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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연애
Written by 그웬돌린
Publication date : 2011.05.29
Book spec: 1권 완결 | 346p | 국판
■Character  | 세바스티안 알링턴=>클로이 진 (31=>35세,攻), 제시 헤일리 (=??, 31세,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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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작은 도시 (가상)국가 제일스의 가장 큰 마약 조직인 알링턴 패밀리. 이 알링턴 패밀리의 보스 윌리엄과 그의 정처 소생인 후계자 에드워드 앞에 윌리엄 정부의 소생이라며 나타난 다른 아들 세바스티안. 

유전자 감식 결과 윌리엄의 아들임이 확인되자마자 조직의 또 다른 후계자로 떠오른 그로 인해 알링턴 패밀리 내부는 치열한 후계자 전쟁이 한창이다. 그렇게 2년 정도가 흐르고, 특출난 능력으로 입지가 단단해지는 세바스티안과 달리, 후계자로 편하게 커왔던 에드워드는 세바스티안의 등장과 그와 비교되는 능력의 부족으로 점점 망가져 가지만 그의 곁에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있어 그럭저럭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충성스러운 부하 중 하나이자 사채업자인 제시 헤일리. 알링턴 패밀리의 최연소 간부인 그는 술김에 세바스티안과 동침을 한 이후로, 에드워드와 그의 똘마니들이 세바스티안에게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세바스티안의 화풀이를 빙자한 요구로 인해 관계를 지속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세바스티안은 제시에게 에드워드를 배신하고 자신의 첩자가 될 것을 요청해온다.


-네가 그런 눈을 할 때마다 나도 미칠 것 같아.

-해서는 안 되는 말이, 가져서는 안 되는 감정이, 자꾸 솟아올라서.

주인수인 제시 헤일리. 어두운 금발에 177 정도의 키, 살짝 태닝한 피부와 파란 눈으로 제일스의 가장 평균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 개인적인 이유로 머리카락이 심하게 손상되었을 정도로 수시로 염색을 한다. 알링턴 패밀리에는 8년 정도 있었는데, 그동안 유능한 사채업자로서 조직의 돈줄 역할을 톡톡히 해서 어린 나이에 간부급이다. 속마음을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고, 머리 회전도 빠르다. 하는 일도 그렇고 어딘가 묘하게 구는 구석이 있어 닳고 닳았을 것 같은 분위기와 달리, 사실 공이 첫 남자라는 뜻밖에 순결한 점이 있다.

 

-내가 주고 있는 첫사랑은 불꽃 같은 붉은색이었다.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진짜 너를 어떡하면 좋을까.

주인공인 세바스티안 알링턴. 본명은 클로이 진. 창백할 정도로 하얀 얼굴에 레몬 빛 금발과 연둣빛 눈동자 등 183 정도의 큰 키임에도, 처음 보는 사람은 보이시한 여자로 착각할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아름다운 외모.

갑자기 나타난 알링턴 패밀리의 둘째 아들이지만, 본업은 따로 가지고 있다. 패밀리에 등장하자마자 아무 도움 없이 시작한 작은 도박장을 현재는 조직의 거금을 담당할 정도로 화려하게 키웠을 정도로 장남과 후계자 경쟁을 하고 있지만 월등한 능력 차이를 보여줌. 제시에게 약간의 사디스트 기질과 외모와 상반되는 저급한 음담패설을 일삼지만 알고 보면 뼛속까지 순정파.

 

소재는 마피아 물이지만, 기본적인 베이스는 복수인데 그 안에 thㅏ랑이 알차게 들어있다.

주인공수 모두 마피아 조직원이고 그 안에서 만났지만, 둘 다 목적이 있어 조직에 들어왔을 뿐, 정체가 불분명하다. 정체를 숨긴 그 공통적이고 오묘한 느낌 때문에 서로 알게 모르게 매력을 느낀 듯한 분위기가 있다.

주인수인 제시가 살짝 느슨한 느낌이긴 해도 눈치도 빠르고 머리도 좋아서 주인공의 정체를 먼저 알게되고,제시의 정체는 중후반 가서야 밝혀지는데, 연재로 꼬박 챙겨 보긴 했지만, 바보같이 전혀 생각도 못 한 점이라 내가 꽤 둔하다고 깨닫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책이 나오고 재탕을 몇 번 하면서 여기저기 떡밥도 많은데 왜 몰랐지? 하는 생각과 클로이도 이랬었겠군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봄. 모르고 봐도, 알고 봐도 재밌다.

 

참고로 세바스티안이라는 이름은 웹 연재 당시에는 '세바스찬'이었는데, 표기법으로 인해 책으로 나오면서 '세바스티안'으로 수정되었다. 개인적으로 세바스티안 쪽이 더 좋다고 생각. 세바스찬은 떠오르는게 많아서.. 

 

각설하고, 글의 진행이 공과 수 시점이 번갈아가며 진행되어서 각자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모습들 때문에 확실히 둘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포인트가 잘 보이는 장점이 있다. 공시점을 좋아하기도 하고.

마피아 세바스티안으로서의 모습도, 본업에서의 모습도 한결같이 매니악한 클로이.

제시가 처음부터 너무 잘 느꼈다는 이유 하나로 너는 몸이 야하다는 둥 눈이 음탕하다는 둥.. 클로이는 제가 빠져서 그래 보이는 지 모르고 초반 내내 수를 걸레 취급하는데, 제시가 속으로는 [이래 봬도 난 첫 키스 첫 경험 전부 너랑 했거든?] 하고 속으론 잔뜩 짜증 내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반응도 안 하니 오해만 커진다. 이런 류의 오해 요소 무척 좋아함.^.^;

 

정말 병신같은 건 이 남자가 무척 예뻐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이게 가장 기가 막히고 병신같았다. 
분명 외모는 별로였을 텐데. 매력적이지만 외모가 딸린다고 내내 생각해왔었는데.
시발, 지금은 외모도 찬란했다. 
내가 아는 모든 예쁘다는 의미의 형용사를 다 갖다 붙여도 모자랐다.

눈알을 파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공은 자기 말고 다른 놈도 있을 거란 착각과 함께 초반에는 제시에게 쿨한 척하다가 한 번 자고 나서는 거의 일방적으로 치근덕거리며 꽤 강압적이고 거칠게 대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먼저 제시를 걸레처럼 대해놓고 자신이 제시의 ㅅㅅ 파트너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착각)과 겉잡을 수 없이 뻗어가는 감정들 때문에 되레 제시에게 심술 궂게 구는데, 꼬인 심보만큼 심술 궂게 굴다 보니 변태 농도만 강해진다. 제시의 입장에선 고생스럽지만, 클로이의 시점에서는 그저 제시가 점점 예뻐 보여 어쩔 줄 모르는 게 느껴져서 즐겁게 보게 된다.

그 심술과 애정이 약간의 변태성과 저급한 말로 나타나서 문제인데, 속으로는 얘 진짜 변태같아..하면서도 그걸 다 받아주는 제시도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

그렇게 몸정이 쌓이는 만큼 점점 콩깍지가 겹겹이 싸여가는 클로이가 결국 제 맘을 빠르게 인정하고 제시에게 슬금슬금 진심으로 들이대다가 눈칫밥으로 수의 모든 게 사실은 다 본인이 처음이란 사실을 알게 되어 당황하는 것도 귀엽다.

 

달큼한 외모지만 알고 보면 상남자에 저급한 대사를 일삼는다는 설정에 순정까지 더해진 클로이. 역시 [순정변태 미인공]은 개인적으로 몹시 취향인 바람에 내 기준,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의 절반은 클로이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 제시에 대한 사랑이 점점 깊어지고 고민하고 그 사랑을 주체 못 하는 모습들이 좋았다. 

사랑을 나눌 때는 약간(?)의 매니악한 기질과 거친 면이 있지만, 그 외에는 정말 꿀을 덕지덕지 바른 느낌으로 다정하기 짝이 없다. 뒤처리는 물론 씻겨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등등 머슴처럼 구는 행동도 많고. 제시와 연락이 안 되면 화를 내기보다 걱정부터 하고. 정체가 밝혀지고 나서도 제시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희생을 하는 점이라던가, 다른 이들에게 [내 애인 건들지 마] 라고 못 박고, 자기 없을 때 누가 귀찮게 하거나 했을까 봐 눈을 부릅뜨고 지키는 것도. 그러면서도 제시가 조직 안에 있을 때 맺은 관계는 어쩔 수 없이 응하게 된 입장이었다고 한 말에 또 덮치면서 괴롭히는 것도 좋았다. 

뭐 이럴 때 말고는 괴롭히기는커녕 제시에게 엄청나게 다정하고 처음 하는 연애에 올인하는 열혈 순정파 같은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제시가 자신의 사정 때문에 클로이에게 제 마음을 숨기려고 하지만 클로이의 눈에는 그게 다 티가 나서 [날 좋아한다는 얼굴인데?] 하며 능글맞게 굴어도 제시가 끝까지 아니라고 하자 네 마음이 어떻든 난 네가 좋다는 식으로 알면서도 넘어가고 부지런하게 고백하고 지겹도록 수에게 예쁘단 소릴 해대는 클로이의 달큼한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그러면서도 베드인만 하게되면 상상 이상의 매니악함과 음담을 보여주는 극과극이 취향이었음.

 

이렇게 작가님의 공들은 참 좋아하는 편이지만, 역시 수 캐릭터에서 호불호가 갈리는데, 이 작품은 수도 묘하게 매력 있어서 더 좋다. 

오랫동안 인내하며 복수를 계획하고, 클로이에 대해 알고 나서도 그의 힘을 빌리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완벽하게 매듭지으려는 독하지만 완고한 구석이 꽤 마음에 들었다.

클로이가 너를 좋아하니까 복수를 도와주겠다고 해도 눈 빨개져서는 필요없다고 거절하는 장면은 괜히 안타깝기도.

 

그리고 역시 공의 미모에 종종 넋을 빼는 작가님 특유의 수 패턴도 갖고 있는데, 클로이에게 담백하게 굴면서도 속으로는 알맹이는 변태인데 얼굴 하나는 참 예쁘다며 종종 클로이의 예쁜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는 장면들도 좋다.

그러면서도 맹목적이지는 않고, 좋아하게 되고 나서도 속과 다르게 겉으로는 꽤 쿨하게 구는 점이나, 그러면서도 결정적일 때는 클로이에게 약해지고 강하게 고백하며 다가오면, 속으로는 흔들리고 막 부끄러워하는 점들도 귀엽고. 그리고 닳고 닳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순결한데 공 한정으로 육욕에 약해지고 야해지는 점 등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클로이의 애정에 넘어가 그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나서도, 눈물을 머금고 냉정하게 쳐내며 떠나려 하는 점도 꽤 강단있어 보여서 좋았음.

 

복수를 마무리 짓고, 그대로 범죄자가 되어 떠나려는 제시에게 '네가 그런 구렁텅이로 걸어들어가게 둘 수 없다. 나와 평범한 연애를하고 살자'며 절박하게 외치는 클로이와 그런 그를 뒤로하고 울면서도 독하게 떠나려는 제시. 절절한 고백과 설득이 뒤엉킨 채 붙잡는 클로이와 제시의 공항 장면들은 몇 번을 봐도 좋다.

 

그렇게 모든 일이 다 끝나고 나서도 자신을 곁에 두기 위해 여러 가지를 포기한 클로이를 위해 제시가 그것을 돌리고자 더 많은 것을 내놓는 등, 능력까지 출중한 점도 몹시 마음에 들었는데, 서로에게 그 어떤 부채감이 없도록 깔끔하게 정리하고 동등하고 평범하게 연애를 새롭게 시작하는 마무리가 좋았다.

 

"당신이 다치지 않았으면 됐습니다." 

내 말에 제시가 의아한 눈을 했다. 우리 그런 사이 아니잖아. 그런 얼굴이었다. 
너나 아니지.
"당신에게 경고하겠습니다." 

세바스티안이 경고는 고사하고 애정 고백을 하는 사람처럼 달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른 새끼 앞에서 팬티 벗지 마십시오." 
이게 진짜 미쳤나!

그나저나 공수 시점이 전환되며 진행되는 것도 좋으면서 재밌는 게, 이런 식으로 얘네가 각자의 눈으로 보는 서로의 모습과 행동을 서술하다가 종종 속내로 또 상대방을 깔 때가 재미있다. 개그 아닌 개그 느낌인 부분들이 살짝살짝 나와서 피식거리게 된다.

이렇게 유쾌한 장면과 애틋한 장면이 묘하게 잘 어우러져 있으면서 그 안에 농도 짙게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상당히 많은 편이고. 클로이..진짜 얘는 미인에 능력도 좋은데 제시에게는 24시간 에로 모드 상시 대기일 정도로 과해서 웃기기까지하다.

평범하게 대화하다가도 갑자기 음담으로 넘어가는 화술과 행동력은 볼 때마다 혀를 차게 됨. 그러고 보면 클로이가 정중한 존댓말과 음담패설 조합을 아주 잘하는데, 그러다 정말 어쩌다가 반말할 때 그 갭에서 오는 쫄깃함도 몹시 취향이다.

 

내용의 흐름은 둘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중반까지는 꽤 탄탄한 느낌이지만, 정체가 밝혀진 후반부는 살짝 허무한 감이 있기는 하다. 제시가 계획대로 복수를 끝내고, 클로이와 제대로 연애하게 되는 건 좋은데 생각보다 복수가 좀 단조롭게 끝난 감이 있어서. 복수 상대들을 조금 더 괴롭혔어야 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을 했다. 한 짓들에 비해서도, 제시가 오랜 기간 고생한 것에 비해서도 너무 쉽게 끝내준 느낌. 제시가 복수를 하고 나서도 허무해 하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싶을 만큼. 

뭐 그래도 복수를 하면서도 망가지지도 않았고, 귀찮고 찝찝한 건 다 버리고 제대로 행복을 찾아서 다행이지만, 역시 단권이라 그런지 둘의 제대로 된 연애가 더 보고 싶긴 하다. 

바퀴벌레 커플 같이 염장 지르는 외전들이 있긴 해도 너무 짧아서 차라리 메데 처럼 외전 한 권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

그러고 보니 같은 세계관이라서 메데의 주인공인 바실리가 무기상으로 짧게 언급되는 식의 카메오로 나오는 것도 괜히 반갑기도 하다. 

 

다소 과격한 설정들이 작가님의 경쾌한 문장을 통해 무겁지 않은 느낌을 주는 것도 장점으로,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지겹지 않고 늘 즐겁게 읽게 되는 작품.

 

나와 정의로운 연애를 하자. 
너는 이제 그 더러운 진흙탕에서 구를 이유가 없어. 
거기서 나와.
나와 깨끗한 연애를 하자. 
그냥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연애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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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잘될 수 없는 사이. 우리 둘의 관계는 물과 기름이었다. 귀여워? 예뻐? 나밖에 없어?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섬에 같이 가? 웃기지 마. 당장에라도 놓아야했다. 이건 연애보다도 질이 나빴다. 총탄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도 이 남자의 안위가 내 목숨보다 더 중요할 정도면 이미 이건 그저 그런 연애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알고 있는데도 놓을 수가 없었다.

02
"클로이라."
제시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나른한 목소리였다. 정말 사흘 내내 잠만 잔 모양이다.

"당신과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남들도 그 소리 많이 합니다."

내 말에 제시가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
"하지만 그 말이 와 닿은 건 처음이군요."

...(중략)

"...이름이 뭡니까?"
제시가 나를 밀어냈다.

"제시 헤일리는 본명이 아니죠. 이름이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