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코코넛 @whitecoconut
T: / 문화생활기록
A A

앨리슨 인 언더랜드 (Alison in Underland)
Written by 하현달
Publication date : 2015.08.23
Book spec: 1권 완결 | 390p | 국판
■Character  | 릭 블랙우드 (攻), 앨리슨 리 (受)
더보기

종종 악몽에 시달리는 앨리슨 리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약지에 반지를 끼고 있어서 종종 오해를 사지만, 나름 순결한 싱글 게이. 유명한 포토그래퍼이자 모델보다 잘난 비주얼로 상당한 난봉꾼인 릭 블랙우드의 어시스트로 지낸 지 3년째로 늘 그의 파트너들 수습을 하느라 여느 때처럼 피곤한 어느 날, 가끔 들르는 바에 가서 거하게 술을 마신 그의 눈에 사람들이 조금 이상한 모습으로 보이고 술기운이려니 할 정도로 취해서, 실수로 릭 블랙우드와 조금 진한 관계를 가진다. 그리고 전날 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채, 단신으로 해외 로케를 떠난다.

그리고 간밤에 찾아온 오랜만에 만난 매력적인 상대가 반지만 두고 홀연히 사라진 것을 예전 일과 데자뷰처럼 느낀 릭 블랙우드는 그 상대가 앨리슨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자신이 보는 앨리슨과 남들이 보는 앨리슨이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바로 로케를 간 앨리슨을 뒤따라가고, 그렇게 찾아온 릭 때문에 전날 밤일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앨리슨은 사실 자신의 첫사랑이자 첫 키스 상대인 릭 블랙우드에 대한 숨겨둔 감정이 다시 고개를 든다.

한편, 언더랜드의 메르헨 종족인 흰토끼 릭 블랙우드는 오래전 맹세의 상대이자 숨어버린 약혼자를 원망하며 찾아다닌 지 20년째에 기억 속의 약혼자보다 3년간 곁에 있던 자신의 어시스턴트인 앨리슨에게 새삼스럽게 자꾸만 끌리게 되는 것에 고민하는데….


8월 신간으로 꽤 고민하다가 지른 작품. 동화소재에다가 언더랜드(원더랜드ㄴㄴ)에 있는 메르헨들이 인간들과 섞여 살고 있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단권이라 그런지 금방 읽었음.

메르헨 동화의 현대 판타지 버전인데, 이야기의 중간중간 나오는 조연들도 흔히 알고 있는 동화 속 인물들에, 또 어울리는 직업으로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것도 독특한 부분이었다. 매드해터가 모자브랜드 사장이라던가, 아름다운 인어들은 모델이고, 신데렐라는 구두가게를 하고 있고. 남을 도와주기 좋아하는 가이드는 장화 신은 고양이라는 등등 중요한 조연이나 엑스트라 같은 메르헨 캐릭터들이 깨알 같은 요소로 등장하는 게 괜찮았다.

 

주인공인 릭 블랙우드는 언더랜드의 메르헨인 화이트엘리엇=흰 토끼로, 언더랜드의 시간을 관장하고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인간 꼬마가 메르헨에서는 청혼이자 맹세를 뜻하는 키스를 두 번이나 하며 낮잠을 깨우는 바람에 그 꼬마와 운명을 맺는다. 하지만 그 후 바로 홀연히 사라져 버린 꼬마 약혼자를 근 20년이나 찾아다니는 신세가 되며, 결국 인간세계까지 와서 포토그래퍼를 하게 되고, 인간불신의 난봉꾼이 되었지만, 늘 마음은 약혼자를 향해 있는 순정 토끼. 하지만 앨리슨 덕분에 그 순정마저 흔들리게 된다.

 

주인수인 앨리슨은 20년 전 큰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누나 밑에서 자랐는데, 가끔 악몽을 꾼다. 어떤 꿈인지는 늘 불확실하지만 악몽을 꾼 날에는 어김없이 아버지의 연락이 오고, 어린 시절부터 악몽 방지 및 어머님의 유품이라는 반지를 늘 낄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학교 교수의 소개로 릭의 어시스턴트가 되었는데 어린 시절 첫사랑이자 정체성을 깨닫게 해준 그와 재회하고 설레였지만 사생활을 접하고 나서 충격을 받고 마음을 곱게 접는다. 타고난 기질 때문에 메르헨들, 특히 인어들의 사랑을 엄청나게 받으며, 본의 아니게 주인공을 두 번이나 먹고 튄 이력이 있다.

 

앨리슨은 1억분의 1 확률로 태어나는 앨리스로 어린 시절부터 종종 사람이 아닌 존재들을 보게 된다. 사고로 어머니를 잃게 되는데, 그 시기에 흰 토끼와 맹세를 맺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림(Grimm)인 아버지는 앨리스의 존재를 숨기고자 봉인구를 채우고 기억을 바꿈. 그래서 현재 앨리슨은 메르헨의 존재를 모르고, 릭은 옆에 있는 약혼자를 못 알아본다.

 

몇 번이나 스쳐 가고 옆에 있으면서도 서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끌리는 감정에 끙끙 앓는 주인공과 주인수.. 

그리고 그것이 독자인 나는 매우 답답했다고 한다. 정말 매우.

힌트가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도 계속 못 알아보고 빗겨가는 주인공과 이상한 애들이 눈에 보이면 슬슬 자각 좀 하지 매번 꿈이겠거니 허허~ 하면서 지나치는 주인수 때문에 몇 번 숨을 고르며 봤다. 

도입부 및 초반에 릭이 난잡하게 놀고 앨리슨이 수습하고 뭐 이런 분위기로 시작된 것과 앨리슨이 술 먹고 릭과 약간 사고 치고 릭이 앨리슨 쫓아간 부분들은 좋았는데 그 후에 중반부 진행이 살지지부진한 느낌.

앨리슨의 기억 찾기 및 과거 일의 범인 찾기 등 사건 등을 조금 더 빨리 해결하고 주인공수가 더 빨리 맺어져서 꽁냥거렸더라면 좋았었을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욕심이자 감상이다. 아니 못 알아보는 시간이 너무 길다 정말로.

 

그래서인지 본편보다 외전이 나았음. 외전만 재탕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릭이 앨리슨을 구하고 그가 사라졌던 자신의 약혼자임을 알고 난 뒤라서 그런지, 본편에서는 약했던 애정행각들이 외전에서는 폭풍처럼 몰아쳐서 본편에 부족했던 에로도가 급 상승한다.

릭이 난봉꾼에서 사랑꾼으로 변모한 후부터는 앨리슨을 옆에 끼고 보고있어도 보고 싶다며 좋아 죽겠어서 밤새 놔주지 않고, 수가 메르헨들의 사랑을 받는 체질인 앨리스라서 누가 눈독 들일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 볼만한데 이게 다 외전에 있다는 게 아쉬움.

앨리슨이 어린 시절 만났던 기억 속의 릭이 정말 회중시계를 든 흰 토끼로 변신했던 거라던가, 앨리슨의 눈에 보이는 공의 토끼 귀 같은 것도 모에 포인트였고.

외전 분량이 많지는 않아서 그만큼 아주 알차긴 했지만, 본편이 조금 더 짧고 외전 분량이 많았더라면 정말 흡족했을 텐데. 

아쉽지만, 본편 중반에 이렇게 좀 늘어진 부분을 제외하고는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도 아주 매력적이었고, 성인용 동화 느낌이 물씬 나서 볼만했던 작품.

 

이건 비밀인데,
멋진 사람들은 모두 미쳤어.

 

더보기

"너 이거 청혼인 거 알아? 키스로 깨우고 키스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건 그냥 키스가 아니라고, 맹세의 키스. 청혼이라고."
"그래,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알아듣겠냐? 약속이라고 해도,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잊을 텐데."

"왜요? 난 안잊어요. 약속한 거는 잊으면 안 된댔어요."
"뭐. 그래.꼬마, 네가 먼저 내게 청혼 한 거야. 잊으면 안 돼."

"널 다치게 하지 않아. 이 회중시계를 걸고 맹세하지. 난 언더랜드의 시간을 관장하는 흰 토끼, 화이트 엘리엇이니까. 꼬마, 네 이름은 뭐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