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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 月狂 (Moon Insane)
Written by 키에
Publication date : 2007.07.29 (초판) | 2010.10.03 (2판) | 2015.12.27 (3판)
Book spec: 1~2권 완결 | 366p / 376p | 국판
■Character  | 아일 라이너스 (14-18세,攻), 루스 카이젤 (22-26세,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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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황의 애첩이 낳은 이복동생으로 인해 입지가 약해져 가고 정적들의 암살 위험에 수시로 노출되어있는 14살의 황태자 아일 라이너스. 그리고 그런 황태자의 반대세력이자 현 왕국의 실세인 카이젤 재상의 서자인 22살의 루스 카이젤이 호위기사로서 아일과 만나게 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정적의 아들인 루스를 곱게 보지 못하던 아일은 사냥 대회에서 죽을 뻔했을 때, 루스가 목숨을 걸고 자신을 지켜주자 그를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루스의 절친한 친구인 엘센의 오랜 사랑인 에리타를 황태자비로 지명하고, 이를 빌미로 루스와 모종의 계약을 한다. 무사히 성인식을 거칠 때까지 재상의 아들인 루스를 공식적인 연인으로 두고 그를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것. 계약대로만 된다면 에리타와 파혼을 하고 엘센과 혼인하게 하며 루스 역시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한다. 루스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4년이 흐르는데….


키에님 작품 중에 은근히 좋아하는 소설 월광. 처음 연재 할 때 주인공이 보기 드문 미인광공 그 자체라서 책이 나오자마자 예약. 덕분에 소장은 초판인데 여전히 튼튼한 제본인 게 장점이다. 올 12월 3번째 발행 기념 리뷰.

 

주인공인 아일 라이너스. 붉은 머리의 금색 눈을 가진 아름다운 외모로 14살의 어린 나이답지 않게 굉장히 오만하고 냉정하며 어딘가 무섭기까지 하다. 14살짜리가 생각하는 게 차갑고 음흉함. 죽음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어 그런지 아무도 믿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우선시한다. 비상한 머리와 높은 자존심과 야망을 품은 지배자 타입.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들에 분노를 숨기지 않는 모습이 종종 나오는데 그럴 땐 아직 아이 같긴 하다. 황태자이지만 입지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랄까. 금수저지만 확고한 금수저가 아닌. 완벽한 위치가 아닌 상태의 배경 설정이 괜찮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황제 자리는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내 것이라고 하는 패기 넘치는 캐릭터.

 

주인 수인 루스는 애가 나이만 먹었지 순하기 짝이 없음. 어머니를 닮아 갈색 머리 미형에 동안인 듯. 

어린 시절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고 남들 챙기느라 자기 자신은 잘 못 돌보고 쓸데없이 인내심만 강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종종 답답할 때도 있다. 그래도 나름 쇠고집이라 아일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 때가 은근히 많다.

호위기사로서의 능력은 많이 나오지 않지만 기본적인 싸움은 곧잘 하는 편. 애가 너무 정에 약해서 오지랖이라고 할까 그런 게 좀 있다. 크게 거슬리지는 않음. 착한데 단호한 구석이 있는 점이 좋은 캐릭터.

 

14살 황태자와 22살 호위기사가 만나 모종의 계약을 맺은 지 4년 후, 18세가 되어 성인식을 코앞에 둔 황태자 공과 황태자의 오랜 연인 감투를 쓴 채 26세가 된 호위기사 수. 계약의 끝이 다가올 수록 곱게 떠나려는 주인수와 말과 다르게 곱게 놔주지 못하는 주인공 때문에 일이 커지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약이라도 아일이 다정하게 굴 때마다 혼란을 느낀 루스는 이미 그를 사랑하게 되어버렸지만, 모든 건 연기일 뿐이라고 자신을 다잡으며 감정을 숨긴다.

아일 역시 계약 기간 동안 본성을 숨기고 난봉꾼 황태자의 연기를 톡톡히 하며 루스에게만 본성을 드러내는데, 가끔 진짜인지 연기인지 모르게 달콤한 행동을 하는 자신을 깨닫고 당황한다.

황제가 되는 데 있어 책 잡힐 요소는 잘라내겠다는 계획대로, 계약이 끝나고 성인식을 마치면 루스를 내치려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감정적인 행동들이 나온다. 방해 요소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고향에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저버리며 루스를 강제로 묶어둔 아일. 그의 배신에 분노하는 루스를 보며 아일은 서서히 감정을 자각한다.

 

따지고 보면 키워드가 짝사랑수+후회공 조합으로 작가님 스타일의 캐릭터들이라고 느껴진다.

후회는 하지만 본래의 성정은 한결같은 공과 짝사랑은 하지만 마음과 별개로 고고한 수.랄까.

 

"넌 너무 다루기 힘들어. 너 같은 건 진짜 질색이야."

"그럼 놔주세요. 상대하지 않으면 되잖아요."

 

본인이 먼저 계약 끝나면 쳐내려고 해놓고, 수가 먼저 떠날 준비하는 것을 알고는 점점 안절부절못하다가, 도망가게 두지 않겠다며 루스의 주위를 죄다 볼모로 삼고, 온갖 폭언을 해대는 과정이 정말 미친 녀석이다 싶기도 하고 뒤늦게 소중한 걸 깨달은 아이가 떼쓰는 모양새 같기도 하다.

제대로 된 처음 관계도 계약을 빌미로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데다 그 후에도 꽤 거칠게 구는 모습들은 호불호가 있을지도.

숨만 붙어있으면 상관없다며 강제로 붙잡아 놓고, 냉정한 말을 잔뜩 쏟아내는 아일을 보면서 어휴…. 너 어쩌려구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 거기에 상처받은 루스가 우울해 하며 되지도 않는 반항을 하는 것도 애잔함.

그 와중에도 떠날 준비를 하면서 아일이 좀 잘해보려고 불쌍한 척 다정하게 굴어도 거절하며 쳐내는 루스는 완전 단호박이다.

루스가 아일에게 분노를 쏟아내며 넌 심장이 없으니 아플 리가 없다며 폭언할 때는 아일이 불쌍할 정도.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고, 이건 이거라는 확고함이 있다.

 

그전부터 살짝 후회하긴 했지만 결국 루스가 도망가고 나서야 절절히 후회하는 모습이 좋긴 한데, 좀 안쓰럽기도 했다.

애가 주변 상황도 그렇고 천성이 감정 결여 자인 데다가 아직 나이가 18살인데…. 아무리 센 척해봤자 애는 애지.

금수저로 태어나서 남에게 싫은 소리 하나 못하고 내려다보며 명령만 하던 애가 뭘 부탁하고 매달리려니 엄청나게 힘들지 않을까 싶었음. 정말 좋아하는 애한테 어찌해야 할 지 모르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좀 가엽기도 했다. 물론 내 기준.

루스는 말이 연상이지 얘도 하는 행동은 딱 아일 수준 같이 자기 마음 숨기는 데나 급급하고 아일과 싸울 때는 똑같이 유치하게 군다. 결국, 둘 다 첫사랑이다 보니, 방법을 몰라서 내핵까지 뚫어버릴 정도로 삽질만 해대는 아일과 루스.

신분도 그렇고 성격도 판이한 데다 대화가 부족하니 결국 막장으로 치닫아야 깨닫는 스타일들이었음.

루스가 도망갈 때까진 좀 답답하다가, 나중에 루스가 위험에 빠진 걸 알고 아일이 구하러 가서는 재회 후에 둘이 도피하던 여관에서 제대로 고백하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좋다. 아일은 평생 한 번만 말할 거라는 둥 해가며 달콤하게 굴고, 루스는 아일 보고 혼인 같은 거 안 하면 좋겠다는 둥 솔직하니 얼마나 흐뭇하던지. 화해도 격하게 하고 참.

근데 얘네는 서로 사랑하지만 믿지는 않는다는 말을 대놓고 참 잘한다. 아니 그냥 좀 믿어보지그래?;;

 

아무튼, 마음이 통하고 나서 거침없이 구는 아일이 좋다. 아무리 서자라도 루스네 집안이 반역죄를 지면 루스한테도 피해가 가니까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는 거나, 약혼 깨고 혼인 같은 건 말도 못 나오게 엎어버리는 거나. 역시 어릴수록 눈에 뵈는 게 없구나 하는 감상이랄까. 갑자기 너무 다정하게 구니까 루스가 좀 천천히 변하라고 하는 말에는 동감.

 

초반이나 후반이나 집착 쩔고 무시무시한 대사를 내뱉는 걸 보면, 제목의 광(狂)처럼 아일이 뼛속까지 광 공이긴 한데 루스에게만큼은 달콤하게 굴고 나이다운 어리광 비슷한 모습에 귀여운 느낌도 있어서 아일 캐릭터를 상당히 좋아한다. 초반에는 어른인 척, 중간중간에도 루스를 오히려 어린애 취급하기도 하는데 되려 그게 귀여웁다.

외전에서 아일이 20세가 되고 나서도 질투와 집착과 소유욕 3대 크리티컬로 똘똘 뭉쳐 루스 근처 모든 것들을 거슬려 하는 걸 숨기지 않는 것도 좋았고.

 

작가님이 확고한 공편애라 취향이 맞을 수밖에 없어서 그런지 좋았다. 연하미인광공은 언제나 훈훈하다.

딱 작가님이 잘 연성하는 분위기의 키워드 조합들로 이루어진 데다 막힘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아하는 작품이다.

단 한 번도...
널 마음에서 놓은 적이 없어. 
내 세계에서 숨쉬는 인간은 너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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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 고통을 기억해.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기억해. 또 한 번 도망치려고 하면 이 정도로는 안 끝날 테니까.
..네겐 이게 어울려.

이렇게 나만 바라보고, 나만을 받아들여라. 그렇다면 사랑해주마.
옆에두고, 이 세상을 네게 줄 수도 있어.

02
"전 이제 당신 곁으로 가지 않을 겁니다. 죽어서도 당신에게로는 돌아가지 않아요."
"내가..애원해도?"
"당신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