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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rfect (완벽한)
Written by Samk
Publication date : 2016.11.15
Book spec: 1~2권 완결 | 351p/352p | 국판
■Character  | 국 대표 (攻), 한제명 (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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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리스의 등장으로 인해 혼돈에 빠진 세상은 3년 전의 큰 사건으로 인해 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정부 특별재난 관리처의 말단 공무원 한제명은 상사의 실수로 중급 하트리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퇴직의 위기에 처하는데 우연히 업계 최고를 자랑하는 하트리스 사냥 회사 [포케이]의 나 대표를 도와주고 부서의 골칫거리 일을 해결한다. 

유치한 로맨스 소설을 쓰던 한제명은 소설 속에 등장 시키고 싶은 이상의 롤 모델 나대표를 만난 것과 동시에 역시 이상적인 외모와 능력을 가졌지만 성격은 악역과도 같은 [포케이]의 또 다른 사장 국 대표를 만나게 된다. 

동네 이웃으로 알게 된 첫 만남부터 악연인 국 대표를 향해 돌직구를 던진 한제명은 뒤끝 심한 국 대표의 계략(?)으로 인해 포케이에 파견되어 그와 함께 일을 하게 되고, 두 사람은 하트리스 관련 업무들을 처리하며 묘한 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의심스러운 하트리스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한제명과 국 대표는 몇 년 전 사건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하트리스라 불리는 좀비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주인공수 설정과 소재, 이야기 흐름 모두 신선해서 개인적으로는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좋아하는 사람한테도 복수하세요?

난 싫어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저 인간이 바로 내 짝이다. 

하급 하트리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주인수 한제명. 본인 말로는 겁이 많다지만 일은 제법 센스있게 잘하는 편이다.

남자를 좋아하고 욕구는 강하지만 성격 때문인지 아직은 순결함. 욕망을 표출하기 위해 망상으로 범벅 된 유치 찬란한 로맨스 소설을 쓰고있는데 매니아 층이 꽤 있다. 

조용한 성격으로 남들은 평범하게 보지만, 가끔씩 말을 순화하지 않고 할 때가 있어 사람들을 당황시킨다. 

포케이 알콜쟁이에 따르면 [분위기 있는 남자] 이지만, 누군가에게 전수 받은 개그에 대한 욕심과 자부심이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미스테리한 매력이 더해지는 캐릭터. 

 

당신이 날 절실하게 원하게 되면 어쩔 건데요?

나. 한제명씨한테 가장 위험한 건 납니다

주인공 국 대표. 끝까지 국 대표...'ㄱ'이 세개 들어간다는 그의 이름은 마지막까지 알 수 없다.

한제명이 부를 때는 '양심리스'.

사촌인 나 대표와 함께 사냥 민간업체 포케이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 최고의 뛰어난 하트리스 사냥꾼이지만 되갚아 주는 가풍 덕에 뒤끝이 심함. 

훌륭한 외모와 피지컬을 가지고 좋은 집안에서 자랐음에도 어떤 이유인지 빚이 있어 돈을 밝히고 매우 주관적인 셈법을 쓴다. 거기다 필터링하지 않는 문장 구사력 때문에 적이 많음. 한인 타운 출신이지만 심하게 화가나면 원어민 수준의 영어로 욕을 한다. 하트리스 사냥을 비롯한 모든 일에 뛰어난 육감을 발휘하는데, 유독 한제명에 대해선 한끗차이로 빗겨나가기 일쑤. 오로지 한 사람만을 향한 집착..아니, 순정을 가진 캐릭터.


주변 사람이 언제 하트리스가 될 지 모른다는 공포가 깔린 세상은 인간 관계의 단절과 출산률 저하가 가장 큰 사회 문제이고, 때문에 전 세계는 이성, 동성 상관없이 정부 차원에서 연애를 권장하고, 커플 등록을 하면 혜택을, 솔로라면 정부가 주최하는 소개팅에 참가해야한다는 설정이 신선했다. 

 

대부분 주인수 한제명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 그런지 중간에 한제명이 쓰는 소설 내용들이 나오는데,

'사랑,순수, 정열, 그 이름은 불타는 하얀장미'(...) 라는 제목부터 인소 감성이 느껴지는 유치한 로맨스 소설이지만, 글 속 주인공의 상대들이 항상 떠나거나 죽어나가 끝이 없는 게 블랙코메디 같았다.

직접 겪은 일과 주변인물을 소재로 하다 보니 한제명이 무언가를 갈망한다는 암시로 작용하며 유쾌한 복선을 깔아주는 요소같기도 하지만 유치함에 소름이 돋긴 함. 그런데 나대표와 국대표 그리고 제임스의 등장부터는 꽤 재미있어서 당황.. 소설 속의 소설까지 재밌다니 나참.ㅋㅋ

 

캐릭터 설정도 괜찮았다. 

한제명의 건조하고 담담한 면이나, 지나치게 평범 한 점. 특재처의 하급직원치고는 하트리스를 잘 다루는 것과 묘한 대사들 때문에 뭔가 있겠거니 했지만, 최종적으로 나온 설정은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이래서 유별나게 촉이 좋은 국 대표가 반했나 싶었을 정도로.

국 대표는 키우던 개에 대한 애정을 복수심과 착각할 정도로 감정 구분이 둔하다는 점. 그 때문에 한제명에게도 뒤끝을 보이다 그 집착이 애정임을 깨닫고 순식간에 돌변해서 시도 때도 없이 들이대는 설정이 좋았다.

 

랍스타만 계속 사오는 거 묘하게 귀여웠는데... 한제명에게 차이고나서도 좋은거 먹이겠다고 계속 사오니까 괜히 귀엽고 막..

교포 출신이라고 맞춤법 개판인거도 웃기고, 자기 그림 에곤쉴레 비슷하다고 자부심 드러낼 때랑 그 개차반 같은 성격에 순정 로맨스 소설 매니아인 건 어이없지만 은근 웃겨가지고ㅋㅋㅋ

무엇보다도 한제명이 쓰는 소설을 그의 의도대로 읽어내는 유일한 독자아닌가. [개 슬퍼]는 명문이었다. 정말ㅋㅋ

 

한제명이 소설에 쓴 대사들을 그대로 써먹으며 스윗함을 뿜어낼 때나, 기분 나쁘지만 이상하게 애정이 느껴지는 막말까지. 국 대표의 특별한 애정 표현들이 왜 그리 좋았는지 모르겠다. 

자기가 쓴 대사를 그대로 하는 국대표를 보며 소름 돋아하면서도 속으로 은근히 기분 좋아하는 한제명까지 더블로 웃겼음ㅋㅋ

내심 원했던 것들을 해주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그런지, 국 대표의 이런 행동들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조금씩 마음을 뺏기는 흐름들이 즐거웠다.

 

"무슨 냄새에요?" 
"냄새라니요?" 
"당신 머리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데, 대체 머리를 뭐로 감은 겁니까?" 

"....알뜨랑?"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뭔지 모르나 보다. 그러니 저렇게 헛소리를 중얼거리지. 

"존나 좋네."

 

알뜨랑 향기를 통해 물꼬가 튼 국 대표의 애정. 싸구려 비누 향기에 환장하는 남자라니.. 이 무슨 언젠가 봤던 구공년대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설정이야?! 싶었지만 웃기긴 웃겼음ㅋㅋㅋ 

너무 고릿적 느낌이라 그런가? 추억 속 클래식함을 느낀걸까? 이후에도 알뜨랑 드립 나올 때마다 자꾸 입꼬리가 올라가서 좀 수치스러웠음.

한제명에게 네가 숨기는 거나 알뜨랑 정체까지 파헤칠거라는 둥, 알뜨랑 쓰는 건 자기 유혹하려는 거 아니냐며 ㅋㅋㅋ 엄청 집착함 ㅋㅋ

여튼, 국 대표가 이렇게 하나 둘 한제명의 작은 부분까지 집착하는 행동들을 하다 뒤끝이 아니라 좋아해서 그랬다는 걸 아는데 이런 과정과 장면이 유쾌하니 좋았다.

 

"내가 되갚아주지 못한 원한은 없어요. 아파트 부녀회에 날 고발한 놈과 내 차에 토한 놈, 내 티셔츠 더럽힌 놈은 빼고요. 그러고 보니 집주인한테 전화했어요?" 

이 주제는 제임스보다 더 위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제명에 대해 금방 눈치 챈 나 대표와 달리 국 대표는 마지막까지 한제명이 숨기는 것들에 대해 끝까지 모른다는 것. 

 

매 순간 날카로운 추리는 다 하고 한제명을 철렁하게 했으면서도 끝까지 모른다는게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있다.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았던 건, 국 대표가 되갚을 수 없는 경우가 '죽은 사람' 또는 '복수해서는 안될 사람'이라 소중한 사람에겐 되갚을 수 없다는 국 대표의 본능적인 감이 제대로 작용하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걸 보여주니 괜찮았음. 

하지만 정말 사랑에 눈이 멀어 모르는 건지, 사실은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하는 여지를 주어 평생 이렇게 등잔 밑은 어둡게 남긴 채, 둘은 행복하게 살거란 암시를 주는 것 같아서 이런 설정도 좋았다.

 

"맞아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 그저 방공호를 찾아 어두운 곳에 숨었다가 키스를 나누는 것뿐입니다." 
"여기서 나가면 전부 잊는 거고요?"

"네. 오직 여기서만." 

무릎에 그의 다리가 닿았다. 어깨에 있던 손이 조금 전부터 내 목덜미를 문질렀다. 키스라는 단어보다 이게 더 신경쓰였다. 

 

함께 하트리스 관련 일을 하면서 여러 감정을 쌓고 차근차근 스킨십 단계를 밟아가는 것도 달달하니 좋았는데, 둘의 기류가 한번에 터진 첫 키스 장면은 정말 좋았다. 방공호의 어둠 속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자면서 하는데 이 장면의 텐션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을 다시 봤는지. 

분위기는 국대표가 잡고, 시작은 한제명이 한 것도 좋고.(*´ლ`*)

 

'모르는 사람' 설정이 한제명의 소설에서 '제임스'로 등장하게 된 것은 웃기지만, 이후에도 둘이 어두운 곳에서 밀회하 듯 만날 때마다 국 대표가 매번 제임스를 자처하며 달큼하게 구는 건 왠지 설레는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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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하트리스, 숨 막히는 살기, 곧 무너질 개미집. 모두 즐거워.
이렇게 센 녀석들을 만날 수 있다니 살아있길 잘했어.
씨발, 난 정말 행운아야. 죽을 정도가 돼야 진심으로, 온힘을 다해 싸울 수 있지.
사지에서 육감이 바늘처럼 돋는 이 느낌은 진짜 끝내준다고."

국 대표가 손을 움켜쥐며 이를 드러냈다. 눈은 흥분과 기쁨으로 번들거렸다.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고 대망의 첫 거사가 이루어질 때는 야릇하긴 했어도 너무 웃겼음ㅋㅋ

처음인데 문란한 척 하는 한제명에게 '인기가 엄청났을 거란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어요'  라는 말을 진지하게 하는 국 대표나, 그 말을 들은 한제명이 두근거려하는 거 몹시 귀여웠다. 실상은 둘 모두 처음인 주제에...그래도 야한 말과 행동에 거침없어서 흐뭇..^_^ 

하지만 후반에서야 거사가 이루어지다보니 이런 달달하고 야한 장면을 많이 못 본게 못내 아쉽긴하다 (。ŏ_ŏ)

 

커플이 되기 무섭게 완전히 제임스화 된 국대표가 느끼한 대사를 남발하고, 이런 말들이 입에 붙는 게 좋다며 '난 왕자 체질'이라 말하는데, 그런 국 대표를 보고 한제명이 쟤가 내 짝이라고 인정해버린 장면은 어처구니 없지만 납득할 수밖에 없다. 왕자님을 찾겠다는 도입부가 떠올라서... 

 

자신의 글 속 주인공 [위시우]를 통해 원하는 삶을 그려온 한제명. 

위시우가 완벽한 왕자님을 만나지 못해 끝없이 이어지던 이야기는 하트리스가 등장한 무서운 세상을 사는 한제명 본인의 이야기이자 피폐한 현실의 도피처였다. 

그런 한제명에게 오로지 자신만 보고 원하는 것을 알아주는 국 대표의 등장은 위시우는 물론, 한제명의 삶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해주는 요소로 작용해서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런 게 또 장점 같았음. 인연이나 운명에 대한 설정을 좋아하는 편이도 하고.

 

배경이 되는 하트리스 관련 사건 에피들도 괜찮았다. 하트리스가 된 부자 노인 에피나, 구남친 하트리스와 얽힌 가족의 불편한 진실, 그리고 치료제에 얽힌 주인공수의 과거 이야기까지. 모두 큰 줄기로 이어지는 내용들이라 허투루 넘겨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장면마다 크고 작은 개그가 빠지지 않아서 나처럼 작가님 개그가 맞는 사람은 보는 내내 즐거워도, 개그 포인트가 어긋나면 내내 곤혹스러울 수도 있다. 워낙 많아서.. 유머는 호불호가 당연히 생기는 것인지라. 개인적으로는 그 연령 지긋한 느낌의 만담같은 개그들이 웃음 포인트였음.

특히 한제명의 건조한 독백처럼 붙이는 드립들이 어쩐지 인생극장 나레이션 같이 읽혀서 자꾸 웃음이ㅋㅋㅋ

하트리스들이 국 대표에게 네가 요리사냐며 인사 할 때도 오..국대표 뭐지? 했는데, 영어로 이름 잘 못불러서 [쿡=요리사]란거 뻘하게 웃겨가지고ㅋㅋ

이름가지고 장난하는 거 싫어하는 국 대표가 그거 복수 하려고 떡밥 던진 것들까지 신박했다 정말 ㅋㅋ 

 

사족이지만, 한제명이 롤모델로 삼았을 정도의 미남인 나 대표. 정중하지만 차가운 매력이 있어 개인적으로도 참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였는데 조연이라 살짝 아쉽다. 그러고보니 나 대표는 이름도 나왔는데. 국 대표는 마지막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아서 궁금하다. 국격긕이 마음에 들었는데...

 

아무튼, 이렇게 개그가 범람하는 가벼운 이야기지만, 궁지에 몰린 사람들의 어둡고 이기적인 본성, 속물적인 태도에 대한 풍자와 주인공 국 대표가 뱉는 신랄한 대사들을 보며 역시 작가님의 특징이 많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그물임이 틀림없지만 뭔가 숙연한 기분이 느껴지는 몇몇 부분에서 역시 삼크님 글이다 싶은 작품. 

인류의 위기 같은 어두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짜여졌지만, 전체적으로는 너무나도 유쾌하고 로맨스에 충실한 이야기.

욕을 먹어도 내 모습 그대로 살거다.
무서운 건 무섭다고 할거다.
손가락질 받아도 왕자님이 나오는 얘기가 좋다고 당당히 말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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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저한테 궁금한 게 하나도 없으세요?"
"졸려요? 귀 열고 내 말 똑바로 들어요. 물어볼 게 없다고 했지, 궁금하지 않다고는 안 했어요."
"왜 안 물어보시는데요?"
"아깝잖아요. 하나씩 내가 발견할 거예요. 새로운 모습이든, 병신 같은 생각이든 전부 내가 하나씩 알아갈 거예요."

"그러니까 미리 스포일러는 하지 마요."

02
"한제명 씨는 어릴 때부터 자연식을 먹으며 컸군요. 이제 이해가 돼요."
생각을 뚫고 들어온 목소리에 뭐가요? 되물었다. 양심리스가 날 빤히 보며 답했다.

"눈이 맑은 거요."

난데없는 칭찬에 잠시 당황했다. 아, 내 눈이 맑다고? 보석처럼 반짝인다는 걸까? 혹시 그래서 반했나?

"난 또 머리가 바보라 눈이 텅텅 비어 맑은 줄 알았죠."

....역시 날 엿먹이려고 고백한 걸지도.

"아니면 정말로 모든 걸 비워버린 거든가요."

멈칫. 난 그의 말에 눈을 들었다. 양심리스는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바보든 리셋했든 난 상관없어요. 지금 당신 눈이 마음에 드니까."

03
"왜 웃어요?"

그야 당신이 너무 다정해서. 랍스터보다, 유치한 내 소설 속 대사보다 더 낭만적으로 들려서.
내가 미쳤나 보다.


17.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