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코코넛 @whitecoco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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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밀밀 甛蜜蜜
Written by 잘코사니
E-Book Info : 2016. 08.27 | B&M 출판
■Character | 임성범 (攻), 박진만 (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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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집 알바를 하며 살아가는 진만은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 성범과 재회한다 6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성범의 막말은 여전하기만 한데……. 

 

 “어? 너네 둘이 아는 사이냐?” 

먼저 말을 뱉은 쪽은 성범이었다. 

“우리 집 도우미 하던 아줌마 아들이에요, 이 새끼.” 

 

그의 말에 상처 받으면서도 고등학교 시절 남몰래 그를 짝사랑했던 진만은 제 감정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을 느끼며 혼란스러워 한다.  

한편, 예전부터 진만이 자꾸만 신경 쓰였던 성범은 저를 피하는 진만에게 묘한 짜증스움을 느끼며 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씨발, 박진만 니가 한번 말해 봐라. 내가 너한테 지금 죄짓고 있냐? 내가 지금 너 갖고 노는 거 같냐?” 

 

엉뚱할 만큼 솔직한 진만과 배려 없이 거칠기만 한 성범의 싸우면서 정드는 ‘청춘 연애 성장담’ 과연 꿀처럼 달콤한 연애는 시작될 수 있을지……?

출처 - 리디북스


남은 할인 쿠폰이 있어서 추가로 질렀다가 횡재한 기분이었다. 짝사랑 현대물로 적당히 찡하고 상당히 달콤하다. 

못된 말투의 주인공과 어쩐지 캔디 같은 주인수. 왠지 익숙한(...) 캐릭터의 이름 등 몇몇 요소만 소화하면 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했더니 기어이 선을 넘는구나, 니가?

주인공 임성범. 심하게 잘생긴 외모에 부유한 집안. 우수한 성적 등 모자람이 없으나 성격이 나쁘고 막말을 잘한다.

부모의 이혼을 계기로 집에 경제적으로 기대지 않고 독립하여 지내는데 학업과 개인 사업 등을 병행하는 걸 보면 능력도 좋고 꽤 성실한 듯. 속된 말로 ㅆ발데레의 교과서 같은 캐릭터로 'ㅆ발' 정도는 그냥 감탄사처럼 붙여쓰기 때문에 사소해 보인다. 욕설보다 남의 치부 같은 부분을 거침없이 입에 담는 편으로 좋게 보면 직설적이지만 사실은 그냥 재수 없게 말하는 타입. 이런 점이 싫다면 굉장한 비호감일 듯. 

하지만 내 기준 [성격 정말 더럽고 못됐는데 왠지 좋다] 하는 오묘한 느낌에는 꼭 들어맞는 캐릭터였다.

 

―나도 너 감당 안 되거든?

주인수 박진만은 어려운 형편에 유일한 가족이던 조모가 세상을 떠나자 고교 졸업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홀로서게 된다. 

밝고 구김 없는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타입. 처음엔 좀 순하게 보여서 고구마 답답이인가 했다. 하지만 화법만 다를 뿐, 얘도 주인공 못지않게 직설적인 스타일로 나름 시원하게 제 할말은 한다. 유하게 보여도 꽤 독한 면이 있다. 스킨십에는 인색하지 않고 적극적이며 성향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성범의 말마따나 분위기에 휩쓸릴수록 과하게 솔직해지는 성격. 감정 과잉이 되어 앞서나가는 모습이 어째 귀엽게 느껴진 캐릭터.

 

군대 선임이 운영하는 호프집을 찾아간 임성범은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고교 동창 박진만과 6년 만에 만나게 된다. 

여전히 어렵게 사는 것 같은 진만에게 짜증을 느끼는 성범이지만 학창 시절과 마찬가지로 어쩐지 자꾸 그를 챙기려 든다. 

진만의 퇴근을 기다렸다가 굳이 자기 집에서 반대인 진만의 집까지 차로 데려다 준다거나, 추운 날 옷을 얇게 입은 진만을 보고 백화점까지 가서 옷을 사오거나하는 것들.

 

“……말이라고 그런 그지 같은 소리 내뱉지 마라. 역겨우니까.” 

“역겨운 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그러니까 내가 얌전히 입 닥치고 꺼져 주겠다고. 왜 꺼져 주겠다는 사람 붙잡고서 시비를 거는데? 너도 나랑 이렇게 말 섞고 있는 거 짜증 나잖아. 그럼 얼른 가, 새꺄. 나도 집에 갈 테니까.” 

진만은 몸을 돌렸고, 성범은 억센 힘으로 진만을 다시 돌려세웠다.진만이 성범의 손을 물리치고 다시 걷자 성범도 지지 않고 따라와 거칠게 잡았다. 이내 작은 종이봉투를 진만의 가슴팍에 던졌다. 

“약이나 처발라, 병신 새끼야.” 

김 첨지와 점순이를 섞어 놓은 듯한 임성범의 말투와 행동들을 보고 있자면 웃음이 나옴ㅋㅋ 본인은 그저 불쌍해서 동정하는 거라고 우기지만. 

다른 친구가 학창시절도 아니고 지금은 진만이 스스로 제 앞가림 잘 하고 사는데 넌 너무 오버한다고 돌직구를 날려도 이해를 못 함. 어릴 때의 기억 때문인지 성범은 진만을 실제보다 더 가엽게 보고 있는데 동정인지 애정인지... 본인도, 보는 사람도 애매하다. 

 

술김에 성급히 고백을 한 진만은 성범에게 차이면서 [네가 착각할 거 같긴 했지만 정말 이렇게 감정을 못 숨겨서 어쩌려고 그러냐] 는 식의 독설을 듣지만, 내 눈에는 이게 좀 미묘한 훈계처럼 보여서 얘네는 심각한데 보는 나는 또 피식거렸다. 아니 차는 주제에 조언(?) 비슷하게 혼내고 어르는 임성범이 참ㅋㅋㅋ 재수 없지만 맞는 말이라 진만이 수치스러워하는 것도 이해되고 묘하게 웃기기도 했고.

 

진만이 고백한 것에 대해 사과하자 성범은 막상 지고 들어오는 걸 또 마음에 안 들하며 왜 네가 사과하냐는 식으로 닥달하는데.. 이 쯤되니 얘가 진만을 차는 건지, 걱정하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임성범 참 괴팍하다.

고백 이후에도 성범은 진만을 피하기는커녕 더 과한 관심을 주고, 진만이가 자기 무모증이라고 말한 뒤로는진만의 몸에 대한 집착까지 키우고.

진만에게 다른 누군가가 꼬이면 불쾌해하고, 자기 외의 다른 친구 집에 가는 것도 싫어하고, 나쁜 놈에게 다친 것에도 분노하고...어디 가서 웃음 흘리지 말라는 둥 이상한 관리질을 하는 걸 보면 이게 과연 짝사랑 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개인적으로 첫 키스나 딸기 키스 같은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장면들도 좋았는데, 가만보면 이런 스킨십도 항상 성범이 먼저 하고.. 하자는 것까지 얘가 먼저 함. 그러고보면 매번 연락도 다 얘가 먼저 한다. 정성스럽게도.

 

첫 에로 씬이 참 좋았던 건, 일단 해보자는 성범에게 진만이가 제 심정을 솔직히 말하면서 확실하게 거절한 점과 어찌어찌 마음을 고쳐먹은 진만이 다시 들이대서 이루어지는 흐름이라 좋았다. 수가 어쩌다 휩쓸려서 베드인 한게 아니라 어쨌든 잘 생각한 후에 좋으니까 하겠다고 제대로 결정한 것이니까.

 

진만이가 '난 빼는 타입이 아니다'라고 못 박으며 적극적으로 당기는 것에 네가 그럼 그렇지 하며 비웃는 성범이지만, 막상 행동이나 대사들은 애인보다 더 애지중지하는 느낌이라 얘 정말 뭐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범이 무모증인 진만의 몸에 열 올리는 것도 그렇고 관계할 때의 장면들은 담백하게 표현되지만 은근히 노골적이고 야하다.

물꼬 튼 이후로 스킨십은 물론 농염한 장면에서 성범의 거친 입버릇은 음패가 되어 진만을 놀리는 식이지만, 행동은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다. 얘 정말 뭐야....22

 

하지만 진만의 입장에선 사귀는 것도 아닌데 깊어지는 마음과 별개로 상황은 몸뿐인 관계로 흘러가니 괴로워하는 게 당연하고, 그렇게 아슬하게 이어지는 관계 속에 생기는 갈등 부분에 강압적인 관계가 한 번 나온다.

늘 솔직하게 마음을 부딪히던 진만이지만, 이 즈음에는 속내를 감추고 참기만 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진만에게 답답함을 느낀 임성범이 솔직하게 굴라며 다그치는 의도가 있긴 하지만, 질투 어린 싸움에서 이어진 강제적인 관계는 이유불문 호불호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그래도 다른 사람 만나지 말라며 오열하는 진만의 절절한 감정에 몰입되어 꽤 뭉클했다. 박진만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가장 잘 나타났던 것도 같고.

성범이 그런 진만을 보며 가슴이 욱신거리는 걸 느끼고 다시 안아주며 미안하다할 때는 얘도 보이는 것 이상으로 진만에 대해 고민하고 아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흐름이 나쁘지 않았지만 취향은 갈리겠지...

 

관계 정립이 안 된 상태라 오해는 또 생기고, 결국 진만의 입에서 못해먹겠으니 정말 관두자는 말이 나올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시원한 감이 있다.  

관계정리 선언에 네가 어떻게 나한테... 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성범의 모습도 당연히 좋았고. 임성범의 기본 성격이 성격인지라 대놓고 절절하진 않지만, 성범이 진만을 만나지 못하는 동안 처음으로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고 그리워하는 장면들에서 묘한 애틋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시계 산 거 괜히 안쓰럽고..귀엽고.

 

아무튼, 임성범은 노멀인데다 외모까지 출중해서 여자들이 많고, 전여친의 집착 등 교통정리가 좀 안 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못된 말투때문에 가려졌을 뿐이지, 진만과 관계한 후로는 딴짓 한 번 안 한 걸 보면 본인은 상당히 진지했다고 생각된다.

 

진만의 짝사랑이라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 좋아하는 건 성범 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커져가기도 했고.

이런 성범에게 보는 사람마다 [진만이 착한 앤데 괴롭히지 말고 잘해줘라] 라며 매번 훈수를 두니 애가 성질 내는 것도 이해가 간다. 과거나 현재나 임성범이 박진만에게 제일 지극 정성인데... 이런 거 아무도 몰라주고..

 

후반부에 번갈아가며 나오는 학창 시절 장면들까지 보면, 임성범이 동정으로 치부했던 감정들이 조용히 키우던 사랑이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진만이가 말도 없이 갑자기 학교를 안 나오는 바람에 전해지지 못했던 아쉬움까지 느껴져서 어쩐지 먹먹했다. 정말. 

핸드크림이랑 졸업 앨범 에피소드는 너무 찡했다고 ಥ_ಥ   

 

성범이 학창 시절 진만에 대해 밝은 성격과 다르게 어딘가 어둡고 가련했었다고 기억하는 것도, 진만에 대한 오랜 감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못된 녀석 주제에 이런 순정은 다 뭐람..ㅠㅠ

 

박진만이야 좋아하는 마음이 크고 솔직해서 많이 양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적당히 고집도 있다. 

특히 성범이 못되게 굴면 그에 맞게 받아치는 것도 보통이 아니고. 은근하게 귀여운 모습들도 있고.. 취했을 때 광어 붙잡고 울던거 정말ㅋㅋ 성범이 그 모습을 곱씹으면서 'ㅆㅂ존나 귀엽네....' 하고 혼자 미소 지을 때 내 광대도 올라가고. 

이런 간질거림이 참 마음에 들었다. (´͈ ᵕ `͈ )

 

나랑 사귀자! 하는 건 아니지만 [넌 내꺼니까 나도 네꺼 해] 라는 식의 풋내 나는 연애를 한다. 

연애도 닭살스럽지 않게 간질간질한 분위기로 사귀는 걸 숨기기는 커녕 당당한 것도 좋고. 임성범이 제 입으로 [나 박진만 애인] 이라고 소개 할 때는 광대가 승천했음. 뭔데 정말^.^;;;;; 뭐랄까 이 커플은 글 안의 케미가 좋아서 보는 내내 흐뭇하다.

 

말하는 것만 보면 세상 최고 못된 놈이지만, 행동만큼은 세상 최고 다정남인 게 분명한 주인공과 너무 솔직해서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해 고생하는 주인수.

 

수의 첫 사랑이자 짝사랑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공의 첫 사랑과 성장 이야기로서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 읽은 전자책 중에 가장 몰입했던 작품으로 새벽까지 쉬지 않고 읽고, 그 뒤에도 계속 생각나서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다.  전자책 중에선 인생작 급인데 소장본이 없다니 아쉽고... 

 

왜 제목이 첨밀밀인지, 다 보고 나면 [꿀처럼 달콤한 당신] 이라는 마지막 글 귀에 200%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로 정말 즐겁게 감상한 작품.

 

바야흐로 꽃잎이 만발한, 아주 달콤한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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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사실, 저 새끼 고등학교 때부터 좀 그랬어요. 저도 좀 잊고 있었기는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어릴 때도 종종 그랬더라고요. 쟤가 왜 이렇게 얼굴도장을 찍나 저도 좀 그랬죠, 솔직히.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하나둘씩 기억나는 거예요. 뭐, 예를 들어서 매점에서 만나면 제 빵값을 자기가 계산한다든가, 소풍이나 현장학습 있는 날엔 갑자기 와서 자기네 가게 아줌마들이 만든 김밥 같은 걸 주고 간다든가……. 뭐 그런 거요.

02
“박진만.”
“……왜.”
“……이리 와 봐.”

이리 좀 와 보라는데도, 녀석은 대답도 없고 미동도 없었다. 그렇게 나오는 데야 성범도 별수 없었다. 아무래도 요즘 들어 녀석에게 너무 유해졌다. 성범은 제 쪽에서 먼저 걸음을 내디디며 다가섰다.

“새끼, 또 말 안 듣지? 진짜 많이 컸어, 박진만.”
“넌 또 말을 그딴 식으로밖에…….”

울컥하여 언성을 높인 진만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성범이 그를 껴안아 품에 가뒀다.

“이런 것도 얼굴이라고…… 보니까 좋네, 정말.”

툭툭. 진만의 뒷목을 쓸며 성범이 관자놀이에 입을 맞췄다. 진만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가 다시 널뛰듯 튀어 올랐다. 미친 듯이 가슴이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