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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얼굴
Written by MIM
Publication date : 2010.04.25
Book spec: 1~2 권 완결 | 316p /310p | 국판
■Character  | 한지승 (攻), 문성준 (受)

분명 취향인 요소가 한 톨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끼고 살면서 재탕을 참 많이 하게 되는 작품들이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작품 중 하나이다.

 

주인수인 문성준은 어렸을 때는 여자 아이돌만큼이나 가녀린 체구와 예쁜 외모가 돋보였지만, 성장기인 마의 16세 벽을 넘지 못하고 점점 사내아이답게 변해가던 중, 몸주고 마음 줬던 첫사랑에게 [얼굴이 변했다] 며 홀라당 차여버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안에 큰 빚까지 생겨 학교도 그만두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살아가고있다.

16세 이후 얼굴에 심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으나 사실 여자처럼 예쁘지만 않을 뿐 남들 눈에는 상당한 훈남이라 인기가 많다. 하지만 지독한 콤플렉스에 시달려서 자존감이 바닥인지라 연애 같은 건 생각도 못 한다.

 

주인공인 한지승. 문성준을 매몰차게 버린 그 첫사랑이자 부잣집의 망나니 막내아들로 외모나 피지컬은 최상급이지만 성격은 그와 반비례할 만큼 개차반이다. 호모는 치를 떨도록 싫어했지만 자기 좋다는 가정부 아들에게 손을 대곤 불같이 빠져들며 다정하게 변해가던 중, 성인이 되며 현타가 왔는지 변화에 겁을 먹었는지, 남자 같아졌다는 이유로 소년을 아주 매몰차게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소년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예쁘장했던 과거 소년의 외모와 닮은 애들만 사귀고 다님. 

 

이런 주인공,수가 15년 만에 재회하면서 시작되는데, 과거나 현재나 주인공은 우와…개새…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냥 성격이 냉정하고 말을 더럽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조금만 수틀리면 바로 폭력적으로 구는 스타일이라 수에게 폭력적인 것이 불편하다면 안 보는 게 좋다.

주인공인 한지승은 작가님이 어떻게 해야 더 개새킈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노력이 보일 정도로 별 성질이 다 들어 있어서 나중엔 욕도 안나온다.

다소 억지스러울 정도의 거친 행동을 하는 걸 보면,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최대한 개새이도록 연성된 캐릭터 같다. 때문에 한지승을 욕하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인지라 이 이야기는 수인 문성준이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한다.

이런 공에게 수가 어떤 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매력도는 물론, 이야기의 풀이도 달라졌을 텐데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공이나 수나 도긴개긴이다 하는 흐름을 고수한다.

 

이 정도로 말도 안되는 대우를 받으면, 죽도록 반항을 하면서 정말 배틀호모처럼 치고받고 싸우던지, 나중에 공이 좀 잘해줘도 아주 철벽같이 마음을 닫고 내치던지. 하다못해 차라리 마음먹고 유혹해서 꼬셔버리든지 하는 당찬 모습을 보였더라면 공만 욕하면서 봤겠지만….

어렸을 때 도둑키스하다 걸려서 좋아하는 거 들키고 홈오새키라고 처맞다가 열 받은 공에게 ㄱㄱ당하면서 시작된 관계가 문제였을까. 보통이라면 어디 신고하거나 도망가도 모자랄 판에 살짝 숨는 척하더니 계속 자신을 찾는 공에게 남자도 여자도 아닌 취급을 받으면서도 몸정이나 쌓고, 좋아하는 감정을 계속 키운 문성준도 일단 정상적인 멘탈은 아니었다고 생각함.

어릴 때라 판단능력이 미숙해서 그랬다 쳐도, 15년이 흘렀는데 재회하고 여전히 자기만 보면 막말하고 때리는 한지승에게 두부처럼 흐물거리는 문성준의 진성 M 기질에 혀를 차게 된다.

뭐랄까 수가 전형적인 매 맞는 부인 증후군 같은 모습만을 잔뜩 드러내서 불쌍할 뿐.

 

앞 날을 뻔히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가 한지승이 사실 어릴 때 소년을 굉장히 그리워해서 계속 찾아다니고 그와 닮은 사람만 보면 눈이 뒤집힌다는 점인데 뒤늦게 깨달았을 뿐 한지승에게도 문성준이 첫사랑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한지승이 그렇게 애타게 찾는 첫사랑을 옆에 두고도 눈뜬장님처럼 구는 꼴이 가관이다.

문성준이 자기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눈이가니까 거슬린다고 말만할 뿐, 문성준만 보면 발정하는 한지승. 그렇게 점점 빠져드는 공 때문에 말랑한 분위기가 종종 나와서 욕하면서 보다가도 나름 애정의 흐름을 느끼며 마음을 놓게 되는데, 그러다 갑자기 뒤통수를 친다. 

과거의 문성준과 똑 닮은 외모를 가진 이물질 수의 등장은 정말 왓더퍼ㄱ?!!소리가 나오는데다, 그도 모자라 문성준에게 고백 직전이던 한지승이 순식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물질에게 가는 부분에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배신감이 느껴진다.

거기다 대고 아무 말 못 하고 뒤에서 속상해하는 문성준과 그 앞에서 이물질 수랑 꽁냥거리며 진심 같은 연애질을 보이는 한지승의 모습을 보면 짜증이 정점에 이르러서 와 ㅅㅂㅅㅂ……. 소리만 반복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더 웃긴 건, 이 이물질은 또 훈남인 문성준에게도 호감이 있어서 뒤로 그에게 작업 걸고 앞에서는 한지승하고 시시덕거리고.

전형적인 아침 막장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이 중독성 강한 막장 분위기에 눈을 못 떼고 그래 어디까지 하나 보자. 이런 심정?

 

예쁘장한 이물질이 문성준이 좋아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한 한지승이 문성준을 견제하는 꼴도 웃기는데, 그러다 결국 여차여차 이물질이 한지승과 문성준 사이를 거짓말로 이간질하고 군대로 튀는 어마어마한 쌍냔 짓에는 감탄했을 정도였다.

그로 인해 오해한 한지승이 분노 폭발해서 문성준을 납치 감금 폭력 강ㄱ.. 등 최고의 막장 짓을 보여줄 때는 그냥 멍때리고 보게 된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마음으로.

 

몇 날 며칠 한 공간에서 또 몸정 쌓다 보니 둘 사이에 응집되어있던 미묘한 감정이 다시 물꼬를 트는데, 공은 뭔가 내려놓은 듯 수에 대한 집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광기와 더불어 다정한 모습들도 나타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종잡을 수 없는 한지승 때문에 문성준이 정신적 혼란을 느끼는데, 여기서는 문성준의 마음과 독자의 마음이 좀 일치가 된다. 

이 새키는 정말 왜 이러는가...하고.

알고 보면 제 마음도 모르는 병슨 타입인 한지승은 애인인 이물질이 문성준과 바람났다는(오해) 것보다, 문성준이 자기 외의 사람과 몸이든 마음이든 닿았다는 것에 현 애인에게도 살심을 태우며 병적으로 반응을 한다. 항간에선 이걸 질투라고 함.

 

문성준과 하는 으샤으샤가 너무 좋은 나머지 괜한 과거 의심하며 [내가 널 거쳐 간 수많은 놈 중 하나란 사실이 견딜 수 없다] 는 둥, [내가 왜 너의 처음이 아닌 거냐] 는 둥 의처증 말기 같은 언행을 보인다.

본인이 수의 몸에 과도하게 발정하는 것을, 네가 음란한 거다 넌 남자를 미치게 하는 게 있다는 둥 몰아가는 꼴도 웃김. 지나가던 개만 쳐다봐도 눈에 불을 켜고 질투하는 부분은 어휴….^^;;;

그러면서 밥 떠 먹여 주고 목욕도 시켜주는 둥 답지 않게 구는 한지승한테 또 스멀스멀 빠져드는 문성준에겐 밸도 없는 놈…. 하게 되고.

거기다 휴가 나온 이물질이 또 다시 수에게 알차게 쌍냔 짓 하다가 결국 공한테 들키고 제대로 엿 먹는 건 시원하긴 하지만.

그로 인해 병원에 입원한 문성준에게 과하게 잘해주는 한지승은 전형적인 병 주고 약 주고의 모습이라 확실히 취향을 타는 부분이다.

 

아무튼, 이런 막장 홈오 치정사건을 거치고 널 돈으로라도 취하겠다는 둥 내가 버릴 때까지 내 것이라는 둥 여전히 제 맘 모르는 병슨같이 굴던 공이 결국 GG를 선언하며, 네 마음도 원한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하며 수를 제집에 데려다 놓고 이것저것 퍼주며 연인 비슷한 관계로 흐르지만, 수는 여전히 공이 자신을 버릴 거라 생각하고 그래도 좋아하니까 그동안만이라도 누려야지 하고 체념을 한다. 문성준이 좀 짜증 나긴 해도 애가 가끔 할 말도 하며 냉정하게 생각하는 구석은 있는데 핀트를 못맞추는게 안쓰럽다.

 

"당신은 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잖습니까. 그런데 내가 누군지 어떻게 밝힙니까." 
"그건..." 
"됐어요. 어차피 너무 오래된 일이니까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당연합니다. 숨긴 건 미안해요. 하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합니까." 

"나한텐 중요해!" 
"왜요. 매몰차게 버렸던 남자랑 다시 붙어먹어서 화가 납니까? 그럼 다시 버리면 되잖아요." 

성준은 눈을 치뜨고서 사내의 손을 밀쳐냈다.

 

그렇게 묘한 관계로 있던 중, 명절에 고향에 내려간 수를 따라왔다가 그의 동생 때문에 공의 첫사랑 소년=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분은 뻔한 흐름이라 할 지라도, 한지승이 문성준에게 무릎을 꿇고 절절하게 고백하는 데다 문성준도 처음으로 똑 부러지게 말하며 한지승에게 쌓인 울분을 터뜨리기 때문에 시원하긴하다. 김빠진 사이다 정도지만.

결국 문성준에겐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 밖에 없었다는 것에 한지승이 기뻐할 땐, 내가 공편애라도 얄밉긴 했다. 

그 동안 한 짓에 비해서 수가 너무 쉽게 넘어가준 것 같긴 했음. 어이구 문성준. 이 호구야.

아무튼, 이때까지 연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문성준과 병원에서부터 제대로 연인관계였던 건데 무슨 소리냐는 한지승을 보며 과거나 현재나 속궁합은 좋은데 의사소통은 참 더럽게 안 되는 애들이라는 걸 느꼈다.

 

솔직히 후회공 키워드로 보기는 애매한 게 후회도 바로 이 후반 장면뿐, 외전도 그렇고 한지승이 달큼하게 굴기는 하지만 발닦개까진 아니고. [난 하고 싶은데 넌 어때?] 같은 의견을 붙이는 수준으로 발전한 정도. 그것도 No라는 대답은 선택지에 없는 마이웨이같은 성정은 여전해서….

연인으로서 충실한 한지승이 문성준을 위해 가게도 차려주고 뭐든 해주고 아주 유난인데, 집착이나 분노조절장애는 여전해서 문성준에게 남자든 여자든 누가 말 걸거나 조금이라도 인기 있는 모습만 보면 환장을 하고 덤빈다.

공의 성정이 참 한결같다는 점은 참 장점인 것 같다. 그래. 개새는 끝까지 개새인 게 제맛이지.

애매하지만, 외전들에서 충분히 달달한데 저런 면까지 전부 변했으면 캐붕이었을 지도 모른다.

 

외전은 3가지의 에피소드로 되어있는데, 이건 뭐 공이 환골탈태 수준으로 정상인처럼 굴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정신이 아파보일 정도로 미친 짓하는 게 공의 매력이었는데... 초중반의 정신없는 막장을 생각하면 이 외전들은 달달함의 극치 수준이라고 봄.

뭐, 본 편 때문에 정신이 피로해진 독자들의 힐링을 위한 작가님의 배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솔직히 공이 너무 얼빠 같아서 나중엔 헤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커플이미지였는데, 마지막 외전에서 커플링에 결혼하자며 양자 입적하는 걸 보니 문성준을 향한 한지승의 어마어마한 집착을 너무 쉽게 봤나보다. 백년해로 할 듯.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외전보다는 그냥 막장 오브더 막장으로 치달아 짜릿함이 느껴지는 본 편이 더 좋았다.^^;

 

소재나 내용이나 취향 요소가 없음에도 눈을 뗄 수 없는 묘한 중독성을 가진 매력이 있어 재탕을 자주 하게 되는 작품이다.

픽션이라는 점을 꼭 생각하며 보지 않으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불호 키워드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에로도가 높은 만큼 폭력도도 높다. 그래도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을 생각하면 꽤 달달한 편이라고 생각되는 작품.

 

당신이 정말 싫어. 
당신 한 사람만 좋아하는 내가 제일 꼴도 보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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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네 녀석을 보고 있으면 늘 불안했어."
지승이 허리를 굽히며 성준의 뺨을 손등으로 쓸었다. 성준은 본능적인 공포심에 휩싸여 바르르 몸을 떨었다.

"무언가 중요한 걸 네놈에게 빼앗길 것 같았지. 결국 그게 현실이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