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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나잇 IGNITE (스올시티 외전)
Written by 램보프 Lambof
Publication date : 2015.08.23
Book spec: 1권 완결 | 341p | 국판
■Character  | 이홍영 (攻), 이영신 (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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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인 스올시티로부터 약 1년가량이 흐른 후부터 진행된다.

본편에서 찾아낸 보금자리 외딴 섬에서 농경 사회 구성원처럼 농업과 어업으로 잘 지내던 어느 날, 해변에 굴러온 페트병을 발견한 이영신은, 그 안에서 좌표와 함께 가슴 아픈 사연이 담긴 구조 요청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의 내용이 사실인지, 그리고 언제 보내진 것인지 알 수 없기에 발신인의 생사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본토로 돌아가 구조해 온다는 것 자체가 위험 부담이 크기에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발신인이 중학생 정도의 아이라는 사실에 신경이 쓰인다. 이홍영에게 말은 꺼내보지만 역시 단칼에 거절 당하고, 이해하지만 이영신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할 만큼 과하게 신경을 써서 결국 이영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으로 판단한 이홍영이 총대를 잡고 무스타파와 함께 셋이 편지의 주인을 찾으러 가면서 진행된다.


올해 8월 신간으로 스올시티 의 외전. 

 

이 외전에서 이영신이 민폐가 아니냐는 쁘띠논란이 일어났으나, 내 기준 오히려 본편보다 나았다고 생각해서 외전 쪽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수는 그냥 보통인간다웠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 같음.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더 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도.

일단 배경이 세기말적인 음울한 현실이라는 것과 그 때문에 이미 살아있는 자들은 살아있다 해도 이미 인간적인 면이나 모럴 자체가 붕괴된 상태라는 것이 중요한 요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인간다운 면이 붕괴된 건, 주인공인 이홍영은 물론, 함께 기거하는 무스타파나 종구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이 셋 모두가 독자는 짜증 날 수 도 있는 이영신의 행동 때문에 사라질 뻔한 인간성을 놓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 본편도 그랬고, 외전에서는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주인공인 이홍영이 이영신에게 집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함. 자신의 인간성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서.

 

이홍영은 누가 봐도 로봇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하고 냉정하지만, 살기 위해 깊숙이 묻어둔 인간적인 감정을 이영신을 만나 다시 드러낼 수 있게 되었는데, 본편 처음 때의 이홍영이라면 저 편지의 주인공 찾으러 간다는 선택지 자체를 상상 못 했겠지만 신경 쓰고 있는 이영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선택을 자처한다.

가만 보면 얘도 참 김첨지공인 듯. 이영신 행동에 비웃듯 무시하듯 하면서도 은근 해달라는 거 다 해주고 챙겨줄 거 다 챙겨주고. 정말 내 기준 심쿵포인트가 좀 많은 주인공임.

 

이영신 역시 그런 자신의 오지랖과도 같은 이상한 동정심들이 현재 상황에 크게 문제가 되는 것도 알고, 스스로 자책도 한다. 그 때문에 이홍영이 위험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끝없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사랑하는 이가 위험해지느니 인간미가 사라진들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해보지만 근본에서 우러나오는 마음 쓰임을 감추지는 못한다. 숨기려 해도 결국 눈치가 천단 쯤은 되는 이홍영이 모른척할 리도 없고. 이런 게 짜증 날 수도 있지만, 이영신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고, 이홍영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점과 떠먹여 주는 것만 받지 않고 죽더라도 늘 함께 할 거라며 꿋꿋하게 이홍영에게 들러붙어 따라다니는 점은 그래도 잘한다 싶었다.

 

아쉬운 건, 이런 걸 떠나 본편의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인지는 몰라도 이영신의 이홍영에 대한 의존이나 집착이 히스테리컬할 정도로 심해졌다는 점. 이홍영이 눈앞에서 잠깐만 사라져도 세상이 끝날 것처럼 구는데, 이 정도면 집착공 저리 갈 정도의 집착력이다. 물론 난 공편애가 강하기 때문에 이렇게 공에게 과하게 집착하는 수도 좋아해서 괜찮았지만, 수 편애인 사람들은 엄청나게 거슬리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튼,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진리의 말이 있다시피, 법과 규제가 무의미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일 게 뻔하다. 그리고 생존하기 위해서 동족상잔의 비극도 서슴지 않는 정글 같은 세상에서 이영신같이 [평범한 사람]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영신이 평범한 사람으로 있을 수 있는 것도 이홍영이 옆에 있기에 가능한 것 같기는 하다. 그래서 이홍영만큼 이영신도 집착하는 것 같음.

그리고 아무리 설설기어도 무스타파는 이유가 어찌 되었든 본편의 그 한 가지 일 때문에 동정이 안 가는 조연이었는데, 이 외전에서는 그래도 많이 상쇄되어 조금 친근하게 느껴지고 있었는데 안타까웠다. 거기다 종구 외전은 조연 인권에 야박한 내가 봐도 좀 애잔했음.

거기다& 무스타파 일을 계기로 성실해진 종구를 보니 정말 ㅠㅠ 민우는 내 기준 여자로서 아주 안타깝기도 했고 내용 진행상 가장 깔끔한 마무리로 이어져서 괜찮았다. 

 

여기서는 이홍영과 이영신 사이의 애정과 신뢰가 단단해지는 것에 대한 개연성도 충분해서 좋았다.

그래서인지 본편보다 더 집중해서 본 것 같음. 깨알같이 나오는 이홍영 식의 질투 같은 것도 귀여웠고.

근데 본편에도 과했던 에로도가 외전에서도 진짜 넘쳐흐르는 듯. 아니 어떻게 저 상황에서 저럴 수 있어?! 저런 데서 어떻게 해?! 하는 장면이 꽤 있었다. 진짜 이 동네 무신경은 이홍영이 최고시다..라는 감상.

그런데 이홍영과 이영신이 애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니 저 외딴 섬에서 오붓한 것인지 막막한 것인지 감이 안 잡히긴 했다.

육아가 장난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고 있기 때문인지 어휴 저런 데서 저걸 언제 다 키우려고~!!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진지하게 작가님이 주인공수에게 좀비보다 더한 시련을 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외전이다

 

너 밖에 없어.
난 너 없으면 일 분 일 초도 못살고 죽어.

당연하지 그러니까 말 잘들어.예고 없이 튀어 나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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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말이야.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 할 때가 있어."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걷고있는 나를... 네가 쳐다나 봤을까? 만약 이런 일이 없었다면."

(중략)

"나는 신호만 기다리고 있지 않아."
"겪어본 바로는 만날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다시 만나게 되어있어. 어떤 식으로든 엮였겠지. 워낙 남다른 이영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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