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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드 페이백 (페이백 외전)
Written by Samk
Publication date : 2015.12.27
Book spec: 1권 완결 | 384p | 신국판
■Character  | 윤제이 (攻), 이태민 (=이유한,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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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내용은, 김 회장이 투자를 하며 주물러 댔던 K 기획사라는 곳이 등장하면서 시작.

김 회장이 무너진 후 그의 압박에서 벗어난 K 기획사에 다른 대주주이자 연예계의 대모로 불리는 대형 여배우가 새로운 임원으로 등장하고, 드림 기획을 방해한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그녀의 조카 신인배우와 윤제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대학동창이 함께 전면에 등장하는데, 이들은 윤제이를 공격하기 위해서 이태민(이유한)을 건드린다.

그렇게 꼬투리가 잡히는 바람에, 이태민은 소속사에서 쫓겨나 이름만 자회사인 곳으로 가게 되고, 윤제이는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12월에 나올 거라고 미리 알려주신 덕분에 재탕하며 기다린 페이백 외전.

본편이 사건 흐름 위주였기 때문에 이번 외전은 조금 달달한 모습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작가님. 본래 스타일대로 외전 역시 사건이 중심이 되어서 사실 주인공수의 달큰한 모습은 본편과 비등한 정도였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제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이태민의 모습이랄까. 은근히 제 애인 편 들기라던가 그런 게 보여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음. 희망과 사랑…. 어우.

그리고 제이. 우리 윤이사 어쩔…. 본편의 몇 배는 강한 광적인 집착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난 진짜 얘가 왜 이러나 했네.

 

무려 우리 윤이사가 배우 이태민의 로드매니저로 등판하시는데 완전 웃겨가지고 ㅋㅋ

처음에 너무 자연스럽게 이사직 버리고 나오고 뭔가 하려나 했더니, 갑자기 앨리스 사장님과 지배인에게 매니저와 코디를 맡겨서 골때리게 굴고 본인은 로드매니저랍시고 스케쥴을 내리 따라다닌다.

그 와중에 전화든 뭐든 수시로 퀴즈 내는 것도 여전히 유쾌하고. 브레멘 음악대 드립 부분은 진짜 빵 터졌음.

퀴즈 내고 이태민이 말도 안 되는 무식한 대답을 해도 [없는 단어를 너 때문에 새로 만들고 싶어줄 정도]라며 씩 웃으며 받아치는 장면은 왜 이렇게 달콤한지. 아무튼, 내내 수가 귀여워 어쩔 줄 몰라하고.

거기다 대사를 연상 기법으로 잘 외우게 도와주겠다면서, 온몸(?)으로 외우게 하는 것도 좋았음.

 

아무튼, 로드매니저 하면서 재기를 하려나 보다 했지만, 오로지 순수하게 옆에 붙어 다니고 싶어서 로드매니저를 했다는 거에 놀랐음. 아니 뭐 다 계획인 줄 알았더니, 외부적인 일만 그렇고, 오로지 순수한 소유욕과 집착에서 나오는 것이었던 것. 남녀노소 불문하고 정말 순수하게 이태민 옆에 누가 다가오는 거 자체를 그렇게 싫어하고 있었을 줄이야.

반 장난 섞인 줄 알았다가 후반 제이 시점도 그렇고 완전 200% 진지한 거 보고 뿜었다.

 

이태민 옆의 모든 남자와 98세 이하 여자는 전부 감시하고 계심. ㅋㅋ 아 이런 남자였구나..윤제이. 

 

그래, 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지.
뭐, 상관없어. 요구는 내가 하면 되니까. 그런데 넌 내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못하잖아. 

그러니 네 죄책감은 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어. 아주 짜증나거든.

 

문제는 이유한이 여전히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그것이 거슬리는 윤제이는 어떻게든 그가 속죄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극복하고 누리길 원한다.

한집에서 살 때만 봐도, 침대에서 편하게 못 자고 자꾸 소파에서 잔다거나 그런 것들.

편한 장소를 견디지 못하는데 주위에서는 넌 이제 속죄할 만큼 했다고, 이제 평범해지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해도 여전히 자신은 나쁘다는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에게 하는 윤제이의 행동들이 좋았다.

 

특히 어린이 프로 촬영할 때 이태민이 아이들에게[사람 마음은 못생긴 마음이 있어도 반성하면 예쁜 마음이 된다] 고 훈육해주는 부분에서 로드매니저로서 지켜보던 윤제이가 애처럼 손을 번쩍 들며 곤란하게 만들 때 귀여웠다.

 

"충분히 반성하고 후회하면 다시 예뻐집니까?"
마음이 존나 못생기게 변해서 저 녀석을 한 대 후려갈기고 싶었다.

"예뻐집니다."
"예뻐진 걸 본인이 모르면요?"
"...."
"주변에서 예뻐졌다고 말해줘도 본인은 계속 자신이 못생겼다고 말하면 어쩝니까?"
"어쩌긴요. 놔두세요."

또라이가 날 보며 입술을 휘었다.

"싫은데."

 

충분히 속죄한 스스로가 이젠 예쁘고 평범해졌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꼬집는 장면인데…

이게 왜 이렇게 좋았는지. 웃는 거 봐 어휴…. 또라이주제에 왜 이렇게 귀엽고 다정해!? 하는 느낌이랄까.

이 깊숙이 박힌 죄책감과 속죄에 관련해서는 이태민이 끝까지 완벽하게 극복하는 것 같지는 않다.

 

수가 공에게 [네가 특별하니 여기도 특별해. 이제 장소 따위는 상관없이 너만 있으면 되더라] 하며 네가 있다면 이제 다 상관없다는 식으로 풀리는데, 이게 어떻게 보면 가장 최대치의 결론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 제이만 있으면 됐지, 뭐…. 사막이든 어디든 장소가 무슨 상관일까.

 

게다가 이 대답을 들은 윤제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맹구 웃음 지었다는 게 밑줄 포인트.

죽을 때까지 너한테 붙어서 평생 구질구질하게 만들어주겠다며 악담을 해대도 [평생 붙어있다]는 요점에만 꽂혀서 사르르 봄날처럼 웃었다는 윤제이도 밑줄 포인트 2.

따로 살게 된 이태민의 옥탑방에 눌러앉아 뒹굴 거리며, 자고 가겠다고 애처럼 너한테 붙어있을 거라는 윤제이도 밑줄 포인트 3.

 

아…. 외전을 보며 정말 씹덕터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를 깨달았다. 외전의 윤제이는 귀여움 폭발이다. 물론 내 기준에서.

 

그리고 이런 흐름이 본편에서 둘이 처음 만날 무렵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좋았다.

[살인만은 하지 마라] 라는 유언을 남긴 윤제이의 어머니와 그녀의 장례식. 인형 탈을 썼던 이태민과의 만남.

본편에는 언급만 되었던 이 배경이 이 외전에서는 왜 그랬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하는 윤제이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냥 살짝 미친 앤가 싶었는데…. 감정결여는 물론 공감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사이코패스 적인 윤제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살짝 소름 돋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본편에 나온 수의 과거 막장 짓보다 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머니의 죽음마저도 슬퍼하지 못한 윤제이는 감정이라는 것을 겪어보고 싶어 했고, 흘러넘치는 감정이라는 것을 타인을 통해 처음으로 느낀다. 그 감정 자체를 느끼게 해 준 유일무이한 존재가 이유한이었던 것.

 

그래서 그 자체를 감정으로 생각하고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자신에겐 없으니까.

본인은 감정을 갖고 태어나지 못했으니 그걸 느끼게 해준 그를 쥐고 있어야 완벽해진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

이것은 사랑일까, 단순한 집착일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렇게 독자가 갖게 된 그 의문을 윤제이의 대학동창이 제기하는데, 이유한은 그에 대해 명쾌한 답을 해준다.

 


윤제이가 나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건 상관없어요.
나는 그녀석의 마음을 사랑이라고 여기니까. 

중요한 건 나에요.

 

 

윤제이의 감정 형태가 무엇이든 이유한에게는 그냥 다 사랑인 거다. 하는 결론.

결국, 둘 다 어떠한 정의가 아니라 감정의 형태 그대로 받아들이는 느낌이라서 아주 좋았다.

 

뒷조사의 달인인 앨리스 사장님과 지배인은 여전히 개그 콤비지만, 그러면서도 촌철살인을 기가 막히게 하는 것도 여전했다. 후반엔 살짝 무서웠던게, 어째 윤제이가 나이 들면 작은아버지 처럼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을 잠깐 했음. 보통이 아니게 쎈 느낌이라..

 

아무튼, 작가님의 작품은 늘 그렇듯, 악역의 구분이 확실해서 뭐 방해하는 세력들은 깔끔히 구분되어 마무리된다.

사실 초반 도입부가 이상한 공사판 이야기가 나오길래 난 그게 수의 과거인 줄 알았는데 살짝 반전이었기도 했다.

도입부 장면이 전환되어 다시 진행되는 부분에서 작가님 와…. 이런 느낌이었다. 정말.

 

본편보다 등장 빈도가 월등히 높은 윤제이가 중간중간 달큰한 말을 툭툭 던지는 장면이 꽤 많아서 좋았고, 사실 에로도 본편과 비등한데 역시 이걸론 부족하다고 느낀 것도 솔직한 감상이다.

더 달달해져라 찐해져라! 하고 싶지만, 이 커플은 이렇게 덤덤하게 붙어있는 게 매력이기도 하고.

얘네 정말 연애하고 사랑하는구나 뿌듯함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재미있긴 해도 후일담을 더더욱 보고 싶다는 욕망이 더 불붙은 외전이기도 하다.

 

+) 포인트

이번 외전에서는 내내 이태민의 본명인 이유한이 언급되지 않는다.

계속 이태민으로 불리고 제이 역시 한 번도 수를 본명으로 부르지 않는다. 주변인 역시 모두 이태민으로만 지칭함.

이게 궁금해서 개인적으로 문의를 드려봤는데, 작가님이 유한이 본명 대신 가명인 이태민으로만 일부러 지칭하셨다고 한다.

무의식적으로 주인 수가 새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더 느낄 수 있게. 외전에서는 오롯이 연기자로만 인식되기 때문에 공을 비롯한 주변인 모두 가명으로만 지칭하는 의도도 있다고 하셨다.

수에게 너는 달라졌다고 세뇌시키려는 의도도 있다고. 사소한 설정이지만 개인적으로 꽤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

역시 삼크님 허투루 하는 게 없으시구나 싶어 감동ㅠㅠ

리뷰에는 유한이 이름이 익숙해서 이유한으로 썼는데, 그 의도를 받아 고치고 그냥 섞어버렸다.^^;;

 

애 일 수도 있지.
네 앞에서 꼭 어른인 척 할 필요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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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앞에서는 싫은 건 싫다고 투정도 부릴 거고, 무협지 읽으면서 뒹굴기도 할 거고, 옆에 있고 싶을 때는 참지 않고 붙어 있을 거야."

난 녀석을 말없이 한참 보다가 문제로 돌아갔다. 밤늦게까지 우리는 몇 번 더 투닥거리긴 했으나, 그게 다였다. 녀석은 계속 무협지를 읽고, 난 내 할 일을 했다. 섹스도 없고, 섬뜩한 고백 따위도 없었다.

그러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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