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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러길 잘했습니다 (다스베이더가 되는 방법)
Written by 조이 Joy (조반유리)
Publication date : 2012.04.29
Book spec: 1권 완결 +소책자 1권 | 302p | 국판
■Character  | 이유준 (30세,攻), 이기호 (20세,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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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면서도 묘한 작은 마을. 이곳에서 나고 자란 갓 스무 살이 된 이기호(=달리). 고등학교 시절 함께 오토바이를 탔던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어릴 때 고쳐진 줄 알았던 난독증이 재발하게 되어 대학도 포기한 채, 마을의 인쇄소인 [달콤한 기획사]에서 일을 한다. 

이곳 사장형과 회계 파트 종희 누나의 연애로 바람 잘 날 없는 달콤한 기획사. 바보 같은 사장형 때문에 화가 난 종희 누나는 마을 축제에서 부를 거라며 갑자기 기타를 들고 노래연습 시작하고 그렇게 온종일 울려 퍼지는 노래의 [Kiss me~]라는 가사가 마을에는 핑크빛 전염처럼 퍼지고 있는 상태.

그리고 재발한 난독증 때문에 글을 마음껏 읽을 수 없는 이기호에게 도서관에 맡긴 책을 찾아가라는 스팸인지 오류인지 알 수 없는 문자가 도착하고, 출처를 밝히고자 찾아간 구민 도서관. 이곳의 사서 사모님과 직원 누나는 문자는 제대로 간 것이 맞다고 하며 [Thank you, 19 years]라는 제목의 오디오북을 건네준다. 읽을 수는 없지만 들을 수 있는 책에 흥미를 느끼고 얌전히 책을 받아든 이기호. 그리고 우연히 그의 옆에는 고급수트를 입은 채 펭귄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남자가 잘생긴 얼굴을 드러내고 졸고 있었다.

순간의 장난기로 그의 이마에 [먹지 마시오. p.s. 깨우면 물 수도 있습니다]라는 메모의 포스트잇을 붙인 이기호,

며칠 뒤, 도서관에서 전염처럼 퍼진 가사 [Kiss me~]를 흥얼거리던 이기호와 펭귄 헬멧의 정장 남은 다시 마주치게 되고 포스트잇을 붙여 골탕먹인 일을 계기로 둘만의 소소한 전쟁이 시작되는데….


최애 작가님이신 조이님의 작품. 글도 예쁘고 표지도 예쁘고...너무 재미있고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하지만..작가님이 이 동네 광고 곶아이시다.....를 만천하에 소문나게 한 작품이기도. 

정말 당시 광고와 발췌는 혼돈이었음. 이게 뭐지? 무슨 내용이라는 거지? 다스베이더는 왜 나오지? 별 전쟁 패러랠인가? 등등 별생각을 다했었음.

나만 그런 게 아니었는지 난해하고 텐션 높은 발췌 덕분에 많은 이들이 광고가 뭔소린지 모르겠다고 넘긴 바람에 예약저조로 발간이 취소 될뻔 하기도 했으나 발간 후엔 또 입소문 타 매물부족에 시달리기도. 

내가 정말 잘한 일 중 하나가 이걸 안 넘어가고 그냥 ??? 물음표를 띄우면서 예약을 했던 것 자체가 참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제목처럼 그때 그러길 참 잘했습니다. ..하게 되는 작품.  막상 나온 책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서…세상에 어떻게 이런 작품을 그렇게 광고하셨어여?! 하는 울부짖음이 많았다고 한다. 휴….여튼 그때 예약하길 참 잘했다. 여튼 이렇게 충격을 안겨주신 이후 광고들은 나름 괜찮아지심. 이거 안나왔으면 어쩔 뻔했나 아찔하기도해서 몹시 아끼는 책.

 

[박지 마시오. P.S 거친 혼의 양아치]

-나, 이제는 아예 글을 못 읽을지도 몰라. 이게 다, 다스베이더로 진화한 아저씨 탓이라고.

주인수 이기호. 동네에서는 [달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동네에 한두 명 있을 법한 양아치이지만 [남달리 참하고 곧은 양아치]라서 어른들이 이를 줄여 [달리] 라고 부름. 동네에서 꽤 귀염받는 스무 살 청년. 남들은 다 간 대학도 난독증 때문에 못 갔지만, 나름 성실히 살려고 한다.

동네 샌드위치 가게 소녀의 사랑도 받을 만큼 훈훈한 외모지만 글자가 춤추기 시작한 이래, 글이든 커피나 음식이든 무엇이든 섞이는 것을 싫어한다.

 

[먹지 마시오. p.s. 깨우면 물 수도 있습니다]

-난 졌다, 이기호. 이제 널 밀어붙여서 결국 우는 꼴을 보고 말 거야.

주인공 이유준. 달리에게만 [아저씨]로 불릴 뿐, 식스팩의 몸매와 잘생긴 외모로 뭇 동네 여성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고급수트가 너무 잘 어울리는 엘리트 과학수사관.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서 펭귄 헬멧을 쓰고 다닌다. 어떤 사건으로 서울에서 작은 마을로 발령받아 내려온 지는 약 5년. 정의감이 투철한 열혈남은 아니지만 묘한 의협심이 있어 약자들의 이야기를 지나치지 못하는 편이다. 

 

주인공수의 나이 차이가 대략 10살 정도. 그리고 그만큼 어울리는 연애와 행동들을 보여준다. 아저씨는 멋있고, 달리는 귀엽다.

개인적으로 달리=이기호는 정말 사랑스러운 수. 성격은 담백하긴 하지만 딱 그 나잇대 남자애 같고, 역시 어린 만큼 육욕에도 약하다. 속내는 안 그러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강한 척 자존심을 세우는 아직은 미숙한 나이.

 

엘리트 수사관인 이유준은 냉미남 같으면서도 펭귄 헬멧 같은 미묘한 개성(?)이랄까 이유 있는 개성이랄까 살짝 4차원 같은 달리와는 또 다르게, 진지하지만 개그같은(?) 매력이 있다. 달리의 도발로 저지른 키스 때문에 고민하다 결국 쉽게 넘어가버린 허술한 귀여움을 보여주면서도, 점점 흐르는 이야기들 속에 어른 남자로서의 매력과 감동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캐릭터.

 

뭐야…. 얘도 키다리 아저씨였어 ㅠㅠ 이런 기분. 역시 주인공수 나이 차가 10살을 오가는 아저씨와 꼬맹이 물이라면 역시 키다리 아저씨가 최고지. 하는 그런 왕도를 느끼게 해준다. 까면 깔수록. 파면 팔수록. 점점 더 멋진 모습들이 잔뜩 나와서.

 

안 그런 척하면서 잔정이 많은 달리는 동네 사람들 일이라면 알게 모르게 성실하게 구는 게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애잔한데, 이런 달리의 행동이나 생각을 너무 잘 파악하는 주인공이 달리가 말을 안 해도 그 생각을 어떻게든 알아채고 해결해 주려는 것도 너무 좋다.

 

조금 노는 무리의 친구 사이였던 달리, 오죽이 그리고 라리. 평소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라리를 비웃으며 챙겨 쓴 헬멧을 빼았아든 오죽이(=오죽했으면)와 무신경히 넘어간 달리. 그리고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헬멧을 쓰지 않았던 라리만 사망하게 된다.

이 일로 난독증이 재발한 달리에겐 오토바이 대신 항상 타고 다니는 낡은 스쿠터와 낡은 헬멧이라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 모든 건 죽은 친구 차동욱(=차라리)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이어진다. 헬멧을 빼앗은 건 오죽이지만, 동네의 입소문은 죽은 친구를 안고 있던 달리에게 향한다. 친구의 죽음에 대해 침묵해버린 오죽이와 늘 마주치면서도 그를 탓하지 않고 자신을 향한 소문도 그냥 흘리며 난독증을 안은 채 대학도 가지 못하고 그냥 소소하게 일하며 혼자 사는 원룸의 벽에 끝을 내지 못하는 이야기의 낙서만 잔뜩 적어 내려가는 달리. 

 

달리는 이유준과의 첫 만남을 도서관으로 알았지만, 사실 이유준은 달리와 친구의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으로, CCTV 탐독을 하던 중, 앞서가던 친구가 사고가 나자마자 달려와 그를 끌어안고 살리고자 했던 달리의 모습과 뒤따라오던 오죽이가 가진 두 개의 헬멧을 보고 사고의 전말을 알아챈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헬멧을 벗긴 오죽이의 탓도 하지 않고 그냥 남들의 비난을 무심히 넘기는 달리를 보며, 어떤 알 수 없는 책임감으로 그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달리가 모르는 곳에서 그에 대한 의혹과 오해를 열심히 풀고 다녔다는 것.

 

그래서 달리는 여전히 동네 사람들에게 [유달리 참하고 곧은 양아치]로 알게 모르게 관심받는 아이로 있을 수 있었다는 것과 그렇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죽은 친구에 대한 일들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꽁꽁 숨은 달리를 밖으로 끌어주는 것도 역시 이유준이라는 것이 소설의 핵심이다.

 

친구의 죽음을 홀로 견뎌온 참한 달리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에 모르는 사이로 도와주던 이유준의 노력이 무색하게, 어쩌다 안면을 트게 되고 소소한 투닥임을 하게 되고, 제대로 마주하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사랑스러운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게 되는 둘. 그리고 동네 누나들에게 인기가 많은 유준이 어쩐지 못마땅한 달리와 그런 달리의 도발에 넘어가 키스를 해버린 유준.

어른은 이런거 별거 아니라고 얼버무리려다 다른 어른 남자도 그런지 확인하겠다며 달리가 다른 남자와 키스를 시험해보려는 것을 보고는 못 참고 결국 질투로 핀이 나간 공이 a에서 z까지 순식간에 진도를 빼버리는 등. 호감을 느끼고 만나고 밀고 당기고 연애하기까지의 과정들이 죄다 취향이다. 

 

난 너보다 어른이야. 존나 쿨한 척 해야한다고.
그런데도 내 머릿속은 네가 포스트 잇을 붙인 이후로 계속...,
널 봐주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만 생각하고 있어. 

그걸 어떻게 말해. 어떻게 내가 보호해야 하는 놈이랑 아무리 자도 더 하고 싶다고 어떻게 말하냐. 완전 철부지 같잖아, 발정기인 십대 같잖아. 어떻게 그렇게 말해.

그러니까 애써 참고 있는데 네가 또 이렇게 하잖아.
어쩌라고. 흉해도 어쩔 수 없지. 그러니 말해.
그 식스팩 누나는 누구야, 왜 원양어선을 타고, 리히텐슈타인에는 또 왜간다는거야!

 

충동적으로 이런저런 스킨십을 하고 알게 모르게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감정도 깊어지게 되는 중반부 쯤, 이유준을 유부남으로 오해한 달리가 혼자 고민하며 헤어지려 한다. 그 와중에 이유준이 사실은 사고를 담당한 수사관이고 자신을 위해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사고에 대한 달리의 오해를 풀어줬단 사실과 난독증인 달리를 위해 이유준이 오디오 CD를 직접 녹음하고 듣도록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땐 내가 다 찡했다.

 

마을 축제 날 종희 누나의 Kiss me를 들으며 오해를 풀면서 서로 솔직한 감정을 알게 되는 이 부분에 오해와 개그로 뒤범벅되어 나오는 리히텐슈타인과 다스베이더 헬멧 등도 사실은 중요한 소재들이다.

 

리히텐슈타인은 달리와 아저씨의 이별에 대한 키워드로, [리히텐슈타인에 가는 달리]에 대한 소문이 동네에 퍼지고, 그 소식에 병원을 뛰쳐나온 이유준과 달리 사이의 나름 기폭제 역할을 하고, 나중에는 [하루면 다 볼 수 있다고 해도 하루만 있고 싶진 않다]는 나라의 이미지로 마치 이유준이 달리를 볼 때마다 생각하는 것과 같은 뜻으로 느껴지게끔 등장하기도 한다.

다스베이더 헬멧은 펭귄 헬멧에서 업그레이드된 버전. 펭귄 헬멧이나 다스베이더 헬멧 모두 이유준이 달리에게 준 것으로, 펭귄이 아직 아이를 뜻한다면다스베이더는 성장한 어른을 가리키는 듯하다. 자신이 펭귄헬멧을 쓸 때 다스베이더 헬멧을 쓰는 이유준을 보며 달리가 나도 크고 싶다는 것을 다스베이더가 되고 싶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느낌.

 

그래서 마지막에 펭귄 헬멧을 벗지않고 그 안에 숨어 울었던 달리가 울음을 그치고, 펭귄 헬멧을 벗어버리고 나중에 유준이 건네 준 다스베이더 헬멧으로 바꾸는 것은 달리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헬멧이 없어 죽은 친구의 사고이기 때문에 헬멧은 항상 달리가 안고 가야 하는 것에 대한 키워드 소재 같고.

책의 부제인 [다스베이더가 되는 방법]은 바로 이기호가 성장하는 방법 같은 그런 느낌.

그렇게 펭귄이나 다스베이더 헬멧을 안겨준 것도, 달리가 성장할 수 있는 역할도 이유준이라는 부분도 좋은 베이스였다.

 

작가님의 문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담백하고 발랄한 문장들 때문에 술술 읽혀서 가벼운 기분으로 보다가 어느 순간 먹먹한 마음을 안게 된다는 점이 특징 같다. 별거 아닌 것처럼, 가볍게 묘사되어있지만 사실은 별거인 것이 확실한 그런 부분들이 있다.

 

성격을 잘 압축해 놓은 동네 사람들의 별명들이나 달리가 적어가는 이야기들이나, 핵심이 되는 오토바이 사고에 대한 일도 그렇고, 이유준이 처음 맡았던 5년 전의 사건도 그렇고. 그리고 중간중간 내용 흐름의 키워드처럼 나오는 노래의 가사들이나 소설의 내용 같은 것들.

 

특히 [Thank you, 19 Years]의 한 구절이라며 나오는 [..우리가 싸우던 시절에 우리는 적어도 평등했다. 서로가 싸울 수 없는 상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19살의 늪을 건너던 때부터였다] 라는 문장은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았다.

소설을 떠나 나 역시도 여러 가지 생각하게 되는 문장.어른이 되기 전 마지막 나이인 19세엔 모두가 평등한 마지막 나이. 어딘가 씁쓸해지기도 하고. 하여튼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 문장이다.

이렇게 진지한 부분들과 작가님의 센스 넘치는 유머들이 정말 잘 섞여있음. 조이님 식 개그를 좋아해서 유쾌했다.

 

'역시 형은 알 줄 알았어. 그러니까 나에게 잘했다고 해줘.' 
여전히 웃으면서 울 것처럼 얌전하게 요구했다. 

'형이라도 나한테 잘했다고 해. 그때 그렇게 하길 잘했다고, 한번만 말해줘, 응? 존나 까리한 어른 행세하면 아저씨라고 불러버릴거니까. 응... 형이라도 말해줘....' 

'잘했어.' 
유준은 지체없이 답했다. 녀석은 미소지은 채로 입가만 가늘게 떨었다. 

'정말?' 
'어. 정말 잘했어. 그때 그렇게 하길 잘했어.' 

왜냐하면, 우리는 고통스러워서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도 없었으니까.

 

 

이유준 시점으로 본 달리의 모습들과 어떻게든 달리에게 넘어가지 않으려 노력했던 그의 나열 된 속마음들까지 보면 정말 달큼하고 애틋하다.

 

친구의 죽음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또 다른 친구에게 향하는 것조차 싫었던 달리. 그래서 그렇게 대처한 자신에게 동감해 줄 누군가가 해주길 필요했던 달리에게 이유준이 작품의 제목처럼 넌 그때 그러길 잘했어. 참 잘했어. 라고 말해주는 장면은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또 이 말은, 5년 전, 신입 엘리트 수사관으로 탄탄대로가 펼쳐졌던 자신에게 맡겨진 아주 작은 사건, 그냥 넘겼으면 여전히 승승장구했을 테지만 그러지 못해서 이 작은 동네로 오게 되었지만, 그래도 역시 그때 그러길 잘했다고 이유준이 스스로에게 하는 말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역시 작가님. 씬에 가차 없으시지. 얘네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들은 진짜…. 나 혼자 보는데도 주변이 신경 쓰이고 부끄러울 정도.

평소에는 이유준이 달리에게 꽤 휘둘리고 장난스러우면서도 너무너무 다정한데, 연륜의 차이인가. 씬에서는 낮져밤이의 정석을 보여준다.

대담한 테크닉과 다정(?)하면서도 대담한 더티토크들. 세심하고 꼼꼼한 장면들과 관능적인 대사들의 질척한 분위기가 끝내준다. 

평소와 갭이 있지만, 전혀 이상하지도 않은 게 그러면서도 이유준이 달리가 너무 예뻐 죽겠다는 식의 감정을 팍팍 풍기면서 야성적으로 구니 더 장난 아님. 작가님의 공들은 야한 말들을 그렇게 남발해도 천박하지 않고 섹시해서 좋다.

 

아무튼, 작가님 이런 거 너무 잘 쓰시고, 나는 이게 너무 좋고. 씬은 이렇게나 강력한데 그 외에는 힐링되는 부분들이 많고 어딘가 잔잔하고 애틋한 극과 극을 오가는 느낌들에 취하게 됨. 

 

이 작품은 동네의 잔잔한 일상을 배경으로 톡톡 튀는 발랄함과 살짝 찡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주인수인 이기호의 성장과 치유를 보여준다.

 

물론 주인공인 이유준이 퍼붓는 사랑으로 극복한다는 점이 마구 느껴지는 주인공의 달콤하고 멋진 애정도 그렇지만, 그 밖에도 이 작품이 사랑스러운 점은 그 외의 조연들, 둔하디 둔한 달콤한 기획사의 사장형이나 행동력 하나는 발군인 회계 종희 누나, 양심 있는 허세쟁이 오죽이, 맹하지만 귀여운 샌드위치 소녀, 푸근하면서도 냉정한 사서 사모, 눈치 없긴 해도 착한 유리 누나, 눈치는 좋은데 곰 같은 황영옥 수사관, 졸지에 커플에게 휘말려 서브 역할을 하게 된 노멀 건축사 김선우씨.등등 조연들마저 하나같이 개성 넘치고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섞어 넣으며 양념 역할들을 톡톡히 해서랄까. 누구 하나 버릴 것 없이 제 역할을 잘해서인지 뭔가 더 따스한 기분을 들게 한다. 

 

외전에서는 달콤한 사장형과 회계 종희 누나 결혼식 축가에 얽힌 에피로, 살짝 뭉클한 내용과 또 김선우 씨가 이 커플에게 휘말려서 이유준 질투의 기폭제가 되셔서는…. 질투 폭발한 이유준이 달리를 꽤 찐하게 몰아붙여서 흐뭇하긴 했지만. 

소책자인 [다행입니다]에는 제대로 사귀면서 동거도 하는 연인이 되었지만, 달리가 아직도 어떤 불안감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 못 한다는 것을 눈치챈 이유준이 또 그런 달리를 위해 뭔가 해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진짜 다정하기 짝이 없다. 휴….

 

그 와중에 다스베이더 아저씨라고 부르는 샌드위치 소녀에게 달리가 아저씨는 나만 부르는 거라고 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된 이유준이 폭풍 감동할 때 나도 감동. 절대 형이라고 안 부르고[아저씨]라고 하는 건,사랑이 담긴 달리 만의 특별한 호칭인 것. 사랑스러웠다 정말.

감동한 유준이 달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잔뜩 해주고, 달리의 고민도 해결해주고. 물론 이상한 동네라서 동네 사람들의 활약도 있고.

 

너무너무 멋있고 야하고 다정한 아저씨 이유준과 달큼한 연애를 시작한 이기호를 보며 사서 사모와 누나처럼 좋겠다, 달리!를 마음으로 외치며, 작품의 캐치프레이즈인 모두의 삶을 응원한다는 것처럼 착해지는 기분이 되는 따스한 이야기.

 

그리고 개인적으로 옴니버스식 외전들로 하나 더 두툼하게 더 나와줬으면..이 사랑스러운 커플의 꽁냥은 더 보고 싶다. 

 

다행이다, 너를 만나서.
다행이다, 우리가 섞일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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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손대지 않겠다고, 절대로 개입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어떤 것을 계속 손대고 싶은 기분이 어떤지 알아? 아, 모를 거야, 씨발. 먹고 싶은 기분에 시달리는거야. 넌 모를 거야. 그게 얼마나...., 싸우는 기분인지"

그는 넥타이 매듭을 한 번 풀고, 무겁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하고 기호는 물었다. "
그래서...이겼어?"
그의 입술이 비틀어졌다. 아니, 그가 답했다.

"...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