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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네임 아나스타샤
Written by 보이시즌
Publication date : 2012.06.24
Book spec: 1~2권 완결 | 364p / 362p | 국판
■Character  | 제냐 (攻), 권택주 (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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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국 요원인 권택주는 임무 완수 후 본부의 호출을 받는다. 러시아가 대형 살상 무기 ‘아나스타샤’의 개발에 성공했다는 첩보와 그와 관련해 잠입했던 타국 요원이 보복성 죽임을 당해 동양인 요원이 필요하다는 것. 

러시아의 '핵'이라 불리는 거물 프시흐 보그다노프만 피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상사의 설득에 거절할 명분이 없어 이 위험한 임무를 맡은 권택주, 

그는 일본의 종합 상사 직원 사카모토 히로로 신분을 위장하여 러시아로 출발하지만,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예상하지 못한 일에 휘말린다.

일본과 러시아의 계약을 방해하려는 조직이 권택주가 위장한 사카모토 히로의 납치를 시도한 것. 

그대로 납치되면 진짜 사카모토 히로가 아닌 권택주의 위장이 들켜 비밀 첩보 임무가 러시아 측에 탄로 나 더 큰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한 상황. 

결국, 권택주는 납치 조직을 따돌려 도망치고 그러다 숨어든 낡은 건물에서 마주친 괴물 같은 남자의 도움 아닌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호텔에 도착한다. 

사건 후, 본부로부터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동안 임무 파트너를 붙여준다는 연락을 받은 권택주. 

언제 파트너와 만나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 사카모토 히로로 일을 진행하던 권택주는 낡은 건물에서 만났던 괴물 같은 남자와 다시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본부로부터 러시아에서의 작전을 함께 할 파트너의 사진이 전송되어 오는데 사진에는 눈앞에 있는 남자, '제냐'의 얼굴이 떠 있다.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던 첫 인상 때문인지 권택주는 파트너라기엔 왠지 위화감이 느껴지는 제냐에 대해 불안함을 안고 그와 아나스타샤의 정보를 찾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당장 좋아 죽는 건 못하겠지만 인간으로는 만들어 주마.

―너란 놈을 한 번 길들여 보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거든.

주인수 권택주. 국가정보원 소속 비밀요원으로 능력이 뛰어나다. 딱히 정의롭지는 않지만 맡은 일은 어떻게든 해결하는 타입. 

맡은 일 외에는 대체로 무심한 편이지만 본인이 당하면 꼭 갚아주고야 마는 성격이다. 무엇보다 감이 좋음. 아주 강한 이미지라 약한 모습이 궁금하기도. 

첩보 요원이라 습득했다기엔 언어능력 너무 좋아 신기하다. 제냐와 주고받는 대화를 보면 러시아 어를 현지인 수준으로 하는 듯...

세상에 수컷만 남아도 자신만큼은 그럴 리 없다 하는 스트레이트지만, 이국땅에 가니 그쪽 성향 남자들에게 묘하게 인기가 있고, 제냐로 인해 정체성 위기에 시달린다. 

아무리 봐도 권택주는 제냐를 만나 수 포지션이 되었을 뿐, 만약 다른 데였다면 공을 해도 충분했을 것 같다. 능력 쩔고 성격 세고 심지 강하고. 

제냐 눈엔 아등바등 열심인 한 마리 자인카(토끼)지만, 실상은 너무나도 강하다. 넘치는 남성미가 관능적으로 느껴져 매력적이다.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

 

재미있어 보이니까. 흥미를 느끼는 일은 우선 하고 봐야 하는 성미라서. 

―힘이 세고 반항적이면 더 좋겠지. 막 다뤄도 안 부러질 정도면 금상첨화고. 

주인공 제냐. 본명은 예브게니 비사리오노비치. 권택주의 일시적이지만 표면적 동료(?)로 엄청나게 강하다. 

겉으론 멀쩡하지만 파괴적인 성향이 강한데, 단순히 부수는 게 아닌 없애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는 비인간적인 면이 있다. 평범하게 대하는 것 같아도 아주 사소한 부분이 거슬리면 바로 태도가 바뀌는지라 권택주에겐 속을 알 수 없는 악어 같은 남자로 비침. 

이름보다 미친놈으로 더 잘 알려져 있고 월등한 능력과 파괴성을 이용할 수 있는 일을 하지만 집안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일을 핑계 삼아 격리시키는 느낌.

성격은 그래도 껍데기는 우수해서 아쉬울 게 없는지라 두 번 이상 같은 상대와는 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철칙도 있다. 권택주를 만난 후 깨지지만.. 광공은 이래야지! 하는 만족감을 안겨주는 캐릭터로 자신의 인간적인 면을 깨우는 권택주에게 점점 집착하고 인간다운 면을 조금씩 보여주기 때문에 좋을 수밖에 없다. 아참, 콘트라 베이스 연주를 잘 함.


엘리트 요원 권택주가 상부의 지령으로 '아나스타샤' 의 정보를 찾아 러시아에 파견되었다가 온갖 고생과 굴욕, 음모에 분투하는 이야기다. 잡입 초반부터 꼬인 일들을 풀어가며 아나스타샤에 접근할수록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등장하고, 파트너인 제냐는 속을 알 수 없고, 본국과의 연락도 수월하지 않다. 

하지만 맡은 임무는 꼭 마무리하는 성격 때문에 발을 빼지 못한 채 계속 늪으로 들어가는 권택주와 서서히 본성을 드러내는 제냐.

제냐의 정체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더 재미있는데, 과정에 호불호가 갈릴 소재나 장면들이 있다. 둘 사이의 오가는 긴장감에 그런 요소가 심각하게 느껴지지는 않음.

 

그 중 개인적으로 꼽자면,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제냐와 권택주가 여자를 사이에 두고 하는 장면이 꽤 인상적이었다. 제냐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 애매한 상태에서 둘의 텐션이 거의 정점에 달한 장면이기도 해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별안간 권택주가 사근사근 속삭였다.
"끌어들인 걸 후회할 겁니다. 내가 이쪽 매너가 좀 별로거든."

 

처음 읽었을 때나 재탕이나, 권택주가 하는 저 대사는 왠지 섹시해서 매번 치인다.  스스로 잠자리 매너 안 좋다고 정중히 말하고 거칠게 구는 것까지. 이런 애가 수라니!! 행복하게.. 하는 기분. 놀랍게도 제냐는 그와 반대로 의외로 성실하게 임하는 타입이라 이 차이에 더 치임. 

 

도발에 맞대응하기 위해 일부러 거칠게 행동하는 택주를 보며 그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핥듯이 보는 제냐가 그 분위기에 아주 잘 맞게 묘사된다. 

어쩐지 제냐의 택주 집착이 엉덩이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섬세하고 상세한 묘사에 흐뭇하다.

자기도 모르게 만지려 드는 제냐의 손을 잡아채며 개수작 부리면 죽인다고 하는 택주나, 여자 몸에 뿌려진 택주의 ㅇㅇ을 핥아 먹는 제냐의 모습 등, 야릇한 분위기가 말도 못하게 좋았음.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며 쿨하게 벗어나려는 택주를 향해 이제 내 차례라며 여자를 택주 몸에 두고 행위를 이어가는  제냐가 시선만은 택주에게 고정한 채로 밀어붙이는데, 그런  제냐를 보며 마치 자신이 당하는 것 같은 야릇한 불쾌감에 혼란스러워하는 택주의 감정까지. 이 장면의 흐름만큼은 작가님이 혼과 얼을 담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최고의 성적 긴장감이 느껴졌다.

당연히 여자가 있는 쓸희섬을 좋아할 리 없는 내가 취향 파괴를 당했을 정도니 손에 꼽는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 열차 장면과 이후 사우나 등, 끈적한 분위기의 장면들이 계속 나오는데 확실히 수컷 미가 강한 애들이라 케미도 좋고 둘 사이 긴장감도 강하다. 저급한 주제의 대화에 거리낌 없는 것도 좋고. 더티토크는 제냐 쪽이 월등하지만, 얘는 입이 더럽다기보다 그냥 필터링 없이 날로 말하는 느낌.

 

제냐의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도 짜릿하니 좋았지만, 이후 제냐의 손아귀에 떨어진 택주가 온갖 능욕을 당하는 장면들은 강제적이고 폭력적이라 취향이 갈릴 수 있다. 물론 나야 능욕에 관대한 편이고 문신 장면 같은 건 꽤 좋았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이런 취향이 아니라면 거북할지도 모르겠다. 제냐가 성향이 꽤나 하드코어해서....

그래서 택주가 강해서 다행이고, 잘 느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얘 아니면 큰일 날 뻔. 정말 다행..

 

그리고 제냐가 택주에게 러시아 민담인 [코시체이] 이야기를 빗대어 가볍게 기밀을 알려주는 부분이 있는데,

코시체이에게 납치당한 미녀를 구하기 위해 코시체이 성에 찾아간 용사는 번번이 실패한다. 불사신 코시체이의 약점은 코시체이 본인만 알고 있는데 미녀에게 제 약점을 떠벌리는 바람에 결국 용사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이 민담은 약간의 복선 역할을 하며 이후에도 종종 언급된다. 

 

택주가 어차피 죽을 거란 생각에 알려 준 것인지, 죽지 않을 것을 기대해서 알려준 것인지는 몰라도 뭐가 되었든 이는 제냐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데 죽다 살아난 것도 모자라 제가 알려준 기밀로 예상 이상의 활약을 하는 택주 덕분에 무료한 삶에 불이 붙어버린 제냐. 

제냐의 변화가 잘 보이는 설원의 에피들은 무척 즐겁다. 권택주는 너무너무 고생하지만.... 

 

"설마 내게 안기고 싶어서 일부러 지고 있는 건 아니지?" 

어떻게 하면 그리 깜찍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 저 대가리는.
권택주는 작위적으로 싱긋 웃으면서, 웃음기라곤 전혀 묻어나지 않는 목소리로 놈에게 대꾸했다. 

"네 엉덩이나 깔 준비 해." 

 

둘이 이렇게 으르렁대는 분위기가 너무 좋은 것..(*´ლ`*)

택주가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며 제냐와 내기를 하고, 질 때마다 제냐에게 이런저런 능욕을 당해도 둘만 마주하니까 팽팽하던 분위기가 조금 느슨하고 부드러워져서 좋다. 짐승 사육하는 것마냥 굴던 제냐가, 갑자기 한국 음식을 일부러 찾아오고 하는 것도 크게 느껴지는 감정 변화였고.

 

제냐가 택주를 힘으로 제압하며 능욕해도 매번 뒷덜미에 집착하며 물고 빨고 머리에 입 맞추고 그런 의미 심장한 구석이 있긴 했다. 처음부터. 거기서 더 나아가 택주의 얼굴 하염없이 내려다본다든가 속눈썹을 핥아 올리는 등 달큼하게 구는 행위가 점점 더 늘어나면서 설레는 포인트가 꽤 많아진다. 

 

분노한 제냐가 택주를 죽일 뻔 했을 때도, 전처럼 무감각한 모습이 아니라 심하게 동요하고 다시 살리려 하고 멍해지는 게 thㅏ랑으로의 첫걸음마 같아서 좋았다. 죽음을 넘나든 택주는 웬 고생이냐 싶지만, 그래도 수시로 총질하던 거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왜, 자꾸 도망가려고 하지? 내가 널 죽이려는 것도 아니잖아." 

오랫동안 홀로 품었던 고민을 은연중에 풀어놓는 듯한 어투였다. 권택주는 곧바로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제냐의 얼굴을 반히 볼 뿐이다. 놈이 대뜸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건지 의구심도 들었다. 이내 놈의 시선이 지극히 닿아온다. 대답을 기다리는 그에게, 권택주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 해주었다. 

"여기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중략) 

잠시 후 제냐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고 있던 수건도 탁상 위에 가만히 내려놓는다. 그대로 돌아서서 침실을 나서며, 놈이 오랬동안 다물고 있던 입을 뗐다. 

"만들어, 그럼." 

 

제냐가 택주에게 도망치려는 이유를 묻고, 만들라는 이 부분은 완벽하게 변한 제냐의 감정을 알 수 있어 마음에 들었던 장면.

설원에서 오로라 보고 술 마시던 제냐와 택주가 처음 키스할 뻔한 장면도 비록 택주가 선을 그어 미수로 그치지만, 택주 역시 동요하는 게 느껴져 좋다.

이런 감정적 위기를 두려워한 권택주가 무리해서 탈출하고, 거기서 감정이 완벽하게 폭발한 제냐가 택주의 이름을 외치는 장면은 쾌감도 모자라 저릿한 느낌마저 든다.

 

가진 건 많아도 근본적인 결여 때문에 주위에 아무도 없는 외로운 코시체이 자체였던 제냐. 

미녀를 사랑해서 제 약점을 알려주고 심장을 잃은 코시체이처럼, 택주가 떠나는 순간 제냐는 상실감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무언가에 공들이고 부수는 걸 좋아하지만, 공들인다는 것이 그만큼 애착을 갖는 것이라는 걸 몰라 파괴라는 비틀린 행동으로 분출해서 미친놈처럼 굴었을 뿐, 택주를 향한 애착을 점점 파괴성이 아닌 다른 형태로 나타내며 변화를 시작한 제냐라서 걸음마 하던 아이가 버림받은 느낌이 들어 괜히 안쓰러웠다. 

이런 감정선과 분위기 때문에 설원 에피들은 그저 좋다. 설원이나 모피 입은 백금발 미남 짤이라도 보면 제냐가 떠오를 정도로 기억에 남고.

 

아무튼, 이후는 내통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진 권택주가 한국에 돌아와 음모의 배후를 밝히고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내용들로 임무 수행이든 도망 생활이든 액션 장면에서의 권택주가 매력적이라서 즐겁다. 

제냐와 택주가 재회하는 장면도 그렇고, 재회 후 난리 통에서 빠져나와 몸을 피한 모텔에서의 장면도 설원 때 만큼 좋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잡아먹을 듯 굴던 제냐가 택주의 볼이며 턱이며 여기저기 쪽쪽 거리고, 둘이 눈 맞고 처음으로 제대로 키스하고 베드인하는 것 또한 내 안의 명장면. 전처럼 우위를 나누는 것보다 애정이 더 진하게 깔린 분위기라 농염하면서도 달달함.

 

제냐의 결여를 모른 척하려 했지만 끝내 외면하지 못한 권택주가 제냐를 받아들이면서 이 미치광이를 벗어날 수 없다면 길들여보겠다는 식으로 본인다운 결론을 내는데, 고생한게 아까울 텐데 이왕 이렇게 된 거! 하며 호탕하게 구는 권택주가 정말 좋았다.

이런 수 정말 취향 저격.... 

 

택주 하나 보고 자기네 나라 정부 협박해서 대사로 눌러앉은 제냐도 이 정도면 대단한 순정이지 싶다.

택주가 너무 바빠서 분위기 좋을 때도 일 생겨서 바로 가버리니까 제냐가 대책이랍시고 본인이 택주 임무 먼저 처리하고 그 시간을 같이 보내려고 하는 거 은근히 귀여운데.. 제냐가 러시아어로 못알아 듣는 택주 엄마에게 당신 아들 정말 죽여준다는 둥 어쩌다 저런 걸 낳았냐며 나한테 못할 짓했다고 푸념+자랑해대는 건 정말 무슨 ㅋㅋㅋ 

딴소리지만, 제냐가 택주를 자인카라고 부르는데, 이게 러시아어로 그냥 토끼도 아니고 아주 어리고 귀여운 토끼를 부를 때 쓰는 말이라는 것도 어쩐지 유쾌했음. 

 

아무튼, 전체적인 구성도 좋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애매한 파트너 관계인 권택주와 제냐가 아나스타샤와 보그다노프 가문을 파고드는 부분과 귀국 후 음모를 파헤치는 후반부 몇몇이 살짝 지루할 수 있지만, 꼭 필요한 요소이기에 허투루 할 부분이 없다.

[수컷 x 수컷]에 충실한, 강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 덕분에 비에루만의 묘미를 충만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과 미친 녀석의 집착과 순정(?),  쎈 녀석의 관능(?)과 고난, 이질적인 것들이 잔뜩 버무려져 몹시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작품.

 

내가 이 곳에 남아 있어야 하는 이유,
그건 앞으로 네놈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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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좀 더 발악해봐. 살려둘 생각이 안 들잖아. 전혀

02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나쁘지 않군?"

제냐가 살짝 들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기분 좋게 휘어지는 두 눈이 비정상적인 빛을 담고 있다. 피를 맛 봐 흥분했거나 이제 막 살육을 끝낸 듯한, 흥분과 광기로 얼룩진 눈동자였다.

03
"고객님은 신용도가 제로라서 우선 담보를 좀 받아야겠는데."

천상 장사치다. 권택주는 요구대로 침대 위로 올라갔다. 곧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두 사람 사이가 좁혀진다. 권택주를 고요히 마주보던 제냐가 덜컥 손을 뻗어 그의 뒷덜미를 감싼다. 그 직후, 두 사람의 입술이 다소 거칠게 맞물렸다. 권택주는 미간을 쓰게 구기며 제 입술을 탐하는 놈을 보다가 잠자코 눈을 감았다. 온몸이 강한 힘에 왈칵 끌어 안긴다. 거짓말처럼 심장이 또다시 반응하기 시작했다. 제냐는 권택주의 윗입술을 아릴만큼 세게 물며 중얼거렸다.

"네가 누구 것인지 똑똑히 알게 해주지. 각오해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