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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같은 그대
Written by 우주토깽
Publication date : 
2005.01.30 (본편+외전 1,2권) | 2006.02.26 (외전 3,4권) | 2007.02.04 (외전 5,6권) |2007.12.27 (2판) | 2010.12.19 (3판) | 2014.02.26 (4판)
Book spec: 
본편 1권 + 외전 6권 총 7권 완결 | 171p / 308p / 295p / 314p / 325p / 293p / 283p | 12*18 문고판
■Character  | 진승민 (攻), 이석진 (受)

작가님의 이름을 들으면 바로 떠오를 만큼 유명세를 자랑하는 대표작.

연재 때부터 상한가의 인기를 자랑하던 작품으로 2007년 2판 때쯤 구매.

의무적으로 갖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서…. 결국 떠나보내게 된 기념 리뷰. 

 

주인수인 이석진은 유성고 3학년 5반의 반장. 반듯한 모범생으로 하얗고 선이 고운 그런 이미지의 캐릭터.

주인공인 진승민은 학교에서 [짐승]이라는 별명과 함께 학생들의 공포의 대상인 수학선생으로 이석진의 담임이다.

어떤 우연한 계기로 이석진에게 자꾸 눈이 가고 슬금슬금 반해서는 마음이 가게 된 진승민 선생. 담임을 맡으면서 이석진을 콕 찝어 반장으로 임명한다. 냉정함과 독설로 무장된 그 이지만, 석진에게 만큼은 나름(?) 봐주고 잘해준다.

그리고 봄 소풍을 계기로 이석진에게 마음을 드러내며 강하게 들이대기 시작하는데, 성실하고 착해 빠진 이석진은 그런 무서운 담임의 들이댐에 휘둘리고 어찌할 줄 모르다 결국 폴인럽해서 잘 연애하는 그런 내용.

 

선생과 제자의 사랑이라는 소재는 지금도 꽤 있지만, 문제는 담임선생이 어린 학생에게 강하게 들이대고 발정하고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는 점이 살짝 불편할 수 있다. 거기다 일반 학생들에게도 폭력과 욕설로 점철된 모습이 많아서 이거 이러면 진짜 신고 감인데 하는 그런 생각도 들 수 있고.

나왔을 때에는 그런 게 자연스러운 때였으니 받아들이고 보지만 익숙치 않다면 읽기 힘들지도.

 

전형적인 강공과 아방수의 조합이다. 강공이라고는 해도 강압적인 면이 더 크고 제 딴에는 배려해주고 다정하게 군다고는 하지만 몇몇 장면 빼고는 그다지..

예전부터 석병아리;;라고 불리던 수 캐릭터는 너무 맹해서 역시 타입과 멀고 너무 착해 빠져서 답답하다.

주인공수의 온도 차와 성격의 갭이 정말 하늘과 땅이라서 이게 사실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음.

케미가 좋은 편은 아니다. 씬이 적지는 않은데 수가 너무 수동적이라 좋다가 마는 때도 많고.

주인공이 조금 더 말을 곱게 하고 주인수가 조금 더 강단 있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듦.

아, 그래도 이 둘의 교내 연애 때, 수학 준비실에서 매번 응큼하게 만나는 설정은 좋았다. 밀회란 건 좋은 것.

 

170페이지가량의 본편은 들이대는 진 선생과 홀라당 넘어간 이석진의 아주 간단한 이야기고, 그 뒤 외전들은 각각의 챕터별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고등학교 때의 이야기, 석진이 대학생이 되고 나서 이야기, 수능 후 대학 원서 관련 이야기, 방학 때 이야기, 대학 졸업 후 이야기, 만나기 전 등등 짤막한 에피소드들이 각 외전마다 적당히 구성되어있고 시간상 흐름이 이어지지는 않고 다 제각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석진이 교생으로 온 에피소드와 정식선생이 되어서 꼴찌반담임을 맡아 고생하는 에피소드는 좋아한다.

여기서는 진승민도 꽤 괜찮고. 

아, 그리고 고향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서로 예전 일 회상하는 것도. 주인공수가 상대방이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데 장면 전환 구성이 꽤 괜찮았다. 

그리고 여행 에피에서 여행 후 이석진이 진승민에게 엽서 보낸 부분은 석병아리가 꽤 호감이 된 부분.

하지만 그 외 학창시절 에피같은 경우는, 취향 아닌 부분들이 많아서….

무엇보다 이 작품 안에서의 개그는 나랑 맞지 않았다. 친구들 주접이 반은 되는데 지루하다^^;.

처음 읽었을 때나 근래 다시 재탕할 때나 이 부분은 안 변하는 걸 보니 역시 안 맞는 걸로.

아무튼 외전들의 이런 구성은 읽기 부담이 없어서 아주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독성은 한결같이 좋은 작가님이라 술술 읽을 수 있는 것도 장점.

참고로 주인공수의 전생 이야기 패러랠로 [무제] 라는 작품도 있다. 이 쪽은 나중에..

 

나온 지 10년이 넘어가는 데다 초창기 BL 스타일 및 클리셰가 응집되어 있다 보니 고전적인 흐름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작품들보다 더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다보니 유치할 수도 있고.

본편 자체는 완전 초기라서 그런지 작가님의 문체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해서 감정의 개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꼭 외전들을 봐야 함. 감정선이나 내용 구성이 점점 발전하는 게 느껴지는 재미가 있다.

 

아무튼 이 작품에 나름 정이 든 이유는, 작가님의 초기작이라는 것과 발랄한 후기들이 좋았다는 점과 마지막 외전을 기점으로 작가님의 이후 다른 작품들이 놀라운 퀄리티로 일취월장을 했다는 점이랄까.

특히 수호자 시리즈나 미필고, 모.순 등과 비교해보며 작가님의 필력 상승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면 저와 함께 걸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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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저…. 진짜 선생님 말대로 멍청한 것 같아요. 3학년 5반 반장에서…. 선생님 말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있는가 봐요. 친구들 사이에서 항상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없으면 안 된다는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나 봐요.

-그래. 그만 졸업해. 반장에서 그만 졸업해라. 이석진.
...그리고 나를 니 담임처럼 대하는 것도 이젠 그만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