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코코넛 @whitecoconut
T: / 문화생활기록
A A


광야

Written by 텐시엘

E-Book Information :  2016. 10.31 EPUB 1~3 권 | 비하인드 출판

Store : RIDIBooks


Character | 태국영 (攻), 이승도 (受)




평이 좋길래 구매 했으나 다소 불친절하다 느낄 수 있는 배경 설명이라 해야하나, 설정되어있는 고유의 세계관이 정확하게 어떤 식인지 알 수 없어서 대사나 가끔 나오는 과거 이야기를 통해 유추하는 식이라 조금 정신이 없었음. 내용이 어렵다기보다 그냥 정리가 안 되어서.


대략, 일반사람이 있고 수인들(대부분 육식 계인 듯)이 있는데 이들은 일정 기간에 고통을 느끼게 되고, 그 고통과 발작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등대라는 존재가 필요했음. 그러나 과거 등대들이 수인들을 여럿 거느리며 세를 누리고 이런저런 암투로 인해 등대는 현재 멸종이나 다름없어서 수인 가문 중 제약계를 꽉 잡고 있는 태씨 가문에서 개발한 슈퍼문이라는 약을 투약해서 그나마 발작을 가라앉힌다는 것. 


하지만 제왕의 피를 타고나거나 능력치가 남다른 수인들은 약도 소용없고, 고통을 달래줄 등대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어 성년 전에 요절하는 게 대부분이라는 듯. 그래서 현시대의 상위 계급이나 다름없는 수인들 세계에선 제왕 급도 등대만큼 씨가 말라서 그냥 보통 애들끼리 알력 싸움 하는 중. 


이런 상황에 제왕의 피를 타고난 태국영은 어린 시절 등대인 이승도를 만나 용케 살아남았으나 성년이 되던 해 사고를 쳤고, 태씨 가문 가주 자리에 오르면서 일족 일부를 몰살하는 등 화제의 중심이자 공포의 대상. 근데 어쩐일인지 그의 짝이나 다름없는 등대 이승도는 일정 기간에만 그를 봐줄 뿐, 태국영에게 냉담하기만하고 태국영은 그런 이승도를 따라다니며 무조건 헌신하는 분위기.


-미안하다고 말해. 잘못했다고 말해. 언제든

주인수 이승도는 승들이 잘 따르는 수의사이자 이종족의 등대. 초반에는 다정하지만 어쩐지 차도남 같은 이미지였으나 나중에는 사랑받는 애 엄마 느낌.

일하면서 애들 돌보고 애 아빠 돌보고 짐승 달래주고 하더니 둘째 생기고는 일도 관두고 집에서 딱 저러고만 있으니 뭐랄까.. 등대이자 능력을 갖춘 수의사에서 갑자기 워킹맘 같은 아내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 솔직히 비엘 수라기보다 일반 로설 여주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수에게서 매력을 못 찾았음.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장점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힘들었다. 그나마 민폐요소가 없어 보였다는 점 정도. 민폐도 없을 수밖에 없는게, 등대라는 설정과 공의 사랑만 계속 받는 것 외에 다른 일련의 일들에서 드러나는 존재감이 약해보였음.


-네가 원했던 것처럼, 강한 남자가 아니라 현명한 남자가 되려고 늘 노력하고 있어.

주인공 태국영은 그나마 비주얼 적 묘사도 좋고 나른한 말투 등은 좋았다. 하지만 정확히 사랑에 빠진 이유를 내가 못 찾은 것도 있고, 너무 일방적으로 헌신하니까 그건 그거대로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이승도의 어디가 좋은 거지? 등대라서? 과거 잘못 때문에? 마치 그래야하는 부채의식일까? 라는 물음표를 내려놓지 못했고. [우리 승도] 라고 불러가며 약간 능글맞게 구는 거나 수에게 모든 것을 올인하는 등 일부 장면들만 떼서 보면 괜찮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태국영의 사랑이나 계획들이 조금 뜬구름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태국영 자체는 나름 매력 있는 캐릭터.


초반에는 어째 헤어진 연인이 뭉그적거리는 분위기처럼 굴길래 재회 물인가 했다. 

중반 정도 되어서야 전체적인 파악을 했음.과거 공이 수에게 큰 실수 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인데, 초반에 쌀쌀맞게 밀어내던 주인수의 태도가 어느 순간 180도 바뀌어서 당황했다. 

보통 응어리가 아닐텐데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갑자기 공을 받아들이더니 달큼하게 굴어서 조금 얼떨떨한 부분이 있다. 수가 혼자 갑자기 훌훌 털어내고 태도가 바뀌니까 설득력이 좀 부족하다고 느꼈고. 물론 공이 헌신적이긴 하지만 그건 처음부터 그랬던 거라서 전환점이 뭐였는지가 애매했음. 

거기다 몇 년 간 자기 자식 얼굴도 안 보고, 쳐다보는 것도 힘들다더니 그렇게 털어내자마자 애 예뻐서 끼고 살고. 이렇게 급변한 수의 행동은 내가 따라가기엔 좀 힘들었다. 

초반에 사연이 있어 보일 때에는 꽤 흥미로웠는데 수의 변화 후 둘의 감정선은 그냥 일직선으로 가는 것 같았고, 그 부분을 과장된 사건들로 포장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뭘 저렇게까지 한담? 이런 거.


그 외 등장인물도 많으니 그에 대한 감상을 해보자면, 

고작 다섯 살배기 아들 태이경은,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아이라는 설정은 좋으나, 그것을 부각하기 위해 아이 캐릭터에게 너무 많은 것을 더했달까. 말을 너무 잘해서 애 같은 느낌이 잘 안 들었음. [얘는 이만큼 귀여워!] 하는 것을 강요받은 기분. 여은태에게 애교부릴 때는 그나마 귀여웠다. 

차라리 영악해서 머리 굴리느라 그러는 것이란 설정이었다면 더 귀엽게 느껴졌을 것 같다. 

오히려 변이가 안 돼서 고생하다가 이승도를 만나 잘 길들여지는 여은태 쪽이 더 귀여웠다.


종주 가문인 여 가의 차남이자 제왕의 피를 타고난 여은태. 나는 얘가 무슨 역키잡할 것 같은 서브 공 분위기처럼 이승도에게 집착하길래 혹시나 했지만 웬걸...태이경을 만난 후 그의 보모 공이 되는 듯한 묘한 흐름을 안겨주었다. 

여은태도 광폭했던 짐승일 때는 매력 넘쳤는데 얘도 결국 사랑꾼 꿈나무였을 뿐. 그것도 태국영을 보고 배운 데다, 태국영보다 다정하다니..제왕의 피 어쩔...

그래도 여은태랑 태이경은 아직은 애들이라 호감 정도지만, 주인공수보다 감정선이 더 설득력 있었음.더 크면 자연스레 연애하겠군 싶은 그런 흐름이나 꽁냥거리는 것도 마지막에 구하고 그럴 때 살짝 애틋했던 것도. 


역시 서브 공으로 착각할 법한 밑밥만 잔뜩 깔렸던 남강우는 아예 따로 노멀 로맨스 에피소드 나올 법하게 흘러가서 당황했다. 뭐 그래도 감정선이나 설정은 나쁘지 않았다. 상대가 남자였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아무튼 초반의 이승도를 향한 묘한 밑밥은 낭비된 느낌. 아니면 그냥 태국영의 동료가 될 이유였을 뿐이었는지도.. 얘도 참 매력있었는데.


그리고 이승도를 사이에 두고 얘야말로 태국영과 진정한 라이벌 구도가 될 것이라 기대했던, 아니 그럴 게 분명할 것처럼 보였던 여제운. 점잖은 애가 핀나가서 미친 짓 할 줄 알고 두근 반 세 근 반 기대했는데..너마저...T-T   

타다만 초도 아닌 심지에 불도 못 붙인 느낌으로 마지막까지 주인수에겐 영향 1도 없던 서브는 커녕 그냥 짝사랑남 1이된 게 착잡했다. 


오히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서 마음에 들었던 등장인물은 작품 내 악당이라면 악당일 수 있는 최가의 최명욱과 남자 등대 박해인.

진심 스핀오프로 둘 얘기 나오면 꿀잼이겠다 싶을 정도로. 배덕 감이나 애증같은 감정이 어우러진 관계성이 좋았다. 

태국영에게 당하고 싸움에 진 개가 되어 찌질한 부분도 있지만, 자존심도 높고 성격 지랄 맞은 최명욱. 이런 타입 좋아해서...  

거기다 얘가 박해인 강제로 데려다 이용해 놓고는 지가 수렁에 빠지는 것까지 완전 후회공 플래그였는데. 크흡....T-T

얌전히 원망하다가 최명욱에게 결국 정을 느끼고 독해져 버린 박해인까지. 

서로 막 굴리고 원망하고 으르렁거리다가 폴인럽하는 장면들이 잠깐씩 나오는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둘 분위기가 좋아서 빠져들 무렵, 해인이 어쩔...

아무래도 둘이 좀 허무하게 지나가서 흥이 확 식어버린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다못해 최명욱은 박해인이 누구한테 당한 것인지 오해도 못 풀고 흐지부지 마무리되어서 대충 처리한 태국영이 원망스러울 정도였음. 

진심 얘네 마지막에 너덜거려도 어떻게든 잘 살아서 나왔다면 감상문 열심히 썼을 텐데 아쉽다. 요즘 이런 질척한 설정 보기 힘든데.


뭐 이외에도 등장인물이 꽤 많은데 개인적으로 조연 인권에 야박한 나지만, 이 작품에선 진지하게 주인공수보다 그 둘의 사랑을 위해 애써야만 했던 조연들이 더 아까웠다.


아무튼, 애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과거의 일과 그로 인한 실수로 애부터 낳은 커플이 시간이 지나 제대로 마음이 통하고 뒤늦게 연애와 신혼을 즐기고 거기에 육아도 하고 그런 내용. 사건이나 음모도 그냥 공이 등대인 수를 지키려고. 혹은 나쁜 말 못 듣게 하려고 조금 적대적인 다른 가문을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식이었고,

임신수 물은 보긴 하지만 육아물을 그다지 좋아하지않는 취향 (취미에서까지 육아를 보는 것은 정신이 피곤하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도 있고, 거기다 수가 등장해서 뭘 하기도 전에 공이 너무 알아서 척척 다 해치우니까 싱거운 느낌이었다.

수인, 임신물이라 해도 마누라, 암컷... 이런 호칭이 너무 과하기도 했고, 수의 급변화도 그렇고 초반에는 분명 비엘 같았으나 다 읽은 후에는 성별만 xy치환일 뿐 그냥 노멀 로맨스를 본 느낌. 

웬만한 비엘이면 꽤 관대한 편이고 글 자체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개인적으로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조연들 설정이 되레 마음에 들었던 작품. 그래서 더 아쉬운 건지도 모르겠다는 것으로 마무리.


 Excerpts..

내가 종종 네 눈치를 살피는 건 맞아. 예쁘게 보이려고 조금 애쓰는 것도 맞고. 

내가 집요하게 네 뒤꽁무니나 따라다니면서 목줄 좀 잡아달라고 애원하긴 했지만, 너한테 굴종을 맹세할 생각은 없어. 

치열함이 느껴질 정도로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나는 결국 하고 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