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코코넛 @whitecoconut
T: / 문화생활기록
A A

유실
Written by 해단
E-Book Info : 2016. 04.12 | 피아체 출판
■Character | 정우진 (攻), 강서주 (受)
더보기

얀데레 집착 후배공X무심 선배수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무더운 여름 날, 정우진은 강렬하게 내려쬐는 햇살과 함께 빛나고 있었다. 

 

“선배, 제가 밥 사줄게요.” 

“뭐?”

“비싼 거.” 

 

그날, 친하지도, 대화 한 번도 제대로 해 보지 못했던 우리 학교 아이돌 정우진을 따라간 건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출처-리디북스


친하지 않은 후배가 밥 사준다는 말에 별다른 의심 없이 따라간 선배가 외딴 섬에 감금되어 능욕을 당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도입부터 다짜고짜 납치하더니 감정을 미친듯 풀어헤치며 날뛰는 공의 모습에 살짝 당황..⊙.⊙;;

 

심하게 능욕하는 것도 그렇지만, 무슨 말을 해도 듣지를 않고 자기 할 말만 늘어놓으며 매달리고 울고, 그러다 거칠게 구는 등 감정 상태가 극을 오가는 주인공 정우진이 정말 흥미로웠다. 

덜덜 떨며 기는 것 같지만 말만 그럴 뿐.. 하반신을 비롯한 행동들이 너무 제멋대로여서 기가막혔음ㅋㅋ 욕심대로 들이대는데 수가 온갖 욕을 하며 난리를 쳐도 결국 받아주는 관계성만큼은 꽤 취향. 

 

감금과 능욕으로 정신이 탈탈 털린 수가 사고로 기억상실에 걸리면서 이야기 흐름과 주인공수 관계는 많은 변화가 생긴다. 

기억 상실이라니.. 요즘 막장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든 시추에이션 아닌가 싶지만 관계가 개선되려면 이런 극적인 상황이 아니면 도저히 개선점이 나올 수는 없겠다 싶어 이런 설정도 이상하지 않았다. 

 

대낮에 납치를 당하다니 얼마나 맹한 건가 했지만, 의외로 전투력이 매우 강했던 주인수 강서주는 극한의 범죄 상황 속에서 탈출과 실패를 반복하며 정우진에게는 계속 악다구니 부리는 게 마음에 들었다. 기억 잃은 후 독기 빠진 강서주를 보면 본성은 파워 긍정러구나 싶어 웃기기도 했지만. 난 이렇게 공에게 끝까지 냉정하지 못한 수 캐릭터를 좋아해서..

그리고 기억 상실 기간의 감정교류가 꽤 달달했던지라 기억을 찾은 수가 떠나는 장면은 당연하지만 조금 씁쓸했다. 

 

수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정작 수의 본명은 한참 나중에야 등장하는 것도 꽤 혹한 요소. 

내 이름이 뭐냐고 묻자 정우진이 굉장히 부끄러워하며 [강서주] 라고 겨우 대답하는 장면처럼, 정신 나간 언행을 해대는 정우진이 종종 이렇게 사소한 부분에서 애틋하게 구니까 처음에는 얘 뭐지.. 하고 흐린 눈으로 보다가 나중엔 얜 뭐지 정말? ㅋㅋㅋ 하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강서주를 향한 정우진의 미친 감정들에 조금씩 빠져들기도 했고. 

 

울고 매달리며 온갖 수를 쓰는 정우진을 보면, 그렇게 좋니? 어이구.. 하면서 토닥이고 싶지만, 그러다 돌변해서 울고 난리치며 미친 짓 할 때는 또 어휴.. 이 새키야 쫌..(ಠ益ಠ)!! 하고 내 감정도 널뛰기하고.

 

기억이 돌아왔음에도 강서주가 정우진을 받아들이고야 마는 게 현실적으로 보면 억지스럽지만, 정우진이 강서주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보여 준 어린 시절이 그래도 약간의 개연성을 부여했다고 생각했다. 픽션이기도 하고.

강서주에게 각인이라도 당한 것처럼, 정우진은 인생의 모든 것을 서주 중심으로 생각하며 자신을 좀 먹은 것 같은데 잘생기고 똑똑한 애가 어쩌다가... ㅉㅉ 

 

아무튼, 모르는 곳에서 스토커 짓만하며 잘 억눌러 왔는데 다른 사람 만나는 서주를 보니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겠지 뭐. 공편애로선 납득할 수 있었다 공감은 어려워도.

강서주가 정우진 곁에 남기로 한 것도 정우진에 대한 죄책감이 부채로 작용했을 수도 있고,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 자포자기한걸 수도 있고, 미친 듯이 퍼부어대는 애정에 중독되었을 수도 있고. 등등... 이유를 들자면 들수 있는 부분들이 보여서 또 그럭저럭..

 

기억이 돌아온 강서주 앞에서 폭주하는 정우진이 그냥 같이 죽자며 오열할 땐 조금 감탄했는데, 오랜만에 맹목적으로 미친 애를 봐서 그런가... 내가 다 절절해서 원. 사실은 살고 싶다는 말도 찡했고, 결국 강서주가 살아준다는 말로 정우진의 감정을 포기하듯 받아들이는 흐름도 괜찮았음. 

 

관계가 이루어지기까지 아슬아슬 범죄 선이고 과격해서 그렇지, 진지한 교제를 시작한 후부터는 그래도 연애물답게 처음에 비하면 많이 달달해져서 좋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정우진의 과거 애인...도 아닌 서브 수...라고 하기도 민망한 조연의 등장 에피는 개인적으로 좀 우습고 하찮았지만, 짝사랑으로 방황하던 시절 잠시 난잡하게 놀았던 정우진의 과거를 알게 된 강서주가 분노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음. 우진이 좋아하긴 하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좀 따수워졌다.

 

강서주가 정우진 내꺼니까 건들지 말라는 대사를 치는데도, 유치하다는 감상보다 우진이 소망 다 이뤘네!(*´ლ`*) 하는 생각에 웃겼을 뿐, 더럽게 꼬였지만 서로 내 것이라고 못 박는 한 쌍의 커퀴가 되는 건 역시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결과만 좋으면 오케이인 가벼운 취향이지만, 비디오 촬영 같은 약간의 소름을 동반하는 몇 가지 요소들을 생각하면 어쩜 그걸 다 넘어가냐? 싶긴 하다. 그냥 강서주가 개연성인지도. 이 작품은 강서주의 비브라늄 멘탈 덕분에 연애가 성립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서주 아닌 다른 사람이었으면 기억 찾는 순간, 정우진은 바로 감방 가는 엔딩이 아니었을까?

 

우는 공 캐릭터는 정말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아주 미세하게 귀여울 때도 있고 측은해서 정우진은 참 오만가지 감정이 든 캐릭터였다. 서주에게 자기 이름 불러달라고 시도 때도 없이 징징거려서 짜증이 났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우진이라고 부르세요] 대사만 봐도 헛웃음이ㅋㅋ ... 결국 적응해서 나도 우진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대단...

 

전체적으로는 혀를 차면서 보게 되고, 소재나 설정도 장르 초창기에 많이 보던 타입이라 취향이 갈릴 수 밖에 없다. 

개성이 과한 캐릭터라 적응이 안 되거나 분위기가 맞지 않는다면 읽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감성도 나쁘지 않아서 즐겁게 읽었다. 

 

바라는 점은 우진이 그만 좀 징징거리고 치료 받고 서주에게 멋진 모습 좀 보여줬으면...ಠ_ಠ 하는 정도? 아니 그냥 우진이가 서주 형이랑 오래 오래 행복하게 잘 살아서 병이 깊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일지도..하는 감상으로 마무리. :)

 

마음을 사랑한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게 화가 날 만큼 사랑해요.

 

더보기
01
짜증나 죽겠어요. 나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요?
나도 힘들어요. 미치겠어.
선배 때문에 난 한 번도 내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어요.
전부 다 형 때문이야.

02
“나랑 계속 같이 있을 거죠?” 
“그래.”
“정말 나랑 계속 같이 있어 줄 거예요? 안 버릴 거예요?” 
“안 버려. 맹세할게.” 

“제가 잘할게요.”
“…….”
“정말 잘할게요. 사랑해요, 선배.” 
“잘하긴 아까부터 뭘 자꾸 잘한대? 넌 평소에도 존나 오버거든.” 

가련한 표정으로 날 보던 정우진이 붉게 부어있는 입술을 열었다.

“근데 아까 그 새끼랑은 무슨 얘기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