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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연애
Written by 조우
Publication date : 2013.02.24 (초판) | 2015.04.26 (2판)
Book spec: 1권 완결 | 393p | 국판
■Character  | 차원우 (30세,攻), 노은율 (30세,受)

10년째 연애 중인 커플의 이야기로 잔잔하지만, 꽤 현실적인 작품이다. 올봄에 2판이 나와서 잽싸게 예약구매.

 

대학 신입생 때 자취방 세를 아끼기 위해 우연히 만나 룸메이트가 되고,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게 되면서 어쩌다 보니 가볍게 시작한 연애가 10년이 되어 현재까지 동거하고, 각자 회사생활도 하면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물인데 아주 재미있다.

 

주인공 차원우는 야근 따위는 없는 정시 칼퇴근이지만 월급은 조금 박봉인 공기업 직원이다.

20대 초반에는 꽤 욱하는 성정이었으나 노은율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점점 성질을 다듬게 되었고, 현재는 애인에게 욕을 듣고 구박을 받아도 웃으면서 지고 들어가는 엄청난 애처가로 술에는 약하지만, 침대에서는 강한 캐릭터이다.

비엘동인계에 의외로 많이 없는 금적인 능력이 살짝 모자라는 공이지만, 현실적인 설정이기 때문에 크게 이상하지는 않다. 역시 내 기준, 수보다 몇 배는 매력 있는 캐릭터라서. 차원우에게는 점수를 후하게 주게 된다.

애처가 공이라는 말이 그냥 나올 정도로 10년간 한결같이 참 잘해준다. 집안일도 잘하고, 본래는 성격도 세고 힘도 세면서 노은율에게는 무조건 져주는 것도 엄청나게 다정하다.  

 

주인수인 노은율은 꽤 히스테릭한 캐릭터인데 처음에 읽을 때는 이 부분이 좀 거슬려서 많이 망설이게 되지만 고비를 이기고 끝까지 읽고 나면 노은율이 꽤 귀엽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얘가 진짜 주인공을 좋아하긴 하나? 싶을 정도로 욕도 잘하고 막말하고 짜증도 심하고 그래서 나도 슬슬 짜증 날 무렵, 노은율의 진가가 중반부터 빛이 나서 바로 수그러들었다.

노은율은 차원우와 다르게 월급은 꽤 되지만, 그만큼 야근과 철야가 반복될 정도로 빡세게 굴러가는 회사의 직장인이다. 그러다 보니 더 까칠해지기도 하고, 예전 일들로 인해 자신만의 방어기제 식으로 다소 거칠어진 경우이다.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조금만 약해지면 그런 면들이 바로 무너져 내려, 둥글둥글하고 연약한 노은율의 모습이 나오는데 어딘가 꽤 귀엽고 애처롭다. 이런 걸 너무나도 잘 아는 차원우가 그래서 노은율을 다 받아주고 기대고 사는구나 싶었다.

 

워낙 오래된 커플이라 서로 너무 가족 같아서 싸우기도 하고, 화해도 하고, 둘만의 애틋함도 있고, 가끔 불타오르던 연애 초기를 생각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공과금도 내고, 생활비 걱정 카드값 걱정도 하고...가끔은 잊고 살던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하고, 의외로 질투도 꽤 하고, 또 새삼 불타오르기도하고.. 그러다 다음날 출근 걱정도 하고. 역시 평생 서로 끼고 살아야겠구나 싶고. 이러다 빨래망 안 써서 옷 버리면 또 싸우고.

.. 뭐 이런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정말 오래된 현실 연애를 굉장히 잘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게, 내가 연애를 10년 한 케이스라서 그런지 정말 많은 부분에서 공감도 가고 괜히 끄덕거리면서 봤다.

 

특별하게 크고 굵직한 사건이나 에피소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수의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배경은 10년째인 현재이지만 이야기 진행 중간중간 과거의 일들이 조금씩 언급이 되면서 지금은 안정적으로 지지고 볶는 평범한 연애를 하는 커플이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는지를 점점 알게 해주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특히 가족들 관련 내용이 좀 짠한 게, 현재에서는 서로의 가족들과 꽤 사이가 좋게 나오지만 언급되는 과거에서도 그렇고 인정받게 되는 그 과정까지 얼마나 상처가 되었는지가 잘 나타난다. 

덕분에 서로가 얼마나 애틋해질 수 밖에 없는 지도.

이물질 아닌 이물질들이 나오기는 하는데 워낙에 주인공수가 파워 철벽들이라서, 존재감들이 미미하다. 

되려 둘의 사랑이 더 깊어지는 요소였을 뿐인지라 역시 조연의 인권이 좀...

막판에 차원우가 제대로 풀코스 짜서 은율이 데리고 데이트하면서 우리 이제는 이래도 된다고 할 때 어딘가 정말 찌잉 했다.

후반 외전에는 대학 시절 사귈 무렵의 이야기가 있는데 확실히 풋풋한 느낌에 주인공수가 되게 귀엽다.

 

아무튼, 큰 굴곡은 없는 일상물이지만 이상하게 빠져들어서 보게 되는 작품이다. 특전 명함 완전 좋음.

 

진득하게 십 년 붙어서 살아도 안 질렸는데,
평생을 못 끼고 살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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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괜찮아졌어.
.....너만 남았어. 겁 안 내도 돼. 무서울 일도 없어.
이제 우리한테 아무도 뭐라고 안그래.
남들처럼 연애하고 좋아하면서 살아도...

이제 괜찮아.