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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플라워
Written by 퍼시픽
E-Book Info : 2016. 12.08 |  시크노블 출판
■Character | 에녹 알리스테어 (攻), 로렌 테드 (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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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인 로렌 테드는 비즈니스호텔 메이드로 일하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왔다. 그러나 로렌이 대학에 입학한 후, 어머니가 만성 신부전으로 쓰러지고 만다. 휴학하고 닥치는 대로 돈을 벌어 병원비를 대는 로렌. 어느 날, 기적적으로 기증자가 나타나지만 수술비를 마련할 수 없는 로렌은 절망한다. 그런 로렌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위험한 제의를 한다. 사이먼은 부유한 알파 오메가 부부의 아이를 낳아 주는 일을 제의하고, 로렌은 수락한다. 

그러나 그 방법이 ‘인공수정’인 줄 알았던 로렌은 뜻밖의 사실에 부딪친다. 결국 로렌은 의뢰인이자 알파인 에녹 알리스테어를 만나 관계를 맺게 된다.

출처 - 리디북스


읽은 지 한 달도 넘었는데 이제야 쓰는 감상문.

오메가 버스 할리킹 작품인데 계약 관계로 시작하는 정석 루트로 진행된다.

부자인 공이 결혼은 싫은데 후계자는 갖고 싶어서 대리모를 찾고 가난한 수가 어머니의 수술비용을 벌기 위해 계약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용상 거슬리는 부분이 특별하게 없이 주인공이 퍼붓는 과한 애정과 할리킹다운 돈 난리를 보는 맛은 있었으나, 캐릭터의 매력이 아쉬웠다.

 

-단지, 계약 관계일 뿐이잖습니까.

주인 수 로렌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어머니의 병환으로 휴학하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머니의 수술비를 모으는 등 가난한 형편과 달리, 블론드에 푸른 눈을 가진 미형 외모와 반듯한 몸가짐으로 남들에게는 도련님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 

형편이 어렵지만 그래도 모난 구석 없이 열심히 사는 느낌에다가 에녹에게도 적당히 거리감 있게 굴며 본인은 의도하지 않은 밀당도 보이고 초반 1권 정도 까지는 꽤 괜찮았는데 임신 시점부터 답답하게 구는 모습들이 점점 늘어나며 마지막엔 매력이 마이너스가 되어버렸다. 

궁상 좀 떨더라도 적당히 눈치만 있었더라면...하는 느낌.

 

-절박하니 오히려 더 잘된 거 아닌가? 최소한 중간에 못하겠다고 내뺄 일은 없을 거 아냐.

주인공 에녹. 명망 있는 가문의 후계자로 당연히 정석 공답게 우성 알파임. 오메가에게 줄 마음은 한 톨도 없으니 후계자나 생산하라는 식의 오만한 마인드를 보이며 대리모를 구하면서도 막상 마음에 차는 오메가가 없어서 족족 퇴짜만 놓음. 

그러다 로렌에게 꽂혀서 냉큼 계약하고, 바로 날 잡아서 합방하고 만날 때마다 점점 로렌에게 빠지고 빠지더니... 어? 언제부터 이렇게 호구가 된 거람? 할 정도로 지극 정성의 모습을 보인다. 

계약관계라면서 사소한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척척 다 해결해주고, 작게 시작한 집착도 무럭무럭 자라고.

막상 로렌이 임신하니까 아 왜 벌써... 하는 아쉬움을 남발하는 등,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호구의 면모를 보여준다. 로렌의 어디가 그렇게 좋았는 지는 몰라도.

 

알파와 오메가는 인공수정으론 착상이 어려워 직접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설정은 억지스럽지만 야릇하다.

초반에는 주인공이 그저 아이를 갖기 위한 목적뿐이라 얼굴 못 보게 하려고 수에게 안대 씌우고 관계하는 부분들은 꽤 흐뭇한데, 몇 번 나중엔 본인이 못 참고 안대를 벗기는 것도 쏠쏠했고. 

로렌이 에녹에게 막말한 거 사과하라니까 미안하다면서 [어떻게 해야 기분 풀래? 소송이라도 할래?] 하는 부분은 문장만 보면 놀리는 거같은데 달달하게 느껴져서 괜히 좋았음.

임신이 목적이다 보니 일부러 사이클 유도제 약을 먹게 했으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원래 반응이 더 좋은데 굳이 뭐 사이클 유도할 필요 있나? 임신은 자연스러워야지 약도 반 알로 줄이자. 아니다 그냥 비타민제나 먹이자는 둥 한 입으로 여러 말 해대는 것도 귀여웠다. 

매번 이런 일로 고생하는 비서 제프리가 가장 수고가 많은 캐릭터였음. 제프리가 혼자 생각하거나 그런 게 은근히 웃긴 부분이 있었다. 

에녹이 별일 아닌 척 하면서 자꾸 로렌 있는 곳에 찾아오니까 꿀통 찾으러 오는 그리즐리 베어같다고 하는 그런거.

 

아무튼, 로렌은 불임 부부의 대리모로서 계약 한 거로 알고 에녹을 유부남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관계가 깊어질수록 점점 부도덕해지는 마음에 괴로워하고 거리를 두려 하는데 이 오해가 적당히 끝났으면 괜찮았을 텐데..오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루한 느낌이 든다. 

풀리지 않은 오해와 악역의 뻔한 이간질 콤보로 로렌이 떠나고 감금으로 이어질 때는 정말 답답했음. 

개인적으로 이 부분 자체가 길게 느껴져서 좀 스킵 하면서 읽었다. 빨리 재회 좀 하지.. 

그 이상한 모자지간은 전형적인 미쿡식 사이코 범죄자 같은데 로렌이 내내 눈치 못 채다가 막판에야 그 엄마랑 아들이 이상한걸 알게 되는 것도 정말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었고.

사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겠지만. 수의 이런 눈치 없는 일들이 크고 작게 나오는 게 마이너스 요소였다. 

 

이후에도 사랑 받으면서 그냥 꽁냥대며 잘 살지, 에녹이 그렇게 잘 해주고 부탁하는데도, 굳이 학업과 기타 등등을 위해 눈치 없이 고집부릴 때는 결국 짜증이..착하고 순한 것처럼 굴면서도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캐릭터는 취향이 아니라 외전이 확실히 고비였음. 

3권 통째로 외전이나 다름없는데 정말 로렌이 내내 별로여서 슬펐다. 

에녹이 안쓰러워 보일 지경이었는데, 얘도 약간 마초 같은 면이 있어서 그렇게 취향은 아니지만 호구 사랑꾼은 그냥 편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

 

로렌이 꽤 답답or 민폐 느낌에 수동적인 면이 장벽이긴 했지만, 임신수 소재임에도 노멀 치환해도 되겠네 싶을 정도로 여자 같은 느낌으로 빠지지 않고 일반 청년 느낌이 유지된 점, 육아 비중이 작아서 불호 요소가 더 생기지 않은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임신수 소재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불호 요소가 덜 해서 글 자체는 잘 쓰여졌다고 느꼈음.

이야기 내용이 답답한 것과 별개로 어쨌든 흐름 자체는 자연스럽고 문장과 글의 가독성이 좋았고 오메가 버스 + 할리킹 이라는 설정과 조합에 충실해서 가볍게 읽기엔 나쁘지 않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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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자신은 이 남자에게 빠져 있었다. 그걸 알게 된 순간 로렌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세상에. 늘 이기적으로 굴 수는 없었다. 원하는 것은 이미 다른 이의 것이었다.
로렌은 괴로운 기분으로 있는 힘껏 에녹을 밀어냈다.

02
“괜찮지? 로렌. 응?”

안 되겠다는 상대를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는 제 꼴이 마치 첫 경험에 목마른 하이스쿨 10대 애송이 같다는 생각이 얼핏 스치고 지나갔다. 널 원해. 네가 아니면 안 돼.

넌 내 오메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