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코코넛 @whitecoconut
T: / 문화생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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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것은 봄이었다.
일본 전체가 그러하겠지만 교토는 유독 벚꽃이 예뻐서 평소 밖에 잘 안 다니던 나도 봄만 되면 여기저기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난한 유학생활 중이었던 때라 디카 하나 사는 것도 사치라고 느껴서 사진기를 전혀 안들고 다녔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교토에서 생활하던 동안 제대로 된 사진 기록을 남긴 것이 없어서 매우 아쉽다.
교토의 많은 문화 유적들도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벚꽃 풍경이 아쉽다.

영화 화면에서 효과로 볼법한 수 없이 휘날리는 벚꽃 잎들과 작은 강 수면 위에 꽃잎이 한가득 뒤덮이던 풍경.
귀국한지 수 년이 지난 지금도 교토의 봄은 종종 생각이 난다.

유학 시절 쓰던 노트북 백업 파일로 그나마 남아있는 몇 장의 사진들.


당시 살던 집이 은각사 근처였기에 자전거를 타거나 천천히 걸어도 될 만큼 가까운 곳에 철학의 길이 있었다.
예쁘게 벚꽃이 만개했던 봄에는 학교를 마치고 빠짐없이 매일 산책을 나오곤 했다.


철학의 길 옆에 있는 모빌 가게. 듣자하니 아직도 있는 것 같다. 보기에는 너무 예쁘고 사기에는 아까운 그런 곳.
난 항상 갈 때마다 지나치지않고 꼭 들렀는데 물건도 꼭 사지는 않았다. ^^;

크게 나오지 않아 선명하진 않지만 수면위에 떠 있는 벚꽃 잎들이 물결을 따라 흐르는 모습은 참 예뻤다.


가장 예쁠 때는 만개한 벚꽃이 꽃잎이 흐트러지는 때. 이 시기에는 뭘 보기만 해도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많이 어렸었고 유학 생활이 녹록치 않던 그 때는 지내던 곳이 꽤 괜찮은 곳이라는 걸 잘 몰랐다. 놀러다닐 틈도 없었고.
나이가 들면서 먹고살기 바쁜 생활로 넘어오고나니 공부하고 주변과 어울리던 그 때가 좋았지..하는 생각이 들긴한다.
지금은 벚꽃 시기에 여행을 가기에는 휴가를 내는 것도 쉽지않아서 언젠가 여유가 되는 봄이 온다면 한번 쯤 다시 가봐야지 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