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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 문화생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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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장 상사는 고양이
Written by 호야
Publication date : 2015.09.04
Book spec: 1권 완결 | 344p | 국판
■Character  | 윤이도 (攻), 김승주 (受)

올 9월 신간으로 광고에 혹해서 예약.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데다가 단권이라 그런지 두 시간 만에 다 읽었을 정도로 금방 읽히는 책이었다. 감상은 Soso. 광고 발췌가 기가 막혔구나 하는 감상도.

 

일단 제목처럼 직장 상사(=주인공)가 정말 고양이임. 주인공인 윤이도의 집안은 오래전 부터 고양이 신을 모셔온 가문으로 그 축복으로 부와 명예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적은 확률로 고양이 신에게 선택받은 아이들이 고양이과 인간으로 태어나는데, 주인공은 그중에서도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고양이 본 신으로 태어남.

그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 친모가 저주받은 아이라며 해를 가한 과거가 있다.

하지만 역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가문의 당주로, 뛰어난 외모와 재력 등등 모자란 게 없는 캐릭터.

 

주인수인 김승주는 편모 밑에서 지내며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가난에 시달리는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버려지고 다친 고양이를 줍게 되고 돌보지만, 다친 고양이를 치료해 줄 돈이 없어서 그대로 사라진 고양이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그 이후로는 동정심에 함부로 손을 내밀지 않으려고 한다.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뒤 어떻게든 살기 위해 애쓰고, 소심한 듯 보이지만 되려 제 할 말은 꼭 하는 소신이 있는 캐릭터. 대강의 주인공수 설정은 이러한데, 내용적으로는 이 동네의 어지간한 클리셰가 다 들어있는 것 같았다.

가난한 수가 어릴 때 만났던 주인공과 재회. 주인공은 돈 많고 잘생기고 집안도 좋고, 과거 아픔 있고. 그런데 누구에게 마음준 적 없는데 갑자기 비서랍시고 채용되어 눈앞에 떡 하니 나타난 수에게 급 폴인럽.

 

거기다 주인공의 맞선 상대인 여자 이물질의 다소 말도 안 되는 완전체 성질과 약 쓰고 납치 및 패악을 부리는 방해요소 남발, 극적으로 주인공이 구해주고. 수도 점점 공이 좋고. 거기다 과거에 자기를 구해준 게 수라는 것이 밝혀지고 또 완전 폴인럽하는 주인공.

둘이 맺어지는 건 빠르고, 합방 자주 하고, 거기다 임신수이기까지. 어딘가 굉장히 뻔한 이러한 구성은 아주 흔해서 자주 볼 수 있는 설정이지만, 이 설정 안에 이런저런 살을 붙여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는 게 재미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서는 그런 붙임 살이 없이 그냥 설정만으로 이야기가 흘러가 버려서 밋밋했다.

짜임이 촘촘하지 못하고 많이 허술하다고 해야 하나. 제목도 직장상사는 고양이라는데 정작 회사 이야기는 거의 없다.

주인공이 과거의 일을 모르는 상태에서 수를 만나자마자 마음에 들어 하고 답지 않은 행동을 하며 사랑에 빠진 행동을 하는 데, 이것도 개연성이 부족하다. 주인수인 김승주 캐릭터 자체가 그냥 가난하다 착하다는 것만 느껴질 뿐이라서 대체 이 아이의 어디가 좋은 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음.

과거의 일도 너무 단편적이고. 그런데 주인공의 사랑은 세기의 사랑 수준이라 어쩐지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너무 연극 스러운 느낌에 자연스러운 애정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아 주인공수가 서로 좋다 좋다 해도 나는 뭐가 좋은지 도통 모르겠네. 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주인공인 윤이도 캐릭터도 고양이과 인간이라던가 생선을 잘 발라먹지 못한다던가 츤데레같은 구석이 있다던가 설정들은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그 매력들이 다 나타나지 못한 것 같음.

주인수가 공을 왜 좋아하게 되는지에 대한 이유도 잘 알 수 없어서 그런 느낌인 듯. 키워드 자체는 괜찮은데 방대한 설정들이 설명만으로 주르륵 흘러가는 느낌이라 이야기 자체에 주인공수의 감정선을 느끼기가 힘들다.

언급되는 조연들에 대한 설명도 좀 불친절했달까. 주인공은 할아버지를 왜 싫어하는가. 아버지랑은 또 왜 저러는가. 아버지는 주인공수 과거를 어찌 알고 도와주게 됐는가, 그래서 고양이 능력이 뭔데? 등등. 설명을 더 붙였어야 하는 요소들도 많았다고 생각함.

 

[그냥 얘네가 이러저러해서 이렇게 되었다.]는 식의 단편적인 구성이 아쉬웠다. 소재는 참 좋았는데. 

연재분 볼 때는 나름 재미있었고, 꽤 인기가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다였나 싶다. 차라리 고양이라서 생기는 회사 내의 에피소드로 된 가벼운 시트콤 분위기였다면 더 나았을지도. 책으로 보니 흐름이나 호흡이 뚝뚝 끊기는 그런 느낌.

내용에 더 살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완벽한 킬링타임용으로 한 번 읽기에는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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