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테제] 귀공자의 취미생활 (2009)

귀공자의 취미생활
Written by 린테제 (일루진)
Publication date : 2009.08.22 (초판) | 2015.06.28 (2판)
Book spec: 1~2권 완결 +외전 소책자 | 322p / 349p / 소책자 91p | 국판
■Character  | 선우진 (19세,攻), 윤휘서 (25세,受)

SM 클럽에서 잘나가는 여왕님으로 유명한 사디스트 윤휘서.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마조히스트로 전향하게 되고, 이미 잘난 S였던 자신을 길들일 수 있는 주인님을 물색하기로 한다.

그러나 워낙 보는 눈이 높아 마음에 드는 사디스트를 찾지 못한 지 수개월이 지나가고, 욕구가 쌓여만 가는 윤휘서는 SM과는 절대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정한 소년 선우 진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의 영어 과외를 맡게 된다.

곱게 자란 귀한 도련님 같은 선우 진을 보고, 취향도 아닐뿐더러 너무 어리기 때문에 윤휘서는 그냥 학생으로만 대하지만, 가까워질수록 선우진의 비밀스러운 취미와 성향을 느끼게 되고, 그가 본인은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타고난 사디스트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로 인해 선우 진을 자신에게 맞는 사디스트로 키우기로 하는데..

---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는 작가님을 잘 몰라서 예약 패스했다가 후기와 연재 글을 보고 구입 못해서 엄청나게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장터에서 구해볼까 했지만, 천천히 입소문이 퍼진 경우라서 매물도 너무 없어서 그냥저냥 묻어두었었는데 이번에 재판이 되어 엄청나게 반가워하면서 바로 예약 구매했다. 역시 책으로 볼 수 있는 외전들이 상당히 좋았다.

 

원래 SM 물은 절대 취향이 아니지만.. 이 소설은 예외인 게, 소재는 SM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그냥 평균보다도 소프트하다. 그런데도 재미있는 것은, 에세머와 관련된 많은 용어나 개념을 챙겨주는 착한 느낌? 선우 진이 배우는 것처럼 독자도 배우게 된달까. 교과서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몇 가지의 플레이는 묘사되지만, 수위는 높지 않다. 그런데도 주인공인 선우 진이 윤휘서를 통해 하나하나 배우다 나중에는 윤휘서를 당황하게 하는 그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게 흘러간다.

 

주인공 선우진은 흔하지 않은 타입이다. 미소년에 모범생이고 재벌 집의 외아들이고 성격마저 착하고 바르다. 그런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을 계기로 어떠한 성향에 눈을 뜨게 되고,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성향에 죄악감을 느낀다. 그의 아버지는 사이코패스인 아들의 충동을 제어하기 위해 피아노를 가르쳤고 그 방법은 꽤 효과적이었지만, 아슬아슬한 상태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윤휘서를 만나 자신은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디스트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되고, 그를 통해 억지로 억누르지 않고 제어하고 적당히 이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신세계를 알게 되는데 한 번 눈뜨고 나니 재능이 순식간에 일취월장한다.

애완견을 길들이는 것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덕분에 평소에는 굉장히 예의 바르지만 가끔 윤휘서를 애완견 취급할 정도로 숨겨진 지배욕과 소유욕도 상당하다. 개인적으로 예쁘게 울기나 하라고 할 때가 마음에 들었음.

S 기질을 양껏 발휘하면서 플레이 할 때는 정말 앞날이 궁금해질 정도로 능욕 농도가 강해지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일상생활에서 윤휘서가 조금이라도 야한 농담이나 섹드립을 하면 얼굴이 불타오를 정도로 부끄러워하는 순진한 갭포인트가 있다. S인 주제에 동정이기까지. 귀엽다.

 

주인수이자 화자인 윤휘서는 여왕님 같은 이미지로 많은 매저들을 굴복시킨 탑새디스트였다. 하지만 갑자기 천지가 뒤바뀐 것인지, 뒤늦게 본래 성향에 눈을 뜬 것인지 M으로 전향하지만, S 생활이 길었던 만큼 아무에게나 길들여지지는 않는다. S였을 때도 색기 넘치는 외모 때문에 늘 포지션 위협은 받았던 듯.

도도하고 쿨하게 비치지만 사실은 속내는 조금 찌질하고 겁많은 구석이 있다. 선우진과 자신을 여고생과 원조 교제하는 아저씨인 것처럼 비유하기도 하고 선우진을 바닐라(에세머가 아닌 일반)라고 놀리면서 능글거리지만, 막상 실제로는 선우진을 당황하게 하기는커녕 되려 결국 잡아먹힌다. 이것도 나름 역키잡인가..

초중반까지는 놀아볼 만큼 놀아봤다는 이미지로 꽤 여유로운 연상 분위기였지만, 후반에 주인공에게 점점 몰아붙여 지면서 꽤 많이 귀여워진다.

 

개인적으로 공편애라서 그런지 다공일수를 안 좋아하기에, 서브 공이 둘이나 있는 게 불편했지만, 별 건없었으니..라고 하기엔 서브공 중 하나인 친구 권세준하고 좀 아슬아슬했던데다가, 권세준 시점 외전 보니까 정말 아슬아슬 이라고 하기엔 조금 세게 나가긴 했다. 

다른 책 같으면 불호 키워드라서 덮었을 텐데 서브공이지만 권세준 캐릭터가 내 취향이라서 그냥저냥 넘어갔으나 권세준 캐릭터가 좀 아쉬웠다. 차라리 서브 커플로 엮어주시지 아까운 캐릭터였음.

 

아무튼, 주인공수 둘 다 S와 M치고는 꽤 순정적이고 달달하다. 뭐랄까 얘들은 한쪽이 너무 강하거나 압박적인 느낌이 아니라 서로 조교 하는 느낌이라서 에세머물인데도 분위기 자체가 부드러워서 보는 데 불편함이 없는 것 같다. 외전에서 새엄마가 조금 짜증 나긴 했지만, 주인공수는 더 농염해서 괜찮았고 소책자 외전으로 주인공의 선우진 시점 내용도 좋다. SM 물이 안 맞더라도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

 

내가 당신의 주인님이에요.
예쁘게 길들여주겠다고 했잖아요. 
나를 믿어요. 네?

 

01
형이 내게, 다른 사람을 망설임 없이 사랑하는 법을 가르쳤어요

...(중략)..

...이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형은 모르겠죠.
나는 당신을.. 죽어도 빼앗기고 싶지 않아.
이제 형이 내게 얼마나 위험하고 잔인한 걸 가르쳤는지 아시겠습니까?

02
책임질게.
네 말대로 위험한 걸 가르쳐놨으니, 이상한 데 쓰나 안쓰나 감시해야지.
너라면 종신계약도 좋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