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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올시티 (SHEOL CITY)
Written by 램보프Lambof
Publication date : 2013.03.31(초판) / 2015.08.23 (2판)
Book spec: 1~2권 완결 | 305p / 308p | 국판
■Character  | 이홍영 (28세,攻), 이영신 (30세,受)

무려 소재가 이 동네에서 정말 희귀할 지도 모를 좀비 아포칼립스물. 올해 외전과 함께 재발매되어 예약. 램보프님 소설 역시 처음 읽어봤는데 괜찮았다.

 

감염 바이러스로 인해 좀비가 넘치는 세상에 어렵게 살아남은 이영신은 어딘가에 살아남은 다른 사람을 만날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힘겹게 탐색을 이어가다가 우연히 이홍영을 만나게 되고, 함께 지내며 또 다른 이들을 만나지만, 살아남은 자들이 모두 인간성을 보존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된다는 식의 이야기로 되어있다.

 

배경은 좀비 때문에 망한 세상이지만, 사실 좀비들이 그렇게 자주 나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주인수인 이영신이 내 기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캐릭터라서 조금 곤혹스러웠지만, 주인공인 이홍영이 또 하드 캐리 해서 또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있었다.

주인공인 이홍영은 전형적인 군인의 느낌으로 과묵하고 어딘가 마초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매력이 있는 부분은 역시…. 정말 유약하고 가끔 둔하기도 한 이영신을 찢어죽는 한이 있어도 건사하겠다고 말한 그대로, 엄청나게 챙긴다는 점. 제 자식도 저렇게 챙기기는 힘들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솔직히 둘이 왜 좋아하게 되는지에 대한 개연성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외로움에 찌든 이영신이 타인을 만나 반가워하기 무섭게, 거기에 대놓고 욕구를 풀어야 하니 몸을 대라는 이홍영과 강제로 시작된 행위를 하면서 안돼 안돼 하다가 좋아 좋아 가 되는 형식. 

솔직히 스트레이트였다면 처음에는 거부감에 더 많이 화를 내야 하지 않나 싶었음. 한 번에 홀라당 넘어가다니…. 거기다 그 상황에 초장부터 좋아죽다니. 신이 내린 굼엉인가...? 

그 후에도 말로는 거부하지만, 아주 둘이 눈만 마주치면 붙어서 난리인 게 어딘가 감정적인 것 보다 육체적인 부분이 더 부각되어서 얘네가 진짜 서로 반했다기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몸이 가니 마음도 가는 그런 흐름.

 

우리는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서로를 갈구했다. 마주친 눈동자에 키스하고 서로의 숨결에 허덕였다. 혐오감이나 세속적은 룰은 이미 형체도 없이 영멸했다. 오로지 서로의 존재만을 느꼈다. 이제야 만났다는 아쉬움과 그 아쉬움을 단번에 채우기라도 하려는 듯 우리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애인이든 뭐든 스태디 관계 자체가 어려운 세상, 또 극한 상황에서는 사랑에 빠지기도 쉽다 했던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운 좋게 합도 잘 맞고, 이영신은 이홍영에게 의존하는 게 워낙 커서 그게 맹목적인 애정으로 발전한 듯싶지만, 이홍영은 이영신의 어디에 그렇게 빠져서 그렇게 목숨을 아끼지 않고 구하고 챙기고 난리인지 읽으면서도 이해가 잘….

내가 초중반까진 수에게 매력을 별로 못 느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이 좋다니까 좋은가보다 하면서 봤지만, 몸정이란게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라는 걸 느꼈다. 그래도 파격적인 도입부 같은 마트 씬은 장면만 보면 취향이라 좋긴 했다.

 

아무튼, 중반까지 이렇게 살짝 감정선을 공감하기 힘들었는데 후반부에야, 왜 서로 좋아하게 되었는지 잘 설명이 되었다.

이영신의 시점으로 진행되다 보니, 너무 말이 없는 이홍영의 감정 흐름을 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후반의 바닷가 등대 안에서의 장면에서 많이 해소되어 이 부분이 참 좋았다.

등대 장면에서는 이홍영의 다정함과 애정이 잔뜩 느껴진다. 그리고 둘의 애잔한 과거가 밝혀져서 찡하기도 했고. 이홍영도 역시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그런 것.

서로의 그런 상처를 보듬어 주는 분위기가 참 좋았고, 또 중후반부터는 주인수가 주인공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어쩔 줄 모르고, 희생하려고 하고 아무튼 엄청나게 잘하는 걸 보니 새삼 이영신이 귀엽게 보이기 시작해서 이홍영이 왜 얘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슬슬 공감이 되었다. 그나저나 진짜 얘네 너무 자주 함…. 

안 그래도 눈만 마주치면 난리인 애들이 제대로 마음을 확인하고 나니까 욕정이 폭발해서 정말 작작했으면 싶은데, 그 와중에 좀비들도 게으름 안 피고 잘 나타나니 장르 이탈이 안 되는 건 또 장점이다.

 

약간의 사건들만 제외하고는 무난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중심이 되는 큰 사건 하나에서 호불호가 좀 갈릴 수 있는 키워드가 한 가지 있는데, 나 역시도 기피키워드라 꺼리긴했지만, 대강 설명으로 넘어가서 나도 그냥 넘김. 하지만 굳이 필요했나 싶기도.

아무튼, 그 외엔 주인공 능력이 좋아서 잘 챙겨 먹고 씻기도 잘씼고. 그 와중에 사랑도 엄청나게 나누는 둥, 망한 세상에서 꽤 잘 지내는 데다가 나중에는 제대로 보금자리도 찾는다.

살짝 미드 워킹데x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그 정도로 스펙터클 하지는 않고, 조금 더 몽글몽글한 분위기로 내용 자체는 그냥 주인공수 둘만의 세계가 강한 연애물 같아서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결국 의지할 데 없는 인간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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