 통틀어 가장 밝고 큐트한 이미지로 나오길래 쉴드 수장의 실체 폭로 뭐 이런건가? 싶었는데.. 캡.마의 파트너 역할 톡톡히 하는데다 매번 힘 주고 나오던 캐릭터가 이런 스타일도 보여주었다는 게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주드 로가 연기하니까 왠지 그럴거 같더라니.. 하는 예상대로의 캐릭터였던 욘-로그.

설정만 보면 꽤 큰 임팩트가 있었어야 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했지만 의외로 싱겁게 마무리 된 점이 아쉽다.ಠ_ಠ

 

살짝 덕통사고 당할 뻔한 탈로스. 내가 알던 스크럴이 이랬나? 했을 정도로 너무나도 좋은 서사를 가지고 등장해서 몹시 호감이었다. 외형 변신 능력이 너무 사기급이라 초반 빌런스러운 모습들에 긴장했다가 예상 외의 이야기로 흘러가서 당황했지만 마지막까지 탈로스는 너무 마음에 들었음.

 

그리고 진 히어로인가 아닌가의 논란의 구스. 정말 최고(귀여움) 아니냥.(´͈ ᵕ `͈ )

 

 

아참, 개인적으로 캡틴 마블 수트 색상 조합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설정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밋밋한 녹색계열 수트로 다니다가 정체성을 확실히 찾은 캐럴이 캡틴 마블로서 레드와 블루 조합으로 싹 바꾸고 출정하는 장면도 멋있었고.

 

아무튼, 별도의 정보 없이 봐서 그런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영화관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는데 쿠키 영상들은 확실히 엔드게임 프롤로그 같아서 더 즐겁게 관람했다는 감상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