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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세
Written by 뜅굴이
Publication date : 2015.08.23
Book spec: 1권 완결 | 391p | 신국판
■Character  | 강호식 (攻), 이시윤 (受)

이번 8월 신간으로, 단권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정말 개인적인 이유로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망설이다가 결국 광고에 낚여 예약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술술 읽혔다. 연재분을 봤을 때 했던 기대보다는 살짝 밋밋하긴 했지만.

 

이시윤은 홀어머니 밑에서 그래도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어머니의 방침 덕분에 휴학 중의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야 하는 처지 밥 한 끼 살 돈이 없어서 급하게 일을 찾다가 구남친에게 새 남친인척 해주는 일일 애인 대행 아르바이트를 나가지만, 공교롭게도 고용했던 상대를 잘못 짚은 바람에 고급 콜보이로 오해받고, 그 사실을 모른 채 호텔 방으로 들어서니 그 안에는 허우대가 너무 잘난 남자가 한 마리.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와 술잔을 기울이다가 여자저차 조금 진한 스킨십을 하게 되고, 난 노멀인데 하며 위험을 감지한 시윤은 상대남 강호식을 남기고 불만 붙여둔 채 떠난다. 그 과정에서 돈 더 주면 되냐고 돈을 뿌린 남자와 그에 열 받은 시윤은 남자의 중요한 부분을 걷어차고 도망 나오다 보니 그 후에도 주인공이 이를 갈며 시윤을 찾게되면서 여차저차 되는 줄거리.

 

이 작품은 전생과 현생이 약간씩 번갈아가면서 나오는데, 프롤로그에는 다음 생에는 당신이 나를 더 많이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주인수의 부탁에 주인공이 그러겠다고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래서인지 현재에서는 주인공인 강호식이 주인수인 이시윤에게 첫 눈에 반해서 거의 스토킹을 해대는데, 피하려고 해도 운명처럼 마주치게 되고 주인수도 자꾸만 의도치 않게 주인공에게 끌려들어서 둘이 짝짜쿵 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도 않는다. 

주인공의 전 애인(?)도 나오긴 하지만, 별거 아닌 쩌리 수준이라 먼지만큼 비중도 안 되는 듯.

내용 자체는 정말 큰 사건이나 굴곡은 전혀 없는 편이다.

전생의 일이 약간이지만 조금씩 진행되며 나오는데, 뻔한 배경인 듯싶어 자세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었지만, 마지막 부분에 가서 의외로 쁘띠 반전이 있어서 살짝 찌잉-한 기분이 들었다.

아 그런데, 주인공 성격은 현재보다 전생 스타일이 조금 더 마음에 듬. 현재의 주인공 강호식은 너무 말이 없음. 대사가 왜 이렇게 짧은 거야?! 하면서 보게 된다. 

물론 수가 알바하는 곳을 반대 건물 사무실에서 쌍안경으로 지켜보거나 핸드폰 위치추적을 한다거나, 스토킹 수준의 애정 과다 행동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좀…. 머스커레이드의 주인공이 살짝 오버랩되기도 하고. 작가님이 이런 타입을 추구하시는지도.

츤데레 타입으로 설정한 것 같기는 한데 내가 좋아하는 츤데레 타입하고는 약간 다른 듯. 무뚝뚝하지만 엄청 다정한 스타일 같다.

주인수인 이시윤이 그래도 꽤 귀여웠다. 딱 그 나이 다운 풋내도 있고. 삽질 없이 시원시원하게 행동하는 것도 괜찮았다.

 

이 소설 포인트는 수만 보면 뭐든 먹이고 싶어서 안달 난 공의 모습이 의외로 웃기다는 점. 맛있는 도시락을 사다 주면서 [오다가 주웠다] 하고 던지는 거나, 유통기한 지난 도시락 먹는 거 보고 열 받아 하는 것도 웃겼다.

진짜 만날 때마다 같이 나오는 장면마다 아니, 안 만나도 누굴 시켜서라도 애한테 뭘 먹이고 있다. 

음식들도 어찌나 다양한지 새벽에 보다가 괜히 탕수육이 땡겼을 정도였다. 호식이 두 마리 치킨도 땡기고.

주인공이 수가 뭘 맛있게 먹을 때마다 흡족해하는 것도 은근 유쾌하지만 오버스러울 정도였는데, 전생 부분에 나름 이유가 있던지라 이것도 나중에는 애틋했음. 그 와중에도 스킨십도 자주 하고 씬도 꽤 알차게 들어있다.

 

굴곡 없이 주인공이 수에게 애정 듬뿍 퍼주는 내용으로 배달 사고에 유의해야 한다는 깨달음과 함께 가볍게 읽기 좋은 로코물. 

 

맹세를 해주세요. 다음 생에서는 반드시 나를 선택하겠다고.
내 곁에 있겠다고 맹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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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식 씨... 저 좋아해요? 그러니까 내 말은 호기심이나 재미로 한번 찔러 보는 게 아니라 진짜 나한테 마음이 있어서 이러는 거냐고요.”
"너는?"
"네?"
"너는 어떠냐고 묻는 거야."
"전 게이가 아니거든요."
"내가 방금 게이냐고 물었나?"
날카로운 질문이 시윤의 급소를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