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코코넛 @whitecoconut
T: / 문화생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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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

우리 엄마가 물건은 함부로 줍는 게 아니랬어

Written by no one
Reading : 2017.04.17

■ Character | 김재영 & 이세윤 

이 작품 너무 신박했다 ㅋㅋㅋㅋ 이런 로설이라니.. 

남주가 지나가다 우연히 본 여주에게 반해서 n년간 스토킹아닌 스토킹을 하는데 숨어서 몰래하다가 어떤 계기로 폭발해서 여주앞에 등장하고 자기를 주워달라며 주인님 소리를 남발하는데 대형 견공 느낌이냐 하면 그것도 아님. 스스로를 개취급해달라고 매달리고 난리도 아니다. 진성 M이지만 그런 단순한 게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또라이라고 하기에도 정도가 매우 심하고...ㅋㅋㅋ 

 

처음에는 '아니, 어떻게 이런 미친 남주가 있어?' 하며 살짝 거부감이든게 사실이다. 말투가 참... 

본인을 3인칭으로 칭하는 것은 현실이나 장르나 싫어 하는 요소인데, 남주가 스스로를 [재영이는요] 라고 칭해서 정말 충격이었음. 덕분에 끝까지 못 읽겠다 싶었지만 읽을 수록 은근히 빠져든 것이 함정. 

나중에는 남주의 과한 설정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익숙해 졌다는 게 무서울 지경이었다. 

 

성별을 떠나 이 작품의 남주는 별 생명체 같이 그냥 외계인처럼 보였다. 주인님 타령을 하며 자기를 막 다루어 달라 노예 취급 해 달라는 모습들 때문에 보통 하찮은 게 아닌데, 사회적으로는 부와 명예는 물론 외모까지 뛰어나다는 게 참ㅋㅋ 그 마저도 여주 앞에서나 그렇지 대외적으로 평소에는 몹시 멋있고 멀쩡하다는 것도 웃겼다.

 

공교롭게도 여주에게는 그 멋있는 면을 하나도 보여주질 않는다. 멋있음은 껍데기이고 연기일 뿐 본연의 모습은 말 그대로 '개' 인 남주라서 그나마 여주의 간절한 부탁으로 사람들 앞에 함께 있을 때는 멀쩡한 척을 하기는 한다. 

문제가 이때는 또 정말 멋있다는게.. 여주 마음도 그렇고 독자 입장에서도 보통 혼란스러운 게 아니다.  

 

여주도 정상은 아닌 것이, 처음 본 남자가 다짜고짜 주인님이라 부르며 날 주워 달라고 무섭게 들이대는데 신고는 고사하고 집안에 들이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다 싶었음. 어어..? 하고 끌려가듯 남주가 해 달라는 대로 해주는데 S성향이 전혀 없는 일반인인 여주가 남주에게 맞추며 주인님 노릇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의외로 유쾌하다.

 

현실적으론 범죄 범위인데 교묘하게 피해가는 것도 남주 능력인가 싶은데, 그런 남주가 전혀 멋있지 않고 찌질한데다 단어 그 자체로의 '개'와도 같아서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나면 '뭐야 재영이 왜 귀여운거 같지...'하는 말도 안되는 감상이 들어서 당황했다. 

 

결코 취향이 아닌데다 개인적으로 로설은 좀 보수적인 시각으로 보는 편인데도 이 작품은 취향을 파괴했음. 

장르 불문 유일무이하게 느껴졌을 정도로 심하게 개성 넘치는 남주 캐릭터가 뇌리에 깊게 박혀서 이 점으로도 충분히 후한 점수를 주고싶다. 아쉬운 점은 남주의 이 과한 개성 때문에 여주가 좀 흐릿하다는 점 정도. 

어쩐지 짜증나면서도 이상하게 재미있었다는 오묘한 감상이 든 작품이다.

 

No.31

두 번째 유혹

Written by 여지연
Reading : 2017.08.14

 

■ Character | 백민혁 & 유지화 

여주가 갑자기 남주를 바에서 꼬시면서 급 파트너 모드로 되는데 왜 그러는지 이유가 처음엔 제대로 안 나옴.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남주를 짝사랑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차갑게 몸 뿐인 관계인냥 굴던 남주가 점점 여주에게 집착하는 건 당연한 흐름이지만, 여주는 계속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고 밍기적 거릴 뿐이고 특별한 이유도 나오지 않아서 답답했다. 그러다 갑자기 사실은 남주가 사고로 기억을 잃은 상태라고 해서 당황. 

알고보니 여주가 원래 애인이고 현 약혼자와 부모가 여주를 회유해서 떨어지게 했다는 것에 살짝 어처구니가 없었다.  

기억을 잃은 남주가 성격도 못되게 변했다는 데 여주에게만 전전 긍긍하는 것도 볼만하다. 제목처럼 여주에게 두 번이나 빠져든 건데.. 

문제는 여주가 이 두번째 유혹을 하게 된 이유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점이 너무 구식 신파라서 김이 빠졌다. 멀쩡한 입이 있음에도 말 한 마디 제대로 안 하는 여주는 답답하고 2년 동안 제 옆에 바뀐 애인을 보고 한 번의 의심도 안 했다는 남주도 답답했다. 

아무튼, 남주가 다시 여주를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은 괜찮았지만, 오픈 엔딩이면 모를까 그 심각한 병을 가지고 몹시 단조로운 치유 과정을 통해 굳이 해피 엔딩이 되었다는 마무리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는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