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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by side 
Written by 탄산
Publication date : 2008.07.13 (초판) | 2010.01.24 (2판) 
Book spec: 1권 완결 | 424p | 신국판
■Character  | 최한기 (攻), 정우영 (受)

탄산 님의 초기작, 재판 때 구매한 책으로 신파가 가미 된 후회공 키워드 작품이다.

 

주인수인 정우영은 공모전 입상을 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한 미대생으로 교수에게 지원을 받긴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계부의 학대로 인해 집을 나온 이래 늘 홀로 살아온 데다가, 어려운 생활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출하기보다 안으로 감내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다. 흐릿한 외모와 조용한 성격.

 

주인공인 최한기는 좋은 집안에서 자라 적당한 처세술로 겉으로는 사교적인 성격 같지만 사실 사람들에 대해 별다른 애정이 없어 가족과 이용가치가 있는 사람 정도로만 구분해서 지내왔다. 되레 미술품 같은 물질적 소유물에만 과한 애착을 느끼는 터라 그런 적성을 살려 현재는 집안 재단 소유의 미술관을 운영 중.

 

이런 최한기가 처음으로 관심이 생긴 사람이 나타나 고백하지만, 당사자에게 '넌 사실 날,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하게 되고, 그 거부에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계속 그상대에게 구애하는 상태.

그리고 그 와중에 공모전 첫 입상을 한 어떤 대학생의 작품을 보자마자 엄청난 감정을 느끼며, 그림을 그린 당사자-정우영을 찾아가 그림을 사겠다고 하지만, 정우영은 최한기에게 흔쾌히 그림을 그냥 내준다.

이렇게 시작된 정우영과의 인연은, 첫 고백 상대에게 차인 그를 위로하던 정우영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한기가 정우영에게 ㅅㅅ 파트너 관계를 제안하면서 비틀리게 된다.

1년여를 그런 파트너로 지내면서, 정우영에게 모진 행동과 폭언은 물론, 스트레스를 받으면 화풀이도 하고….

특히, 정우영이 어릴 적 학대를 당해 몸에 상처가 많은데 그 상처를 조롱하는 둥, 자신이 어떤 짓을 해도 묵묵히 받아주는 정우영에게 아무튼 초반 최한기는 나쁜 놈 짓을 많이 한다.

이렇게 비틀린 관계로 시작된 이야기는, 최한기와 정우영을 잘 알고 지내는 조연1이 훈수를 두면서 다른 양상으로 흐른다.

 

둘의 몸만 엮이고 있는 관계를 눈치챈 유명화가=조연1이 그 사실을 알고 주인공을 살살 찔러보며 약 올리는데 내가 봐도 저런 신랄한 비난과 남의 사생활을 파고드는 상대의 오지랖에 공이 정말 많이 참네 하고 생각했음.

거기다 조연1만 이러는 게 아니라, 나중에는 정우영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게희바의 사장인 조연2며 직원들까지 다 알게 되어서 공 나쁜새킈라고 비난하는데 아주 시누이들이 따로 없다. 

 

이렇게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다들 수군거리니, 결국 공이 구애하던 상대도 눈치를 채고 '너 쟤랑 그렇다며?' 하는 식으로 자신의 눈에 비친 정우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비난하자 결국 폭발한 주인공.

결국, 또 그 화풀이를 수에 게하고 둘의 관계는 파국을 맞게 된다.

 

........는 걸로 끝날리는 없고, 

자신이 끝냈으면서 수를 아끼는 사람들에 대해 질투같은 감정에 휩싸이고, 그 사람들이 하던 말도 생각나고, 묵묵히 받아주던 착한 수도 떠오르고…. 혼자 있으니 잠도 못 자고 외롭고... 

그렇게 청승떨던 공이 이런 생소한 감정을 갖게 한 수를 향해 점점 미련을 키우고 애틋한 감정으로 피게 되면서 다시 수를 찾아가 '계속 너를 옆에 두면서 내게 일어나는 변화들을, 그리고 너를 알아가고 싶다.'라는 그럴싸한 말로 묶어두며 이야기는 연애 양상으로 흐른다.

 

뭐 서로 지켜보고 신중하게 다가가기로 하고 공이 조연2에게 숙제라고 명명 받은 자신의 감정들이 무엇인지 풀어가는 식으로 깨닫는 건 나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제대로 관계정립을 하는 과정은 좋았지만, 본인도 점점 감정변화를 느껴서 무서워질 무렵 남의 말까지 들으니 그게 촉진제가 된 것인데, 뭐랄까…. 정말 팍 터진 사건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정우영에게 갖는 감정에 대해 깨달은 최한기가 완전 180도 변한 모습이라서 역시 공의 그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응??? 스러웠다. 초반의 개아가 성질이 정말 확 사라져서 좀 김이 빠진 그런 느낌.

 

1년이나 모질게 굴었던 사람이 갑자기 수를 막 사랑스럽게 느낀다든가 이런 부분의 개연성이 살짝 부족한 감이 있다. 물론 예전에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곱씹으며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것이야 괜찮지만, 그 계기가 단지 남들의 말 때문이라는 점이 좀 아쉽다는 것. 거기다 서브 수라고 생각했던 주인공의 구애 상대도 좀 더 영악한 여우 타입이었다면 몰라도 서브는커녕 조력자 3이 되는 바람에 쫄깃한 맛이 사라졌음. 휴….

 

공의 패악은 초반 약간뿐이고 중반부터는 둘 사이가 좀 애틋해지고 중후반부는 말 그대로 꿀 떨어지는 달달 물이 된다. 공이 다소 오버스러울 정도로 수를 어화둥둥 하고 닭살 돋는 행동을 마다치 않고, 거기다 언제는 흉터 보기 싫다더니 과거 학대 사실을 알자마자 눈물 흘릴 정도로 미안해하고 흉터도 사랑스럽다는 둥 하는 게 장난이 아님. 나중에는 하다 하다 못 참고 수를 학대했던 계부한테 복수까지 해주는 데서는 그냥 웃음이 나왔다.

기승전할리킹의 흐름이랄까. 다소 억지스러울 만큼 본인이 잘 못 한 것보다 몇 배는 더 과하게 되갚아 준다.

내 기준, 이런 것에 비해 주인수의 매력이 부족해서 주인공의 이런 행동들이 더 과해 보이는 걸 수도 있고. 

 

주인수인 정우영은 그냥 아픈 과거와 연약한 이미지 때문에 너무 수동적인 느낌이 강하다.

최한기와의 관계가 다시 재정립되는 것도 본인의 재량이라기보다 주변에서 그를 아끼는 이들이 난리 쳐 준 덕분이기도 하고. 최한기에게 차이고 나서 뭔가 좀 더 강단 있게 굴거나, 최한기가 다시 왔을 때도 좀 더 도도하게 굴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공이 하는 족족 '당신이라면 다 좋아요.' 식의 예스맨타입이라서 안타깝게도 캐릭터의 매력은 높지가 않다.

주인공이 수에게 쩔쩔매긴 해도 둘의 관계는 정말 주인공의 말과 행동이 이끌어가는 게 주된 모습이라 좀..

 

외전에서도 수가 좋다고 달라붙는 남자에게 공이 질투 폭발하는 건 좋긴 했는데, 이마저도 좀 유치하고 싱겁게 끝나긴 해서 아쉽긴 하다. 그나마 수가 여기에서는 살짝 강단 있게 굴었음. 그리고 수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마지막 외전은 살짝 찡...

 

작가님 초기작이라 다소 아쉬운 점이 보여도 이 작품을 꽤 재미있게 보게 되는 이유는 캐릭터의 매력은 살짝 부족해도 전반적인 이야기 자체는 나쁘지 않고,개인적으로 역시 염장 물이 되기 이전 초중반 나쁜 남자 같았던 주인공 때문에 종종 재탕하게 된다.

아무튼, 후회공이라 피폐함이 있긴하지만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달달 물이 되는 작품.

 

내가 너한테 어떤 짓을 했는지 똑똑히 알고 있어.
절대로 용서 받지 못할 짓을 했다는 걸...
다 아는데도 나는 너를 놓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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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줄곧 생각해봤어. 너와 나 사이를.

...(중략)

난 누군가 때문에 내가 변해가는 것도 싫고, 그건 반대라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이쯤하자. 이 시간 이후로, 너는 너로…. 그리고 나는 나로 돌아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