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코코넛 @whitecoconut
T: / 문화생활기록
A A

Sugar Sweet (슈가 스윗) + 비내린 뒤 공기 
Written by 유우지 Yuuji
Publication date :
2004.06.27 (초판) / 2005.05.29 (2판/초판) / 2010.05.16 (3판/2판)
Book spec: 각 1권 완결 | 376p / 159p | 신국판
■Character  | 권정무 (攻), 김재영 (受) & 정상헌 (攻), 윤해신 (受))

같은 공기 마시기교차로에 비가내리면 의 외전들.

 

이 중 슈가스윗의 초중반의 내용은 이전 [교차로-]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교차로-]에서 김재영과 권정무가 다시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마무리가 되었지만, 재영은 권정무를 먼저 돌려보내고 조금 더 쉬다가 돌아가겠다고 한다. 살짝 아쉬워하며 재영이 시킨 대로 먼저 돌아왔지만, 하루 이틀이면 돌아올 줄 알았던 재영은 도통 돌아올 생각을 안 하고 그렇게 달을 채울 만큼 시간이 흐르자 권정무가 점점 초조해하는 그런 흐름. 

 

시간이 지날수록 권정무에게 돌아가는 것에 대해 망설이는 재영의 약한 부분이 또 살짝 나옴. 결국, 기다리다 못 참은 권정무가 다시 찾아와서 제대로 데려가는데, 이후에도 온 종일 같이 지내도 잠시 안보이기만해도 초조해하는 권정무를 보면, 저러면서 어떻게 그 오랜 시간 재영을 안 보고 살았나 싶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빚 갚는다고 집을 팔아버려 오갈 데 없는 재영에게 다시 좋은 집을 구해 주고 그러다 나중에는 집 사준 것을 후회하는 걸 권정무를 보면 또 한숨이..그러게, 집은 무슨...그냥 자기 집에 데려왔어야지. 역시 바보공.. 하는 생각이 듦.

여튼, 김재영은 사랑을 퍼주는 스타일이긴 해도 사랑이 끝나면 한 톨 미련 없이 돌아서는 타입이라 권정무가 그 부분을 불안해한다. 연고가 없는 재영과의 연이 조금이라도 끊긴다면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을 고백하며 어떻게든 묶이고 싶으니 같이 살자고 하는 솔직함은 좋았다.  

그 외에도 동창회 에피나, 학창시절 권정무의 행동에 대해 말하는 친구들의 대화에서 그 시절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점도 소소하게 좋았음. 

 

이렇게 교차로 커플은 꽉 닫히다 못해 넘치는 행복으로 제대로 마무리되는 이야기이고, 같은 공기 커플인 윤해신과 정상헌의 이야기는 본 커플답게 유쾌하고 발랄하다. 

하지만 윤해신에 대한 사랑이 우주를 뚫을 정도로 커져만 가는 정상헌에게 제동을 거는 이야기일지도 모름. 

약간의 사고를 당한 정상헌이 머리를 다치게 되고 뻔하게도 기억을 약간 소실하는 클리셰 적인 에피소드. 아니나 다를까. 하필 제대하기 전으로 돌아가서 윤해신과의 일을 홀라당 까먹은 것. 

그래서 해신을 보자마자 또 처음처럼 싫어하는 모습으로 돌아오고 아무리 사고라지만 상헌의 행동에 좀 상처도 받고 괘씸 해하는 해신이 일부러 애인 사이인 걸 말하지 않는다. 거기에 또 재영의 장난으로 자기가 죽고 못사는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상헌이 내리 헛다리 짚는 모습은 웃프기까지 하다. 특히 자기가 찍은 해신의 19금 사진을 보고 흥분하고, 해신에게 따지려고 들이대는 바람에 자진 고백하는 꼴이 된건 웃겼음 ㅋㅋ 나중에는 눈물까지 보이며 해신에게 애절하게 매달리기까지. 이렇게 본능처럼 상헌이 해신에게 빠져들고야 마는 모습들이 재밌다.

 

슈가스윗은 이렇게 즐거운 에피소드가 있는 외전이지만 후반에 잠시 나오는 이야기 속에 살짝 언급되는 정상헌의 과거 외도 일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과거 단 한 번의 실수로 정상헌이 죽을 만큼 고생하고 반성해서 해신을 붙잡았다는 한 두 줄 정도의 언급이지만, 내용이 나오는 재영과 해신의 대화가 좀 안타깝긴 하고. 아마도 이런 것 때문에 살짝 자제 못 하는 대형 견공 정상헌보다 바보라도 허튼짓 안 하는 권정무 쪽이 더 호감도가 높은지도 모르겠음. 

 

이걸 좀 무마시켜주는 외전이 이후에 나온 [비 내린 뒤 공기]인데, 어느 정도 연차가 오래된 연인들로서의 이야기들로 슈가스윗이 교차로 커플 중심인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두 커플 모두 알차게 나온다. 

정신 차리고 일도 열심히 하고 윤해신에게는 여전히 열렬한 정상헌이지만, 술 먹고 필름이 끊긴 채 외박을 하게 되고 어쩐지 또 사고 친 것 같은 정황 때문에 생긴 오해로 인해 윤해신에게 내쳐질 위험에 처하는 이야기가 있다.

전적이 있었기에 해명이 수월하지 못했지만, 뭐 알고 보니 사고는커녕 꿈에서도 윤해신 때문에 몽정을 하는 순정남이더라 하는 내용. 맹목적이고 저돌적인 정상헌이 괜찮긴 하지만, 왜 하필 이놈을 사랑하는가 하는 윤해신의 고뇌도 이해가 간다. 

아무튼, 평생 해신이 발닦개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감상. 

 

교차로 커플도 여기서는 더 안정된 모습인데 오히려 권정무가 공기 커플에게 여러모로 관심을 많이 주는 재영이 때문에 은근 담아두고 소소하게 질투하는 게 참ㅋㅋㅋ 

사실 내 취향으로는 신파로 시작한 교차로 커플보다 같은 공기 커플 쪽이 이야기도 가볍고 캐릭터도 좋았는데, 마지막 외전까지 보고나면 배틀 홈오보다는 십 수년의 순애보인건지 교차로 커플 쪽이 더 괜찮은지도 모르겠다 싶은 감상이 드는 외전들.

 

오래 전의 시냇가처럼, 혹은 학교의 옥상처럼, 
몇 번이고 다시 만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언제까지고 함께 있기를
더보기
01
[....생각해보니까 선배. 우리, 처음이에요]

김재영이 픽 웃으며 말했다. 김재영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던 권정무는 잠시 사이를 둔 다음에야 아, 하고 중얼거렸다. 그래, 처음이다. 서로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래, 입을 맞추거나 애무를 한 적은 있어도 이렇듯 몸을 겹치는 건 처음이었다. 이렇게 애틋하고 격렬하게 상대를 가지고 싶다고 몸이 아우성 치는 것도.
<-sugar sweet 中->

02
"넌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대체 내가 왜 길지도 않은 인생을 이 인간이랑 같이 살아야 하나"
"... ... ...넌 그런 생각하냐?"

(중략)

"어이, 너 그러면 안돼. 너 그러면 너만 힘들어진다고"

목소리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 절박하게 윤해신을 쳐다보면서 도리질치는 정상헌에게 윤해신이 멍하니 있다가 '왜 내가 힘들어?'라고 혼잣말처럼 묻자, 정상헌이 그것도 모르냐는 듯 안타깝게 말했다.

"네가 백날 후회한다 해도 어차피 내가 널 안 놓아주는데, 당연히 너만 힘들지!" 
<-비내린 뒤 공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