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코코넛 @whitecoconut
T: / 문화생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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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08

빛과 그림자

Written by 류향
Reading : 2017.03.20

■ Character | 일라이(하이든) & 에드나(이든) 

추천받고 봤는데 꽤 재미있었다. 여주가 능력있고 주위에서 사랑을 많이 받는 클리셰지만 조금 다른 점은, 성별을 숨기고 남자인 황태자로서 16년을 살아온 점. 그리고 왕가의 몰락으로 죽음을 피해 다시 여자로서 정체성을 드러내고 신분을 바꾸어 귀족가 하녀로 들어간다. 몇 년간 하녀로 고생하다가 일하는 귀족 가문의 딸 대신 바꿔치기로 평민 출신인 공작에게 시집을 가면서 진행되는데 본디 왕족, 그것도 능력 출중했던 황태자였던 여주가 숨겨둔 제 능력을 발휘하며 훌륭한 공작부인이 되는 내용인데 꽤 흥미롭게 읽었다.

 

뻔하지만 남주도 그저 그런 평민 출신에서 개룡남처럼 공작 작위를 받은 것은 아니었고 남주 여주 모두 능력자였다는 건데 초반부, 억지로 여주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이 불만스러운 남주가 여주를 상대로 못된 행동을 하길래, 후회남 루트로 흐르는 줄 알았으나, 줄거리를 모른 채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의외의 요소들이 있어 조금 놀랐다.

 

여주가 말만 늘어놓는 타입이었다면 다소 시니컬하게 보였겠지만, 남장을 하고 천재 황태자로서 살았던 과거거 있었기에 검술과 무예에 발군인 점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남주가 없는 사이에 영지가 습격 당해서 어쩔 수 없이 정체를 드러내는 전투씬도 괜찮았다.남주의 부하들이 먼저 옛 황태자임을 알아채고 감동하고 모른척해주는 것도 좋았음. 

 

반면에 남주는 자기 부인이 지식과 능력이 뛰어난게 반대파 몰락 귀족의 숨겨진 딸이었나 하는 정도로만 추측하며 애틋한 마음에 여주를 감싸고 도는데, 나중에 여주가 아들 구하려고 싸우는 거 보고 얼 빠진 장면은 좀 많이 웃겼다.

 

그런데 남주랑 여주 같이 붙기만 해도 아주 사랑이 넘쳐서 금방 베드 인 하느라 씬이 참  많은데 안 야해서 놀랐다. 러브 씬에 신음이나 대사가 하나도 없는 것은 처음 봐서 몹시 어색했다. 

 

아쉬운 점은 후반 갈수록 대화들이 좀 연극에서 대사를 말하는 듯한 장황한 문장들이 자주 등장해서 개인적으로는 후반부 가독성이 좀 떨어지고 어색한 감이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꽤 재밌게 읽은 작품. 

 

No.09

바람 앞의 등불

Written by 류향
Reading : 2017.04.23

 

■ Character | 가레스 가르샤 & 엘레나 타운잰드 

빛과 그림자 연작으로 숙청당한 가문의 귀족인 남주가 복수를 위해 용병이 되었는데, 워낙 능력이 뛰어나서 왕도 못건드린다는 설정.  여주는 가난한 백작 가문의 딸로 인근 영지 왕족에게 위협을 받던 중에 우연히 지나던 남주에게 도움을 받는데, 남주와 결혼을 통해 자신의 영지를 지키고자 한다. 

 

남주는 과거 가족의 몰살 사건으로 인해 결혼이나 가정을 이루는 것에 대해 굉장히 냉소적이다. 그래도 여주가 예뻐 보이고 점점 눈이 가고 하니까 하룻 밤만 어떻게 해보려다 실패하는데 우연히 그 모습을 본 여주 부친이 크게 오해해서 여주를 수녀원으로 보내려고 하는 모습에 화가 나서 여주를 그냥 데려간다. 

여주 입장에선 납치 혼이나 다름 없게 되었지만 얼떨결에 몸 넘어가고 이후 마음도 빠르게 넘어가는 흐름이다. 

 

여주가 여러모로 참 줏대 없어보였다. 본인도 사랑보다 영지를 지키려는 의도로 받아들였다면서 막상 남주가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고 속상해 하니까 썩 공감이 가지 않았다.

 

남주는 마지막까지 별로였는데, 시대적 배경을 감안해도 여주를 대하는 태도나 말뽄새가 보통 글러먹은게 아니었음.

중간에 악역인 여조가 나오고 갈등이 고조될 때에도 여조와의 일에 대해 속시원히 해명을 안하니까 여주는 심하게 땅파고 답답하게 굴고..오해한 내용도 여주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남주 저 개새...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일인데 여주가 그냥 오해한 채로 있게 냅두는 꼴이 참 싫었음.

그러다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여주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남주가 절절하게 매달리는데 이건 또 너무 갑작스러워서 남주가 더 이상해 보였다. 

마음의 상처가 커서 말 한마디 조차 하지 않는 여주에게 그 동안 정색하던 가족에 이야기를 술술 뱉는 남주를 보니 저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걸 왜 그렇게 고집부려서 여주한테 안줘도 될 상처만 주고 난리냐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을 뿐이었다.

 

후반에 여주랑 여조가 개싸움 하는 것도 황당하기 짝이 없었는데 악역이라도 오히려 강단있고 자존감 높고, 배후에서 나라를 뒤 흔들었을 만큼 똑똑했다는 설정의 여조 캐릭터가 훨씬 입체적으로 보여서 개인적으로는 여주보다 더 나았다.

 

아무튼, 서로 대화 더럽게 안하는 남녀 둘이 똑같이 속으로만 서로의 입장을 몰라준다고 화만 내고 있으니까 진짜 이상한 애들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주연 캐릭터드 매력이 없었고, 로맨스적 서사라도 좋았다면 모를까 감정선도 영 마음에 차지 않았던지라 이 둘의 사랑에는 도통 공감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는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