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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 브레스 (Every Breath)
Written by 미즈하라
Publication date : 2015.11.29
Book spec: 1권 완결 | 308p | 국판
■Character 
리하르트 클라인 (25세,攻), 아스텔 피어스=아스텔 리제마르 (27세,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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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종족과 행성 간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우주 세기, 은하 내에서도 미개한 종족으로 취급받던 지구인은 [크리드] 라고 불리는 외계 생명체의 등장으로 인해 미개종족에서 우주 구원자로 뒤바뀐다.

중앙 우주의 모든 행성이며 생명체를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먹어치우는 크리드와 싸우기 위해서는 발테르 성인이 개발한 [트라이앵글]이라는 크리드 퇴치전용 전투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손발로 조종하는 일반 전투기와 달리 파일럿이 기체 시스템과 동조하여 정신을 융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기동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 우주종족은 이 [트라이앵글]과 적합한 싱크로율을 낼 수 없어 위험한 상황에, 우연히 지구인에게서 높은 확률로 트라이앵글 적합 자들이 나온다는 것이 알려지고, 덕분에 크리드와의 전쟁에서 큰 활약을 하게 된 지구인들은 영웅 대접을 받게 된 상태.

 

아스텔 피어스(=아스텔 리제마르)는 그런 지구 연방군 특수 전투기 트라이앵글의 베테랑 파일럿이지만, 과거를 봉인하고 일반 전투기 파일럿이 되기 위해 지구연방 사관학교에 특수 훈련생으로 다시 입학한다.

입학 전날, 숙소가 없어 술집을 헤매던 아스텔은 술 상대가 되어주며 자신의 방을 빌려준 이름 모를 미남과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하루 만의 인연으로 기억에서 지우려 한다.

그리고 사관학교에 들어와 기숙사를 배정받던 날, 어젯밤의 그 남자 리하르트 클라인을 같은 사관학교의 룸메이트로서 다시 만나게 된다.


11월 신간인데 예약 하지 않았다가 평이 너무 좋아서 재고 판매 때 성공하여 구매. 

미즈하라 님 SF 장르가 재밌기는 한데 이 작품은 그중 최고가 아닐까 싶은데.

 

줄거리처럼 일단 장르는 우주 SF 물. 기체와 싱크로하고 특수 액체나 코어 등등 몇몇 설정에서 에바 느낌도 나고 몇몇 재미있는 장치들 덕분에 정말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전투 장면보다는 애정라인에 초점이 더 많이 맞추어져 있는 소프트 SF 장르 느낌.


-..난 아무렇지도 않아

일단 주인수인 아스텔이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라서 이거 의외로 취향인 수가 간만에 나왔네. 하는 감상.

사정이 있어서 본래 이름인 [아스텔 리제마르]가 아닌 [아스텔 피어스]로 새 신분을 얻었다.

귀여운 페이스에 잘 웃고 다니는 해맑은 성격이지만, 현시점 전설적인 파일럿으로 알려진 상당한 능력자.

수많은 전투로 인해 오로지 살아남는 것만을 생각하며 오랜 시간을 겪어왔기 때문에 해맑아 보이는 겉모습 이면에는 약간의 체념과도 같은 무상한 기운을 안고 있다. 전투기 조종 외에는 대부분 서투른 것이 많고 가끔 아이 같은 면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솔직한 스타일. 추위를 많이 타서 목을 따뜻하게 하려고 기른 긴 머리가 포인트로 가끔 흥분하면 거친 욕을 쓸 때도 있지만 귀여움.

 

-너는 마치.. 죽기 위해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주인공인 리하르트 클라인. 군수품 제조회사 델라 클라인 그룹 총수의 차남으로 집안의 반대를 거쳐 대학 졸업 후 사관학교에 입학해 특수 전투기 파일럿 코스를 밟고 있다.

짙은 고동색 머리카락과 검푸른 눈동자의 차가운 미남st. 로 인상이 아주 날카롭고 인상만큼 대외적으로 냉정한 편이라 인기는 있지만, 주위에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타입으로 전투기 조종뿐만 아니라 뭐든 잘하는 사관학교 3년 수석 엘리트 훈련생. 아스텔은 [관상용 꽃다발]이라고 부른다. 후에는 [감미용 꽃다발]로 승격.

알고 보면 세심하고 자상한 면이 있는데 이 역시 자신의 애완동물과 아스텔 한정으로만 발휘된다.

 

주인공수가 초반부터 원나잇으로 시작하고 바이바이했다가 학교에서 다시 만나 제대로 썸타고 폴인럽하는 루트로 처음 만난 주인공 앞에서 술김에 이런저런 행동들을 하는 아스텔도 초반부터 사랑스러운 느낌이 드는데다, 어딘지 가만둘 수 없는 성격과 곰손을 자랑하는 아스텔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다니며 챙겨대는 리하르트도 귀여웠다. 그리고 그런 둘을 따라다니며 알게 모르게 능력을 발휘하는 감초 같은 애완동물 깡깡이(=헨리 3세) 까지.

 

살아온 과정이 있어서 어딘가 느긋하고 초연한 아스텔이 식사는 잘 안 해도 술을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술만 마시면 어딘가 가드가 내려가고 틈이 생기는 등 좀 귀여운 구석이 있다.

남들에게도 그러는게 못마땅한 리하르트가 나랑만 마시라고 대놓고 관리하는 거나, 아스텔 머리를 여자들이 빗겨준 것도 불쾌해서 자기가 하겠다고 건드리지도 말게 하라며 따지고 드는 소소한 장면들을 보면 보모 공에서 진정한 집착공 꿈나무로 흘러가는 리하르트를 볼 수 있어 즐겁다.

반면 아스텔은, 리하르트는 모르고 있는 트라이앵글 조종사였던 자신의 삶 때문에 연애할 수도, 쉽게 사랑에 빠질 수도 없다. 그런데도 자꾸만 리하르트에게는 한없이 약해지고 기대고 싶어지고 빠져드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에 고민하는 게 안타깝다.

그래도 담백한 성격이라 빙빙 돌리지 않고 금방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는 뭐든 해주고 싶은 마음에 리하르트를 [강제 업데이트] 시키는 부분은 괜히 좋았다. 능력 있는 연상 애인의 면모랄까.

리하르트는 남들에게나 냉정하지, 아스텔에게는 꿀 떨어지는 행동을 많이 하고, 아스텔도 느긋하고 무심한 듯하면서도 리하르트에게는 어리광부리며 사랑스러운 행동을 하는 데다 몸 맞고 썸타고 이런저런 이유로 사귀지는 않아도 너무나 연애다운 모습들만 보임.

 

러브 씬들도 적당하고 알차게 들어가 있는데, 묘사도 그렇고 에로도 그렇고 몹시 만족스러웠다.

깡깡이가 매번 지켜보는 걸 깜박 잊고 뒤늦게 부끄러워서 욕하고 난리 치는 아스텔이나 매번 알면서도 집요하게 구는 리하르트도 흐뭇했음.

초반에는 진한 페팅 정도다가 제대로 맞추는 건 좀 후인데, 새로 개발된 훈련 시스템에 적응 못 하고 고생하던 아스텔이 제대로 된 거사를 치른 다음 날, 힘들어 몽롱한 상태에서 갑자기 훈련시스템에 적응하고 방법을 깨닫는 장면은 유쾌했다. 아…. 역시 뭐든 긴장은 풀어야 잘 된다지만 격한 ㅅㅅ 후의 유레카라니...^^;

사랑을 나누는 데에는 빼는 것이 없는 커플인 것도 장점. 후반 전투 후, 죽기 전에 이런 거 저런 거 다 해줄 걸 하는 쁘띠 후회 덕에 돌아오고 나서의 폭풍 러브러브도 좋았다.

 

주인수의 정체를 모르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수를 칭찬하거나 챙겨주거나 뒷말하거나 하는 것도 재미있는데, 아스텔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은 정말….소름이라고 해야 하나, 짜릿했다고 해야 하나. 내 기준, 이 작품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건담 발진 장면 같은 느낌이었음. 영화나 애니처럼 이 장면은 머릿 속으로 뚜렷하게 상상해 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장면들이 상상하기 편해서 더 몰입도가 좋았다. 

사관학교에서의 훈련장면이라던가 [크리드]나 [트라이앵글]의 모습도. 몇 안 되는 전투 장면들도 상상이 잘 되어서 그런지 더 재미있게 느껴져서 이런 군더더기 없는 장면 묘사들이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분량이 많지 않은 단권이지만 내용이 아주 알차다.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배경이나 설정에 깔린 떡밥도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주인공수가 나이 차가 사실은 2살이라고 볼 수 없는 단순한 연상연하가 아니라는 점도, 전설적인 파일럿과 앞날 창창한 엘리트 생도라는 것도 무척이나 좋았던 키워드.

 

배경과 주인공수 캐릭터 설정이 만족스러웠는데 스토리도 탄탄한 편이라 어떻게 단권에 딱 맞춰 끝날 수가 있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리어스한 도입부와 초반의 가벼움, 중반의 캠퍼스로맨스 같은 달달한 느낌, 그리고 후반 갈수록 애틋해지다가 마지막의 감탄까지.

제목이 왜 every breath인지도 마지막에는 확실히 알 수있다.

 

외전이 필요 없는 깔끔한 마무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정과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외전이나 시리즈가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완독 후 바로 재독 했을 정도로 내 기준이지만 작가님 작품 중에는 물론, 근래 나온 작품 중에는 가장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 :)

 

내가 내 힘으로 숨을 쉴 수 있게 되면,
내 힘으로 숨을 쉴 수 있는 동안은 항상 네 옆에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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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하지 마."
"...뭘."
"제발, 아무한테나 키스하지 마."
검푸른 바다가 일렁이는 듯한 눈동자가 자신을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 눈에 비친 제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 부근에서 뭔가가 덜컹하고 내려앉았다. 두근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02
날 두고 죽지마. 아스텔, 죽을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마. 무조건 살아 돌아온다는 생각만해. 내게 돌아오는 거만, 그거만 생각해. 나도 그럴테니까.

03
나는 무섭고 두려웠었어. 처음에도 그랬고 그 다음에도 그랬고...항상 무서웠어.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두렵지 않았어. 너를 위해 탄다고 생각하니까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