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코코넛 @whitecoco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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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 You Gentle?
Written by 황곰, 하루사리(알콜홀릭)
Publication date : 2010.07.18
Book spec: 1권 완결 | 303p | 국판
■Character  | 강희정 (攻), 문기영 (受) | 강희현 (攻), 윤정민 (受)

트윈지. 두 가지의 에피소드로 되어있고 두 작품 모두 [술]이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첫 번째 파트는 하루사리님의 작품 [신사와 개]

주인공 강기영은 이혼 전문 엘리트 변호사. 주인수 문기영은 인기 있는 추리소설가인데, 평소 까탈스럽고 독설 잘하고 더러운 성질머리인 공을 수가 뻥 차버리는 헤어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포인트는 주인공이 술만 마시면 평소와 180도 바뀌어 너무너무 온순해진다는 점.

헤어짐을 고한 수에게는 쿨하게 알았다고 돌아서 놓고 술만 마시면 찾아와 울면서 미안하다고 매달리는 패턴. 거기에 마음 약해진 수가 또 어영부영 받아줘서 또 술김에 몸의 대화를 나누고 아침마다 후회하고 하는 전형적인 [헤어져 놓고 미련 쩔어서 질척거리는 사이] 가 된다.

문제는 술에 취하지 않고 평소의 주인공은 몹시 싹퉁머리가 없어서 수가 열 받아 날뛴다는 건데 묘하게 웃기다.

동화작가가 되고 싶었던 수가 공이 열 받게 굴 때마다 그를 생각하며 분노를 풀어내다 보니 살인사건 추리소설을 쓰고 있는 것도 웃김.

그래도 공은 나름 수를 무척 사랑해서 술만 마시면 본심이 나와 말 그대로 개처럼 들러붙는 듯. 제목처럼 신사와 개를 오간다.

사소하지만 둘 사이가 해소되는 열쇠로 작용하는 모종의 사건으로 살짝 위기를 넘기고 여차여차 다시 잘 되는 이야기.

작가님 작품치고 에로도는 약한 편이고, 내 기준 설정상 공이 평소에 몹시 못된 것으로 나오는 것치고는 그렇게 나빠보이지가 않아서 좀 아쉬웠다. 

조금 더 수를 막대하거나 더 심한 독설을 해대면 몰라도 그냥 살짝 츤츤 거리는 정도여서 귀여웠음. 수가 왜 그렇게 질색팔색하는 지 갸우뚱….

내가 여태까지 말을 못하긴했지만 이 상황에서까지 뭘 빼겠어. 
나한텐 너밖에 없어.
그러니까 우리 다시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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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표시로 장미를 사왔는데 마음에 드십니까?"

... '또 술 마셨구만.' 문기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문기영이 처음 그에게 홀딱 반했던 이유, 그리고 하루건너 하루 싸우면서도 일 년간이나 헤어지지못하고 질질 끌어왔던 이유가 바로 이 것이었다. 평상시엔 진상도 그런 진상이 없을 지경인데 술만 마시면 인간이 백팔십도변했다. 보통은 술 마시고 개가되는데 강희정은 정반대였다. 술취하면 자기가 이탈리아 남자인 줄 알았다.

두 번 째 파트는 황곰님의 작품 [늑대와 양]

앞 이야기에 잠시 나왔던 강기영의 사촌 강희현 쪽 이야기인데 이쪽이 조금 더 수위가 높고 내용도 꽤 재미있다.

주인공 강희현. 집안의 막내로 사촌 강기영을 포함하여 형들의 강압과 패악에 시달려온 터라 덩치만 클 뿐 막내근성이나 몸에 예의범절과 정중함을 두르고 있어 주위에 호감을 받는 타입.

주인수인 윤정민 엘리트 회계사로 잘생기고 늘씬한 외모에 부잣집 도련님으로 커서 인기가 많을 듯하지만 사람 열 받게 하는 막말을 잘해서 주변 사람들이 꺼리는 타입이다.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공수가 같은 회계사로서 사내에서 만나게 되는데, 술이 너무 약한 주인공이 회식에서 술을 과하게 마시게 되고 평소와는 180도 다르게 욕설과 폭력성으로 가득한 포악한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그 모습을 본 수가 눈을 반짝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수가 아주아주 심한 도M이라는 설정. 

자신의 매니악한 취향과 바쁜 일들 때문에 풀어내지 못한 욕구를 주인공을 통해 해소하고자 툭하면 술을 먹이려고 드는 것이 포인트이다. 

주인공 강희현은 술만 마시면 억압된 본성이랄까 스트레스랄까 그런 게 풀려서인지 무척 과격해지는데, 술을 깨도 기억은 그대로라서 매번 후회하고 어떻게든 술을 마시지 않으려 한다. 제목처럼 평소엔 양처럼 온순하다가 술만 마시면 늑대만큼 과격해지는 공. 그런 공에게 어떻게든 술을 먹이려는 수가 온갖 방법을 쓰며 계략적으로 구는 게 유쾌하다.

매번 수의 꼬임에 넘어가서 술을 마신 공이 180도 변하고, 그때마다 M 기질을 양껏 드러내는 수한테 원하는 것의 몇 배는 폭력적이고 과격한 음담을 서슴지 않는다.

주인수 윤정민도 평소에는 강희현에게 독설 장난 아니고 진짜 싹퉁머리 없이 굴지만, 술 취한 공이 과격하게 나오면 훌쩍거리면서 좋아 죽는 게 묘하게 귀여움. 거기다 공이 화내거나 욕하게 하려고 평소에도 슬쩍 일부러 도발하는데, 공이 울컥해도 그때마다 눈을 반짝이는 수를 보고 좋은 일 할 수 없다고 참는 것도 웃기다. 

아무튼, 결국 ㅅㅅ까지 하게 되는 사이까지 되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은 공이 수를 무시하고 떨구어내려고 냉정하게 굴고 그러니, 결국 수도 쿨하게 돌아서고 그렇게 막상 수가 떠나자 공이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흐름으로 여차여차 강희현이 저 스스로 윤정민에게 발목 잡히는 이야기.

작가님답게 에로 씬은 꽤 과격하고 오빠라든가,자.보 등의 드립이 꽤 나오고 공이 수에게 폭력적인 부분이 나와서 취향은 갈릴 수 있음.

근데 이게 수의 성적 취향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내가 볼 땐 다음 날 술 깨고 매번 스트레스로 괴로워하는 공이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막판에 현실과 타협하고 마음을 인정한 공이 이제 피하지 않고 정당한 대가로서 수를 위해 [플레이]를 해줄 때는 같은 과격한 장면이라도 사랑이 느껴져서 좋음. 짧지만 강한 게 은근한 재미가 있는 이야기.

 

꼭 개새끼 같아서는. 
술 안마실 땐 강아지 같고, 
술 처먹으면 천하의 개새끼가 따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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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그거 알아? 네가 여기서 날 때리면 너도 짐승 같은 놈이 되는거야. 욕할 자격 도 없는거지."

"..."
"그렇지만 여기서 그만두면."
"그러면 뭐가 되는데?"
"뭐긴."
"..."
"짐승만도 못한 놈이지."

희현의 눈동자가 커졌다. 잔뜩 화가 났는지 눈에서 불꽃이 튀자 정민은 그 얼굴을 탐욕스럽게 바라본다. 눈동자엔 욕정이 가득했다.

02
"왜 자꾸 이래요!"
"뭘요?"
"나한테 왜 술을 먹이냐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

정민은 자신의 뺨에 손을 대고는 눈을 내리깐다. 그 새침한 행동에 희현은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제가 뭘 어쨌다고 그러세요. 겨우 축하주 몇 잔에 취해서 절 덮치신 건 강 선생님이잖아요. 너무해."
"헉!...뭐, 뭐라고요?"

제가 먼저 바지 벗고 엎드린 주제에, 뭐 어째. 희현이 입을 쩍 벌리자 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한다. 그에 더해 장난기 가득한 눈동자로 희현을 보며 싱글거리는 꼴이 그의 속을 뒤집어놨다.

"사람 갖고 놀지 마세요."

...(중략)
늘 순한 곰 같기만 하더니 갑자기 야수처럼 변한다. 그 모습이 꼭 취했을 때 같았다. 자신이 하는 말에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 주제에 더 난잡해지고 흉포하고 절륜하다.

"...괜찮다."
취했을 때도 좋지만 맨정신에 화내는 것도 멋있네. 정민의 볼이 발그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