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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약
Written by 그웬돌린
E-Book Info :2016. 09.27 | EPUB 1~2권+외전 1권 |  요미북스 출판
■Character | 이선우 (攻), 온수영(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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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약국에서 직장으로 근무하던 온수영. 황제 이선우의 분노를 산 진왕이 사형을 당하게 되자, 그에게 사약을 올리며 한순간의 동정으로 목이 잘리는 끔찍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벗어날수 있도록 마비산을 몰래 건네준다. 모두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한 순간 도와준 온수영에게 감동한 진왕은 은혜를 갚겠다고 장담하며 동시에 황제에게는 저주를 퍼풋고 참수를 당한다. 다음날 아침 온수영은 이상한 곳에서 깨어난다. 정신을 차려보니 황제와 몸이 바뀌어 있다!! 공포의 대상인 황제와 몸이 바뀌어버린 온수영. 황급히 자신이 속한 상약국으로 찾아가 자신의 몸을 쓰고 있는 황제를 만나게 되는데….

출처 - 리디북스


그웬돌린님의 e북 신작. 구매해놓고 이제야 다 읽었다. 역시 출퇴근길에.. 

찰진 씬의 대가이신 작가님이 이 작품은 최대한 건전하게 쓰려고 노력하셨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정말 건전해서 놀랐다. 

 

영혼이 뒤바뀌는 주인공과 수. 누군가를 죽이는데 눈 하나 깜박 안 하는 황제와 누군가를 살리는 것이 당연한 의생. 

이런 주인공,수의 몸이 뒤바뀌는 영혼 이동물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했다. 

어려운 설정인 게 서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사랑에 빠져야 하는 건데 이게 쉬운 것도 아니고.

 

-태어나서 널 만난 게 가장 좋았다. 

주인공 이선우. 아름다운 얼굴과 대조되는 성품으로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하는 황제. 선왕과 모후의 차별, 변방에서의 치열한 전쟁으로 그야말로 야차가 되었다. 왕이 되기 전 살다시피 한 전장에서 별일 다 겪고 본국으로 돌아왔더니 찬밥 취급을 받고, 그렇게 근 일 년을 한량처럼 보내는 듯 남들을 방심시키고는 반란을 일으켜 형제의 목을 치고 황제가 되었다. 

천성적으로 감정 결핍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태생과 성장 과정 때문에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냉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 같다. 대외적으로는 냉정하게 짝이 없는 폭군에 남을 잘 믿진 않아도 확실한 자기 편에게는 관대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많은 전쟁을 치러온 암혈군들에게 전우애 같은 그런 느낌으로 대하는 듯. 

 

-사람을 살리고 싶사옵니다 

주인수 온수영. 평범한 외모지만 강단 있고 자기 분야에서 능력 발군인 점. 그리고 아름다운 공의 얼굴에 넋놓고 감탄하는 설정은 작가님의 특징과도 같지만, 말로만 능력 있는 설정이 아니라, 실제 내용에서도 의생으로서의 출충한 능력을 잘 보여준다. 

사람을 살리고 싶어 하는 천성이나 남들에게 유한 온화한 성격이 잘 그려졌다고 생각함. 호구라고는 하지만 내 기준 호구치곤 답답하지 않고 귀여웠음.

남자와 남자이기 때문에 이선우에 대한 마음이 충정인지 애정인지 살짝 혼란스러워하는 감정도 잘 느껴져서 좋았고. 이선우의 말마따나 감정을 깨닫고 나서는 정말 느릴지언정 바른길로 나아가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몸이 바뀌면 보통은 상대를 없애고 그 황제의 자리를 탐낼 것이 분명해서, 온수영을 의심하는 이선우. 

그러나 자신은 사람을 살리는 의생이 좋다며 어떻게든 이선우에게 원래 몸을 돌려주기 위해 노력는 온수영. 

그런 온수영을 미심쩍게 지켜보던 이선우는 점점 수영의 진심을 받아들이게 되고, 특히 독에 당한 자신을 필사적으로 치료하며 돌봐주는 모습에 마음을 확 열면서 애정선이 급상승하기 시작한다.

 

전반적인 내용은 단조롭긴 하지만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술사 태복령이 내내 고구마답답이었던 게 좀.. 마지막에 그나마 한 건 했으니 망정이지. 

킹메이커 같은 존재인 묘 영감이나 그 마누라의 존재감이나 능력은 대단한 듯한데 역시 막판에 잠깐 활약한 정도라서 캐릭터 설정은 괜찮았는데 아까웠다.천소종처럼 몇몇 이름으로 언급되는 조연은 정확하게 뭘 하는 건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던 느낌. 

저주의 원흉인 진왕은 흐름상 어쩔 수 없지만 일찍 하직한 게 오히려 아쉬울 정도. 물론 이야기 중간에 언급되는 내용들로만 봤을 때 그렇지만..잘생기고 가진 것도 많으면서 어딘가 찌질거리고 질척거리는 게 몹시 맘에 들었음. 상서령 할배 말고 차라리 상대가 진왕 그 자체였더라면 더 복잡해도 흥미진진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음.

황후는 존재감이 미미하다가 마지막에 잠깐 꽤 악독하게 나오길래 오호? 했지만 결국 김빠진 콜라가 되었고.. 무엇보다 태자가 너무 착해서(?) 좀... 

여기서 태자가 사실은 복수를 하려고 한다거나 하는 얽히고설키는 이야기였다면 아마 2권짜리의 달큼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겠지만. 착하긴 해도 똑똑해서 뭐 나중에는 상왕이 된 이선우를 좀 구슬리거나 하긴하지만. 아무튼 정적 세력의 카리스마가 몹시 약하긴 했다. 

 

주인공,수는 그럭저럭 적당했다는 생각이다. 인생 처음 순수하게 애정을 깨닫자마자 사랑꾼이 된 걸 보면 이선우라는 캐릭터는 그저 애정결핍이었던 것 같다. 온수영에게는 더없이 다정하고 관대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작가님의 미인 광공계열의 계보를 잇는 캐릭터 같지만 광 대신 다정이 들어가 있는 느낌. 

강압적으로 취하지 않고 수가 그 애정을 받아들이고 같은 마음이 될 때까지 건드리지 않는 인내와 의지까지 보여주는 점도 괜찮았고.

덕분에 곶아물이 되었지만. 

온수영은 천성 자체가 [나 성실함] 의 표본과도 같아서 왕의 몸이 되었을 때, 이선우라면 대충 처리할 국정 일도 신하들의 사소한 말 하나하나 지나치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하는 게 귀여웠음. 

그런 수영(의 영혼을 쓴 왕의 모습)을 본 대신들은 이 폭군이 명군이 되려나 하고 놀라워하는 반면, 이선우는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다며 수영의 성실함에 혀를 차면서도 은근히 뿌듯해하는 애정어린 타박 같아서, 이선우가 수영을 점점 더 좋아하는 게 되는 것이 잘 보였다.   

 

온수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어느 날, 영혼이 바뀌어 옥에 왔더니
무릎 위에 과자와 과일이 놓여 있었다 .

 

한정적으로 본래의 몸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정해져있는데, 서로 바뀐 몸으로 지내다 짧지만 제 몸으로 돌아온 순간에 서로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던가, 맛있는 거 먹으라고 참외를 깎아놓는다던가 이런 소소한 장면으로 나타나는 애정 선이 좋았음. 

 

개인적으로 이선우가 후궁이 된 온수영의 몸일 때, 황후한테 웃으면서 [네 남편이 너 손도 안 대잖아]라는 식으로 직접 도발하는게 정말..ㅋㅋㅋ본인피셜이라니 황후도 참 불쌍... 아무튼 황후를 비롯 후궁들과의 암투를 황제가 직접 겪으며 받아치는 것이나 다름없는 장면들은 확실히 유쾌했다. 

 

반란으로 오른 왕좌이다 보니 적도 많고, 몸이 바뀌는 바람에 그 정쟁에 휘말려버린 온수영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이선우. 

이렇게 겉모습만 냉혈안일 뿐 속은 뜨겁기 그지없는 주인공과  겉이나 속이나 온화하고 다정한 수. 흔할 것 같지만 의외로 마음에 드는 커플이었다. 

 

본편 곶아물이지만 외전에선 스킨십도 곧잘하고 합방도 성공하고 나름 괜찮다. 그리고 본편에 잠시 언급된 온수영스승관련 에피가 있다. 

개인적으로 그웬님의 작품은 고전물보다 현대물 쪽을 더 선호하지만 이 작품은 근래 본 전차책 중에서는 그나마 재미있게 감상했다.

 

이 연정은 마치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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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평범한 사내라는 건 나도 알아. 그래도 내 눈 어딘가가 미쳐서 네가 천하절색이라고 내 머리를 설득하는데 당할 재간이 있어야지. 내 눈에 너는 경국지색이고 나는 너를 얻기 위해서라면 나라를 말아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