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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슬지락 (琴瑟之樂)
Written by 이젠 Ijen
E-Book Info : 2016.12.12 |  W-Beast 출판
■Character | 주이강 (攻), 홍희안 (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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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의 태자 주이강은 황제의 셋째 아들이다. 열일곱 나이에 전쟁에 출정하여 서쪽의 권룡국을 몰아내는 데 크게 일조한 그는, 그 공을 인정받아 태자로 책봉된다. 그러나 그 후 맞이한 태자비들이 연이어 같은 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신관들은 태자가 용의 저주를 받았노라며 용의 새끼를 먹는다는 붕을 태자비로 들일 것을 권한다. 태자는 이 모든 것이 자신과 반목 중인 황후의 계략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붕의 현신이라는 혜의 왕제 홍희안과 혼례를 치르기로 한다. 한편, 이 혼담이 달갑지 않긴 희안 역시 마찬가지다. 태자비는 명목일 뿐, 실상은 부적으로 팔려가는 신세에 불과하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주원의 태자는 성정이 잔악하고 흉포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사람의 비로 들어가 봤자 황후가 되기는커녕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 터였다. 하지만 종주국의 명령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또한 그에게는 이 혼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출처 - 리디북스


동양물이라서 망설였지만 평도 나쁘지 않고 이젠님 작품은 괜찮게 보는 편이라 전자책 신간이 나온 김에 일단 구매하고 출퇴근 길에 가볍게 감상.

기본적으로 글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전체적인 내용은 심심하다.

 

주인공 주이강은 검은 기린을 섬기는 주원국의 태자로 아름다운 외모와 어릴 때부터 하늘이 내린 신동이라 불렸을 만큼 타고난 능력이 많다. 황후 소생도 아닌 셋째 황자인데 태자 자리에 오름. 그 때문에 자신의 친자를 제위에 올리려는 황후 및 그 외척 세력과 물밑 암투를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세 번 째 태자비인 홍희안에게 계획적으로 애처가 연기를 하며 대하다 정말로 애처가가 되어버린 남자. 나이는 어린 편인데 말투가 너무 연배가 있어 보이는 특징(?)이랄까.. 하오체를 많이 써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익숙해지기 좀 어려웠음.

 

주인수 홍희안은 봉황을 섬기는 익환족으로 왕족이긴 하나 큰 날개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다른 왕족들과 달리, 고르지 못한 머리 색과 수수한 외모, 유독 작은 날개를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왕족치고는 부족한 구석이 많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하나둘 나오는 행동이나 과거를 보면 그냥 애가 태생도 그렇고 애잔한 점들이 있다. 어릴 때부터 방치되어 자라서 글을 늦게 배웠으나 꽤 똑똑하고 악기 연주도 잘함. 조용조용 단아한 느낌에 목소리가 좋은 듯. 초반의 무심한 듯한 느낌이 괜찮았는데 후반에는 그런 모습보다 좀 유약한 부분이 부각되는 게 아쉬웠다.

 

날개가 달린 왕족이지만 보통 왕족보다 열성인 점, 태생과 관련하여 겪은 어려움으로 인해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무심한 성격인 수와  왕위와 거리가 먼 셋째 황자임에도 오로지 능력 하나로 태자 자리에 올라 정적과 끊임없이 싸우고 겉으로는 느긋한 척, 뒤에서는 치열하고 치밀한 성격이라는 공의 캐릭터의 설정은 좋았다.

결혼 전,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나 결혼식 전날 밤의 만남 장면이나, 박색으로 그려진 홍희안의 초상화를 보고 기대하지도 않던 주이강이 홍희안의 실물을 보고 놀라다 못해 남들에게는 꼼꼼하게 외모를 설명하는 부분 같은 것은 귀여웠고.

주이강 본인도 연기와 진심이 섞이며 희안에게 진심으로 빠져서 애지중지하게 되는 흐름도 괜찮았다. 주이강이 홍희안에게 제대로 빠지게 된 시점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감정 교류는 천천히 진행되는데 합방은 생각보다 빨라서 좀 당황했다. 아직 감정적으로 어색해 보이는 애들이 동침을 빠르게 잘(?)하다니.

 

문제는, 홍희안이 임신 후 신변의 위협을 피해 이강에게 가다가 어쩌다 보니 도망아닌 도망이 된 부분부터가 살짝 답답하다.

결과적으로는 주이강의 깔끔한 해결로 마무리가 되긴 했지만 좋은 말로 깔끔한 해결이지 개인적으로는 살짝 허무했음.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암투 관련 일들은 급속도로 마무리되고 출산 관련 일로 빠지다보니, 깔려있던 암투 관련 떡밥들은 갑자기 붕 떠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군왕 캐릭터만 봐도 서브공으로 흐를 것 같은 떡밥이었는데...

새에게 집착하고, 날개 달린 홍희안을 홀린 듯 보고 묘하게 굴길래 얘가 사고 치려나 보다 두근두근... 했으나, 정말 마지막까지 새를 좋아하는 착한 사람이었을 뿐이라는 게 내 기준의 반전이었다. .. 차라리 사고를 치지 그랬니.. 싶을 정도로 캐릭터 낭비였다는 느낌이 들었음.

 

공수의 갈등도 각자 알아서 생각하다가 해결 되는데, 태자가 처음부터 자신에 대해 알고 이용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홍희안은 상처를 받고 평소와 달리 덤덤하게 굴지 못해 떠나려 했으면서, 주이강이 구하러 오자 갑자기 태자가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고 혼자 속으로 깨닫고 알아서 용서하고... 오히려 이상한 알 낳을까 봐 미안해서 그랬다는 둥 하는 건 확실히 이상했다. 

갈등 요소들이 둘의 대화나 싸움같은 감정으로 부딪히며 풀어진 게 아니라 다른 이의 개입과 혼자만의 깨달음으로 쉽게 넘어가서 밋밋했음.개인적으로는 수가 공에게 감정적으로 더 강하게 나오길 기대했는데..

주이강 역시, 서찰을 파워 스틸 당하는 바람에 임신 사실도 모르다가 희안의 실종으로 인해 찾아온 이군왕을 통해 인해 희안의 임신과 고민에 대해 알게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진 않았다.  

태자비가 사라진 걸 안 주이강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핀이 나갔다면 좀 더 과격하게 굴 거라 생각했는데, 희안과 재회 후엔 그냥 말없이 화내고 피하는 게 고작이라니. 눈 뒤집혀서 밀어붙이지는 않아도 적어도 감정적으로 뭔가 확 터뜨리길 기대했는데 얘마저도 그냥저냥 넘어가다니.

이렇게 감정적으로 뭔가 터질 듯한 포인트 들이 몇 군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별 일 없이 끝나서 싱거웠다.

 

초중반까지는 공수가 서로 호감을 갖고 서로 알아가며 마음을 열면서도 뒤에서는 암투도 벌이고 계략도 짜고 잘 흘러가더니..

황후나 조승상, 이군왕의 후일담이나 주이강이 황제 자리를 물려받는 것도 그냥 [이렇게 저렇게 되었다더라] 하는 식으로 묶어서 설명하는 식이어서 확실히 후반부는 허술한 느낌이었다.

궁중 암투에서 그냥 궁중로맨스가 되어버린 이야기로, 주인공수 둘에게만 포커스를 둔다면 나쁘지 않고 무난하지만 마무리는 확실히 아쉬운 작품.

 

모르겠다. 이 마음이 무엇인지는. 
사랑인지, 아니면 그저 연민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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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긴 시간 동안 태자비를 혼자 두는 일 같은 건, 다시는 없을 거요. 이강은 거듭 말했다.

“물론 사정이 생겨 여러 날 동안 걸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겠소만, 만약 그리 된다 해도 태자비께서 불안하지 않도록 꼭 기별을 주겠소.”

약조하리다. 붙잡은 희안의 손 위에, 다시 자신의 손을 겹치며 이강은 단단히 약속했다
.. 바람 때문에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웃으며 이강을 바라보았다.

“그 약조, 꼭 지키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