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코코넛 @whitecoco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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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다 
Written by Samk
Publication date : 2013.04.28
Book spec: 1-2 완결 | 304p / 320p | 신국판
■Character  | 도태석 (33세,攻), 서기훈 (30세,受)

오랜만에 꺼내 든 기념 감상. 역시 삼크님의 현대물은 재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작품에 비해 좀 약했다는 평이 많은 작품. 그래도 작가님이 작가님인지라 내 기준 중박이상은 된다고 생각.

 

주인공인 도태석은 삼백안을 가지고 있고 키와 덩치가 큰 엄청 무서운 외모와 신랄한 말투로 회사 직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벌써 스무 번도 넘게 비서가 바뀌었을 정도인데 비서실의 김 팀장은 이 때문에 우연히 계약직으로 나타난 서기훈을 찾아내고 그가 도태석의 취향을 저격하는 외모라는 점으로 무작정 비서로 올려버린다.

사실 서기훈은 10년 전 도태석의 첫사랑이었다. 하지만 서기훈은 도태석의 오래전 죽은 친구 채현이 좋아하던 상대라 마음을 죽일 수밖에 없었고, 도태석은 시간이 흐르고 자신도 극복했다고 생각했지만, 서기훈을 마주칠 때마다 다시 첫사랑의 감정이 생기게 된다.

 

주인수인 서기훈은 어린 시절 꽤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등산을 좋아하고 큰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집안이 기울고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홀로 빚을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모부의 소개로 보안업무를 하기 위해 들어간 곳에서 얼떨결에 부사장인 도태석의 비서가 되어버리는데 도태석의 아련한 기억과는 다르게 어린 시절 그와의 첫 만남에서 자신이 다소 바보같이 실수한 기억들 때문에 많이 불편하고 그 앞에서는 자꾸만 실수하게 된다.

그만두려 했지만, 도태석의 애완견 도동구를 돌보는 것을 계기로 결국 그의 곁에서 계속 일하게 된다.

 

삼크님 특유의 개그가 작품 전체적으로 많이 깔려있는 작품이기도 해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기는 하는데, 약간 눈에 띄는 점은 다른 작품들은 양념 같은 조연들이 개그요소로 작용했다면, 이 작품은 주인공인 도태석이라는 캐릭터에게 다 몰려있다는 점이랄까. 때문에 주인공이 굉장히 독특하다. 

작가님의 말에 의하면 개그의 70%는 도태석 혼자 담당이라고 할 정도.

 

작가님은 할리킹으로 소개하셨지만, 사실 할리킹이라기엔 주인공이 수에게 하는 돈 지랄이 많지 않아서 그렇게 할리킹스럽지는 않다. 

주인공이 재벌이라는 설정 말고는 할리킹 설정이랄 것도 없고, 외모가 잘생긴 것도 아니다.

내용은 다소 밋밋하긴한데 도태석 때문에 아주 재미있게 읽게 되는 소설이다.

츤데레 농도도 강하고 마이웨이도 강하고. 독설도 엄청나게 하는데 아주 매력 있고 웃기다. 남들은 다 무서워하는데 자기는 내성적이라는 둥, 대화가 잘 안 통하는데도 본인은 스스로 말을 아주 잘해서 잘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웃기고. 

험상궂게 생기고 성격도 얼굴값 하지만, 편식하고 키우는 강아지 동구에게 푹 빠져서 종종 골때리는 행동하는 것도 갭모에 포인트. 정말 말하는 거 보면 성격 진짜 더럽다 싶은데 그 못된 대사들이 웃겨서 볼수록 은근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스토리라인은 약간 지루할 수도 있고, 사실 본편은 거의 사귀기 전까지의 내용이라 제대로 사귀고 서로 스킨십하는건 그나마 외전에서나 자주 나오는데, 문앞에서 전화하면서 들이닥쳐서는 너 만지고 싶어 미치겠다며 덮치는 게 좋았다. 역시 삼크님은 짧아도 강렬하게 표현을 참 잘하시는 듯.

 

살짝 아쉬운 점은 죽은 채현(도태석의 친구이자 서기훈의 선배)에 대한 과거 이야기나 떡밥이 꽤 있지만, 도대체 이 캐릭터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수가 맺어지는데 결정적인 큰 매개체라고 하기에는 그냥 서로 같이 아는 사람인 정도의 교집합 느낌이고. 어차피 그런 거 상관없이 만났으니. 그냥 과거 일 때문에 주인공수가 지지부진해지는 것에만 약간 영향이 있던 정도인데 그런 것치고는 너무 배경이 장황했다.

막판에 밝혀진 내용도 좀 억지스럽긴 했고. 설정상 필요했다 쳐도 사실 그렇게까지 자주 언급될 정도의 존재감은 아니었던 듯.

그리고 알고 보니 둘 다 서로가 첫사랑인데, 결국 막판까지 서로 그 사실을 모르는 건 조금 아쉽다. 난 이런 거 그냥 다 알게 돼서 둘이 더 좋아 죽는 게 좋은데.. 도태석이 알면 또 얼마나 좋아했을 거야.

 

그러고 보니 삼크님 작품치고 꽤 평이 낮은 편인데, 조금 떠 일찍 맺어지고 둘의 애정 넘치는 장면들이 좀 더 길게 많이 나왔다면 아마 그렇게까지 평가가 야박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조금 든다.

스킨십은 조금씩 있어도 외전 후반에 가서야 제대로 딱 한 번이라니.. 짭니다 작가님..^..^;

 

아무튼,  서기훈은 약간 밋밋한 캐릭터지만, 도태석 혼자 하드캐리하는 작품이라 그거 하나로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주인공이 진짜 웃김ㅋ.

 

넌 지면 안돼.
내려가는 거 무서워하지마. 내가 손잡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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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나도 오래전. 그래도 어제일처럼 생생해요.
첫 눈에 반했거든. 껍데기가 내 취향이었어요.
그 다음엔 목소리도 내 취향이었고, 손도 내 취향이었어.
움직이는 팔도, 걸음걸이,나이답지 않게 침착하던 눈도, 말투도, 웃는 것도.

다 내 취향이더라고 .


02
하긴 내가 히말라야 급이긴하지.그러니까 추락의 공포는 감수해요.
아무도 못 올라오는 곳에 올라왔잖습니까. 대신 내가 잡아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